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질서 시간
실비 보시에 지음 | 푸른숲
1장 하늘에서 온 시간
한낮의 주인, 태양태양은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립니다. 태양은 매일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는데, 눈에 보이는 대로 믿어 왔던 사람들은 지구는 움직이지 않고,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개념은 '우주는 신이 창조하신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라고 생각한 서양의 크리스트교 교리와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렸어요. 16세기에 폴란드의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으며, 심지어는 지구가 자전을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어요. 이제 우리는 태양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지축을 중심으로 자전을 하면서 태양 빛에 자신의 얼굴을 구석구석 비추는 것이 바로 지구라는 사실도요.
왜 지역에 따라 계절이 다를까?같은 날이라도 북반구와 남반구는 계절이 같지 않습니다. 북반구가 여름에 접어들면, 남반구는 서서히 겨울로 들어섭니다. 왜 계절이 생기며, 지역에 따라 계절이 다를까요?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면서, 동시에 타원 모양의 궤도를 따라서 태양 주위를 도는데, 지구는 달과 태양이 끌어당기는 중력의 힘 때문에 자전축이 약 23.5도로 기울어 있습니다. 약간 기운 상태로 태양 둘레를 돌다 보니, 태양이 어느 곳을 정면으로 비추느냐에 따라 지역마다 받는 태양 빛의 양이 다르지요. 낮의 길이와 온도도 다릅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계절이 생겨요.
시간에 처음과 끝이 있을까?많은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어떤 공간과 시간 속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공간과 시간은 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때지만 19세기는 존재했다고 믿는 것 처럼요. 하지만 20세기에 물리학의 혁명을 일으킨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물질과 다름없다고 말해요. 즉, 물질의 운동 상태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변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일 누군가가 우주의 역사를 처음부터 다시 쓴다면, 맨 처음 우주는 상상할 수 없이 큰 밀도를 가진 매우 작은 점 속에 담길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 작은 점이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다면, 우주 전체의 부피는 이전보다 훨씬 커질 것입니다. 이를 대폭발설, 혹은 빅뱅설이라고도 해요.
대폭발은 지금으로부터 약 150억 년 전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약 100억 년 후, 태양과 그 위성들 그리고 지구가 탄생했다고 하지요. 대폭발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우주가 탄생하면서 시간과 공간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주의 팽창은 끝도 없이 지속될까요? 어떤 천문학자들은 언젠가 우주를 팽창시키는 에너지가 고갈될 거라고 말합니다. 결국 시간과 공간이 처음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주는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한 점으로 남겠지요. 이를 대붕괴, 혹은 빅크런치라고 해요. 현재로서는 시간의 처음과 끝에 대해서 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대폭발설과 대붕괴 현상 또한 하나의 이론에 불과하지요. 시간의 기원과 미래를 알기 위한 학자들의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2장 시계, 시간을 담다
자연의 시간을 잴 수 있을까?아주 먼 옛날에는 태양과 달과 별들이 바로 시계였습니다. 즉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해 시간을 알 수 있었지요. 하지만 하늘에 걸린 이 큰 시계들은 읽기 쉬운 것도, 늘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중국인, 이집트 인, 그리스 인, 로마 인 들은 좀 더 쉽고 편하게 시간을 잴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었습니다. 우선 태양의 움직임을 보고 시간을 재는 해시계를 만들었는데, 해시계는 태양이 빛나는 동안에만 쓸 수 있었고, 도시마다 위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시각이라도 태양의 위치가 조금 달랐어요. 또 태양이 지거나 구름 뒤로 숨을 때 쓸 수 있는 물시계도 만들었지요. 물시계에는 해시계가 갖지 못한 장점들이 있습니다. 이동하기 쉽고 밤에도 시각을 알려 주지요. 하지만 물이 흐르는 성질을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 물이 얼면 시간도 따라 멈추고 말았고, 물이 항상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기 때문에 물시계를 만드는 일은 까다로웠어요.
