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의 말씨앗
문선이 지음 | 사계절
아빠를 바꿨으면 좋겠어네 또래의 요즘 아이인 마두가 겪은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볼 테니 한번 들어 볼래? 마두는 언제나 신나게 뛰놀고 싶어 하고, 공부는 별로 안 좋아하는 평범한 귀여운 아이야.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가끔 아무렇게나 거친 말을 툭툭 내뱉곤 하는 거야. 근래에는 "화나 죽겠어", "심심해 죽겠어"처럼 죽겠다는 말이 부쩍 늘었고, 또 아빠 때문에 무지 화가 나면 "아빠를 바꿨으면 좋겠어" 하지. 아빠는 퇴근해 돌아와 마두가 좀 놀아 달라고 하면 십 분 정도만 놀아주고 말거든. 게다가 "숙제는 다 했나? 이따 검사할 끼다"라는 말도 잊지 않지. 마두도 아빠가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문제는 주말에도 똑같다는 거야. 더군다나 오늘처럼 마두 생일이기도 한 특별한 주말에는 더 그래. 엄마는 외가에 가고 없거든. 외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돌봐 드리러 갔어.
아빠는 며칠 전부터 생일 선물 대신 놀이동산에 데려다 주기로 철석같이 약속해 놓고도, 잠만 자고 있는 거야. 마두는 아빠를 깨우다 된통 혼나기까지 했어. 속상한 마두는 짝꿍 고수네 집으로 가서, 고수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어. "우리 아빠도 그래. 왜 아빠들은 다 그런 거지?" "고수야. 난 정말 누가 아빠 좀 바꿔 주면 좋겠어." "그럼 나도 당장 바꿀 것 같아." 고수가 마두 말에 맞장구쳐 주자 마두는 기분이 좀 나아졌어. 집에 돌아온 마두는 아빠가 계속 미웠어. "할머니 말대로 말이 씨가 되면 좋겠어." 마두는 창 밖을 내다보며 큰 소리로 외쳤어. "누가 우리 아빠 좀 바꿔 주세요, 네?" 그러자 순간 열어 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더니 빛 한 줄기가 내리비쳤어.
말씨앗 꽃감관님마두의 눈앞에는 소맷자락이 길게 늘어진 옷을 입은 작은 사람이 서 있었어. "누, 누구세요?" "지금 네가 날 간절히 불렀잖아?" "제, 제가요?" 마두는 뒷걸음질을 치며 떠듬거렸어. "그래, 난 하늘나라에서 말씨앗을 관리하는 꽃감관이야. 난 아이들이 내뱉는 말 중에 '아빠를 바꿔 주세요'라는 말씨앗을 관리하는 말씨앗 꽃감관이지. 사람들이 어떤 말을 되풀이하다 보면 그 소리의 울림이 엄청난 힘을 얻어 씨앗이 만들어지는 거야. 그래서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생긴 거란다. 네가 자주 아빠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말씨앗이 생겼고, 그래서 내가 나타난 거라고." "하늘나라에 정말 제 말씨앗이 있어요? 외할머니 말이 다 진짜였다니……. 그럼 정말 아빠를 바꿔 주실 거예요?"
"난 네가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잘 놀아 주지도 않으면서 만날 이것 해라 저것 해라 명령만 하고 정말 짜증나 죽겠어요. 이젠 정말 아빠를 바꾸고 싶다고요." "좋아. 이제 네가 원하는 아빠를 선택할 수 있단다. 기회가 네 번이나 되니까, 네 맘에 안 들면 계속 바꿀 수도 있지. 그런데 네가 원하는 아빠를 고를 때마다 진짜 아빠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하나씩 사라진단다. 혹시 네가 아빠를 다시 찾으려 할 때 필요한 중요한 기억인데 말이야. 그래도 괜찮겠니?" "그까짓 것, 문제없어요." "네 번의 기회를 다 쓰고 나면 아빠를 다시 찾겠다고 해도 소용없단다." "괜찮아요. 제가 고른 아빠라면 틀림없이 좋은 아빠일 거예요." "그래? 이젠 큰 소리로 소원을 빌기만 하면 된단다. 그러면 그 말이 네 기운을 받고 우주로 퍼져 나가서, 네 말씨앗이 새 아빠 씨로 여물어 네 발치에 떨어질 거야. 그걸 뒤뜰에 묻어 두면, 다음 날 싹이 터, 네가 원하는 아빠가 되어 아침에 널 반길 거야. 아, 그리고 이 얘기는 다른 친구들한테는 비밀이다." "그런 걱정은 마세요. 입 꾹 다물고 있을게요." 말씨앗 꽃감관은 바로 사라졌어. 마두는 아빠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였어. 마두는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고 소리쳤지. "잘 놀아주는 아빠로 바꿔 주세요." 그 순간 바람이 불더니 씨앗 하나가 방바닥에 툭 떨어졌어. 마두는 그 씨앗을 뒤뜰에 묻었어.
