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제하가 달라졌어요
안선모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지각 좀 하면 어때! / 아는 것이 힘이라고요? 모르는 게 약 아닌가요? / 경기는 이겨야 맛이죠!오늘도 늦잠을 잔 제하는 아침밥도 못 먹고 집을 나서는데 엄마가 소리칩니다. "아들, 걱정하지 마. 지각 좀 하면 어때?" 제하는 늘 느릿느릿하고 게을러서 반 친구들도 제하를 굼벵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은 또 무슨 핑계를 대나?' 돈이면 다 된다는 아빠의 말대로라면 제하는 지각하는 이 순간도 돈으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시골 할아버지와 아빠는 분명 부자지간인데 어쩌면 그렇게 다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빠와 다르게 할아버지는 지독한 구두쇠라 별명도 노랭이 할아버지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데, 채소를 가꾸고 있던 파란 경비옷을 입은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제하를 보고 말했습니다. "너 이제하 맞지? 녀석, 제 할아비를 꼭 닮았구나." "우리 할아버지 알아요?" "이 굼벵이 녀석아! 내가 네 할아버지를 어떻게 알아?" "내 별명은 어떻게 알았어요?" "그거야 뭐 난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니까. 시간을 요리해 보는 건 어떻겠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기분 좋게 하면, 시간은 저절로 맛있게 요리된단다."
"파뿌리 할아버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건 빨리 어른이 되는 거란 말이에요! 빨리 어른이 되어서 학교도 안 가고, 숙제도 안 하고, 뭐든지 내 맘대로 하고 싶다고요!" "그렇게 공부하기 싫으냐? 공부도 즐기면서 해 봐." 그때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오던 엄마가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아저씨, 학교 가는 아이 붙잡고 쓸데없는 이야기하지 말고, 아파트나 잘 지키시라고요!" "허허, 주민이 원하신다면 그래야지요." 가시처럼 뾰족한 엄마의 말을 듣고도 할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교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이 또 꾸중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매일 지각을 하면 어른이 되어서 어떻게 할래? 지각만 하는 사원을 누가 좋아하겠어?" "전, 취직 안 할 건데요? 아빠가 벌어놓은 돈으로 평생 살 수 있다고 엄마가 그랬어요." "헛, 나 참." 선생님은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엄마 아빠는 뭐가 그리 바쁜지 얼굴 보기도 힘들고, 가끔 어디선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와 엄마 아빠를 찾곤 했습니다. 학교 다니는 건, 여전히 지루하고 따분합니다. 그나마 체육 시간은 다른 시간보다는 덜 지루합니다. 오늘은 피구를 했는데, 제하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드림이를 향해 공을 세게 던졌습니다. 드림이는 몸이 불편한 데도 체육 활동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친구인데, 그 순간 드림이의 몸이 앞으로 푹 꺾였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해서 이겨야 하느냐고 제하를 나무랐고, 아이들이 모두 드림이에게 사과하라고 했지만, 제하는 귀찮게 하지 말라며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수업이 다 끝났을 때,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한다는 방송이 나오자, 제하가 중얼거렸습니다. "난 안 낼 거야. 아빠가 애써서 번 돈을 왜 남에게 주냐고 그랬거든." 교실을 나서려는데 뒷자리에 앉은 준수가 제하에게 말했습니다. "제하야, 네 책상 밑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 좀 주워." "땅거지 같은 자식, 네가 주워!" "뭐? 땅거지라고?" "엄마 아빠 없으니까 땅거지지!" 준수가 씩씩대며 노려보았지만 제하는 모르는 척 교실을 빠져나왔습니다.
밥값을 하라고요? 그게 얼만데요? / 7년을 기다려 매미가 된다고요?
