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찾기 전쟁
로버트 킴멜 스미스 지음 | 푸른숲
시작 / 어둡지 않은 방 / 비참한 저녁 식사시간 / 이런저런 내 물건들
무시무시한 한밤중의 공포
제니퍼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내가 오빠가 모르는 비밀을 말해 줄까? 할아버지에 대한 거야.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잭 할아버지가 플로리다에 혼자 사는 게 너무너무 외로워서, 집을 팔고 우리랑 살러 온대." 난 정말 기뻤다. "그런데 오빤 할아버지가 어느 방에서 살 거라고 생각해?" "몰라. 아마 삼층 손님방이겠지." "아니야. 그 방엔 오빠가 가게 될 거야." "내가!" 난 내 방을 사랑한다! 난 평생 이 방에서 살았다. 평생 같은 방에서 살았다면, 그 방은 바로 그 사람의 방이다. 나는 다른 방에서는 절대 살고 싶지 않다.
그날 밤 저녁을 먹을 때 엄마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얘들아, 할아버지가 우리랑 살게 될 거야." 제니퍼가 신나서 말했다. "할아버지한테 발레 하는 걸 보여 드려도 돼요?" 아빠가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할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야. 피터는 왜 말이 없니?" 내가 대답했다. "할아버진 어디서 지내실 거예요? 손님방에서요?" 아빠가 한숨 같은 걸 내쉬며 대답했다. "아니, 피터. 할아버지는 다리가 아프셔서 삼층까지 오르내리시기가 힘들어. 우리도 할아버지가 어디서 지내는 게 좋을지 많이 생각해 봤는데, 피터, 네 방밖에 없어."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엄마가 나를 구슬렸다. "네가 삼층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줄게. 혹시 아니, 거기서 지내는 게 더 재미있을지?" 난 소리쳤다. "절대 그럴 리 없어요." 하지만 내 말이 먹힐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후 아빠는 내 물건들을 삼층 맨 꼭대기에 있는 손님방으로 옮기고, 손님방에 있던 살림살이는 모두 다 내 방으로 옮기고서 내게 물었다. "괜찮니, 피터? 곧 이 방에 익숙해질 거야. 어른이 되는 건 쉽지 않아.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여긴 정말, 맘에 안 들어요." "아빠도 알아. 하지만 피터, 네가 싫어한다는 걸 할아버지가 아시면 절대 안 된다. 할아버진 이미 충분히 괴로우셨잖니." 난 멋진 내 방을 빼앗겨서 무척 화가 났을 뿐 아니라, 손님방에서 잠을 자는 게 조금 무서웠다. 삼층 복도는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난 내 새 방으로 뛰어가서는 잽싸게 문을 쾅 닫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진짜 내 것을 되찾기 위해 싸울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싸워야 하지?
잭 할아버지 / 얼간이들만 넋을 놓고 있는다
내가 꼬맹이였을 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주 가까이 살아서 거의 주말마다 우리 집에 와서 나랑 놀아 주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할머니가 폐기종이라는 병에 걸려 숨쉬기가 매우 힘들어 지셨다.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는 따뜻한 플로리다로 이사를 갔고, 두 분을 정말 사랑했던 나는 몹시 슬펐다. 그 뒤로 우리는 크리스마스 휴가 때면 플로리다로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났다. 그 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구두나 장갑처럼 완벽한 한 쌍이었는데, 이제 할아버지만 남았다. 할아버지가 오시는 날 아빠가 공항으로 나가 할아버지를 집으로 모셔 왔다. "피터, 너 정말 완두콩처럼 쑥쑥 자랐구나." 할아버지가 날 보고 웃는데, 눈가에 작은 주름이 졌다. 나도 할아버지에게 웃어 보였다. 난 짐 옮기는 아빠를 도와 집 안으로 들어서다가, 전보다 훨씬 더 심하게 다리를 저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은퇴할 때까지 집을 짓는 건축 일을 했는데, 몇 년 전에 큰 나무가 할아버지 위로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크게 다쳤다. 우리는 다 함께 집 안으로 짐을 옮기고 나서, 할아버지를 방에서 쉬게 해 드렸다. 나는 자러 가려다가 부엌에서 엄마가 할아버지가 생기라곤 전혀 없다고 아빠에게 걱정하는 걸 들었다. 난 내 방으로 올라가면서 엄마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할아버지는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 처음 두 주 동안 집 밖 길모퉁이까지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그냥 앉아 있기만 했다.
