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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들은 알까, 모를까?

박상규 지음 | 산하
피라미들은 알까, 모를까?

무척 더운 여름날입니다. 영택이와 우석이, 성춘이는 시냇가로 나갔습니다. 시냇가는 조용했습니다. 물이 참 맑아 물속이 환히 들여다보였습니다. 물속은 물고기들 세상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게 피라미입니다. "와, 피라미들이 참 많다." "잡아서 매운탕 끓여 먹을까?" 우석이와 성춘이는 떼 지어 노는 피라미를 보며 신나게 떠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택이가 불쑥 말했습니다. "저 예쁜 고기를 어떻게 잡아먹니?" "우리가 안 잡으면, 다른 사람들이 다 잡아 갈 거야." "빨리 집에 가서 족대를 가지고 오자." "그래." 이렇게 말하며 우석이와 성춘이는 족대를 가지러 집에 갔습니다. 영택이는 혼자 남았습니다.

영택이는 옷을 벗고 시냇물로 들어갔습니다. 피라미들은 영택이의 몸을 툭툭 건드렸습니다. 영택이는 금세 친구가 된 듯 피라미들이 정답게 느껴졌습니다. 우석이가 족대를 둘둘 말아 어깨에 메고 왔습니다. 성춘이는 고기를 담을 양동이를 들고 왔습니다. 우석이는 족대를 펼쳐 들고 피라미 떼를 쫓아다녔습니다. 성춘이와 영택이는 그 뒤를 따라다니며 양동이 안에 잡은 고기를 담았습니다. 피라미들이 좁은 양동이 속에서 펄떡펄떡 뛰었습니다. 그것을 보니 영택이는 피라미들을 살려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구, 무거워. 영택아, 네가 좀 들어라." 양동이를 든 성춘이가 영택이에게 말했습니다. 영택이는 피라미가 든 양동이를 받아 들었습니다. 물 반 피라미 반인 양동이는 무척 무거웠습니다.

"집에 가면 엄마 아빠가 좋아하시겠지?" "매운탕 끓여 먹으면 맛있겠다." 우석이와 성춘이는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택이는 좁은 양동이 속에서 펄떡이는 피라미들이 자꾸 가엾게 여겨졌습니다. "아이구, 발이야." 영택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물속에서 넘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들고 있던 양동이도 쏟아져 버렸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우석이와 성춘이가 놀라서 말했습니다. "뭔가에 발이 찔린 거 같아." "괜찮아? 다치지는 않았어? 그런데 여태껏 잡은 피라미들을 다 놓치고 말았잖아?" "미안해." "오늘 매운탕 먹기는 다 틀려 버렸네." 우석이와 성춘이는 애써 잡은 피라미를 모두 놓쳐서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영택이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했습니다. 그런데 피라미들은 영택이가 넘어진 이유를 알까요, 모를까요?

꿩 알을 들고 산으로 간 아이들

추석이 다가올 무렵이면 사람들은 벌초를 하느라고 바빠집니다. 경식이네도 묘에 난 풀을 베려고 모두 고향에 내려왔습니다. 조상들의 산소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비탈에는 벌써 친척들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벌초하는 날 이렇게 모이니, 모두 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술을 건네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무덤가에서 장난치고 뛰어 노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제 벌초를 시작해 볼까?" 가장 큰 할아버지가 맨 위에 자리 잡은 산소부터 하나하나 가리키며 순서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경식이 아버지가 예초기를 등에 맸습니다. 다른 어른들은 갈퀴를 잡았고, 아이들은 삼태기를 들었습니다. 예초기에 발동이 걸리고, 칼날이 바람개비처럼 돌았습니다. 어른들이 깎아 놓은 풀을 갈퀴로 긁어모았습니다. 아이들은 삼태기에 풀을 담아 산소 가에서 멀찍이 치웠습니다.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모두 즐거워 보였습니다. 이제 벌초할 산소가 하나만 남았습니다. 모두들 포위 작전이라도 하듯 풀을 깎으며 산소 가로 모여들었습니다. 마치 헬리콥터가 날아가기라도 하는 듯 사방이 예초기 소리로 요란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풀숲에서 푸드덕하고 새 한 마리가 날아오르는 겁니다. "꿩이다!" 경식이 아버지가 예초기를 멈췄습니다. "근처에 혹시 꿩 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저씨 한 분이 꿩이 날아간 풀숲을 조심스럽게 더듬었습니다. "야, 꿩 알이다." "정말 꿩 알이 있네." 아저씨가 헤쳐 보인 풀 속에는 예쁜 꿩 알이 열 개나 있었습니다. "꿩 알이 따끈따끈하네." "여태껏 엄마 꿩이 품고 있었나 보군." "집에 가져가 삶아 먹을까?" "그거 좋겠네." 갑작스런 횡재에 어른들은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어른들은 꿩 알들을 조심스럽게 비닐봉지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게 왠지 못마땅했습니다.

