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왕 가족
배봉기 지음 | 산하
영어왕 가족
배봉기 지음
산하 / 2008년 5월 / 176쪽 / 9,000원
민형이의 반장 선거 휘이이이익~ 파랗게 빛나는 바다 위를 나는 바람보다도 빠르게 날아왔어. 까마득하게 저 아래로 도시가 나타났어. 나는 그 도시의 잔디밭 위로 내려섰지. 어디로 가서 흥미롭고 신기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무언가가 내 뒤통수를 세게 때렸어. 깡통이라고 하는 물건이었어. '누구야?'나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어. '아니, 저 녀석이!' 녀석을 단단히 혼내 주려고 다가가 보니, 녀석은 잔뜩 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운 얼굴을 해 가지고 한숨만 푸욱 내쉬고 있었어. 그 순간 우리 왕눈이 선생님의 목소리가 생각났어. "네 또래의 인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일들을 겪으며 살고 있는지를 잘 조사해 보렴. 그러다 보면 아주 흥미롭고 신기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오늘 아침, 현장 실습을 하러 출발하려는 나에게 커다란 눈을 끔벅대며 해 주신 말씀이었어.
"무슨 일 있니?" 나는 녀석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어. 그런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녀석이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어. "너 정말 웃긴다. 완전 도깨비다, 도깨비!" '아니, 이 녀석이 어떻게 내 정체를 알았지?'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나는 다시 물었어. "무슨 일 있냐니까?" "말하기 싫어." "사실 나는…… 도깨비야." "장난치지 마. 네 이름이 뭐냐?" "테리아포리아니야. '기쁨을 주는 아이'라는 뜻이지." "그따위 이름도 다 있나?" "정 부르기 힘들면, 그냥 꼬마 도깨비라고 불러. 줄여서 꼬비라고 하든가." "야, 알았어. 난 대영초등학교 오학년 십일 반 박민형이야." "그런데 너 왜 그렇게 얼굴이 어두워?" "말하고 싶지 않아." "네가 아까 깡통을 차서 내 뒤통수를 때렸으니까 그 벌로 말해 봐." "알았어."
민형이의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어. 오늘은 민형이네 반에서 반장을 뽑는 날이었어. 석주라는 아이와 민형이가 유력한 경쟁자였는데, 어제 오후에 석주의 생일잔치가 학교 앞 피자집에서 열렸대. 사실은 진짜 생일도 아니었대나. 반 아이들이 거의 다 초대되어 피자를 먹고 외제 샤프 선물을 받았대. "석주가 스무 표로 당선됐어. 난 열한 표밖에 못 얻었고, 윤지가 여섯 표를 얻어서 삼등을 했지." 나는 정말 화가 났어. 치사하게 가짜 생일잔치를 해서 표를 도둑질한다고? "이거 열 받아서 안 되겠다. 내가 그 선거를 무효로 만들 거야. 어제 몇 시에 생일잔치를 했어?" "학교 앞 맛짱피자에서 오후 세 시에 했어." 나는 '시간 마법'을 걸어서, 민형이와 함께 맛짱피자 앞으로 날아왔어. 피자집은 와글와글 떠들면서 먹고 마시는 아이들로 꽉 차 있었고, 그 가운데에 멋지게 차려입은 한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어. 나는 피자에는 바퀴벌레 백 마리를, 바닥에는 쥐 오십 마리를 풀었어.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갔고, 파티는 엉망이 되어 버렸어.
우리는 곧바로 반장선거를 했던 시간으로 날아갔어. 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고 교실 뒤에 서 있었어. 민형이한테 들었던 대로 민형이와 석주, 그리고 윤지라는 아이가 반장 후보로 추천되었어. 먼저 석주가 앞으로 나왔어. 하지만 석주는 어제의 일이 마음에 걸렸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다음은 윤지라는 여자 아이 차례였어. 힘차게 앞으로 나간 그 아이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반장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을 똑똑하게 말했어. 다음은 민형이 차례였어. 그런데 민형이는 쉽게 입을 열지 않더니 드디어 무엇인지를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어. "추천하고 응원해 준 친구들에게는 고맙고 미안하지만, 저는 정윤지를 반장으로 추천합니다. 정윤지가 충분히 우리 반 반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혼자서 교실 뒤의 학급 소식란을 꾸미고 있는 정윤지를 우연히 보았습니다. 함께하기로 한 다른 아이들은 학원 때문에 바빠서 먼저 간 모양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윤지가 책임감이 아주 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 저를 바라보고 있는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어. 아무튼 이렇게 하여 선거는 정윤지라는 아이의 당선으로 끝났어.
