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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에 싸인 아이

이상권 지음 | 산하
비밀에 싸인 아이

이상권 지음

산하 / 2008년 2월 / 224쪽 / 9,000원

일기장만이 친구였던 시절 /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아이 / 비밀에 싸인 아이, 꼬마배우

한 달 전, 우리 식구는 고향인 전라북도의 작은 시골 마을을 떠나 서울로 왔습니다. 나는 서울로 이사하면 무척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 보니 서울은 너무 답답한 곳이었습니다. 어디 아는 곳도 없고 친구들도 없으니, 나가서 놀 수도 없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이사 온 연립주택은 산동네 중간쯤에 있었고, 산동네 아래쪽에는 한빛 아파트 단지가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작은누나랑 나는 한빛 아파트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첫날부터 완전히 주눅이 들었고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는 나를 아이들은 시골에서 온 바보라고 놀렸습니다. 내 짝이 된 미리라는 여자아이만이 나를 친절하게 대해주었습니다. 나는 학교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냈고, 집에 오면 일기장을 친구 삼아 동시도 쓰고, 일기장 속에 있는 또 다른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습니다.

한편 한빛 아파트 단지 뒤에는 공사를 하다가 만, 제법 넓은 공터가 있었습니다. 둘레로 철조망을 쳐서 사람들의 발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곳에 앉아서 노래도 부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그 공터에 앉아 있는데 불량스러운 모습의 한 사내아이가 나타났습니다. "야, 고독한 가수! 너는 왜 날마다 여기 짱 박혀 있냐?" "고독한 가수라니?" "날마다 너를 봐왔어. 야, 쩨쩨하게 만날'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가 뭐냐? 나는 학교에 안 다니지만, 학교 노래는 시시해서 안 불러." "학교에 안 다녀도 부모님이 야단 안 쳐?" "나는 혼자 살아. 난 이 동네 대장이야." "나는 시주라고 해. 너는 이름이 뭐야?" "나? 나는 영재야. 하지만 형들은 꼬마배우라고 불러." 꼬마배우는 정말 재주꾼이었습니다. 꼬마배우는 개그맨 흉내도 잘 냈고, 춤도 잘 추었습니다. "야, 고독한 가수, 내일 보자!" 꼬마배우는 빠르게 달려갔는데, 놀랍게도 다리를 절고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공터에서 꼬마배우를 만나 시간을 보냈습니다. 꼬마배우는 열한 살인 나보다 한 살이 많았지만, 친구 먹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내가 꼬마배우와 어울린다는 것이 알려지자 반 친구들은 나를 함부로 놀리지 못했습니다. 꼬마배우는 정말 동네 대장인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꼬마배우가 깡패들과 어울려 아이들 돈을 빼앗고 다닌다며 모두들 나쁜 아이라고 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가 지은 동시를 꼬마배우에게 들려주기도 했고, 엄마랑 아빠에게 하지 않는 말까지도 털어놓을 정도로 꼬마배우랑 친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꼬마배우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며 지하철역에서 구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꼬마배우는 늘 그렇게 돈을 벌었나 봅니다. 구걸을 해서 돈이 모이자 꼬마배우는 나에게 자장면을 사주었고, 피시방에도 데려갔습니다.



첫눈 내리는 날

다음 날부터 나는 하지 말라고 말리는 꼬마배우와 함께 구걸을 했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피자랑 햄버거를 사 먹었고, 나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꼬마배우는 날마다 나에게 돈을 주었습니다. "고독한 가수야, 이걸로 보고 싶은 책 사." "나는 책 같은 거 필요 없어. 학교 다니기도 싫은걸. 국어 시간에 책을 읽으려고 일어서면, 떨려서 혀가 안 떨어진다고." "짜식, 그까짓 게 뭐가 창피하다고 그래. 나를 봐. 나는 다리를 절지만 당당해지려고 해. 창피 당하는 순간을 이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나도 알지만 그건 네가 이겨내야 해." 그날 저녁에 집에 들어갔더니 작은누나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았습니다. "너, 나쁜 애들하고 어울려 다니지? 아버지한테 이르기 전에 알아서 해." "꼬마배우는 나쁜 아이가 아니야, 알았어?" 그날부터 나는 혼자 소리내어 국어책을 읽는 연습을 했습니다. 며칠 후 국어 시간에 나는 드디어 더듬지 않고 책을 읽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놀랐고 선생님은 잘 읽었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어느새'창피'라는 놈이 내 마음속에서 달아나 버렸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미리도 환하게 웃어 주었습니다.



