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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사랑한 거위

세빔 악 지음 | 푸른숲
스타를 사랑한 거위

세빔 악 지음

푸른숲 / 2008년 3월 / 116쪽 / 8,000원

1993년 10월 12일자 카르야으마즈 마을의 지역 신문에 작은 광고가 하나 실렸습니다. 빨간 나비 농장의 거위 한 마리가 실종되었으니 거위를 본 사람은 연락 바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날, 신문을 집어 들자마자 거위 실종 광고부터 찾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빨간 나비 농장의 최고 요리사인 베르타 아줌마였는데, 그즈음 거위가 요리를 하는 베르타 아줌마의 주위를 맴도는 일이 부쩍 많았다고 합니다. 거위와 베르타 아줌마는 특별한 사이였는데, 가족을 잃어버리고 혼자서 돌아다니던 어린 거위가 농장으로 오게 되었을 때부터 베르타 아줌마가 엄마처럼 보살펴 주었기 때문이지요. 아줌마는 엄마 거위와 헤어져 몹시 허약해진 새끼 거위를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금세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름도 짓지 않았습니다. 대신 농장에 있는 다른 거위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거위들 중 한 마리'라고 하고, 이 거위를 가리킬 때에는 그냥 '거위'라고만 했습니다.



전날 아침, 빨간 나비 농장의 주인인 카왁엘리 씨가 거위가 없어진 것을 알고 농장 사람들에게 왜 거위가 도망쳤는지 물었을 때, 베르타 아줌마는 소리쳤습니다. "도망쳤다고요? 말도 안 돼요! 거위는 아주 얌전했고. 바깥세상에는 관심도 없어 보였어요. 여기에서 부족한 게 하나도 없었는데……. 도망친 게 아니라 사라진 게 틀림없어요. 신문에 광고를 내보는 게 어떨까요?" "아니, 지금 거위 한 마리 때문에 광고를 내자는 거요?" "저는 거위의 엄마나 다름없어요!" "알겠어요. 내일 신문에 광고가 실릴 거요." 베르타 아줌마는 곧장 거위가 가끔 혼자 앉아 쉬던 양귀비꽃 벌판으로 갔습니다. 베르타 아줌마는 그곳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발견했답니다. 신문 연예면과 텔레비전 방송 시간표, 색색의 리본, 예쁜 포장지, 찢어진 지도 조각…….



같은 시각, 거위는 '그르그르 보'라는 사람의 집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르그르 보'는 그즈음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진행자이자 가수였습니다. 얼마 전에 그가 진행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 거위는 그만 첫눈에 반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계속 베르타 아줌마 곁을 맴돈 것도 아줌마가 일하는 동안 부엌에 켜놓는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거위는 매일 신문을 뒤적이며 보의 기사를 찾아보았는데, 어느 날 보가 저택에서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연다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거위는 양귀비꽃 벌판에 있는 자기만의 보금자리로 가서 생각에 잠겼지요. "내가 좋아하는 보를 위해 뭘 해 줄까? 그래, 멋진 선물을 준비해서 생일 파티에 가는 거야! 가수라 목을 많이 쓰는 보에게 신선한 거위 알은 좋은 선물이 될 거야." 거위는 그날 저녁 보를 위해 특별한 알을 낳았고, 지금 그 알을 분홍색 리본으로 묶어서 들고 보에게 가고 있는 거랍니다.