나는 민형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운동장 구석으로 데리고 갔어. "야, 너 왜 그랬어? 반장이 되고 싶댔잖아." "응, 나도 반장이 되고 싶었지만 네 힘을 빌려서 내가 반장이 되는 것도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실력 때문이 아니라, 네가 마술을 부려서 석주가 떨어지고 내가 되는 거니까." 생각해보니 참 옳은 생각인 것 같았어. "와아, 멋지다 멋져!" "그런데 너 정말 도깨비야? 어디서 왔어? 왜 온 거야?" "그건 다음에 만나면 얘기해 줄게." 나는 붕 날아오르면서 손을 흔들었어.
영어왕 가족공원에서 하룻밤을 잔 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천천히 날다가, 광장 저쪽에'시민문화회관'이라고 쓰인 건물을 발견했어. 무얼 하는 건물일까 호기심이 생겨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어. 건물 안에는 넓은 방이 있고, 그 안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어. 한 아이가 무대에서 말을 하고 있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고, 무대 뒷벽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는 'xx 영어왕 선발 대회'라고 써 있었어. 아이들의 발표가 다 끝나고 시상식을 하는 거 같았어. 가장 마지막으로 불린 아이가 영어왕으로 뽑혔나 봐. "장준석!" 그 아이가 트로피를 받는 것을 마지막으로 대회가 끝났어. 그런데 영어왕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 뒤로 다른 아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따라오고 있었어. 내가 그들이 탄 차를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그 아이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서야 그 아이가 힘들어하는 이유를 밝혀낸다면, 이곳 아이들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사연을 알게 될 것 같았지.
나는 영어왕의 집으로 몰래 따라 들어갔어. 엄마와 아빠, 영어왕 아이가 긴 안락의자에 둘러앉아서 과일을 먹고 있었어. 의자 뒤의 벽에는 상장들이 가득 붙어 있더군. "준호도 나와서 과일 먹으라고 하지." 아빠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어. "먹기 싫다네요." 엄마가 대답했어. "쯧쯧쯧, 동생은 이렇게 뛰어난데, 형이라는 녀석이 저렇게 시원찮으니." 아빠가 이마를 찡그리며 투덜거리자, 엄마가 손을 내저었어. "그냥 내버려둬요. 준석이한테라도 집중적으로 투자하자고요. 아, 동생이 출세하면 나중에 형을 끌어 줄 수도 있잖아요."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나는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여보, 시간이 됐어요!" "무슨 시간?" "영어 시간!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세 시부터 잠잘 때까지 집에서 영어만 쓰기로 했잖아요." 그 다음부터 세 사람은 영어로 말하는 거야. 준석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가끔씩 엄마와 아빠가 얼굴을 붉히면서 진땀을 빼기도 했지.
나는 현관 쪽에 있는 문 앞으로 갔어. 얼굴이 어두운 아이인 준호가 이 방 안에 있을 것 같았어. 나는 준호 앞에 모습을 나타냈어. "야!" 준호가 천천히 머리를 들면서 고개를 돌렸어. 준호는 입도 열지 않고, 웃지도 않았어. "우리 이야기 좀 하자." "너 참 이상하게 생겼다. 혹시 준석이랑 회화하러 온 외국 애냐? 피곤하니까 제발 좀 나가 주라." "나는 도깨비야." 내가 공중으로 붕 날아올랐더니 준호는 그제야 놀라는 눈빛이었어. "나 좀 도와주지 않을래? 네 마음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내게 들려줘." "싫어!" "넌 지금 너무 힘들어 보여. 나는 너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나는 준호의 눈을 들여다보며 진심으로 애원을 했어. 그러자 준호는 입을 열었어. "
준호와 준석이는 한 살 차이라 했어. 준호가 네 살, 준석이가 세 살 때부터 엄마 아빠가 영어를 배우게 했는데, 준석이는 유치원 때부터 영어 말하기 영재가 되었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미국 사람과 말을 주고받을 정도가 되었다는군. 준호가 영어를 그리 못 하는 것이 아닌데도 준석이가 워낙 영어를 잘하니까, 둘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나버렸대. 준호도 노력을 해서, 같은 학년 아이들보다는 분명히 잘하게 되었는데도 도저히 동생을 따라갈 수는 없었어. 그러자 엄마 아빠도 차츰 준호를 포기하게 되었고, 이제는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준호를 바라본다는 거야. "나도 잘하고 싶었다고……." 준호는 이제 책상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어.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 다 같이 소중한 자식인데, 어떻게 영어를 잘하는 자식과 못하는 자식을 갈라서 차별할 수가 있을까? 나는 준호의 마음을 밝게 해 주고 싶었어. '어떻게 해야 하나?' "준호야, 힘을 내. 어떻게든 너를 도울 방법을 찾아낼 거야." "고맙다, 내 이야기를 들어 줘서. 이제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들어."
