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김성미 지음 | 푸른숲
파도를 잠자게 하여 주소서
최부는 제주 관아의 행정을 감독하고, 도망친 노비를 찾아내는 추쇄 경차관이라는 일을 맡아 지난해 11월에 제주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최부는 변경된 호적이나 군대의 기록을 정리하는 일도 해야 했는데, 이 일은 이방인 정보가 꼼꼼하게 잘 처리해 주어서 늘 믿고 맡겨 왔고, 궁중에서나 군대에서 쓸 말을 맡아 기르고 관리하는 목장을 감독하는 것도 최부가 맡은 업무 중 하나였다. 부지런히 일을 마치고 하루라도 빨리 한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최부는 추운 날에도 관아에 앉아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맡은 바 업무를 열심히 수행했다.
그런데 그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최부는 임종을 지켜 드리지 못한 죄스러움 때문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당장 출발한다 해도 나주까지 가려면 사나흘이 걸리는데, 풍랑이 심하여 출발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제주 목사는 최부를 위해 크고 안전한 배를 빌려다 놓고는 날이 개면 바로 떠날 수 있도록 며칠째 기다리고 있었다. 호송관 안의가 위험해서 안 된다는 노꾼들을 재촉하여 드디어 배가 출발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비바람이 거세지고, 파도는 갈수록 심해져서 배가 뒤집힐 것만 같았다. 배가 반쯤 잠겨 옷가지와 짐 꾸러미도 모두 젖어 버렸고, 정말이지 이대로 모두 죽는구나 싶었다. 이대로 앉아서 죽음만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한 최부는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선실 안의 물을 퍼내자고 사람들을 독려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물을 퍼낸 덕분에 가까스로 침몰만은 면한 듯싶었다. 노꾼들은 바다에 제사를 지내 용왕을 달래야 한다며, 옷가지, 무기, 양식 등을 찾아 바다에 내던졌다. 그러나 비바람은 여전히 사납고 파도는 더 크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갈매기 떼가 보인다. 육지가 멀지 않았어! / 도적을 만나다
배 안에는 43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최부를 포함해 이방 5명, 정보, 김중, 이정, 손효자, 최거이산과 제주 목사가 호송관으로 보낸 안의와 기록관 이효지, 뱃사람 3명과 노꾼 26명, 노비 6명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어도 풍랑에 떠밀려 다니는 상황에서 무엇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버티다 보니 어느새 하늘에는 조각구름이 떠 있고, 바다는 흰빛을 띠고 있었다. 제주에서 바람을 잘 만나 서쪽으로 곧장 가다 보면 이레 만에 백해를 지나 명나라에 닿게 된다는 사실이 생각나, 최부가 힘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지금, 다행히 백해에 들어온 거라면 명나라에 가까워졌다는 말인데, 그 땅에 닿기만 한다면 우리는 살 수가 있네." 최부 일행은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가슴이 뛰었다. 한낮이 되어 남쪽을 바라보니, 희미하게 산 같은 것이 보였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러 댔다. 하지만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동풍이 다시 일어, 배는 서쪽으로 떠밀려 갔다. 그런데다 배 안에는 물이 하나도 없어 밥도 지을 수가 없었고, 마실 물도 없어 모두 기진맥진해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사흘 만에 비가 내려 모두들 빗방울을 정신없이 받아먹었다.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였으며, 바다는 흰빛을 띠고 있었다. 최부 일행은 오후 서너 시쯤 어느 큰 섬에 도착하였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니 큼지막한 배 두 척이 조그만 배를 달고 최부 일행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망망대해에서 배를 만나게 된 최부 일행은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떴지만, 불행하게도 그 배에는 도둑떼가 타고 있었다. 도둑들은 최부의 배 안으로 들이닥쳐서는 샅샅이 뒤져 양식과 물건들을 그들의 배로 가져가 버렸고, 두목인 듯한 놈이 최부가 가지고 있는 인신(도장이나 관인을 이르는 말. 인신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신분을 증명하기도 한다)과 마패까지 보물인 줄 알고 빼앗으려 했다. 최부가 인신과 마패는 가져간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니 돌려달라고 부탁하자, 놈은 마지못해 돌려주고, 최부와 부하들을 흠씬 두들겨 팬 다음, 배의 돛을 끊고 노까지 부숴 버리고는 무리를 이끌고 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졌다. 최부는 뭇매에 쓰러져 있는 부하들을 보듬어 안고 눈물을 흘렸다. 강한 서북풍에 배는 다시 망망대해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배를 버리고 뭍에 오르다
