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곰을 지켜라
김남중 지음 | 우리교육
동물원에서 만난 아이 / 자연의 친구 / 마이클 오
선생님이 낯선 아이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왔다. "새로 전학 온 친구다. 이름은 김강수,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서 말을 못하니까 너희들이 많이 도와줘야겠다. 송우림! 강수네 집이 너희 동네다. 며칠 동안 안내 좀 부탁하마." 우림이는 강수가 처음 보는 애 같지 않았는데, 강수의 가방에 그려진 반달곰을 보고서야 얼마 전 동물원에서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수업이 끝나고 우림이는 강수와 함께 집으로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강수도 우림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강수는 수첩에 글씨를 써 대답했다. 우림이네 아파트 단지는 꼭지산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강수는 우림이네 맞은편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강수가 자기 집에 놀러 가자고 해서 우림이는 강수를 따라갔다.
강수는 삼촌과 같이 사는데 삼촌이 자연의 친구라는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강수가 방에서 검은색 나팔을 들고 나오더니 나팔 끝에 이어진 전깃줄을 컴퓨터에 연결하고 숨을 불어넣자, 나팔에서 여자애 목소리가 나왔다. "내 말나팔이야. 우리 삼촌이 만들어 줬어." "너희 삼촌,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강수의 삼촌이 다니는 자연의 친구는 90여 개 국가에 지사를 둔 거대한 기업이었다. 주로 애완동물과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종합 회사였다. 자연의 친구에서 파는 애완동물은 성격이 온순했고 기르기 쉬웠다. 원하는 동물의 생김새, 성격, 수명, 식성 따위를 골라 예약하면 주문한 그대로의 동물을 받을 수 있어서, 자연의 친구는 인기였다.
어느 날 자연의 친구 한국지사의 기획회의가 열렸다. 사장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번 회의 결과에 따라 여러 사람 목이 달아날 수도 있소. 각 팀별로 중요한 부분만 보고하시오." 조류 팀, 어류 팀에 이어 포유류 팀 박 부장이 말했다. "저희 포유류 팀에서는 애완동물 신상품보다 곰 통역기 출시로 매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합니다." 이어 김명석 주임이 일어나서 곰 통역기 개발 이유와 '행복한 곰 만들기' 계획에 관한 설명을 했고, 사장이 말했다. "김 주임. 개인적으로 이런 연구를 하다니, 훌륭해. 잠시 이야기 좀 하지. 내 사무실로 와요."
촉망받는 과학자에서 유능한 기업 경영자로 변신한 마이클 오 사장은 연구, 기획, 마케팅 등 회사 전체를 꿰뚫고 있었다. 사장이 명석에게 말했다. "애완동물 시장은 아주 넓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사귀느라 힘을 들이기보다는 간편하게 돈을 주고 애완동물을 사는 쪽을 더 편하게 느끼거든. 자네 곰을 좋아하지? 계속 곰을 연구할 건가?" "네." "특별한 이유가 있나?" 8년 전에 명석은 오소리 부대에서 군복무 중에 도토리골로 훈련을 나갔다가 숲 속에서 아주 작은 곰을 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작아서 혼자 주먹곰이라고 이름 붙여 기억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사장에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사장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자네는 그 곰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싶은 거지? 그렇게만 된다면 학계에 난리가 나겠군 그래. 자네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내가 생각을 좀 해 보지." 명석이 멍한 얼굴로 사장실을 나간 후, 사장이 비서를 불러 지시했다. "기획실장 들어오라고 해요. 미뤄 둔 방송 지원 자료 가지고. 아, 그리고 자료 관리 담당에게 오 피디란 사람에 대해 조사해 오라고 해요." "네, 사장님." 사장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뜻밖의 기회가 생겼군. 주먹곰이라……."