제하가 집에 도착하니 모르는 사람들이 집에 꽉 들어차 있었고, 집안 살림이란 살림에는 죄다 빨간딱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제하를 보자 몇 사람이 화난 얼굴로 말했습니다. "쟤가 이 사장 아들인가?" "아니 그럼, 애를 두고 도망갔단 말이에요?" 제하는 어쩔 줄을 몰라 현관 앞에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굼벵아, 나랑 같이 가자." 누군가 제하의 팔을 끌어당겨서 보니, 파뿌리 할아버지였습니다. 제하는 무작정 할아버지를 따라 경비실로 들어갔습니다. 제하가 우두커니 앉아 있을 동안 파뿌리 할아버지는 여러 가지 일을 했고, 저녁이 되자 저녁 먹자며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반찬이 김치와 마늘장아찌뿐이어서, 제하가 먹기 싫다고 하자 파뿌리 할아버지는 혼자서 맛있게 밥을 드셨습니다.
밤이 되자, 시골에서 노랭이 할아버지가 올라오셔서는 엄마 아빠가 언제 올지 모르니 제하보고 같이 시골로 가자고 했습니다. 제하는 지독한 구두쇠인 할아버지와 소똥 냄새 나는 시골에서 살기가 싫었는데, 마침 파뿌리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굼벵아, 너 엄마 아빠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니? 아니면 할아버지 따라 시골로 내려가겠니?" "여기서 기다려도 돼요?" 파뿌리 할아버지는 당분간 제하를 데리고 있겠다고 노랭이 할아버지를 설득하였고, 결국 노랭이 할아버지는 파뿌리 할아버지에게 제하를 맡기고 시골로 떠나셨습니다. 파뿌리 할아버지는 제하에게 다짐하듯 말했습니다. "각오할 게 있는데, 네 먹을 밥값은 네가 해야 된다." "네." 할아버지 집으로 따라갔더니 방은 너무 우중충하고 좁았지만, 그래도 냉장고와 텔레비전은 있었습니다. '어, 컴퓨터도 있네. 앗싸! 컴퓨터 게임은 할 수 있겠다.' 할아버지가 벽에 뭔가를 붙였습니다.
굼벵이 이제하가 버려야 할 것들: 대충대충, 떼굴떼굴 잔머리, 요리조리 핑계와 변명
할아버지가 밤샘 근무를 하러 가고 불 꺼진 방에 혼자 누운 제하는 자기를 버린 엄마 아빠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참 자고 있는데 누가 막 깨웠습니다. "얼른 일어나 이불부터 개라." "난 이불 개 본 적 없어요." "그렇다면 배워서 해야지!" 제하는 끙끙거리며 이불을 개고 나서, 입에 맞는 반찬이 없다며 아침을 굶었습니다. 이튿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온 할아버지가 제하에게 할아버지의 작업복과 운동화를 빨라고 시켰습니다. 못마땅했지만 꾹 참고 빨래를 하고 난 제하는 저녁밥상을 보자 허겁지겁 밥을 먹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을 알 것 같았습니다. "자, 오늘부터 1시간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면 10분 게임할 시간을 주겠다! 싫으냐?" "아, 아니에요. 할게요." "그럼 약속한 거다. 굼벵이는 매미가 되기 위해 7년을 준비한다. 네가 굼벵이라는 건 잊지 않았겠지?" 그까짓 매미가 되기 위해 왜 굼벵이는 7년씩이나 준비하는지 제하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요? / 4H가 뭐냐고요? 그거 연필 아니었어요?
이 집에 살게 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도 제하는 오전 6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신 할아버지는 아침에 집에서 반상회를 열기로 했으니 대접할 음식이 필요하다며, 서울역까지 가서 순대를 사오라고 했습니다. 제하는 할아버지가 준 약도를 들고 지하철역으로 가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며칠 굶은 듯한 한 남자 아이가 엎드려 있어서, 얼른 주머니에서 10,000원짜리 한 장을 꺼내 그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서울역 지하 시멘트 바닥에는 잠을 자던 사람들이 부스럭부스럭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바로 노숙자들이구나! 혹시 엄마 아빠도 저렇게 노숙자가 된 건 아닐까?' 할아버지가 말한 순대가게를 겨우 찾았는데, 제하는 깜짝 놀랐습니다. 순대가게 아줌마는 말을 못했고, 아저씨는 손가락이 없었습니다. 장애를 갖고 있지만 환하게 웃으며 열심히 살고 있는 아저씨와 아줌마가 제하의 마음을 저릿저릿하게 했습니다.
