두렵지만 두렵지 않아
케이 엘 고잉 지음 | 개암나무
두렵지만 두렵지 않아
케이 엘 고잉 지음
도서출판 개암나무 / 2008년 3월 / 220쪽 / 9,500원
피크닉 테이블 아래에서 / 예상하지 못한 일 / 코를 한 방 먹이다 / 일은 더 꼬이고 1976년 여름이 되기 전까지, 나는 내가 타고난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나 가브리엘 앨런 킹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싫은 건 5학년이 되는 일이다. 아무튼 내 단짝, 프리다 윌슨은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해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의 해방 작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맨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4학년 졸업식 날 아침, 프리다와 나는 학교 건물 옆 피크닉 테이블 아래에 누워 있었다. 프리다가 말했다. "아, 드디어 우리가 서쪽 교실을 쓰는 5학년이라니!" "그렇겠지. 매일 6학년들하고 마주쳐야겠지." 나에게 6학년들이란 듀크 에반스와 프랭키 카멘을 의미한다. 두 사람이 서쪽 교실로 떠난 후, 나는 비로소 자유로운 4학년을 보냈는데 겨우 일 년 만에 서쪽 교실로 가야 한다니! "너한테 까부는 애들은 내가 가만 안 둘게. 게이브(나의 애칭), 너랑 친구라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내가 너랑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화합'을 가르쳐 준 우리 아빠 덕분이야." 프리다는 백인인 나와 흑인인 프리다가 친구가 된 걸 '인종화합'이라고 했다. 그때, 담임선생님이 프리다의 이름을 불러서 프리다가 먼저 달려갔다. 나는 혼자서 신나는 여름방학을 상상해 보았다.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일인 7월 4일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고 했다. 우리가 사는 조지아 주의 주지사인 지미 카터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여 마을에서는 파티와 퍼레이드, 후원 행사들도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 인생은 불과 30초도 안 되어 완벽하게 망가졌다. "땅꼬마 가브리엘 킹이 바로 여기 숨어 있었구나!" 학교에서 제일 덩치 크고 못되기로 악명 높은 5학년 듀크 에반스의 목소리였다! "야, 땅꼬마, 넌 이제 몇 학년이 되니? 유치원 가니?" 듀크의 단짝 프랭키 카멘의 목소리였다. 나를 실컷 놀려대던 두 놈은 내 팔을 잡고 양쪽 소매를 벗긴 뒤 내가 팔을 전혀 쓰지 못하게 등뒤에서 소매로 꽉 묶어 버리고는 가버렸다. 나는 힘이 다 빠진 채, 피크닉 테이블 아래에 웅크리고 앉았다. 졸업식은 벌써 시작된 것 같았다. 아, 너무 괴롭다! 나는 정말 5학년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잠시 후, 졸업식을 마치고 온 프리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얼른 내 팔을 풀어주며 말했다. "어떻게 졸업식도 참석하지 못하게 이런 짓을 했을까?" "난 5학년으로 올라가지 않을 거야." "5학년에 안 가면?" "너도 나랑 함께 그냥 4학년에 있으면 안 돼?" "너도 5학년을 좋아하게 될 거야. 그리고 난 지금부터 트랜스 오빠가 가르쳐 준 대로 할거야." 프리다의 오빠인 트랜스형은 열여덟 살로, 두들겨 패는 일이라면 일등이었다. 말릴 사이도 없이 프리다는 듀크를 발견하고는, 달려가서 듀크의 코를 주먹으로 한 방 쳤다. 그 장면을 본 듀크의 아빠, 에반스 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아들이 저 깜둥이 계집애한테 맞았단 말이야?"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고, 프리다도 두 눈을 번쩍 떴다. 주위를 의식한 에반스 씨는 화난 얼굴로 듀크를 데리고 사라졌다. 나는 그날 엄마, 아빠에게 5학년이 되지 않겠다고 말했고, 엄마, 아빠는 나를 야단치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했다.