마침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준호야, 네게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겠지?" 그러자 준호는 이런 장면들을 생각해 냈어. 감기에 걸려 밤새도록 앓을 때 엄마가 잠도 자지 않고 보살피던 유치원 시절, 초등학교 1학년 때 준호가 그린 '우리 가족' 그림을 보고 엄마 아빠가 좋아하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섯 살 무렵 어린이 공원에서 준호를 잃어버렸다가 찾았을 때 엄마 아빠가 눈물을 흘리며 수없이 중얼거리던'고맙다'라는 말……. 나는 그날 밤, 또 그 다음날 밤 준호 엄마 아빠의 꿈속으로 들어가서 준호가 말해 주었던 장면들을 그 꿈속에다 펼쳤어. 월요일 아침, 준호 엄마 눈이 벌겋게 되고, 눈 주위도 퉁퉁 부어 있었어. 준호 꿈을 꾸면서 많이 울었던 거야. 아빠는 깊은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준호를 찬찬히 바라보기만 했어. 아침 식탁에서도 아무도 영어로 말하지 않았어.
"어때? 마음이 좀 풀렸니?" 나는 학교에 가는 준호를 따라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면서 물었어. "잘 모르겠어. 엄마 아빠가 정말 마음이 달라진 건지, 아니면……." 하긴 나도 준호 엄마 아빠의 마음이 바뀐 건지 아닌지 아직은 알 수가 없었어. 나는 이렇게 말해줄 수밖에 없었어. "준호야, 힘내. 다 잘 될 거야." "꼬비야, 고마워. 네 말대로 나도 힘을 낼게." 우리는 준호네 학교가 저만큼 보이는 곳에서 헤어졌어. 준호 엄마와 아빠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알 수 없었어. 꿈속에 떠올랐던 기억들을 금세 잊어버리고 또다시 준호를 구박하게 될지 누가 알겠어. 하지만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아빠, 도와주세요!준호네 집을 나온 나는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저만큼 앞에 있는 다른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로 갔어. 그런데 세상에, 미끄럼틀 밑에 한 여자아이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어. 찬바람이 휙 불어오자 아이가 부르르 몸을 떨었어. "집에 안 가? 여긴 춥잖아." 그 아이는 나를 노려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어. 나는 그 아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았는데, 너무 컴컴하고 차가웠어. 이 아이가 왜 이렇게 어두운 놀이터에서 떨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집으로 가게 할 수 있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나는 사실 먼 곳에서 온 도깨비야. 나를 꼬비라고 부르면 돼. 난 너를 돕고 싶어." 나는 공기를 둥그렇게 원처럼 만들어서 그 안을 따뜻하게 만드는 마법을 썼어. 따뜻한 공기가 감싸자, 그제야 여자아이는 고개를 들었어. 그리고 놀란 눈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어.