잘 놀아 주는 아빠 다음 날 아침에 마두는 잠꾸러기인데도 일찍 눈이 뜨여서, 거실로 나왔어. "혼자서도 잘 일어나는구나. 역시 내 아들이야." 잘 놀아 주는 아빠가 마두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 순간 마두는 저도 모르게 진짜 아빠 생각이 났는데, 아빠 얼굴이 잘 떠오르질 않는 거야. 하지만 마두는 별일 아니라고 여겼어. 학교에 가는 마두에게 잘 놀아주는 아빠가 말했어. "이따 재밌게 놀게 곧장 와야 해. 회사도 안 가고 기다릴게." "우와! 끝나면 바로 올게요." 환호성을 지르며 마두는 학교로 달려갔어. 마두는 공부 시간 내내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짝꿍 고수가 말을 시켜도 듣는 둥 마는 둥 했어. "야, 너 아까부터 왜 그래?" "아빠가 회사도 안 가고 나랑 놀아 준다고 기다리고 계시거든." "왜 갑자기 달라지셨어?" "사, 사실은……. 아냐, 나중에 말해 줄게."
마두는 집에 오자마자 잘 놀아 주는 아빠와 신나게 놀았어. 저녁을 먹고 함께 오락을 하다 보니 어느새 벌써 밤 열두 시네.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하루 종일 놀려면 푹 자둬야 할 거야." '와우! 정말 잘 골랐어.' 다음 날, 잘 놀아 주는 아빠가 마두를 새벽부터 마구 흔들어 깨웠어. 북한산에 있는 절까지 등산을 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데도 놀이동산에 가서 놀이 기구들을 타고, 자전거까지 탔어. 집에 오자마자 마두는 너무 피곤해 곯아떨어졌지. 다음 날 마두는 온 몸이 쑤신데도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잘 놀아 주는 아빠 손에 이끌려 야구를 했지. "밥 먹고 해요." "지금 쌀이 없어. 난 너하고 하루 종일 놀아 주느라 돈을 못 벌잖니? 그리고 난 노는 게 체질이고 일하는 건 딱 질색이야." '안 되겠어. 아빠를 바꿔야지. 부자 아빠가 좋겠어.' 배고픈 마두는 창가로 가 외쳤어. "부자 아빠로 바꿔 주세요." 그러자 이번에도 씨앗 하나가 떨어져서 마두는 그 씨앗을 뒤뜰에 심었어.
부자 아빠다음 날 마두는 배가 고파서 아침 일찍 눈이 떠졌어. 거실로 나가니, 부자 아빠가 팔짱을 끼고 마두를 유심히 보고 있었지. "이런! 내 아들이 이렇게 꾀죄죄해서야. 이따 백화점에 가서 새 옷을 사 주마. 근데 이 아빠 이름은 아는 거냐?" 부자 아빠는 종이 위에 또박또박 이름 석 자를 적어 주었어. 그 순간 마두는 또 진짜 아빠 생각을 했지. 그런데 이상하게 아빠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어. 식탁 위에는 음식이 종류별로 차려져 있었어. 마두는 게걸스럽게 먹어댔어. 학교 갈 준비를 마친 마두가 부자 아빠한테 인사를 했어. "공부가 끝나면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고 백화점으로 와. 알았지?" "정말 제가 사고 싶은 걸 다 사 줄 거예요?" "물론이지." 마두는 날아갈 듯 기뻤어. 공부가 끝나고 학교 정문 앞에 가니, 기사 아저씨가 정말 마두를 기다리고 있었어. 마두는 백화점으로 가서 부자 아빠와 함께 사고 싶은 물건들을 잔뜩 사 가지고 집에 왔어. 정말 신났지.
그런데 부자 아빠가 마두를 불러 앉혔어. "다음 주부터 영재 교육 좀 받아야겠다." "전 이제 겨우 이학년인데요." "영재 교육은 어릴 때 해야 효과가 있어.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더니 온몸이 쑤신다. 어깨 좀 주물러라." 마두는 한참 주무르니 팔이 아팠어. "이깟 주무르는 것 정도는 널 위해 고생하는 이 아빠한테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거야." "네." '아빠는 조금만 해 드려도 시원하다고 금방 그만 하라고 했는데.' 그 다음 날 저녁이었어. 밥을 먹던 마두가 실수로 반찬을 떨어뜨리자 부자 아빠가 이번에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이제 넌 내 아들이니 밥도 좀 품위 있게 먹도록 해라. 아빠의 위신이 떨어지지 않게 예절 교육을 해야겠구나.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학교에 안 가지? 하루 종일 쇼핑을 할 수 있겠구나." "친구네 집에 가기로 약속했는데요." "그럼 그 약속을 취소하도록 해." 마두는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방으로 들어왔어. '영재 교육에 예절 교육까지 받는다고? 부자 아빠는 간섭이 너무 심해. 내 말이라면 다 들어주는 뭐든 오냐 아빠로 바꿔야지.' 마두는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가서 소리쳤어. "뭐든 오냐 아빠로 바꿔 주세요." 또 씨앗 하나가 날아왔지.