괘종시계에서 진자시계까지14세기, 도시들이 점점 커지고 상업이 발달하면서 정확하고 정밀한 시계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광장에 탑시계를 세우고, 대성당 꼭대기에 괘종시계를 설치했지요. 그 시계들은 시간을 알리는 일뿐만 아니라 장식적인 역할도 했습니다. 뒤이어 3세기가 흐르는 동안, 더 아름답고 정확한 시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은 점점 커졌어요. 추가 달린 괘종시계는 점점 아름다워졌고, 몸에 지닐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회중시계도 발명되었어요. 그리고 17세기에는 모든 것이 변했어요. 이탈리아의 학자 갈릴레이가 발견한 진자의 법칙이 시계를 만드는 데 활용되었거든요. 하지만 진자시계의 원리를 실용화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크리스티안 하위헌스예요. 그는 시계의 혁명을 가져왔어요. 그는 세계 최초의 진자시계를 만들었고, 이때부터 글자판에 분침과 초침이 생겼어요. 조금 지나서 하위헌스는 회중시계의 동력 장치인 태엽을 발명했지요.
도시마다 다른 시간19세기,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가 생기면서 여러 지역의 시간을 통일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참고로 당시에는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을 기준으로 지역마다 다른 시간 체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84년에 워싱턴에서 국제 천문학자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남북으로 통과하는 선을 기준으로 삼기로 하고, 지구 한 바퀴인 360도를 15도씩 나누어 24개의 경선을 그렸습니다. 그 경선을 기준으로 각 나라나 각 지방에서 쓰는 시각을 '표준시'로 정했지요. 하나의 경선에서 또 다른 경선으로 옮아가는 데 한 시간이 걸리며, 햇빛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그리니치 천문대를 비추려면 24시간이 걸리지요. 그래서 그 기준선을 지나면 날짜가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한복판에 있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날짜가 바뀌면 불편할 거라 생각해, 그 180도 반대쪽에 있는 태평양을 지나는 선을 날짜 변경선으로 정했습니다.
3장 달력, 내가 서 있는 위치
시간 위에서 내 자리를 찾다시간은 미로와 닮아 있습니다. 여러분은 머릿속으로 시간을 산책할 수 있어요. 예로 달력 덕분에 여러분은 생일이나 약속 같은 중요한 일정을 구체적인 날짜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한편 오랜 시간에 걸쳐 수백여 개의 다양한 달력이 만들어졌습니다. 로마에서 생각해 낸 달력도 있고, 아메리카나 인도, 아프리카에서 만든 달력도 있어요. 수많은 달력은 모두 사람들 사이의 '약속'을 거쳐 정해집니다. 인간은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생활하기 때문에, 약속을 통해 정한 시간이 자연의 변화와 맞지 않으면 불편하겠지요. 그래서 천체의 여러 현상을 통해 일, 월, 년의 개념을 정했습니다.
한편 서양에서는 대부분 태양을 기준으로 날짜를 셌고, 동양에서는 달이 찼다가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는 역법을 태양력이라고 하고, 달이 차고 기욺을 기준으로 하는 역법을 태음력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태양력과 태음력을 절충하여 만든 역법을 태음태양력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문자와 달력 덕분에, 문명이 '역사'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사건들의 날짜를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고, 다른 사건들을 이 사건들과 관련지어 배치할 수 있게 되면서 여러 사건의 흔적을 통해 문명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로마인들의 품에서 태어난 오늘날의 달력오래전부터 로마의 제사장들은 여러 가지 사건을 순서대로 정리하기 위해 달력을 만들었는데, 1년을 355일로 계산했기에 약 365.25일을 단위로 하는 계절 주기와 차이가 생겼지요. 그래서 카이사르는 로마 제국의 시간을 표준화할 달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클레오파트라가 천문학자 소시게네스를 카이사르에게 보내 달력 만드는 일을 돕게 했지요. 소시게네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집트력을 참고해 로마의 역법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이집트력에서 1년은 365일입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는 약 365.25일이랍니다. 그러니까 해마다 0.25일, 즉 여섯 시간씩 늘어나면 4년 후에는 하루라는 시간이 남아돌겠지요. 그래서 4년마다 가장 짧은 달인 2월에 하루를 더하여 여섯 시간이라는 시간차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1년이 366일인 해를 윤년이라고 하지요. 카이사르는 제사장들에게 새로 만든 달력을 사용하라고 명령했고, 사람들은 새로운 달력 체계를 카이사르의 이름인'율리우스'를 붙여'율리우스력'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소시게네스가 만든 달력이 자연의 변화에 꼭 들어맞지는 않았습니다. 한 해는 지구의 공전 주기인데, 이는 365.25일이 아니라 약 365.2422일이거든요. 0.078일, 즉 11분 정도의 오차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서 계절의 시간은 달력 속 시간보다 더 느리게 흘렀지요.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는 율리우스력을 계절의 변화에 맞게 재정비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레고리력'이라고 부르는 오늘날의 달력이에요. 영국은 1752년에, 러시아는 1918년에야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여, 점점 벌어져 계절의 변화와 일치하지 않는 시차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레고리력은 전 세계에서 표준 달력으로 쓰여요.