날씨는 흐리고 바다는 검붉은 빛을 띠고 있었는데, 봉화대가 있는 산봉우리가 연이어 보였고, 다시 명나라 땅에 닿게 되는구나 생각하니 집에 다 온 것처럼 기뻐 가슴이 콩닥거렸다. 잠시 후 여섯 척의 배가 최부 일행의 배를 포위하였다. 한 척에 8, 9명쯤 타고 있었는데 옷차림과 말소리가 전에 만났던 도적 떼와 같아 보였다. 그들은 포위를 풀고 닻을 내리더니 줄지어 정박했다. 최부 일행도 바닷가에 닻을 내렸다. 날이 밝을 무렵 뱃사람들이 최부 일행을 찾아와 진귀한 물건을 조금만 달라고 하더니, 선실로 뛰어 들어와 눈에 띄는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가져가 버렸다. 때마침 비가 내려 그들이 모두 선실 안으로 들어가 버린 틈을 타 최부가 일행에게 말했다. "모두 배에서 내려 도망치도록 하세. 지금 행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생명은 저들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을 것이야." 최부와 일행들은 모두 조용하고 신속하게 배에서 뛰어내려 산속을 헤치며 6, 7리쯤 가니 마을이 나타났다.
최부가 일행에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생사고락을 같이해 왔으니 부모 형제 사이와 다름없네. 자네들에게 부탁하네만,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돕고 의지하여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어야 할 것이야. 우리나라는 원래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알려져 있네. 비록 이렇게 표류되어 고단하고 궁색하더라도 예의와 위엄을 보여서 이 지방 사람들이 우리들을 존중하도록 해야 하네."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최부가 일행을 이끌고 마을로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이 나무 막대기나 검을 들고 북과 징을 요란하게 두드려 댔다. 마을 사람들은 도둑질하러 해안에 침입한 왜구라며 최부 일행을 이 마을 저 마을로 끌고 다녔다. 이때 한 관리가 군인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당신과 같은 도둑들은 사형감이오." 최부가 인신과 마패를 관리에게 내보이며 표류한 사정을 글로 써서 주었다. "당신들이 표류된 조선인이라 우기니 관청에 가서 좀 더 조사해 보도록 합시다." 최부 일행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겨우겨우 이끌고 사흘 밤낮을 더 걸어서 도저성이라는 곳에 닿았다.
당신들은 왜적이 아닌가?
최부 일행이 끌려간 관청에서는 관리 일고여덟 명이 묻고 또 묻는 힘겨운 심문을 하였고, 최부는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사실 그대로를 정확하게 써서 건네주었다. 최부는 자신의 처신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것을 실감하니 어깨가 무거웠지만, 어떻게든 잘하여 모두 건강하게 고국에 돌아가리라. 가서 아버님 장례를 마감하고 어머님께 효를 다하며 살리라 재차 다짐했다. 다음 날도 최부 일행은 또 다른 관리에게 끝없는 심문을 받은 뒤, 군인 20여 명과 함께 건도성을 향해 호송 길에 올랐다. 건도성에서 관리 두 사람이 다시 심문을 시작했고, 최부는 정신을 집중해서 하나하나 분명하고 당당하게 답해 나갔다. 관리들은 최부의 태도에 믿음이 가는 눈치였지만, 앞으로도 여러 번의 심문 절차가 남아 있었다. 그 날, 건도성의 우두머리 이앙은 자신의 집으로 최부를 불러 대접하고는 대화를 나눠 본 뒤, 최부의 폭넓은 학식과 인품에 반해 버리고 말았다. 최부는 뜻하지 않은 표류로 잠깐이지만 만나서 알게 된 이앙의 온정과 관심을 가슴에 깊이 간직하였다. 최부 일행은 배를 타고 강을 따라서 소흥으로 향했다. 강가에는 시장이 즐비하게 서 있고, 강에는 큰 배들이 수없이 오갔다. 해양 방위를 맡고 있는 관리 3명이 관청의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최부 일행이 왜적이 아닌지를 가려내기 위해 상당히 고심하는 눈치였다. 그들의 심문이 끝나자 세 관리는 다과를 대접해 주고, 최부와 그 일행들에게 반찬과 식량까지 주었다. 최부가 그곳의 풍경을 시로 지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그들은 그 시의 내용을 보고 조선인 관리가 그토록 명나라의 역사와 지리에 관해 두루 학식이 넓다는 것을 알고 감동한 듯했다.