친구들의 작은 도움 / 다락방의 한 줄기 빛 / 전쟁을 선포하다
전쟁도 손바닥을 마주쳐야 일어난다
스티브, 빌리, 나 우리 셋은 유치원 때부터 죽 친구였다. 어느 날 스티브네 집에서 리스크 게임을 하던 중 빌리가 말했다. "나 같으면 누구한테도 내 방을 뺏기지 않을 거야." 스티브도 말했다. "왜 그렇게 어리석어? 너 부당하게 취급당해도 가만히 있는 애였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칼을 들고 결투라도 하라는 거야, 할아버지랑?" 그러자 스티브가 거의 혼잣말하듯 "게릴라 전쟁. 네가 덫에 갇혀서 다른 방법이 없을 땐 네 정체를 숨겨야 해. 방법은 그것뿐이야"라고 말했다. 그날 밤 난 침대에 누워서 스티브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터무니없는 말처럼 들렸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윽고 난 혁명 시대에 싸웠던 사람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총을 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때 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또렷이 떠올렸다.
난 할아버지에게 보낼 쪽지를 썼다. '전쟁 선포! 당신은 내 방을 빼앗아 갔으니 그것을 내게 돌려주길 바란다. 하루 안에 안 돌려주면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난 끝에 '비밀 용사'라고 썼다. 그리고 아래에 추신을 덧붙였다. '추신 : 이 전쟁은 할아버지와 나, 둘만의 일이니 절대 엄마 아빠한테 말하면 안 돼요. 만약 말할 경우 다시는 할아버지랑 말하지 않을 거예요.' 난 저녁에 할아버지가 거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을 때, 몰래 할아버지 방으로 들어가서 쪽지를 베개 위에 내려놓았다. 오늘 밤 할아버지가 쪽지를 읽으면 틀림없이 우리 둘 사이에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그날부터 며칠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몹시 두렵고 걱정이 됐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 기회를 보다가 할아버지가 담배를 사러 간다기에 따라가서 물었다. "저한테 할 말 없어요? 최근에 쪽지 같은 걸 읽고 말하고 싶은 거 없었나요?" "읽은 건 신문뿐이야." 적은 나를 완전히 무시했다.
한 밤중의 공격 / 첫 번째 평화 회담 / 슬리퍼 사건 / 심리전 / 강타
난 그날 밤 또 쪽지를 썼다. '다른 사람의 방을 훔친 사람은 한밤중에 편히 잠을 자서는 안 된다. 내 방을 포기하면 전쟁이 끝날 것이다. - 비밀 용사' 심장이 가슴속에서 쿵쾅쿵쾅 방망이질을 해댔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할아버지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내 방을 되찾으려면, 전쟁을 해야 했다. 난 또 옛날 내 방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주무시고 계셨다. 난 서랍장 꼭대기에 있는 시계를 집어 들어 알람 바늘을 돌려 정각 세 시에 맞추고는, 다시 있던 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시계 앞에 쪽지를 올려놓고서, 잽싸게 방에서 나와 삼층으로 올라가 침대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난 거의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새벽 세 시에 이층 할아버지 방에서 알람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후 방문이 확 열리더니 할아버지가 다가와 속삭였다. "안 자는 거 다 안다. 비밀 용사 피터 씨. 난 이런 식으로 장난치는 사람은 안 좋아해." "장난이 아니라 전쟁이에요. 할아버지가 저한테서 빼앗아 간 걸 되찾고 싶어요." "난 아무것도 빼앗지 않았다. 네 부모가 네 방을 내게 준 거지. 이제 그만 자라. 내일 이야기하자." 할아버지는 방을 나갔다.
며칠 후 두 번째 공격으로, 난 할아버지의 슬리퍼를 훔쳤지만, 할아버지는 금방 찾아냈고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기만 하셨다. 다음 날 스티브와 빌리에게 나의 공격에 대해서 얘기했더니, 둘 다 할아버지가 심리전을 벌이는 거라며 내가 전쟁에서 질 거라고 했다. 오후에 할아버지가 산책을 하자며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휴전 깃발을 세운 거예요?" "이건 전쟁이 아니야. 의견이 안 맞는 것이지. 그리고 꼭 전쟁을 벌여야 할 때는 누군가가 널 공격했을 때야." "이건 전쟁이에요. 할아버지가 이사 와서 내 영토를 빼앗았잖아요, 할아버지는 내 적이에요. 마치 군인처럼 행진해 와서 날 밖으로 뻥 차 버린……." 찰싹! 할아버지의 오른손이 내 뺨을 세게 내리쳤다. "왜 때려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전쟁은 고통을 줘. 바보들만 전쟁을 하는 거야." "이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지금부터 우리는 진짜 전쟁을 하는 거예요." 난 홱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다.