중국인의 달력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나라를 유지하던 중국에서는, 국가의 지시를 받은 관료들이 치밀하고 꼼꼼하게 천체의 움직임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일정한 하늘의 규칙을 발견하였고, 불운이나 행운을 점치는 데도 그 규칙을 이용했습니다. 중국력은 왕조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매번 개혁이 시도되었는데, 역법의 기본적인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시간이 영원히 되풀이된다고 생각한 중국인들의 시간 개념은 '육십갑자'라는 체계를 탄생시켰습니다. 육십갑자는 수를 세는 10개의 천간과 동물 이름으로 된 12개의 지지를 짝 지어 만듭니다. 10과 12의 최소공배수가 60이므로, 보통 60년을 주기로 순환하지요. 또한 중국인들은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를 잇는 선처럼 직선적으로 흐른다는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왕위에 오른 군주는 자신의 소망을 담은 특정한 이름인 연호를 짓고, 그 이름에 숫자를 붙여 해를 표기했어요.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달력 체계를 받아들여 그대로 쓰거나, 혹은 현실에 맞게 고쳐서 썼지요.
4장 우리가 만드는 시간
생물학적 시간에 매인 인간의 몸여기에 마흔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은 그를 보고 젊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그 사람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은 그가 늙었다고 생각하겠지요. 어찌 되었든, 사람의 나이가 거대한 복합체인 몸을 다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몸 안에 동일한 리듬을 갖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편 인간은 옛날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오래 산다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기쁜 건 아닙니다. 예로 서양에서는 늙는 것이 아프리카에서와는 달리 지혜의 동의어가 아니라 신체적인 노화와 사회의 짐이 되는 것을 의미해요. 아무튼 늙는 것은 병이 아니고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나이 드는 것을 멈추게 할 유전적인, 생물학적인 발자취를 찾았다고 해도 누구든 죽음을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구를 생각하면 다행이지요. 세상이 사람들로 넘쳐 나는데, 아무도 죽지 않고 사람이 계속 늘기만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현재란 여러분이 살고 있는 순간을 말합니다. 현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있어야 하며 '지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의식이 있어야만 하지요. 예를 들어,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이 문장을 읽고 있습니다. 조금 전 앞 문장을 읽던 순간은 과거가 되고 말아요. 그래서 현재는 붙잡기 어렵지요. 그러면 생겨나자마자 과거에 잡아먹히는 현재라는 순간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요? 현재를 산다는 것, 그것은 현재 속으로 푹 들어가는 거예요. 진정으로 현재 속에 푹 잠기기 위해서는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아야 하지요.
시간으로 이루어진 존재 음표들이 열 지어 있다고 음악이 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순간들 또한 연속성 있는 일정한 기간 안에서만 의미를 갖습니다. 경험이나 욕구들이 반영된 개인의 일정 기간 안에서 말이에요. 따라서 시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즉 시간은 여러분 마음속에 존재하고, 이 시간은 여러분의 인격을 구성하는 한 요소예요. 20세기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에 따르면, 우리가 살아온 시간은 시계 속에서 똑딱거리며 흐르는 시간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이 시계 속의 시간으로는 공간, 즉 글자판 위에서 긴바늘과 짧은바늘이 규칙적으로 지나간 궤적을 계산할 수 있을 뿐이에요.
아무튼 여러분은 태어난 이후로 줄곧 감각과 추억의 형태로 기억하는 시간과 함께 앞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내부의 시간은 끝없이 늘어나는,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삶을 만들어 내는 감정의 선들로 연결돼 있어요. 만일 여러분이 조금 전의 한순간과 같은 순간 앞에 놓이게 된다고 해도 그 사이에 흐른 일정한 시간은 반복되지 않습니다. 이미 겪은 감정들이 여러분을 변화시켜 여러분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