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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호수의 비밀

조선희 지음 | 샘터
달 호수의 비밀 - 러시아 옛 이야기



깊고 깊은 산 속에 호수가 있었습니다. 그곳은 너무나 깊어 항상 밤이었는데, 오직 호수만이 투명하게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가끔 달이 땅으로 내려와 차가운 호수에서 목욕을 한 뒤 몸을 흔들면 보석과 금과 은이 호숫가에 마구 떨어진다고들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달 호수'라 불렀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호수를 찾아 나섰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양을 치는 노인 한 사람만이 그곳을 알고 있었는데, 그는 외딴 산속에서 손자 보르카와 둘이 양을 치며 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그 호수가 어디 있는지 말할 수 없었습니다. 노인은 한 해 한 해 늙어만 갔습니다. '진작 손자에게 달 호수 가는 길을 알려 줄 걸 그랬어.'라고 할아버지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보르카를 그곳에 데려가기에 너무 늙고 약했습니다. 결국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보르카는 혼자 남아서 양들을 돌봐야 했지만 만족했습니다. 양젖도 충분했고 양파, 마늘, 야채들도 혼자서 밭에다 심었습니다. 맛있는 산나물도 지천으로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르카가 저녁이 되어 양 떼를 몰고 돌아와 보니 양 한 마리가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보르카는 빵과 치즈와 양파 몇 개를 싸들고 잃어버린 양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보르카가 아주 깊은 골짜기에 도착했을 때, 절벽 아래로 찬란한 호수가 보였고, 호숫가에는 양 한 마리가 소년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보르카가 호숫가에 도착했을 때 달이 떠올랐고, 호숫가에는 수많은 보석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보르카는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커다란 돌들을 골라 자루에 가득 담았습니다. '이 돌들을 읍내에 내다 팔면 새 담요랑 새 옷이랑 소금도 많이 살 수 있을 거야.' 보르카가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그래, 여기에서 살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하고 누군가가 말을 건넸습니다.



보르카가 주위를 둘러보니 아름다운 은빛 여우 한 마리가 뒤에 있었습니다. 여우는 보르카에게 먹을 것이 있는지 물었고, 보르카는 싸 온 음식을 기꺼이 내 주었습니다. 여우는 음식을 허겁지겁 몽땅 먹어 치우고는 보르카에게 말했습니다. "보답으로 소중한 비밀을 너에게 알려 줄게. 해가 중천에 뜨면 태양빛에 반사된 보석들 때문에 눈이 부셔서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으니, 해가 뜨기 전에 얼른 이 호수를 떠나야 해." 보르카는 해가 뜨기 전에 양과 함께 오두막에 도착했습니다.



이튿날, 보르카는 읍내 장터에 나가서 호숫가에서 주워 온 보석들을 팔고 있는데, 곧 왕의 병사들이 오더니 그를 왕궁으로 데려갔습니다. 왕은 양치기 소년에게 그런 비싼 보석들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물었습니다. 보르카는 사실대로 말했으나, 그 말을 믿지 않은 왕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보르카를 죽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보르카는 왕과 신하들을 그 호숫가로 안내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계곡에 도착했을 때, 마침 달이 떠올랐고 호숫가는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왕과 신하들은 호숫가의 보석들을 보자마자 허둥지둥 자루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때 보르카는 여우의 충고가 떠올라 해가 뜨기 전에 그 곳을 떠나야 한다고 왕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왕은 들은 척도 않고 계속 보석만 주웠습니다. 그래서 보르카는 할 수 없이 혼자 호숫가를 떠났습니다. 이윽고 해가 뜨자 왕과 신하들은 보석 때문에 눈이 부셔 보석을 담은 자루들을 둘러메고 허둥지둥 길을 찾아 헤매다가 모두 깊은 계곡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 후, 보르카는 또 한 번 달 호수에서 아름다운 보석을 몇 개 주워 와서 양들의 목에 보석 목걸이를 달아 주었습니다. 빛나는 보석 덕분에 보르카는 밤에도 양들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보석들은 창문턱에 올려놓았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그 보석들이 찬란하게 빛나서 친구가 된 은빛 여우는 멀리서도 보르카의 오두막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노인들을 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 - 불가리아 옛 이야기