참고로 강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자동차 사고로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었다고 했다. 목을 다쳐 말을 못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강수는 줄곧 삼촌과 살고 있다고 했다. 창밖에 푸릇푸릇한 꼭지산이 보였다. "강수야, 산에 갈래? 꼭지산 말이야." "산 좋아하니?" "응." 둘은 꼭지산으로 출발했으나 도무지 등산로를 찾을 수 없었다. 팽팽한 철조망이 산기슭에 둘러쳐져 있었고, '사유지이므로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써 놓은 나무판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강수와 우림이는 한참을 헤매다 철조망 아래에 틈을 찾아 허리를 굽혀 철조망을 지났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더 이상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꼭지산의 노인들
우림이와 강수는 어두워진 숲 속을 헤매다가 작은 통나무집을 발견했는데, 인기척을 듣고 턱수염을 기른 노인이 걸어 나왔다. "웬 애들이냐?" "길을 잃었어요, 할아버지." "길을 잃었다고? 꼭지산에는 애초에 길이 없는걸." "예?"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판도 못 읽었느냐? 너희들, 자연의 친구에서 보냈느냐?" "우린 그냥 산에 놀러 왔다가 길을 잃었어요." 그때 작업복을 입은 노인이 또 한 사람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우림이가 얼마 전에 갔던 동물원의 곰 사육사였다. 두 노인은 조그맣게 얘기를 주고받더니 사육사가 말했다. "놈들이 무슨 꿍꿍이를 부리는 게야? 어린애들을 들여보내다니. 내가 산 아래까지 데려다 주마. 몰래 들어온 건 잘못이야." 우림이와 강수가 노인들을 따라 산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시커먼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두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장, 여기서 결정을 하지. 도장 찍고 남은 인생 편히 살다 갈 건지. 오늘 아예 곡소리를 듣든지." 사육사가 대답했다. "이 돈에 눈이 먼 놈들아!" 숲 속에 비명 소리,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때 손전등 불빛이 나타났다. "우림아! 어디 있니!" "강수야! 김강수!" 두 아이는 불빛을 향해 달렸다.
비밀 계획 / 모험이 시작되다
명석이 회사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강수가 없어서 경비실로 달려갔더니, 우림이 아버지, 어머니도 나와 있었는데, 경비원이 말하는 우림이와 같이 걸어갔다는 여자 애의 생김새를 들은 명석은 강수가 우림이와 함께 산에 갔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경찰에 연락하고 꼭지산으로 갔는데, 하나밖에 없는 꼭지산 출입문에 도착하니 우림이와 강수가 달려 나왔던 것이다. 구급차가 숲 속에 쓰러져 있는 노인들을 병원으로 옮겼는데, 명석은 수염 노인이 쓰러지기 전에 외쳤던 말의 뜻이 궁금했다. "자연의 친구 놈들, 죽어도 꼭지산은 못 내준다." 다음 날 명석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꼭지산의 노인 형제는 예전에 주인으로 모셨던 사람한테 절대로 팔지 말라는 유언과 함께 산을 물려받았고, 자연의 친구는 꼭지산을 세계 최초의 자연테마 공원으로 조성하려고 계획 중이라는 것이었다. 오후에 명석은 출장 명령을 받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출장이기에 관리팀에서 회사 신용 카드와 사장 직통 전용 전화기까지 내 주었다. 집에 와서 명석이 강수에게 출장 계획을 알렸더니, 강수가 혼자 있기 싫다고 떼를 써서 할 수 없이 강원도 출장에 강수는 물론 우림이까지 데려가기로 했다.
강원도로 가는 길은 멀었다. 우림이가 탄 사륜 구동 차 뒤로 방송국 직원들이 탄 차와, 자연의 친구 직원들이 탄 검은 지프, 짐을 가득 실은 트럭 세 대가 줄줄이 따라왔다. 오 피디는 한껏 들떠 있었다. 자연의 친구에 방송 제작 지원 신청을 한 지 1년도 넘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연의 친구에서 답이 왔고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할 테니 3주 후에는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원 조건으로 자연의 친구도 자체 조사 활동을 벌인다고 했지만,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그런 건 백 번이라도 괜찮았다. 가다 보니 길 옆 빈 터에 군인들이 탄 군용 트럭이 서 있었고, 한 군인이 걸어오더니 인사를 했다.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소리 부대 정지국 상사입니다." 정 상사가 오 피디와 농담을 주고받더니 군용 트럭에 올라탔다. 산 중턱에서 차들이 멈추었고, 오 피디와 정 상사의 지휘 하에 곧 천막이 쳐졌다. 각 팀은 필요한 장비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방송국 오 피디와 자연의 친구 임 팀장 사이에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수색 작전
숲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다들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방송국 사람들은 동물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을 찾아 나뭇가지 사이에 무선 카메라를 달았다. 자연의 친구 천막 앞에서는 명석과 임 팀장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선 안 돼요. 야생 동물이 죽을지도 몰라요." "야생 동물? 몇 놈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여기 들어간 돈이 얼만데?" 명석은 몸 속에 전파 발신기를 넣은 흰쥐 수천 마리를 숲 속에 뿌린다는 계획을 듣자 마치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우린 철저하게 회사를 위해 움직여야 해. 흰쥐 작전이 실패하면 다음은 동전만 한 센서 지뢰 수만 개를 동물들 길에 뿌리고, 그래도 안 되면 최신 군사용 인공위성을 동원해서 이 지역을 확인하게 되지. 이미 미국 본사로부터 승인과 협조를 얻어 놓은 상태야. 너 같은 병아리가 뭐라고 해서 바뀔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알았나?" 임 팀장 일행은 많은 수의 흰쥐들을 숲 속에 풀었고, 무선 카메라와 전파수신기가 부착된 올빼미 여섯 마리도 산 속 이곳저곳에 갖다 놓았다.