벌초를 끝낸 다음, 사람들은 산 아래에 있는 친척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꿩 알 봉지를 든 아저씨가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주머니, 이 꿩 알 좀 삶아 주세요." 아주머니는 꿩 알 봉지를 한쪽에다 놓고, 냄비에다 물 끓일 준비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예쁜 꿩 알들을 삶아서 먹으려는 어른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은 꿩 알을 잃어버린 엄마 꿩이 걱정되었습니다. "엄마 꿩이 알을 좀 더 품으면, 꿩 새끼가 나올지도 몰라." "예초기 소리가 그렇게 시끄러웠는데도, 엄마 꿩은 계속 알을 품고 있었어." "지금쯤 엄마 꿩은 얼마나 슬플까?" "저 꿩 알들을 엄마 꿩하고 같이 살게 해 줄까?" "그러면 좋겠다." "그래그래. 우리가 저 꿩 알들을 구해서 산에 다시 놓아 주자." 아이들은 마당 한쪽 구석에서 어떻게 할지 소곤댔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먼저 아이 셋이 부엌에 들어갔습니다. "물 좀 주세요." 아주머니는 컵에 시원한 물을 따라 쟁반에 받쳐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인사를 하며 쟁반을 받는가 싶었는데, 순간 쟁반이 기우뚱했습니다. 그리고 유리잔들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아니, 이를 어째! 다치지 않았니?" "죄송해요. 손이 미끄러졌나 봐요."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던 아주머니는 깨진 유리 조각을 줍고, 쏟아진 물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사이를 틈타 다른 아이들 몇이 구석에 있는 꿩 알 봉지를 들고 살짝 밖으로 나왔습니다.

"빨리 산으로 가자." "그래. 엄마 꿩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겠다." 아이들은 꿩 알들이 든 봉지를 조심스레 안고 산으로 달려갔습니다. "꿔어어잉." 가까운 곳에서 꿩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알을 찾는 엄마 꿩 울음소리가 아닐까?" "그럴 거야." "어디다 놓아야 엄마 꿩이 빨리 찾을까?" "그냥 잘 보이게 저쪽 풀숲에다 놓자. 그러면 엄마 꿩이 알 냄새를 맡고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은 꿩 알들을 산소 뒤쪽 풀숲에다 놓았습니다. "엄마 꿩아, 여기에 꿩 알 있다. 빨리 품어서 아기 꿩이 태어나게 해라." 아이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꿔어어잉." 아이들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꿩이 산속에서 크게 울었습니다.

세발자전거와 엄마의 벌

돌이는 엄마와 함께 외갓집에 놀러갔습니다. 외갓집에는 예전에 사촌형이 타고 놀던 세발자전거가 있었습니다. 녹이 슬긴 했지만, 돌이는 외갓집에 있는 동안 맘껏 그 세발자전거를 탔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날 아침이었습니다. "엄마, 이 자전거 집에 가져가면 안 돼?" "글쎄다. 이걸 어떻게 가지고 갈까?" "엄마가 들고 가면 되잖아." "엄마가 들고 가기에는 좀 무거워." 돌이는 계속 울면서 떼를 썼어요. "우는 걸 무기로 엄마에게 떼를 쓰면 안 되지?" "무기가 뭔데?" "남에게 겁을 줘서 억지로 뭘 하도록 만드는 거야. 총이나 칼처럼 말이야." "야, 신난다. 엄마에게 겁을 주려면, 우는 무기를 쓰면 되겠네." "……." 엄마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습니다.

결국 엄마는 힘들게 세발자전거를 들고 집으로 가야 했습니다. 무거워서 쉬었다 가다 쉬었다 가다 하는 엄마에게 돌이는 슬며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엄마, 많이 무거워?" "무거워도 할 수 없지. 우리 아들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벌은 받아야지." "엄마가 내 엄마니까, 내가 울면 꼼짝 못하고 벌을 받는 거야?" "그래." "와, 재밌다." "뭐? 재밌다고?" 돌이는 엄마도 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런 돌이를 보니 엄마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돌이에게 제대로 해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지요.

돌이네는 시내에서 좀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서 삽니다. 돌이는 친구들 앞에서 보란 듯이 세발자전거를 탔습니다. 아이들은 부러운 듯 돌이를 바라보았어요. "돌이야, 나 자전거 좀 타자." "나도, 나도 좀 타자." 아이들은 돌이한테 사정했습니다. "자전거 타고 싶으면 한 줄로 서서 기다려." 아이들은 꼼짝 못 하고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순이도 줄에 서 있었습니다. "순이야, 너는 저리 비켜. 저번에 내가 과자 좀 달라고 했을 때 안 줬잖아. 그러니까 자전거 안 태워 줄 거야." "아앙." 순이는 울면서 집으로 들어가서 엄마에게 세발자전거를 사 달라고 계속 떼를 썼습니다.