비열한 속임수 / 그리고 비열한 말 / 흔들리는 손잡이 / 낚시 여행 / 적극적으로 임하다
그동안 난 친구들의 조언을 너무 귀담아들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친구들에게 시시콜콜 들려주었지만, 스티브와 빌리가 모노폴리 게임을 하러 우리 집에 왔을 때, 할아버지에게 따귀를 맞은 일은 입도 뻥긋 안 했다. 그런데 친구들과 함께 게임 도구 상자의 뚜껑을 열었을 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모노폴리 게임 판만 상자 안에 있었고, 돈, 놀이 기구, 집, 땅 모두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쪽지 한 장만 달랑 있었다. '그 게임은 둘이서 할 수 있지만 너는 지금 당장 이 게임을 할 수가 없다.' 그 아래에 '지혜로운 노인'이라는 사인이 있었다. 스티브가 말했다. "잘된 건지도 몰라. 드디어 피터가 할아버지를 전쟁에 끌어들인 거야.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하면 돼." 내가 물었다. "어떻게?" 빌리가 말했다. "할아버지 속옷을 태워 버려!" 내가 말했다. "그건 못해. 친구들이 아무리 날 겁쟁이라고 놀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어."
난 그 다음 날 방과 후에야 비로소 할아버지와 단둘이 말할 기회를 얻었다.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할아버지는 삼층 내 방에서 헐거워진 흔들의자 팔걸이를 고치고 있었다. "모노폴리 게임 도구를 어떻게 했어요? 이제는 돌려줄 거죠?"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안 돼. 평화 협정을 맺으면 바로 돌려줄 거다." "할아버지가 내 방을 포기하기 전에는 절대 평화 협정 같은 건 안 맺어요. 이 일은 꼭 되갚아 주겠어요. 비밀 용사가 또 공격할 거예요." "이것 좀 봐라, 피터 도령." 할아버지는 흔들의자 팔걸이를 망치질 세 번으로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할아버진 대단한 수리공이에요. 고맙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날 꼭 안아 주었고, 그러자 기분이 참 좋았다.
한편 난 방을 되찾을 방법을 계속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금요일 밤에 할아버지는 내게 낚시하러 가자고 했고, 다음날 우리 둘은 멋진 바다낚시를 했다. 앞으로도 나는 할아버지와 둘이서 함께 했던 그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몰래 할아버지의 손목시계를 훔쳤던 그날 밤을 조금 슬프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할아버지는 시계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채고 다음 날 아침 삼층으로 올라왔다. "난 우리의 작은 전쟁이 끝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우린 매우 즐겁게 낚시를 했잖니." "그렇다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아요, 할아버지." "하지만 피터, 너도 알다시피 그 시곈 사십 주년 결혼 기념으로 할머니가 준 선물이야. 내 보물이란다." 순간 난 이 넓은 세상에서 가장 부끄럽고 비열한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시계는 안전한 곳에 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내 방을 돌려줄 때까지는 절대 못 돌려드려요." "이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게임 할 일만 남았구나, 그치?" "방이 없으면…… 시계도 없어요." "꽤 공정한 거 같구나. 하지만 지금부터 주의하는 게 좋을 거다."
