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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노래를 불러라

에스메이 라지 코델 지음 | 세용
달걀 방범대원



먼저 우리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시절에 엄마는 다리를 건너온 다음에 그 다리를 불태워 버리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일을 두려움 없이 해치워 버렸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엄마는 종업원의 일을 그만두면서 벽에다 케첩 병을 집어던져 박살을 내 버렸다. "돈은 쥐꼬리만큼 조금 주면서 일을 호되게 시키더니만 아, 글쎄 일을 점점 더 하게 하지 뭐니." 라고 투덜거리면서. 어머니는 평생토록 죽어라 열심히 일했다.

시카고에서 내가 살았던 지역은 옛날 옛적에는 환상적인 동네였다. 하지만 내가 자랄 무렵에는 대개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다. 그래도 엄마는 절대로'가난'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어느 여름 날 밤 11시쯤 되었을까. 나는 엄마와 함께 우리 집 발코니에 서 있었다. 그런데 반짝반짝 빛나는 빨간색 재규어(고급 차의 일종) 한 대가 거리 저편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우리 아파트 옆에 있는 저소득층 임대아파트 앞에 있는 소화전 옆에 멈췄다. 차에서 한 남자가 내리더니 길 건너편에 있는 고급 아파트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엄마가 나지막이 말했다. "저런 재수 없는 놈. 소화전 옆에 주차해 놓다니 완전 재수 없는 놈." "저 반짝거리는 차 좀 봐. 저 사람 부자겠지?" "칫! 물론 부자지! 빈털터리가 저런 곳에 주차하는 거 봤어?" 그 때 경찰차가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차는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 그 재규어를 그대로 지나쳤다. "봤니? 봤어?" 엄마가 비웃듯이 말했다. "저런 사람은 딱지도 안 떼인다니까. 완전 제 세상이지, 뭐."



잠시 후 엄마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손에는 달걀 꾸러미가 하나 들려 있었다. "엄마! 정말 이럴 거야?" 엄마는 태연히 말했다. "자, 저 차 앞 유리창에 던져 봐!" 나는 빙긋 웃음을 띠었다. '좋아, 어차피 재수 없는 놈인데, 뭘.' "넌 할 수 있어." 엄마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말했다. 우리는 거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해." 엄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팔을 뒤로 젖혔다가 달걀을 하늘 높이 던졌다. 달걀이 철퍼덕 하는 소리를 내며 자동차 후드 위에 떨어졌다. "좋았어. 약간 빗나갔지만." 엄마는 내게 달걀 하나를 더 건네주며 덧붙여 말했다. "조금만 더 왼쪽으로 겨냥하면 되겠다." 나는 다시 한 번 던졌다. 철퍼덕. 달걀은 차의 앞 유리창에 정통으로 터졌다. "이야!" "명중이다!" 엄마는 내 목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우린 동네 자율 방범대원이야."



우리는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 죄지은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나도 그래. 그래도 재미있지 않았니? 걱정 마. 내일이면 더 이상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엄마?" "응?" "내가 나중에 우리 아이들과 달걀을 던질 때는, 던지고 나서 깨끗하게 치워 놓을 거야." "아이고, 착한 내 새끼."









색다른 학교생활



이제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우리 부모님은 학교 교육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님은 나를 하루라도 더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썼다. 내가 학교에 가야 할 나이가 되자, 부모님은 나를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학교에 보내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내가 다닌 학교 학생들의 나이는 일곱 살에서 열일곱 살까지였다. 교실에는 출석부라는 것이 없었고, 책상 대신 소파가 놓여 있었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 그날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의 참가 신청서에 이름을 적은 다음 그 활동에 참석하기만 하면 되었다. 누구나 공부해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수학과 독서 수업이 약간 있기는 했지만, 수업은 대부분 롤러스케이팅이나 디스코 추기, 꼭두각시 인형 만들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학교는 아주 재미있는 곳이었고, 다른 곳에서라면 배우지 못할 것을 그 곳에서 배울 수 있었지만, 좀 너무하다 싶은 경우도 있기는 했다. 어느 여자 애는 쥐를 애완용 동물로 길렀는데, 어른들은 왜 그런 동물을 학교에 데려오는 걸 허락해 주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한 번도 선생님 말에 토를 달거나 말대꾸를 하지 않고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선생님들은 그에 대해서 별 말 없이 그냥 넘기고 지내다가 가끔 아이들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거나 심지어 아이를 때리는 경우가 생겼다. 나는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와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부모님이 오늘 하루 어땠느냐고 물어 보면 그냥 "평소 때와 같았어."라고 대답하거나 '선택 시간'에 내가 쓴 글을 보여 주거나 하고는 지나갔다.