다음 날, 순이는 새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마당을 달렸습니다. 순이도 엄마에게 우는 것을 무기로 쓴 모양입니다. 아이들이 모두 순이한테 몰려왔습니다. 돌이도 순이의 새 자전거를 타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녹슨 세발자전거를 타고 혼자서 아파트를 빙빙 돌았습니다. 그 때, 돌이는 아파트 입구 쪽에서 걸어오는 엄마를 보았습니다. 어디를 갔다 오는지 다른 엄마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자기 엄마를 보고 달려갔습니다. "엄마, 나 세발자전거 사 줘." 아이들은 엄마를 붙잡고 울며 떼를 썼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은 모두 새 세발자전거를 한 대씩 갖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파트 마당은 갑자기 새로 산 세발자전거 경기장이 된 것 같았어요. 녹슬고 찌그러진 세발자전거를 탄 사람은 돌이뿐이었습니다. 돌이는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 나 새 세발자전거 사 줘. 다른 아이들은 모두 새 자전거를 타는데, 나만 헌 자전거야. 엄마, 나 엄마 아들이지?" "그래, 엄마 아들이다." "그럼 새 자전거 사 줘." "……."엄마는 돌이의 억지소리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오후, 엄마는 시내에 가서 새 세발자전거를 샀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생활비를 털어 산 것입니다. 돌이도 이제 새 세발자전거를 타고 놉니다. 돌이는 무척 신 나 했습니다. 아직 일곱 살밖에 안 돼서 엄마의 마음을 잘 모르는 탓이겠지요. 돌이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얼마나 더 자라야 할까요?

할머니의 사랑

영주네는 지은 지 오래된 연립주택에서 삽니다. 이곳 연립주택 단지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모두들 가난하지만, 사이좋게 살아갑니다. 영주도 할머니와 함께 삽니다. 영주는 할머니를 참 좋아합니다. 할머니는 잔돈이라도 생기면, 영주에게 과자 사먹으라며 주시고,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에도 빼놓지 않고 영주에게 맛있는 걸 갖다 주십니다. 영주는 그럴 때마다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작은아버지네 가족이 왔습니다. 할머니는 작은어머니 품에 안긴 갓난아기를 받아 안고 어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머니, 시골에서 손자도 봐 주시면서 저희와 함께 사는 건 어떠세요?" "어머니, 그렇게 하세요." "……."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의 말에 할머니는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난 여기서 영주와 사는 것이 좋아. 이 연립주택에 사는 할머니들하고도 친하고." "어머니, 사실 요즘 농사일이 많이 바빠요. 어머니가 오셔서 아기도 봐 주면서 함께 사시면 어떨까요?" "……." "할머니, 가지 마세요. 여기서 저하고 같이 살아요." 영주는 할머니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얼마 뒤, 할머니는 시골에 가서 살기로 하셨습니다. 영주 할머니가 시골로 떠난다는 소식이 연립주택에 퍼졌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할머니가 따나는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연립주택에 사는 할머니들은 집 앞 등나무 그늘 아래에 자주 모입니다. 거기서 채소를 다듬거나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그러면 어머니들이 할머니들께 간식거리를 갖다 드릴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철수 어머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과 만두를 담아 왔습니다. "영주 할머니, 많이 드세요. 시골 가시면 자주 못 뵙겠네요." "철수 엄마, 그동안 참 고마웠어요." 영주 할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다른 할머니들도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던 영주도 할머니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나왔습니다.

문득, 할머니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손자와 손녀를 생각하고 너도나도 찐빵과 만두를 하나씩 챙겼습니다. 어느새 할머니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났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도 슬그머니 자기 할머니 뒤를 따라갔습니다. 할머니들은 갖고 온 찐빵과 만두를 손자들에게 먹였습니다. 정신없이 먹는 손자들 모습을 보며 할머니들은 흐뭇해했습니다. 한편 영주는 미끄럼틀 아래에 앉아 있었습니다. "영주야, 배고프지? 이것 좀 먹어 보렴." 영주는 할머니 얼굴을 보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영주는 뒤따라 들어온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며칠 뒤, 할머니는 시골로 떠나셨습니다. 할머니가 없는 집은 텅 빈 것 같았습니다. 영주는 할머니가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등나무 그늘 아래에는 여전히 할머니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요. '우리 할머니도 저기에 계셨는데…….' 할머니가 안 계시니, 영주는 놀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순덕이 어머니가 할머니들에게 과자를 갖다 주었습니다. 할머니들은 오늘도 손자들 준다고 과자를 조금씩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영주는 할머니를 따라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냥 그네에 앉아 있었습니다. 영주는 이제 따라갈 할머니가 없었으니까요. 영주는 자기 할머니가 갖다 준 과자를 먹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어느새 영주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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