한편 지난 일주일 동안 강수와 우림이는 숲 속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수상한 구멍을 찾아냈다. 예전에 군인들이 사용했던 벙커였는데, 둘은 그 벙커를 둘만의 비밀 본부로 정해 놓았다. 한편 모니터 화면을 지켜보던 오 피디가 전자장치가 부착된 올빼미와 흰쥐를 발견하고 자연의 친구 측의 의도(주먹곰을 잡으려는)를 파악하고는 임 팀장과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오 피디도 주먹 곰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뒤에서 그 장면을 본 우림이와 강수는 주먹곰을 어른들보다 먼저 찾아내기 위해 벙커로 올라갔다. 강수는 곰 통역기를 꺼내 우림이와 함께 곰 소리를 연습했다.
숲 속의 파티 / 주먹곰이다 / 주먹곰은 왜 주먹곰인가
우림이와 강수는 계속 곰 목소리를 연습하고 있는데 드디어 주먹곰들이 나타났고, 아이들은 주먹곰과 대화를 시도했다. 한편 방송국 사람들과 군부대 사람들을 회유하기 위해 고기를 구워 점심을 대접하고 있던 임 팀장은 그 장면을 카메라로 보고 즉시 아이들의 벙커로 출동했다. 주먹곰을 잡으려는 임 팀장 일행과 곧이어 도착한 방송국 사람들과 군부대 사람들 간에 심한 충돌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아이들이 주먹곰들과 대화를 하여 다음과 같은 주먹 곰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수십 년 전에 인간들이 산 속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일 때, 그 와중에 쫓겨다니던 할머니 곰들이 낳은 새끼들이 아주 작은 '변한 곰'이 되어 버렸고, 다시는 커다란 곰은 태어나지 않았는데, 그 변한 곰들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다시 큰 곰이 되라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유언을 가슴에 새기며 지금까지 힘겹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먹곰의 사연을 들은 뒤에도 임 팀장 일행은 주먹곰을 잡으려고 갖은 수단을 썼고, 그들을 막으려는 방송국, 군부대와의 싸움으로 소란한 틈에 주먹곰들은 도망가 버렸다. 그런데 소동에 놀라 천막으로 돌아온 명석과 아이들은 놀랍게도 강수의 가방에 숨어 있는 주먹곰들을 발견했다.