그러던 겨울로 접어드는 어느 날, 꼬마배우가 말했습니다. "우리 집에 갈래?" "정말?" "그래. 하지만 너는 밖에서 기다려야 해." 우리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도, 한참을 걸어 고급스러운 주택가에 도착했습니다. 3층짜리 집 차고 앞에서 꼬마배우는 내 손을 거칠게 잡아끌고는 벽 쪽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커다란 철문이 열리더니 젊은 여자가 나왔습니다. 꼬마배우가 화난 얼굴로 중얼거렸습니다. "훈이, 이 자식!" "훈이가 누군데?" "내 동생이야. 저 여자는 훈이 과외 선생님이고." 꼬마배우는 집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씩씩거리기만 했습니다. 함박눈이 우리들 머리 위로 펄펄 내렸습니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내가 물었습니다. "너, 말썽 부려서 집에서 쫓겨난 거니?" "나는 안 태어났어야 했어. 우리 엄마는 나를 저주한단 말이야." 꼬마배우의 얼굴은 성난 고양이 같았습니다.



마음속의 악마 / 유괴 당한 미리 / 길을 잃은 고독한 가수 / 버려진 아이들

겨울이 깊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하러 나가면 더욱 늦게 돌아왔고, 큰누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큰누나를 따라다니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키는 크지만 왼쪽 뺨에 흉터가 있어서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는 집을 짓다가 다쳐서 흉터가 생긴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꺽다리 형의 이름은 용구였는데, 큰누나에게 항상 꼼짝 못하는 모습이 바보 같았습니다. 나는 왜 큰누나가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꼬마배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돈이 떨어진 나는 어떻게 하면 피시방에 갈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아버지 양복 주머니를 뒤지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악마는 점점 커졌고, 자주 돈을 훔쳐도 이제는 불안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느새 봄이 왔습니다. 새 학년이 되면서 미리하고는 다른 반이 되었고, 나는 영어랑 수학을 배우러 학원에도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나를 불러서는 몰래 돈을 가져갔냐고 조용히 물었는데, 나는 그런 적 없다고 계속 잡아떼다가,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고 나서야 잘못했다며 울면서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다시는 피시방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봄은 빠르게 지나갔고, 꼬마배우도 내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나의 휴식처이던 공터에는 무슨 건물이 들어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만우절이 지난 어느 날,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리가 유괴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학교에 찾아온 경찰이 나를 불러 미리에 관해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나는 미리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며칠 뒤에 미리를 납치한 범인이 잡혔는데 놀랍게도 미리네 먼 친척뻘 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충격으로 거의 말을 잊은 채 지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후, 한빛 아파트 앞으로 걸어가는데, 미리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시주야!" "미리구나. 걱정 많이 했어. 많이 무서웠지?" "응. 지금도 집에 혼자 있기가 겁나. 밤에 잠도 잘 못 자겠어. 우리 피시방에나 갈까?" 한동안 미리와 나는 계속 피시방에 함께 갔습니다. 나는 미리와 계속 만났습니다. 미리는 잠만 자면 자기를 유괴했던 아저씨가 꿈에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미리는 디아블로 게임만 했는데,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바바리안의 도끼를 괴물한테 휘둘러 댔습니다. 나는 미리가 마음속에서 그 아저씨랑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고, 미리가 꼭 이기기를 바랐습니다.