탐정 제니퍼 / 드디어 공격을 받다! / 최후의 공격 / 전쟁이 끝나다 / 축배 들기 / 평화 협정난 할아버지가 언제 공격해 올까 생각하느라, 며칠이나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일요일 낮에 제니퍼가 내 모노폴리 상자를 들고 거실로 걸어왔다. 난 당황해서 소리쳤다. "너 그거 어디서 가져왔어?" "오빠랑 할아버지랑 게임 하려고 오빠 방에서 가져왔지." "난 하고 싶지 않아." 그 순간 제니퍼가 상자를 확 열었다. "오빠, 게임 도구랑 카드랑 물건이 다 어디 있어?" 바로 그때 멍청하게도 내가 상자 안에 두었던 쪽지를 제니퍼가 발견했다. "지혜로운 노인? 할아버지가 피터 오빠를 놀려 주는 거죠?" "뭐라고? 왜 내가 피터를 놀려? 나이가 더 많은 친구겠지." 나도 맞장구쳤다. "맞아. 스티브가 나보다 몇 달 빨리 태어났다고 가끔 자기를 지혜로운 노인이라고 해." "오빠, 게임 하게 찾아다 줘." 내가 머뭇거리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말했다. "피터, 올라가서 가져오너라. 나도 스웨터를 가져와야겠다." 할아버지가 숨겨 놓은 게임 도구를 꺼내 오는 동안, 난 마치 그것들을 가지러 가는 것처럼 방으로 올라갔고, 할아버지를 옛날 내 방 앞에서 만났다. 우린 안도의 숨을 내쉬며 게임 도구와 할아버지의 시계를 교환했다. "고맙다." "하지만 내 방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수요일 아침에 무슨 일인지 라디오 알람이 제때에 울리지 않았다. 난 언제나 정각 일곱 시에 일어나는데, 깨어 보니 벌써 일곱 시 십오 분이었다! 그리고 내 물건들이 보이지 않았다. 슬리퍼, 칫솔, 속옷, 가방 안의 책들…. 나는 물건들을 찾느라 학교에 지각을 했다. 그 일에 대한 복수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할아버지를 걱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다음 공격을 기다리는 동안, 내가 마음 졸이며 불안해 한 만큼, 이제는 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할 작정이었다. 난 금요일 밤에 할아버지 침대 옆 작은 탁자에 올려놓은 유리잔을 몰래 들고 나와서, 개수대에 유리잔의 물을 따라 내고 그 안에 든 물건을 화장지로 감싸서 다락방 옷장 안에 감추었다. 아침에 할아버지가 몹시 화를 내겠지만, 난 할아버지를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틀니를 훔치는 것은 진짜 비열한 장난이니까.
아침에 할아버지가 찾아왔다. 할아버지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지만, 눈은 굉장히 화가 나 보였다. "나으 트니 어르 도려줘." 할아버지는 이가 없어서 발음이 잘되지 않았다. "틀니를 돌려 달라고요? 우린 지금 전쟁 중이잖아요?" "오, 피드, 다자 도려줘, 제바!" "당장 항복하지 않으면 돌려주지 않을 거예요." 그때 할아버지의 눈이 몹시 슬퍼 보여서, 난 울 뻔했다. 이가 없는 할아버지의 입은 쏙 들어가 있어 쭈글쭈글했다. 내 자신이 너무 비열하게 느껴졌다. 난 얼른 틀니를 찾아와서 할아버지에게 드렸고, 할아버지는 욕실로 들어가서 틀니를 입 안에 끼우고 나왔는데, 그제야 다시 우리 할아버지처럼 보였다. "용서해 주세요. 할아버지 틀니를 훔치지 말아야 했어요." "내 잘못도 있다, 피터. 네 방을 빼앗아서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그거 아니? 난 전쟁을 즐기고 있었단다. 내겐 슬픔을 이길 수 있는 힘이 필요했거든." "이제 이 방도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할아버지랑 함께 살게 된 건 잘된 일이에요." "넌 정말 사랑스런 아이다. 전쟁에 맞설 만큼 힘센 녀석이고."
그날 아침을 먹은 뒤 할아버지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가 네 방을 빼앗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거야. 피터, 이 집에서 뭐가 남았지?" "지하요. 하지만 그곳은 아빠 사무실이에요." "바로 그거야." 할아버지는 지하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여기에 아늑한 나만의 공간을 만들 생각이야. 피터, 내가 평생 집을 지었던 거, 알지? 이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내겐 작은 사생활이, 너희 가족에겐 큰 사생활이 보장될 텐데 나쁜 생각은 아니지. 이제 네 아빠만 설득하면 돼. 이 집은 네 아빠의 집이니까." 할아버지의 계획을 듣고 아빠가 수리비용이 많이 들 거라고 걱정하자, 할아버지가 저축해 놓은 돈이 있다면서 아빠에게 말했다. "자네 사무실은 삼층 손님방에 마련하게. 그 정도 올라가는 건 자네에게 큰 의미가 없겠지만, 겨우 한 층 내려가는 거지만 나한테는 큰 의미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