탈출 / 꼭지산이 위험하다 / 잘 자, 주먹곰
현장 보고를 받은 사장으로부터 명석에게로 전화를 했는데, 사장은 명석이 회사의 일에 비협조적이었다는 것을 질책하며 아이들을 이용해서라도 주먹곰을 꼭 잡을 것을 명령했고, 조건으로 명석의 최고대우와 함께 강수를 미국으로 데려가서 목소리를 되찾는 수술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고민하던 명석은 강수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강수는 친구인 주먹 곰을 목소리 때문에 팔아 넘길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수의 말에 다시 마음을 굳힌 명석과 강수, 우림은 주먹곰을 탈출시키기 위해 임 팀장 일행을 피해 험한 산을 뛰고, 목숨을 걸고 급류를 타고, 넘어지고 다치면서도 무사히 산을 빠져나왔다. 그 후 세 사람은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꼭지산까지 가서 수염 노인의 집으로 찾아가 주먹 곰들이 꼭지산에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꼭지산이 강제로 국가에 팔리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당분간만 주먹곰들을 맡기기로 했다. 한편 명석과 강수가 집으로 돌아오자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체 모를 남자들에게 납치될 위기에 처했는데, 우림이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구조되었다. 그러나 피해자 진술 때문에 명석이 경찰서로 갔더니 뜻밖에 자연의 친구가 명석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명석을 조사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경찰서 조사실로 찾아온 사장은 명석에게 주먹곰을 내놓으면 원하는 건 다 해 주겠다고 했고, 말을 안 들으면 감옥에 쳐 넣겠다고 협박하고 돌아갔다. 그러고 나자 오 피디가 명석을 찾아와서 명석과 뭔가를 열심히 의논하고 돌아가더니 곧 TV에서 긴급방송이 나왔다. '슬픈 주먹곰'이라는 제목으로 주먹 곰의 모습이 방송되었고, 이로 인해 선수를 뺏긴 자연의 친구 마이클 오 사장은 사장 자리에서 쫓겨났으며, 주먹곰은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며칠 후 오 피디가 명석의 집에 찾아왔다. 함께 자연의 친구와 맞서는 동안 오 피디와 명석은 형제처럼 친해졌다. 오 피디가 강수와 우림이를 방송에 내보내자고 했고 명석은 거절했다. 그러자 오 피디는 "자연의 친구에서 주먹곰을 아주 포기한 줄 알아?"라고 물었다. "어떻게 하자는 건데요?"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생긴 꿈이 하나 있어. 바로 영구 자연림을 만드는 거야." 우림이가 물었다. "영구 자연림이 뭔데요?" "꼭 필요한 연구 인원이 들어가는 것 빼고는 영구히 출입도 개발도 금지된 숲이지. 사람들이 주먹 곰을 가만히 놔둘 것 같아? 그럴 바에야 우리가 먼저 선수를 치자. 일단은 꼭지산을 영구 자연림으로 만들고 주먹곰이 살게 한 다음, 더 큰 산과 숲을 영구 자연림으로 만들 수 있게 우리가 준비를 하면 되잖아. 천천히." 강수가 말나팔을 불었다. "삼촌, 저는 오 피디 아저씨 생각이 좋아요. 해 봐요, 우리." 우림이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사람 때문에 주먹곰이 생겼으니까 사람이 해결해 줘야 돼요." 명석이 말했다. "해 봅시다. 주먹곰 홈페이지를 만들고 서명 운동을 받는 게 어때요? 환경 단체들에게도 힘을 모아 달라고 하고." 다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강수와 우림이가 방송에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강수가 말나팔을 들고 주먹곰을 위해 꼭지산을 영구 자연림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고, 방송을 본 사람들은 바로 '주먹곰 지키기, 꼭지산 지키기 운동'을 시작했다. 명석도 날마다 강연을 나가 '주먹곰 지키기, 꼭지산 지키기 운동'을 잊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또 강수와 우림이는 '초등학생 주먹곰 지키기 모임'을 만들어 꼭지산에 수상한 사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감시했다. 운동은 대성공이었다. 수염 노인과 사육사 할아버지가 방송에 나와 영구 자연림을 만든다면, 아무 조건 없이 돈도 받지 않고 꼭지산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약속했고, 정부는 꼭지산을 영구 자연림으로 공식 선포했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꼭지산 어귀에 있는 주먹 곰 보호 본부 안이 시끄러워졌다. 여기저기 전화 소리가 요란했고 전광판을 확인하러 뛰어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주먹곰들이 둘씩 짝을 지어 굴 안에서 자고 있었는데, 모니터에 「곰, 3」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명석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기 곰입니다." 사람들이 환성을 질렀다. 명석은 우림이와 강수를 데리고 본부를 빠져나왔다. 강수가 수화를 했다. 「다른 집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 넓고 편안한 집을 말이에요.」 명석이 오 피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꼭지산 다음을 위해 이제껏 조용히 준비해 온 일을 시작할 때였다. 즉 주먹곰뿐 아니라 멸종해 가는 동물들, 식물들이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힘껏 살아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할 때 인 것이다. 주먹곰이 꼭지산에 들어간 지 3년 5개월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