집에 오니 시장에서 김밥 장사를 하는 할머니와 많은 사람들이 반상회를 하러 왔습니다. 할머니는 온갖 종류의 김밥을 풀어 놓았고, 김밥과 순대를 먹으면서 사람들은 지난 한 달 동안 동네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을 얘기했습니다. 모인 사람들 중에는 한국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었는데, 할아버지와 영어로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도 김밥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무언가를 한참 의논했는데, 제하도 잘 아는 대학교 이름이 여러 번 나왔습니다. 김밥 할머니도 가신 뒤에, 제하는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굼벵이 이제하에게 보내는 희망메시지!
주위 사람들과 시선을 맞추며 살아라. 신체의 장애보다 더 무서운 건 바로 마음의 장애란다. 손과 발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열심히 부지런하게 살아라.
'누굴까? 엄마 아빠는 내 메신저 아이디도 모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쉬는 날이면 제하를 온갖 방법으로 괴롭힙니다. 영어 공부를 시키고, 책을 잔뜩 갖고 와서 읽으라고 하고, 빨래며 심부름도 시켰습니다. 밤이 되면 할아버지와 제하는 동네를 돌며 박스와 빈 병을 모았습니다. 제하는 쓰레기를 줍는 것이 너무 싫었지만 할 수 없이 할아버지를 따라 다녔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놀랍게도 휠체어를 탄 드림이었습니다. "이제하, 너 주려고 모아 둔 박스들이야. 가져가." "너, 내가 밉지 않니?" "힘든 일, 슬픈 일을 일일이 마음에 두고 살면 괴로워서 못 살아. 희망을 가져. 안녕!" 드림이의 인사를 받고 돌아서는데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집에 오면서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4H란 말 들어 보았니?" "네. 4H연필은 설계나 제도할 때 쓰는 겁니다." "어유, 굼벵이가 그런 것도 아는구나. 그런데 내가 말하는 4H는 뜨거운 가슴(heart), 냉철한 머리(head), 부지런한 손(hand), 유쾌한 유머(humor)란다. 넌 그 중 무엇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제하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지고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라. 너는 지금 부지런한 손(hand)은 갖고 있으니까." 제하는 기분이 좋아 씩 웃었습니다.
긴장하기 때문에 죽지 않았다고요? 청어가?
2학기가 되자 사람들이 이젠 제하를 보고도 그렇게 숙덕거리지 않습니다. 선생님도 제하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고, 측은하게 쳐다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생각 없이 잠은 어디서 자냐고, 엄마 아빠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을 때면, 제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은 하면서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누군가가 왼쪽 어깨를 세게 부딪치며 달려갑니다. 준수였습니다. "야, 그렇게 치고 가면서 사과도 안 하냐?" "네가 내 앞에서 얼쩡거렸잖아! 이 땅거지 같은 자식!" "내가 왜 땅거지야?" "엄마 아빠 없으면 땅거지라고 네가 그랬잖아! 엄마 아빠한테 버림받은 주제에!" 순간 제하는 머릿속에서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하여, 옆에 있던 돌을 집어 힘껏 던졌습니다. 꼭 맞히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준수는 머리를 다쳤고 병원에 가서 일곱 바늘을 꿰맸습니다.
제하의 소식을 듣고 학교로 온 할아버지와 함께 경비실로 돌아왔더니, 아파트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하단 거야." "남의 돈 떼먹고 도망가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어련하겠어?" 할아버지가 어린 아이한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나무라자,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준수가 날 보고 땅거지라고 하며 놀렸단 말이에요, 할아버지." "무슨 일이든 폭력보다는, 당당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누가 감히 널 건드리겠니? 내가 토인비의 살아 있는 청어 이야기 해 줬나? 청어는 우리 제하처럼 성질이 급하지. 북쪽 바다의 어부들은 잡은 청어를 런던에 가지고 오면 이미 죽어서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큰 고민이었단다. 그런데 언제나 살아 있는 청어를 갖고 오는 어부가 있었어. 그 어부는 바다의 물메기와 청어를 함께 넣어 가지고 왔는데, 청어는 물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치며 긴장하기 때문에 런던까지 팔팔하게 살아서 왔던 거야." 제하는 할아버지가 무슨 뜻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생각을 하면 왜 골치가 아프지요? / 이게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청바지예요?