5월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날, 큰누나, 용구 형, 작은누나와 함께 나는 꿈에 그리던 서울랜드에 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그날도 일하러 가셨습니다. 서울랜드는 그야말로 아이들 세상이었습니다. 우리는 동물 구경도 하고, 놀이 기구도 타고나서 잔디밭에 앉아 김밥을 먹고 있었는데, 그 때 저만치 꼬마배우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정신없이 따라갔는데, 그 아이는 꼬마배우가 아니었습니다. 실망하여 한참 걷다 정신 차려 보니, 누나들과 용구 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날이 어두워졌고, 나는 결국 미아보호소로 가게 되었습니다. 미아보호소는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로 가득했는데, 한 남자아이가 경찰아저씨에게 말하는 것이 들렸습니다. "나는 알아요. 새 엄마가 일부러 나를 떼어놓고 갔어요. 저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나는 집으로 안 갈 거예요."아무리 친엄마가 아니라도 아이를 버리는 어른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잠시 후, 헐레벌떡 미아보호소로 찾아온 큰누나와 용구 형을 따라 집으로 갔습니다. 집 앞까지 마중 나와 있던 어머니, 아버지의 품에 안겨 내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를 자꾸만 생각했습니다.



도둑질하다 잡힌 고독한 가수 / 꺽다리 용구 형

나는 마음을 잡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장마가 끝나 가던 어느 날, 공사 중인 공터 앞을 지나다가 꼬마배우를 만났습니다. "야, 배우야! 그동안 어딜 갔다 왔어?" 나는 반가워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아, 여기저기……." 꼬마배우는 말수가 적어졌습니다. 구걸도 하지 않는다는데, 돈은 많았습니다. 그럼 어디서 돈이 생기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피하던 꼬마배우는 나를 데리고 골목 주택가로 갔습니다. 꼬마배우는 나보고 망을 보라고 하고는 다세대주택의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서 2층에 있는 집 창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도둑질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조금 있으니 저쪽에 경찰아저씨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경찰이다!" 하고 소리를 질렀고, 마침 창문으로 나오고 있던 꼬마배우가 다급히 외쳤습니다. "어서 튀어!" 꼬마배우는 뛰어내려 담을 넘어 도망갔고, 나는 경찰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나는 파출소로 끌려가서 조사를 받았고, 연락을 받고 달려온 용구 형과 큰누나를 따라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오니 아버지는 같이 죽자고 내 목을 움켜잡았고, 용구 형과 누나가 겨우 뜯어말렸습니다. 용구 형은 나를 데리고 한빛 아파트 놀이터로 갔습니다. 그네를 타며 용구 형이 말했습니다.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지? 다음에 꼬마배우를 나랑 같이 만나 보자. 나를 믿지?" 이제 나는 용구 형이 너무 좋아졌습니다. 나는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나는 꼬마배우가 다시 도둑질을 하면, 꼭 혼내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늘나라로 간 꼬마배우

내 생일이 되어 저녁에 가족들과 용구 형이 모여 다 같이 저녁을 먹고 놀았는데, 술을 사러 나가던 큰누나가 호들갑스럽게 나를 불렀습니다. 나가 보니 현관문 앞에 선물 상자와 책 한 권이 놓여 있었습니다. 꼬마배우가 왔다 간 것이었습니다. 나는 너무 기뻐서 꼬마배우가 선물을 주고 갔다고 소리쳤더니 어머니가 선물 상자를 홱 낚아챘습니다. "이놈의 자식, 아직도 그 불량배 놈을 만나냐?" 어머니가 베란다 밖으로 선물 상자를 던지려고 하자, 용구 형이 말렸습니다. "안 됩니다. 일단 선물은 시주한테 줘야 합니다." 아버지가 나에게 뜯어보라고 했습니다. 장난감 자동차가 들은 선물 상자 안에는 편지가 있었습니다. 작은누나가 편지를 읽었는데, 나는 눈물 때문에 앞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고독한 가수야, 생일 추카한다. 나 때문에 고생 만았지? 나 이제는 니 앞에 나타나지 안을 거야. 그리고 이제는 나쁜 짓도 하지 안을 거야. 나는 돈을 벌 거야. 그래서 나처럼 버려진 아이들을 보살피는 집을 지을 거야. 그게 내 꿈이야. 자동차는 우리 집에서 가지고 온 거야. 원래 내 꿈은 시인이 되는 거였는데, 이젠 고독한 가수 니가 시인이 될 것 같아. 고독한 가수야, 나는 울지 안아.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을 너한테 줄게. 우리 엄마가 생각날 때마다 일겄던 책이야. 우리 어른이 되거든 만나자. 너는 시인이 되어서, 나는 돈 많은 부자가 되어서 보자. 잘 있어.'