"네 이름은 뭐야?" "주원이." "너는 어느 학교에 다녀?" "난 학교 안 다녀." "왜?" 주원이는 다시 입을 다물었어. "집에서 엄마 아빠가 안 기다리셔?" 주원이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어. "무서워!"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 집이 무섭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가 때려. 술 안 사온다고 때려서 도망쳐 나온 거야. 하지만 동생 석원이가 대신 맞을지도 모르는데……." 이럴 수가! 아이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부모가 자식을 그렇게 때리다니! "가자! 나는 도깨비야. 나는 어른이라도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어." 주원이는 그제야 일어났어. 동생 걱정 때문에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았어. 나는 주원이의 뒤를 따라 허름한 아파트 계단을 올라갔어. 주원이네 집 안은 한 마디로 엉망이었어. 안쪽 거실 귀퉁이에 사내아이가 얇은 이불로 몸을 감고 꼬부려 잠들어 있었는데, 이불 밖으로 나온 팔은 시퍼런 멍투성이었어. 주원이의 팔과 얼굴에도 멍 자국이 있었어.
거실 한가운데 누워 있던 남자가 주원이에게 소리쳤어. "야, 너 어디 갔다 이제 와? 술 사 왔어, 엉?" 나는 그 남자를 천장에 거꾸로 붙여 버렸어. "야, 이게 뭐야? 넌 어떤 자식이야?" 아빠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바람에 남자아이가 잠을 깨고는 울음을 터뜨렸어. "아저씨가 저 아이들 아빠예요?" "그래." "자식을 때리는 사람도 아빠예요?" "내 자식 버릇을 내가 가르치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거야?" 나는 기가 막혔어. 주원이 아빠가 하도 소리치는 통에 천장에서는 내려 주었지만, 이번에는 등을 벽에 붙여 놓았어. 그리고 아예 잠에 빠뜨려 버렸어. 아이들은 아빠가 잠이 든 것을 보고 조금 마음을 놓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주원이가 중얼거렸어. "아빠가 깨어났을 때 네가 없으면, 우린 어떡해?" 듣고 보니 그랬어. 내가 여기 살면서 계속 마법을 부릴 수도 없잖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낼 테니까." 주원이가 내게 애원하듯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어. "네가 진짜 도깨비라면 우리 아빠를 착하게 만들어 줘. 술 좀 마시지 말고. 우리를 때리지 않게 말이야. 우리 아빠도 원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직장에서 쫓겨난 다음부터……." "알았어." 조금 뒤 아이들은 잠이 들었어. '어떻게 해야 하나? 저 어른이 아이들을 때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방법이 떠올랐어. 나는 얼른 가방에서 '마음돌'을 꺼냈어. 이 돌은 인간들이 가지고 다니면서 대화하는 핸드폰이라는 기계와 비슷한 건데, 비상용으로 가지고 온 거야. 현장 실습은 혼자 힘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실습 때에는 '마음돌'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거든.
나는 '마음돌'을 사용하여 아빠를 불렀어. "오, 우리 테리아포리아니! 무슨 일이지?" "심각하고 급한 일이 생겼어요. 아빠의 도움이 필요해요." "말을 해 보렴. 참, 네가 아빠한테 도움을 청했다고 왕눈이 선생님한테 말씀드린다. 그래야 혼자 힘만으로 실습을 한 다른 아이들에게 공정할 테니까." "알아요." 나는 주원이네 얘기를 했어. "그게 정말이니? 정말로 아빠가 아이들을 그렇게 때린단 말이니?" "네!" "그런데 이건 우리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야. 인간의 문제는 인간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 아이들은 저 때문에 엄청 맞을 거예요. 제가 이 아이들의 아빠를 혼내줬으니까요. 아빠가 정 도와주시지 않겠다면, 제가 여기 남아서 아이들을 지키겠어요!" "그건 안 돼! 조금만 기다려라. 생각을 해 볼 테니." "네, 알았어요." 나는 이제야 마음이 놓였어.
잠시 후, 아빠는 생각해 낸 방법을 내게 알려주었는데, 그건 아무리 화가 나 있는 어른이라도, 아름다운 소리와 경치가 마음을 채우게 되면 절대로 아이들을 때리지 못할 거라는 거였어. 아빠는 우리 도깨비 나라에서 제일 멋진 바람 소리와 가장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을 내게 보냈고, 나는 그것을 온 힘을 모아서 잠들어 있는 남자 어른의 마음속에 집어넣었어. 정말 힘들었지.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어. 이제는 저 남자 어른이 아름다운 소리와 풍경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착한 사람으로 바뀌기를 바랄 수밖에 없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도깨비 섬으로 돌아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