어느 날, 할아버지는 컴퓨터 앞에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계셨습니다. 제하는 할아버지가 누구랑 이메일을 주고받는지 궁금해서 할아버지가 화장실에 가신 틈을 타 컴퓨터를 슬쩍 들여다보았더니, 누군가에게서 이메일 한 통이 와 있었습니다. '어? 이기소? 우리 할아버지 이름하고 똑같네.' 그 외에 영어로 된 메일도 몇 개 있었습니다. 경비원 할아버지에게 영어 메일이 오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날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 놀랍게도 김밥 할머니가 나왔습니다. 내용인즉, 김밥 할머니가 김밥 만들어 번 돈을 몽땅 대학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와, 정말 대단하다." "너도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용기 있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라."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한다고 마음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단다." 그날, 제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굼벵이에게 보내는 희망메시지!
세상 바다에 풍덩! 자신 있게 뛰어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창의적인 생각을 하자. 리더십을 기르자.
다음 날 할아버지가 제하 것이라며 통장 하나를 내밀어서 보니, 그동안 제하가 할아버지와 함께 일해서 번 돈이 몽땅 들어 있는 듯했습니다. "와, 신난다." "그렇게 적은데 신나? 하여튼 그건 네 통장이니까 장난감을 사든가, 청바지를 사든가, 마음대로 하렴." 제하는 통장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가서 장난감 가게와 옷가게를 기웃거리다가, 전에 살았던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학철이를 만났습니다. "너랑 사는 우리 아파트 경비 할아버지가 나한테 너, 메신저 아이디 물어보던데 왜 그런 거래?" 제하는 이상했지만 마음이 들떠 있어서 그 일은 금방 잊었습니다. 학철이와 헤어지고 제하는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돈을 쓰기가 아까워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가 이상하다는 듯 왜 그냥 오느냐고 물었습니다. "안 사기로 했어요. 장난감이나 청바지가 없어서 당장 죽는 건 아니니까요." "잘 생각했어. 진정한 구두쇠란 돈을 유익한 곳에 잘 쓰는 사람이란다." 할아버지는 염색물감을 꺼내 제하의 청바지 오른쪽 다리 부분에 제하의 얼굴을 멋지게 그렸습니다. "자, 어떠냐?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너만의 청바지다." 제하는 점점 할아버지가 존경스러워졌습니다.
왜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살아야 하지요?
겨울이 왔습니다. 제하는 일찍 일어나 골목길의 눈을 쓸고 있었는데, 누군가 큰 소리로 제하를 불러서 보니, 노랭이 할아버지와 아빠, 엄마가 주춤주춤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빠, 엄마!" 제하는 달려가 엄마 아빠 품에 안겼습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가족끼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사랑해요." 파뿌리 할아버지가 반갑게 세 사람을 맞이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굼벵이 녀석을 실컷 부려먹었다네." "아, 아니에요. 저희 아이 맡아 주시고 저희들이 못 가르친 것을 가르쳐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엄마 아빠는 부도 때문에 숨어 지내다, 숨겨 놓은 재산을 처분해 빚을 갚기로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노랭이 할아버지가 놀라운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 두 분 할아버지들은 어릴 때부터 잘 아는 친구사이이고, 파뿌리 할아버지는 미국의 유명한 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조국에 빚을 갚기 위해 한국으로 와 봉사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노랭이 할아버지는 제하를 일부러 경비원 할아버지에게 맡긴 것이었고, 경비원 할아버지 메일에서 보았던 이기소라는 이름도 바로 노랭이 할아버지였습니다. 제하는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희망메시지! 그거 할아버지가 보낸 거였어요?" 파뿌리 할아버지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제하는 그동안 지낸 일을 엄마 아빠에게 모두 이야기했고,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