식구들도 모두 눈물을 닦았습니다. 꼬마배우가 두고 간 책은『엄마 찾아 삼만 리』라는 만화책이었습니다. 이제 식구들은 꼬마배우를 나쁜 아이라고 욕하지 않았습니다. 용구 형은 자기도 꼬마배우를 찾아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며칠 후 학원이 끝나고 나오는데 용구 형이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제 경찰한테서 연락이 왔어. 경찰 아저씨가 꼬마배우의 주소를 찾아서 부모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내 연락처를 가르쳐 줬대. 어제 꼬마배우 어머니를 만났는데 막 울면서 자기네 사정을 얘기하더구나. 꼬마배우네 집은 부자였는데, 꼬마배우는 한쪽 다리가 잘 자라지 않는 병을 앓았고, 그 어머니는 심한 우울증에 걸려서 힘들어하셨나 봐. 그래서 친척들이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같은 곳에다 꼬마배우를 맡겼는데……. 꼬마배우는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는 그곳에서 도망친 거야. 하지만 장애아들에게 앵벌이를 시키는 나쁜 사람들한테 붙잡혀 있다가 파출소로 도망쳤고, 고아인 줄 알고 다시 장애아들을 보호하는 시설로 보내 버린 거야. 그러면 또 탈출을 하고, 또 앵벌이 조직에 잡히고……. 꼬마배우 어머니는 너를 꼭 만나게 해 달라고 했어." 피자집에서 만난 꼬마배우의 어머니는 꼬마배우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간절히 말했습니다. 나는 꼬마배우가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꼬마배우가 엄마를 그리워했으며, 커서 버려진 장애아들을 위한 집을 만들고 싶어 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나는 매일같이 꼬마배우의 소식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곧 인천으로 이사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곧 전학 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실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나를 복도로 불렀습니다. "너하고 친하다는 그 꼬마배우라는 친구 있지? 그 애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너만 찾는다는구나." "네?" 꼬마배우는 장애아들을 붙잡아 놓고 앵벌이를 시키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치려고 차도로 뛰어들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나를 데리고 병원 중환자실로 갔습니다.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은 꼬마배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배우야, 나야, 나." "보고 싶었어. 고독한 가수야, 부탁이 있는데 나 죽으면 바다나 강에 뿌려줘. 이다음에 돈 많이 벌면, 바닷가에다 버려진 장애아들을 위한 집을 지으려고 했는데……." "이 바보야! 죽긴 왜 죽어! 너희 엄마가 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시는지 알아?" 내가 마구 소리치자 간호사가 나를 병실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나는 꼬마배우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시인이 될 테야

꼬마배우의 어머니랑 친척들은 강가에 서 있었습니다. 배에는 꼬마배우의 동생인 훈이, 용구 형, 그리고 내가 탔습니다. 우리는 상자 속에 든 뼛가루를 뿌렸습니다. 강물에 꼬마배우의 얼굴이 떠올랐고,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고마워, 고독한 가수야. 너는 꼭 시인이 되어서 버림받은 모든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어야 해.'그리고 우리 가족은 인천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나도 어엿한 중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내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고독한 가수 형에게, 이번에 우리 엄마가 장애아들을 위한 복지관을 짓기로 했어. 복지관 기공식에 꼭 와 줘. 엄마가 마음씨 좋은 키다리 용구 형에게 부탁해서 용구 형이 그 일을 도맡기로 했어. 이걸 알면, 하늘나라에 간 형도 무척 기뻐하겠지. 훈이가.'

복지관 기공식장에 가는 날, 지하철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른들과 비슷하게 내 키가 쑥쑥 자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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