거위는 부두에서 배를 타고 보가 사는 마을까지 갔습니다. 배에서 내린 거위는 끼룩끼룩 울고 있는 바닷새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텔레비전 스타인 그르그르 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아니?" "나는 텔레비전을 본 적이 없어서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이 근처에 유명한 사람이 사는 커다란 저택이 있기는 해." 바닷새가 안내해준 저택은 손님들이 많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보의 집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도와줘서 고마워. 앞으로 날 만나고 싶으면 이 저택으로 와." 바닷새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어서 나뭇가지에 앉아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거위는 콩콩 뛰는 가슴을 누르며, 초인종을 눌렀지요. 누가 문을 열었냐고요? 바로 그르그르 보였습니다! 거위는 놀라는 보의 손에 얼른 가지고 온 알을 쥐어 주었어요. "이건 정말 놀라운 선물인걸!" 그르그르 보는 알을 손에 든 채 거위를 안고 저택으로 들어가서 손님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오늘처럼 행복한 날, 이 멋진 거위가 멋진 선물을 들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날 밤, 보는 한시도 거위를 품에서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거위는 꿈만 같았죠. 그날 밤 거위는 자신이 빨간 나비 농장으로부터 아주 멀어졌다는 것을 느꼈고, 이제 보가 없는 삶은 생각하기도 싫었습니다. 보는 거위를 정원의 수영장 가에서 지내도록 했는데, 근처에 있던 누런 개 한 마리가 다가왔습니다. "넌 누구야? 이제부터 여기 살 거니?" "응." "거위는 너뿐이라 심심할 텐데." "괜찮아. 나한텐 보가 있으니까." "보는 너무 바빠서 출근할 때랑 퇴근할 때 잠깐 밖에 볼 수 없는걸. 앞으로 심심하면 나를 불러." 거위는 그날 밤새도록 보의 침실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따금씩 빨간 나비 농장과 베르타 아줌마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보는 출근하는 길에 거위에게 들러 깃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고, 날이 어두워진 뒤에야 돌아오더니 또 거위에게로 와서 직접 먹이를 주었습니다. 거위는 너무나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몰랐답니다. 다음 날 거위를 데려다 주었던 바닷새가 찾아왔습니다. "안녕!" 바닷새는 발가락 사이에 끼웠던 물고기를 거위에게 주었습니다. "넌 정말 좋은 애구나. 날 잊지 않았니?" "잊다니! 며칠 동안 널 지켜봤는걸. 보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구나!" "내 평생 그 누구도 보만큼 사랑한 적은 없어." "다른 거위를 사랑한 적도 없니?" "없어." "넌 다른 거위들과 다르구나. 넌 행복해질 수 없을 거야." "아니야. 난 지금 아주 행복해." 바닷새는 거위를 말리고 싶었지만 거위를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답니다. "또 올게. 행운을 빌어!" 거위는 날아가는 바닷새를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사랑스런 새야. 날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거위는 온종일 보만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떻게 하면 보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내내 궁리했지요. 누렁이의 말대로, 보는 무척 바빠서 하루에 겨우 두 번, 그것도 먼발치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풀이 죽어 있는 거위에게 누렁이가 말했습니다. "보와 가까워지는 건 어려울걸?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면 모를까……." "그래! 바로 그거야! 고마워, 누렁아!" 보는 다양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매일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했는데, 보와 거위가 더 가까워지는 방법은 거위가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거위는 '자신이 가진 재능이 무엇일까'에 대해 한참 고민한 끝에 이렇게 결론을 내렸지요.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건 바로 목소리야. 다른 동물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 보자." 거위는 누렁이의 도움을 받으며 개의 목소리를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거위의 목에서는 계속 갈라지고, 탁한 소리만 났습니다. 누렁이는 거위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근처에 살고 있는 여자 가수가 발성 연습하는 걸 따라 해 보라고 했습니다. 거위는 그 여자 가수의 집 앞으로 가서 어떻게 목소리를 가다듬는지 유심히 듣고는 그녀의 목소리를 흉내내기 시작했습니다.



연습을 할수록 거위의 목소리는 매끄러워졌습니다. 이제는 모든 순간이 즐겁고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꿈이라는 것이 생겼으니까요. 거위는 평범한 거위로 남고 싶지 않았습니다. 거위는 고양이 울음소리도 연습했습니다. 얼마 뒤 바닷새도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정말 멋지다! 넌 진짜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 "넌 왜 나를 좋아하면서도, 보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포기시키려고 애쓰지 않았지?" "내가 애를 썼다면 네 눈에 내가 예쁘게 보였을까?" "그럴 리가 없지." "날 따라와." 바닷새는 아름다운 백조가 있는 곳으로 거위를 데리고 가서 백조의 우아한 몸짓을 배울 수 있게 해 주고는 다시 날아가 버렸습니다. 거위는 다른 동물들의 목소리를 계속 연습했고, 드디어 그 재주를 알게 된 보는 놀라운 일이라며 흥분했습니다. 다음 날, 보를 따라 출근한 거위는 보의 프로그램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거위는 저택에서 자기 일처럼 긴장하고 기다리고 있던 누렁이와 바닷새에게 그날 방송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들려주었습니다.