프리다의 계획 / 늪거미 / 워터게이트와 땅콩 농부들화요일 아침, 프리다가 전화를 걸어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다. 프리다의 집으로 가자마자 프리다가 말했다. "게이브, 너를 겁쟁이에서 탈출시키는 계획을 생각했어. 네가 무서워하는 것들을 모두 다 적어서 하나씩 해결해 가다가, 가장 용감해졌을 때 5학년과 듀크 에반스 문제를 해결하는 거야." "안 할래." "너 계속 겁쟁이로 있을 거야?" 나는 할 수 없이 적기 시작했다. 5학년, 듀크 에반스, 프랭키 카멘, 거미, 악어……. 프리다가 물었다. "듀크랑 프랭키, 그리고 5학년말고 첫 번째가 뭐야?" "거미." 프리다는 바로 병과 손전등을 찾아들고서는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가 숲 속 늪지대까지 걸어가더니 커다란 거미 한 마리를 잡아 병에 넣고는 나에게 키우라고 했다. 할 수 없이 그 병을 받아들고 왔지만 나는 병 속의 거대 거미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지미 카터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다.
그날 저녁에 TV 뉴스를 보고 있던 아빠가 성을 냈다. 나는 아빠에게 왜 화가 났는지 물었다. "대통령 선거 임시 투표 결과에서 제랄드 포드가 지미 카터보다 앞섰어. 도대체 사람들은 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 하는 거지?" "아빠는 제랄드 포드를 왜 싫어해?" "너,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니? 닉슨 대통령이 비겁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민주당을 공격하려고 했던 사건이지." "그래서 닉슨 대통령은 벌을 받았어?" "아니. 닉슨에 이어 대통령이 된 제랄드 포드가 글쎄 '사면'이라는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닉슨을 풀어 주었어. 그 사건이 아니더라도 아빠는 카터를 대통령으로 뽑을 거야. 왜냐하면 카터는 아빠처럼 평범한 땅콩 밭의 농부였거든. 지미 카터는 작은 시골 마을인 플레인스에서 살았는데, 흑인과 백인을 차별하는 법을 지키려는 백인들의 모임인 '백인 위원회'가 플레인스에 사는 모든 백인 남자를 강제로 백인 위원회에 들도록 강요했는데, 카터 혼자만 가입하지 않았어. 카터는 자신의 '정직한 마음'을 절대로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거야."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나도 지미 카터처럼 용감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멋진 이름 / 불길한 징조 /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 트랜스 형 때리고 통찰력 키우기이튿날부터 나는 거미를 관찰했고, 결국 키우기로 결심했다. 이름도 지미라고 지었다. 아빠가 좋은 이름이라고 했다. 그날 밤, 나는 너무나 무서운 꿈을 꾸었다. 사람거미들이 거미줄에 매달려 나랑 프리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내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거미는 꼭 듀크 에반스처럼 생겼다. 정신없이 도망치다 주위를 둘러보니 프리다가 거미줄 아래 서 있었는데, 프리다 머리 위에 매달린 거미의 얼굴은 바로 듀크의 아빠, 에반스 씨였다. 에반스 씨가 기다란 거미 다리를 번쩍 치켜들고……. "안 돼!" 나는 벌떡 일어났다. 아침이 되어 프리다의 집으로 달려가서 프리다에게 내 꿈 얘기를 했다. 프리다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게이브, 네 꿈의 의미는, 나도 너처럼 용감해져야 한다는 경고 같아. 나도 목록을 만들어야겠어." 그렇게 용감한 프리다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프리다도 곧 자신의 목록을 만들었고, 우리는 하기 쉬운 것부터 함께 목록을 지워 나갔다. 평소에는 무서워서 엄두도 못 냈던 메가 연못에 있는 높은 나무에서 밧줄잡고 뛰어내리기도 우리는 성공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5학년이 되고 싶지 않았다. 며칠 후 프리다는 내 목록에 트랜스형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를 트랜스형에게 데리고 가서 형이 화만 내는 무섭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형은 우리와 함께 장난도 쳤고, 프리다에게도 좋은 오빠가 되어주는 착한 사람이었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알 수 있나 보다. 트랜스형 덕분에 나는 에반스 씨를 상대할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이튿날 오후, 프리다가 에반스 씨 얘기를 꺼냈다. "에반스 씨가 겉보기처럼 그렇게 못된 사람일까?" "너 에반스 씨가 무섭지? 에반스 씨가 네 목록에도 있지?" "아빠가 나한테 그 사람을 무서워하라고 했단 말이야." "내가 트랜스형이랑 얘기한 것처럼 너도 그 사람이랑 한 번 얘기해 보면 어떨까? 그 사람도 졸업식 날 너를 그렇게 부른 걸 미안해할지 몰라. 그가 한 말 때문에 네가 굉장히 섭섭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네가 듀크를 때린 건 날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하는 거야. 불꽃놀이를 하는 독립 기념일에 말해 봐. 그 아저씨도 올 테니까." "그래, 해 보자."