옛날, 옛날 어느 왕국에 한 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왕은 왕국 안의 노인들을 모두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 늙은 노인들은 이 왕국에 조금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노인이 된 왕의 아버지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아들에게 말했지만, 왕은 아버지의 충고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늙은 부모를 살해하지 않는 자는 목이 잘릴 것이다! 그의 자손들은 왕궁에서 추방되고 집은 불 살려질 것이다!"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노인들을 살해했습니다. 그러나 한 덕망 높은 신하는 사랑하는 자기 아버지를 도저히 살해할 수가 없어서 자기 집 아래 지하실을 파고, 그곳에 아버지를 숨겼습니다.



나라 안에 노인들이 사라진 후 어느 날, 왕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네가 남겨 놓은 젊은 백성들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지 알고 싶지 않느냐?" 왕은 고심 끝에 젊은 신하들을 모두 불러놓고 말했습니다. "내일 동이 틀 때, 그대들 모두 입궁해서 나에게 모래로 새끼줄 엮는 방법을 알려 주도록 하게." 신하들은 그렇게 어려운 과제의 해결 방법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몰라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중 자기 아버지를 지하실에 숨긴 신하는 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오늘 왕은 신하들에게 내일 모두 궁으로 와서 모래로 새끼줄 엮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명하셨어요. 이제 우리 젊은이들도 왕의 손에 처형될 것이 분명해요." 그때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걱정 말아라, 아들아. 내일 임금님께 네가 모래로 새끼를 다 꼴 때까지 모래의 한 끝을 잡아 주시라고만 말하면 된단다."

다음 날 아침, 궁에는 왕의 어진 신하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모두들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아버지를 숨긴 인품 높은 신하가 왕에게 말했습니다. "임금님께서 모래의 한쪽 끝을 잡아 주시면 그때 저는 이쪽 끝에서부터 새끼줄을 꼬겠습니다." 모래를 이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왕은 그의 대답이 매우 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왕은 자기의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보셨지요. 젊은 사람들 중에도 제가 왕국을 잘 다스리게 도와줄 총명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요! 노인들 없이도 이 세상은 잘살 수 있어요." 왕의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시름에 빠져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젊은이들은 쉬운 것들만 좋아해서 밭 가는 일, 가축 기르는 일을 그만 두었습니다. 백성들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고, 곡식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그것을 모조리 끓여 먹어 논밭에 뿌릴 씨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는 다시 나라 안의 어진 신하들을 모두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그대들에게 곡식의 씨를 구할 수 있는 일주일의 시간을 주겠다." 하지만 모두 어디서 곡식을 찾아야 할지 몰랐습니다. 왕이 정한 일주일은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아버지를 숨긴 신하는 마지막 날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아버지를 찾았습니다. 파종 씨를 구하지 못해 신하들이 모두 처형될 것이라는 아들의 말을 듣자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들아, 왕에게 가서 나라 안 모든 백성에게 개미굴을 파라는 명령을 내리라고 하여라. 개미굴 안에는 개미들이 옮겨 놓은 곡식과 파종할 씨앗들이 있을 거다." 아들은 매우 기뻐하며 곧장 궁으로 들어갔습니다. 궁에서는 신하들이 아무도 파종할 씨를 구해 오지 못하자, 왕이 병정들에게 당장 신하들의 목을 칠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아버지를 숨기고 있던 신하가 소리쳤습니다. "임금님, 개미굴 속에서 우리는 곡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노여움을 풀고 그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야. 이제까지 자네가 내게 해 준 그 올바른 답들은 자네 혼자서 풀었는가, 아니면 누가 알려 주었나?" "임금님,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임금님은 분명 저를 처형하실 겁니다." 왕이 어떤 사실을 말해도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자, 그가 말했습니다. "저는 임금님 몰래 아버지를 지하 깊숙한 곳에 숨기고 지금까지 정성껏 섬겼습니다. 사실은 저의 아버지가 그 동안 모든 물음에 대한 해답을 주셨습니다." 이 신하의 말을 들은 왕은 새로운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제부터, 노인들을 살해하지 말 것이며, 노인들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노인의 지혜는 왕국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까!"