한편, 빨간 나비 농장의 베르타 아줌마는 그르그르 보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거위를 보고는 프로그램 제작자가 거위를 훔쳐갔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위를 찾아올 방법을 궁리하다가 먼저 보의 프로그램과 경쟁 관계인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라진 거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제작자는 그르그르 보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거위 실종 사건'을 바로 다음 날 방송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베르타 아줌마는 보의 저택을 찾아갔습니다. 거위는 아줌마를 보자 무척 반가웠지만, 농장으로 다시 가기는 싫었습니다. 거위의 마음을 모르는 아줌마는 보가 퇴근해 올 때까지 기다렸고, 집에 온 보는 베르타 아줌마를 정중하게 대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거위를 훔치지 않았습니다. 거위는 제 생일날 아주 특별한 알을 들고 저를 찾아왔고, 지금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농장에서는 더 행복했어요. 거기엔 다른 거위들이 있으니까요." "흠, 그렇겠군요. 거위를 데리고 가십시오." 베르타 아줌마는 거위를 안고 빠른 걸음으로 저택을 떠났습니다. 거위는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아줌마의 힘센 팔을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거위는 농장에 돌아온 뒤, 우리에 처박혀서 멍하게 지냈습니다. 그르그르 보는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사람을 찾습니다'에서 보를 비열한 거위 도둑으로 몰았기 때문입니다. 거위는 누렁이, 바닷새 그리고 보가 자꾸만 생각났습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베르타 아줌마도 싫었습니다. 거위는 점점 허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위를 진찰한 수의사가 말했습니다. "우울증에 걸렸군요. 하고 싶은 대로하도록 놔두세요. 살고자 하는 의욕이 없어요." 그날 베르타 아줌마는 눈물을 머금고 거위를 농장 밖에 내놓았습니다. 거위는 발을 질질 끌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 버렸습니다.



다음 날 그르그르 보는 빨간 나비 농장에 전화를 걸어, 거위가 저택에 있으니 와서 데리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풀이 죽은 목소리로 베르타 아줌마는 거위를 저택에서 살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보는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데리고 가세요! 또 다시 이런 음모에 휘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이건 음모가 아니에요. 거위는 농장으로 돌아온 뒤에는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어요. 거위가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니까,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제가 당신의 프로그램에 나가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겠어요." 다음 날 그르그르 보는 다시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베르타 아줌마와 거위도 나왔습니다. 베르타 아줌마는 보가 거위 도둑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날, 보의 프로그램은 시청률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날부터 보는 거위를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누렁이와 바닷새도 거위가 기운을 차리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모두의 정성 덕분에 거위는 하루하루 생기를 되찾아 갔습니다. 무엇보다도 보의 곁에 돌아왔다는 것이 거위에게는 가장 커다란 힘이 되었지요.



보는 거위가 외롭지 않도록 거위의 짝으로 순하고 사랑스러운 수컷 거위 한 마리를 사 왔습니다. 거위는 그 낯선 거위가 왜 저택에 왔는지 알고는 몹시 서운했습니다. 보가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거위가 속상하듯, 거위가 다른 거위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보도 속상해할 거라고 믿었거든요. 누렁이와 바닷새도 거위에게 짝이 생긴 것을 축하했습니다. '도대체 왜 다들 내 삶을 결정하려고 하지? 난 지금 아주 행복한데. 하지만 언젠가 버림받을까봐 두렵기도 해. 저 수컷 거위는 착할지도 몰라.'수컷 거위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었지요. 거위는 수컷 거위에 대해 조금씩 알아 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수컷 거위만의 매력과 열정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더 이상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거위는 고민했습니다. 수컷 거위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수컷 거위는 평범한 삶에 만족했고, 거위는 평범한 삶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거위의 솔직한 생각을 들은 수컷 거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새끼 거위들을 낳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당신이 특별하다는 걸 알게 될 거요. 누렁이, 바닷새 그리고 나도 당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소?" "나는 다른 이들이 이야기할 만한 삶을 살고 싶단 말이에요. 난 누구의 거위도 아닌 특별한 거위가 되고 싶어요." "당신과 나는 서로 길이 다르다는 걸 알겠소." 거위는 마음이 아팠지만,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여기에서 그만둘 수는 없어. 나의 이야기, 나의 이름도 없이 죽는다는 건 말도 안 돼.' 수컷 거위는 불행하고, 침울한 모습으로 보의 저택을 떠났습니다.



거위는 목소리를 더욱 다듬고 연습해서 짧은 노래들을 지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거위의 노래를 들은 보는 거위를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해 주었습니다. 제작팀은 거위를 주인공으로 한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거위에게 푸프라는 이름도 붙여주었습니다. 푸프의 모험 이야기는 책으로 출간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푸프는 아주 유명해졌지만, 자신의 재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그즈음 베르타 아줌마는 카왁엘리 씨의 아이들에게 『푸프』라는 책을 읽어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거위는 내 거위였어." 이 말을 누렁이가 들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이제 그 거위는 우리 모두의 거위야." 바닷새는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난 이제 푸프를 더욱 사랑해. 이제 푸프는 그 누구의 거위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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