그러다 학교 수업료를 내기가 어려워지자, 동생과 나는 학교에 안 가고 집에 있게 되었다. 한동안 집에서 공부를 하던 기간이 지나자, 엄마와 아빠는 나를 보낼 또 다른 사립학교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나를 동네에 있는 공립학교에 보냈다. 그 학교에는 남학생용 화장실과 여학생용 화장실이 따로 있었다. 담임선생님인 슐츠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책상과 책을 내어 주었다. 나는 여자아이들 사이에 앉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이름도 아멜리아, 루비, 조세피나 등 예쁜 이름이었다. 점심시간에는 급식 줄을 서자 급식을 나누어 주는 아주머니가 식판 위에 따뜻한 스파게티에 치즈와 초콜릿 우유 하나를 놓아주었다. 여자 애 몇 명이 내가 새로 온 전학생이라고 나에게 과자를 주었다. 나는 내가 죽어서 천국에 와 있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모님은 학교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배움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았다. 특히 음악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였다. 아빠와 함께 노래하는 일 외에 내가 좋아하던 일은 레코드판을 듣는 일이었다. 레코드판은 둥글고 평편하고 음악이 녹음되어 있다는 점에서 요즘의 CD와 같지만, CD보다 더 크고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까만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나는 음악을 아주 좋아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악기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 집 바로 아래층 집이 피아노 레슨을 하는 집이었다. 아빠는 월요일마다 나에게 5달러와 악보책, 메트로놈을 건네주었고, 나는 꼼짝없이 그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려야 했다. 그러면 일주일 중에서 가장 지루한 30분이 시작되는 거였다.



피아노 선생님 이름은 마리아였는데, 먼저 그 날 배울 곡을 시범을 보여 주었는데,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참~치 고기, 참~치 고기, 참~치 고기 노래를 불러라! 정~말 맛있어! 너~도 좋아 나~도 좋아 모~두 좋아해." 내 작은 비밀 한 가지는 일 년 동안이나 피아노 레슨을 받았지만, 악보를 하나도 볼 줄 몰랐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냥 마리아 선생님의 손놀림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내 차례가 오면 선생님의 손동작을 따라서 방금 들은 가락을 쳤고, 가끔 악보를 쳐다봐서 지금 악보를 보면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는 시늉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랑엔 전문가가 없어



다음으로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혹시 여러분이 앞으로 결혼하게 될 배우자 이름의 첫머리에 오는 글자를 알고 싶다면, 그걸 알아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알파벳을 외우면서 줄넘기를 하다가 줄넘기가 발에 걸릴 그 때 해당되는 알파벳으로 알아내는 방법이다. 다음으로는 알파벳을 외우면서 사과 꼭지를 돌리다가 꼭지가 떨어져 나가는 그 순간에 해당하는 알파벳으로 아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장래의 신부나 신랑의 이름의 첫머리에 오는 글자를 알겠다고 굳이 이런 고생까지 해야 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정작 중요한 점이라면 앞으로 결혼하게 될 그 누군가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여러분을 사랑하겠다는 약속이다. 다음은 내가 여러분 나이였을 때 사랑에 대해 알고 있던 내용이다.



어느 날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텔레비전 9번 채널에서 영화'폭풍의 언덕'을 해 주었다. 그 영화에서는 주인공 어른 남녀가 함께 보낼 시간이 적다고 비탄에 잠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아주 감상적이었다. 한 가지 멋진 장면은 여자가 남자 친구의 이름을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하고 불렀는데, 무슨 전화를 건 것도 아닌데 남자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소리를 듣는 부분이었다. 나는 과학에 대해서는 별로 많이 알지 못했지만,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이야기하려면 뭔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휴대전화는 아직 발명되기 전이었다. 그러다가 나는'사랑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 들은 기억이 났다. 그러고 나니 뭔가 정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한다면, 그게 일종의 전기장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 말을 대기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 가설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우리 반에 얼마 전에 새로 전학 온 에릭 포스넛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갈색 머리는 하도 길고 부드러워서 이마로 내려온 앞머리를 입으로 후, 하고 불어 넘기기도 했다. 그 애가 얼마나 잘 생겼던지 나는 그 애가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일 위험에 빠진다면, 내가 몸을 던져서 그 아이를 밀치고 대신 차에 치이는 장면을 상상하기까지 했다. 그럼 그 아이가 만신창이가 된 나를 팔에 안아 들고 '아, 에스메이, 어떻게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난 널 사랑해. 에스메이.' 하겠지. 하지만 내가 그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아니, 이미 때가 늦었을 것이다. 이건 그 애가 과학 실험의 대상자니까 그냥 한 번 생각해 본 것이지 뭐 다른 뜻은 없었다.



나는 부모님이 잠든 사이에 현관 밖으로 나가 꽤 센 바람이 불어오자 모든 사랑의 힘을 동원하여 이렇게 속삭였다. "에릭 포스넛, 사랑해!" 좀 더 크게 말할 걸 그랬나? 나는 한 번 더, 이번에는 좀 더 용감하게 외쳤다. "에릭 포스넛, 사랑해!" 그리고 만일에 대비해 "난 에스메이야!"라고 덧붙인 뒤 또 한 참을 기다렸다. 나는 잠옷 바람으로 벌벌 떨며 팔짱을 끼고 무려 한 시간 가까이나 현관 앞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매정하고 남 생각할 줄 모르는 애가 있다니!

다음 날 학교에 가자 에릭 포스넛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머리를 훅 불어 뒤로 넘기고 있었다. 이제는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무정하고 냉정한 행동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간밤에 둘 사이에 그런 깊은 사연이 있었는데도! 에릭은 정말 내 마음 속을 폭풍이 치는 언덕으로 만들어 놓은 셈이었다. 다음 날 밤, 나는 또 현관으로 나가 소리쳤다. "에릭 포스넛, 이 망할 놈아! 잘 먹고 잘살아라!" 그 아이가 전학을 가자 나는 속이 다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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