눈송이 - 유고슬라비아 옛 이야기



아주 오랜 옛날, 한 시골 마을에 마리와 이반이라는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매우 행복했지만 단 한 가지 소원을 이루지 못했는데, 그 소원은 바로 아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추운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여러 날 계속해서 눈이 내리는 바람에 마을의 집들은 눈 속에 쌓였습니다. 이반이 마리에게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마리도 좋아했습니다. 둘은 온 힘을 다해서 눈덩이를 굴리고 또 굴려 팔, 다리, 머리가 있는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마리는 눈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매우 다정스럽게 뺨을 쓰다듬었습니다. 마리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차가운 입김이 느껴졌습니다. 마리와 이반이 깜짝 놀라 그 눈 아이를 바라보았을 때, 입술이 천천히 붉어지고 엷은 미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마리는 "신이 우리에게 선물을 보내셨나 봐요."라고 외치며 "이 아이는 우리 딸이에요. '눈송이'라고 이름 지어요!" 마리는 눈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얼싸안았습니다. 그 순간 눈 아이의 몸에 붙어 있던 눈이 떨어져 내리고 매끈하고 보드라운 피부가 나타났습니다. 마리는 매우 기뻐하며 눈송이를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명랑하고 구김살이 없는 눈송이는 쓸쓸했던 집안에 웃음을 가져왔습니다. 눈송이는 매우 상냥하고 착했으며 영리했습니다. 그러나 눈송이의 뺨은 항상 창백했습니다. 그 사실이 마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근심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아이들은 넓은 초원에서 노래하며 춤췄지만 눈송이는 조용히 창밖만 바라다볼 뿐이었습니다. 마리는 그것이 안쓰러워 눈송이를 품에 안고 물었습니다. "얘야, 어디가 아프니? 나가서 봄맞이를 하지 않고 왜 집 안에 들어 앉아 있니?" 그러나 눈송이는 단지 한숨만을 쉬면서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엄마, 전 괜찮아요." 눈송이는 점점 더 시무룩해졌고 친구들이 햇볕 아래서 노는 동안 그늘만을 찾아다녔습니다. 눈송이는 이제 낮에는 전혀 외출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여름이 왔습니다. 소녀들은 눈송이에게 함께 나가 놀자고 졸라댔습니다. 눈송이는 망설였지만 친구들은 눈송이의 팔을 억지로 끌어내어 데리고 나갔습니다. 마리는 눈송이에게 말했습니다. "숲 속의 축제를 즐기렴. 그러나 조심해야 해." 소녀들은 춤을 추며 나무들 사이로 걸어갔습니다. 어두워지자 그들은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눈송이 너도 우리처럼 해 봐. 준비 뜀을 한 다음에 불꽃 위로 높이 뛰는 거야." 하나, 둘 모두들 소리를 지르며 불꽃 위를 뛰어 넘었습니다. 눈송이가 뛸 차례가 되었습니다. "하나, 둘……!" 어둠 속에서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그때 한 소녀가 외쳤습니다. "눈송이는 어디 있지?" 그들은 눈송이를 찾아 다녔지만 눈송이는 전혀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마을로 와 보았지만 눈송이는 집에도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며칠 동안 눈송이를 찾아 헤맸습니다. 마리와 이반은 포기하지 않고 눈송이를 계속해서 찾아다녔습니다. 마리는 쉬지 않고 눈송이를 불렀습니다. 눈송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소녀가 불꽃에 다가갔을 때, 소녀는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잔잔한 안개로 남겨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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