항주에서 / 당신네 나라 고구려
최부 일행은 전단강이라는 큰 강을 따라 한주성에 도착하였다. 이곳 역에서 일하는 고벽이라는 사람이 와서 말했다. "당신들에 관계된 일을 보고하여 답변을 받으려고 관리를 북경으로 보냈다 하오. 답변이 올 때까지 당신들은 여기서 여러 날 머물러야만 될 것 같소." 아직도 왜적으로 의심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최부는 잠시 숙소에 앉아 마음을 안정시키려 애를 쓰고 있는데, 다시 고벽이 와서 알려 주었다. "심문관들은 당신들이 왜인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이제 당신들을 북경까지 호송해 갈 것이오. 마음을 놓으시오." 이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고벽이 다시 와서 말했다. "북경에 가려면 길을 몰라서는 안 되오. 이 항주에서 천여리쯤 되는 곳에 양자강이 있는데, 물결이 사나워서 풍랑이 없어야만 건널 수 있소. 그 강을 건너면 곧바로 북경까지 가는 운하에 이르게 되오. 거기서 북경까지는 40일이 걸린다오. 운하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지역은 가뭄으로 황폐화되어 사람이 사람 고기를 먹는 등 주민들의 삶이 말이 아니니, 도둑들을 특히 조심해야 하오."
최부 일행이 43명이니까 10명씩 한 조로 묶어 사방을 각자 경계하여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로 했다. 한시라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로 했다. 다음 날 지휘관 양왕이 최부 일행을 호송하기 위하여 천호 부영과 함께 왔다. 부영은 양왕을 도와 이번 호송 일을 맡게 되었는데, 생김새도 온화하고 학식을 갖춘 선비의 모습이었다. 최부는 어쩐지 그에게 마음이 끌렸다. 항주를 떠나 여러 고장을 거쳐 소주에 도착하였다. 소주는 예로부터 강남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고 알려졌는데, 과연 실제로 보니 경관이 빼어나고 물자가 풍부하였다. 다시 여러 지방을 지나 양자강에 도착하였는데, 강폭이 20여 리나 되어 마치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운하를 따라 가며 수차를 배우다 / 상을 받으라니 받사오나
최부와 부영이 서로의 나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가던 중 부영이 말했다. "이 지방은 여러 해 흉년이 들어 도적질하는 사람이 많소. 그래서 밤을 피해 날이 밝으면 가는 것이 안전할 것 같소." 최부는 일행들에게 각각 위치를 정하여 경계를 서게 했고, 모두들 바짝 긴장하였다. 그때 건너편에 뗏목을 타고 고기잡이하던 배에 도둑들이 쳐들어가 물건을 뺏으려 하는 것이 보였다. 최부 일행은 젖 먹던 힘까지 다 모아 배를 저었고 그곳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천진으로 들어서기 전, 정해현을 지날 때, 최부는 부영에게 진작부터 궁금하던 일을 자연스레 물었다. "수차 만드는 것을 배울 수 있겠소?" "수차는 다만 물을 대는 데 쓰일 뿐인데, 굳이 배울 것까지야 없지 않겠소?" "우리나라에는 논이 많은데 가뭄이 심하다오. 수차 만드는 법을 배워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면 농사짓는 데 참으로 이로울 것이오." 부영은 대략의 수차 제조법, 운영법을 설명해 주었다.