불꽃놀이 / 유령 이야기독립 기념일이 되었다. 목사인 윌슨 아저씨(프리다의 아빠)는 나라를 위한 특별 기도회를 인도하기 때문에 그날 프리다는 우리 가족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 시청 앞 잔디 마당은 벌써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빠가 나랑 프리다에게 불꽃놀이 할 때까지 재밌게 놀다오라고 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갑자기 프리다가 한 곳을 가리켰다. 그 쪽을 보니 에반스 씨, 카멘 씨 등이 마치 6학년 아이들처럼 무리 지어 있었다. 프리다는 곧바로 에반스 씨에게 걸어갔고, 그 다음부터 일어난 일은 왠지 좀 이상한 느낌이었다. 프리다를 본 에반스 씨는 미소를 지으며 아주 중요한 말을 하려는 듯, 프리다에게 몸을 기울이고 뭔가를 속삭였는데, 갑자기 프리다의 두 눈이 보름달처럼 커지더니 두세 발자국 뒤로 물러났고, 에반스 씨는 킬킬 웃었다. 프리다는 얼른 빠른 걸음으로 내게 돌아왔다. 나는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수없이 물었는데, 프리다는 그저 고개만 저었다.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보며 탄성을 질렀지만, 유일하게 프리다 윌슨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프리다와 나는 집 앞에 쳐 놓은 텐트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계속 말이 없는 프리다에게 내가 말을 걸었다. "유령 이야기 좀 해 줄래? 내가 얼마나 용감해졌나 보게." "진짜 있었던 유령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말해 봐." "우리 식구가 앨라배마에 살 때, 나는 아기였고, 엄마 아빠는 마틴 루터 킹 목사님과 함께 흑인을 차별하는 인종 분리 정책을 개혁하는 일을 했어. 그 일로 우리를 싫어하는 백인도 많았는데, 어느 날 밤 KKK(극단적인 백인 우월주의자들로, 흑인뿐 아니라 모든 유색 인종을 상대로 잔인한 폭력과 살인을 저지른다) 일당이 우리 집 마당에 침입했어. 내가 오빠더러 왜 그렇게 백인들을 싫어하냐고 물어 보니까, 오빠가 그때 일어난 사건을 말해 준거야. 마당에 한 무리의 남자들이 모두 한쪽 눈만 뚫은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머리에도 뾰족한 흰 모자를 쓴 채, 우리 집 마당에서 십자가를 태우고 있었대. 그중 한 명이 아빠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어. '나오기만 하면 우리가 네 가족을 모조리 없애 주마'라고 소리지르며." "그래서 어떻게 됐어?"
"엄마는 트랜스 오빠를 나와 함께 다락방에 숨어 있도록 했는데, 오빠는 옷장 안에서 나를 안고 기도했어. '하나님, 제발 엄마 아빠를 무사하게 지켜 주세요.' KKK는 새벽 한 시쯤 돼서야 우리 마당을 떠났어. 다음날, 아빠는 이 소식을 듣고 여러 교회에서 찾아온 목사님들과 함께 대책을 마련했지. 그런데 우리 주변에도 KKK가 있나 봐. 에반스 씨가…… 너랑 내가 조심하지 않으면, KKK들이 손 좀 봐 줄지도 모른대." "뭐라고? 당장 아빠한테 말할래!" "안 돼! 그러면 문제가 커져." 그때, 나뭇가지로 텐트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우리는 무서워서 힘껏 소리를 질렀다. 얼마 동안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아빠가 텐트의 지퍼를 내렸다. 나랑 프리다는 우당탕 텐트 밖으로 뛰어나왔다. 하지만 KKK는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아빠에게 프리다는 나한테 비밀이라고 했던 얘기를 모두 다 했다. 그리고 밖에서 KKK들이 우리를 공격할까봐 얼마나 무서웠는지도 모두 다 말했다. 프리다의 얘기를 듣던 아빠의 눈에서는 뜻밖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두려움에서 해방된 것 같던 프리다 윌슨이, 아빠 품에서 정말로 작은 아기처럼, 그렇게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새로운 계획 / 목록의 끝 / 후원 모임 준비 / 우리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다음날 아침에 아빠가 프리다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두 가족은 우리 집에 모여 의논을 했는데, 8월 초에 우리 마을에서 열리는 지미 카터 후원 모임에서 윌슨 씨가 연설을 하기로 했다. 모든 사람들과 함께 미국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자유 국가임을 확인하고, 미국이 백인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KKK에게 전하자는 것이었다. 