3월 28일 드디어 북경에 닿았다. 하늘을 가릴 듯 거대한 자금성이 한눈에 들어왔다. 일행은 북경에 온 외국의 사신들이 묵어가는 숙소인 회동관에 짐을 풀었고, 최부는 병부로 불려 나갔는데, 관리 여덟 명이 최부가 조선의 관리가 맞는지, 학식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를 지어 보게 하고, 지도를 보고 어디인가 묻는 등 여러 방법으로 심문을 했다. 최부의 시를 읽어 본 관리들은 과연 조선의 관리답다고 칭찬하면서 떡과 차를 내주었다. 다음 날, 최부를 제외한 일행들이 궁궐에 들어가 옷과 가죽신을 각각 상으로 받아 가지고 돌아왔고, 최부도 선물을 전해 받았다. 선물을 건네주며 관리가 몇 번이나 다짐을 받으려 했다. "내일 아침 예복으로 갈아입고 황궁에 들어가 황제에게 사은하시오." 최부는 상복을 벗을 수 없다고 고집하였으나, 다음 날 강제로 옷이 갈아입혀진 채 관리들을 따라 황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최부는 황제에게 절을 하고 나와 다시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내 나라의 하늘이 눈앞인데
4월 초닷새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던 최부는 결국은 몸져눕고 말았다. 예부에서 즉시 의원을 한 사람 보내 병을 살피도록 하였는데, 마음에 근심이 큰 데다 감기가 겹쳐 병이 생긴 것이니, 몸조리에 신경을 쓰라고 했다. 사나흘 약을 먹고 안정을 취하자 최부는 점차 건강을 회복하였고, 최부 일행은 드디어 황제의 허락을 얻어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북경에서 머무른 지도 벌써 한 달이나 되었다. 이곳에 이르면 바로 고국으로 돌아가게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여러 날을 묶여 있게 될 줄은 몰랐다. 한편 황궁으로 불러 상을 주면서도 명나라 조정에서는 파수꾼을 두어 최부 일행을 늘 감시했다. 또 옥화관에 갇힌 신세가 되어 한 달 동안이나 마음을 졸여야 했다. 막 출발하려 할 때 어떤 사람이 달려와 조선국 사신이 오고 있다고 소리쳤다. 최부는 그들을 만나서 물어볼 말들이 수없이 떠올랐다.
날이 저물 무렵에서야 조선의 사신 일행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주상께서는 평안하시고 나라는 태평하오. 그대 고향도 무고하오. 그대가 표류되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말을 들으시고 임금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며 해안의 각 관청에 일러 빨리 찾으라고 명령하셨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사신은 만찬을 베풀어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넋두리며 한탄까지도 마음을 기울여 들어 주었다. "말로 다 할 수 없이 고생하셨소. 일행 가운데 혹 죽은 사람은 없었는지요?" "다행히 우리 일행 43명은 모두 무사하여 여기 함께 와 있습니다." "하늘이 보살핀 게요." 6천여 리에 이르는 고생길 이야기를 들은 사신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표류되어 넉 달 동안이나 의지할 곳 하나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생활이 얼마나 긴장되고 힘겨웠던가? 사신을 만나 고국의 소식을 듣고 위로받으니 최부는 부모를 만난 것같이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신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난 뒤 최부 일행은 고국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망망대해와 같이 끝없이 펼쳐진 요동 벌판을 달리고 달려 압록강에 이르러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고국 땅에 발을 내딛자 여섯 달 동안의 고단함이 일시에 몰려들었다. 최부가 일행을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죽음의 고비를 무사히 넘고 안전하게 돌아오게 되어 천만다행이네. 그간 고생들 많았네." "우리 같은 무지렁이야 아무데서나 죽은들 어떻습니까요. 그간 저승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했지만, 결국 한 사람도 죽지 않고 모두 살아 돌아왔습니다요. 더구나 후한 대접을 받고, 황제께 상까지 받았습지요. 이 모두가 경차관님의 은혜입니다."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선 최부의 가슴에 알 수 없는 바람이 크게, 또 작게 일렁이며 지나갔다. 고단함 속에서도 훈훈한 인정을 나눠 주었던 고벽, 이앙, 부영의 모습이 가슴속으로 밀려 들어왔고, 광대한 명나라 땅의 운하며 포장도로, 자금성도 바람결처럼 떠올랐다 사라져 갔다. 무엇보다 43명 모두가 무사히 고국에 다시 돌아온 것이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