윌슨 아저씨가 아빠보고도 연설을 하라고 했다. 당황한 아빠에게 나한테 들려주었던 지미 카터 이야기를 하라고 했더니 윌슨 아저씨도 그게 좋겠다고 했다. 그 날부터 윌슨 아저씨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모임에 초대했고, 어느새 할로웰 마을 전체가 이 문제를 알게 되었다. 며칠 후 나는 프리다에게 용기를 내어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 목록 말이야. 나한테는 효과가 없는 것 같아. 나는 하나도 용감해지지 않았어." "아니야. 너는 많이 용감해졌어." "하지만 나는 지금도 5학년이 너무 무서워. 너도 나랑 같이 4학년에 남으면 안 될까?" "게이브, 난 그럴 수 없어. 그리고 넌 나 없이 용감해지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 난 이제 갈게." 프리다는 가려다 말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용기가 생기면 전화해. 그래서 우리 함께 5학년에 올라가자, 응?" "응, 또 만나!" 나는 프리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쳤지만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음날부터 여름내 프리다랑 함께한 해방 작전을 되돌아보며, 내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랐지만 나는 아직도 5학년만은 되고 싶지 않았다. 후원 모임 전날 밤, 프리다 가족은 우리 집에서 엄마 아빠랑 마지막 세부 일정을 검토했다. 물론 프리다는 오지 않았다. 나는 지미와 함께 밖에 앉아 있었는데, 트랜스형이 다가와서 물었다. "너랑 프리다, 무슨 일 있니?" "프리다가 나를 만나기 싫어해." "그건 사실이 아닌 것 같은데. 너한테 줄 게 있어." 트랜스형은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 뭉치를 꺼내 나에게 주었다. "프리다의 단짝으로 네가 내 맘에 쏙 든 건 아니지만, 너는 가능성이 있어. 그럼 내일 모임에서 보자." 트랜스형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형이 준 종이를 펴 보았다. '프리다 윌슨의 두려움 목록 : ①KKK, ②에반스 씨, ③연못 밧줄에 매달리기, ④키스, ……, ⑩게이브가 나랑 함께 5학년에 가지 않는 것' 꾸깃꾸깃 구겨진 걸로 봐서는 프리다가 버린 걸 트랜스형이 휴지통에서 꺼낸 것 같았다. 나는 맨 마지막 목록을 계속 읽었다. '게이브가 나랑 함께 5학년에 가지 않는 것' 프리다는 정말 내가 필요할까?
프리다네 가족이 돌아가고 나서 아빠가 내일 입을 양복을 입고 하나밖에 없는 낡은 넥타이를 매고 엄마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아빠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생활비를 조금씩 아껴서 장만한 거예요." 상자 안에는 반짝이는 금색 타이핀이 달린 새 넥타이가 들어 있었다. 엄마는 아빠의 볼에 뽀뽀를 했다. 아빠는 눈이 촉촉해지더니 내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두려울 건 아무것도 없어." 바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5학년이 되는 것은 분명 무서운 일이지만, 그 무엇도 나를 내 단짝과 헤어지게 할 수는 없다. 이게 바로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다음날 아침, 우리 식구는 행사가 열리는 초등학교로 향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프리다를 찾았고, 할 말이 있다며 프리다와 함께 피크닉 테이블로 갔다. "프리다, 나 마음을 바꿨어. 5학년 갈 거야." "정말? 게이브, 어떻게 그런 용감한 결정을 하게 됐어?" "프리다, 너 덕분이야. 넌 나의 진정한 단짝이야."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정말 뜻밖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저쪽 피크닉 테이블 아래에 듀크와 프랭키가 숨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 근처 어딘가에 에반스 씨와 카멘 씨도 숨어 있을지 모른다. 프리다는 생긋 웃으며 큰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에반스 씨 같은 사람도 절대로 나를 깜둥이라고 부르지 못할 거야." 우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