뭐든 오냐 아빠다음 날 아침 마두는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아홉 시가 다 되어 가네. "왜 여태 안 깨우는 거야? 아차, 아빠가 또 바뀌었지." 뭐든 오냐 아빠는 무척 젊어 보였어. 마두는 이번에도 저도 모르게 진짜 아빠를 떠올렸는데, 아빠 나이가 생각이 안 났어. 뭐든 오냐 아빠가 말했어. "난 절대 너한테 일어나라, 양치질해라, 이런 잔소리는 하지 않을 거야. 뭐든지 스스로 하는 거야." "와우! 드디어 제 맘에 쏙 드는 아빠를 만난 것 같아요." 마두는 아주 만족스러웠어. 뭐든 오냐 아빠는 마두가 양치질을 안 했는데도 그냥 학교에 보내 주었어. 공부를 마치고 마두는 학원 수업도 빼먹고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와서, 손도 안 씻고 과자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봤어. 어둑어둑해질 무렵 뭐든 오냐 아빠가 퇴근해서 집에 왔지. 과자를 먹어 입맛이 없어진 마두는 뭐든 오냐 아빠가 힘들게 차려 놓은 저녁상을 거들떠도 안 봤어. 마두는 오락을 실컷 하고 나서, 밤늦게까지 만화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텔레비전 화면이 치지직거렸어. 또 늦잠을 잔 마두는 지각을 하고 준비물도 못 챙겨가 선생님께 된통 야단을 맞아야 했지. '잔소리 안 해서 좋긴 한데 생활이 좀 뒤죽박죽이 된 것 같아.'다음 날 아침이었어. 한 달 전에 충치 치료받은 이가 다시 조금씩 아파왔지. 마두는 이가 아프다고 하면 치과에 가자고 할까 봐 입을 꾹 다물고 있었어. "오늘 학교에 안 갈래요. 그래도 괜찮죠?" "그럼. 하지만 어떤 일이 생겨도 날 절대로 원망해서는 안 돼." "그럼요." "그럼 아침을 먹자. 찌개가 맛있게 끓고 있거든." 아침을 맛있게 먹고 뭐든 오냐 아빠가 출근을 하자 마두는 다시 실컷 잤어.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마두는 얼굴과 팔이 간지러워 보니 버섯알레르기였어. 찌개에 버섯이 들어갔던 거야. 마두는 결국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지. "우리 아빠는 버섯 못 먹게 했는데." "너한테 버섯 알레르기가 있는 줄 몰랐어." 마두는 진짜 아빠가 떠올랐어. 언젠가 엄마가 출장 가고 없을 때 마두가 폐렴에 걸리자, 밤새 간호해 주었던 그 모습 말이야.
진짜 아빠를 찾아서 / 가자, 아빠 텃밭으로!마두는 병원에 있으면서 충치 치료까지 받고, 다음 날 퇴원해 집으로 왔어. 마두는 뭐든 오냐 아빠도 정말 좋은 아빠 같지는 않았어. "안 되겠어. 아빠를 다시 찾아야지. 이제 마지막 기회밖에 없잖아." 난데없이 나타난 말씨앗 꽃감관이 마두 앞에 턱 버티고 서서 말했어. "새로운 아빠들과 지내보니 어떠니?" "그냥 우리 아빠를 다시 돌려주세요." "그게 쉽지가 않을 것 같은데. 수많은 아이들이 너처럼 아빠를 바꿔 달라고 해서, 지금 하늘나라 텃밭에 와 있는 아빠 수가 엄청나게 많거든. 게다가 넌 지금 아빠 이름도, 얼굴도, 나이까지도 모르잖니?" "그럼 전 어떡해요?" "그래도 아빠를 찾아보렴. 아, 네가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단다. 아빠를 바꿔 달라는 네 말씨앗은 이미 싹이 터 그 힘이 아주 강해졌거든. 그래서 넌 한 번만 말해도 바로 싹이 터 현실이 되지. 물론 '아빠를 바꿔 주세요.' 그 말씨앗에 한해서지만 말이야. 앞으로 말조심해야 한다. 그럼. 이제 아빠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마두는 말씨앗 꽃감관 등에 업힌 채 하늘나라로 올라갔어. 마두는 하늘에 도착해서도 멀고 험한 길을 꽃감관을 따라서 걷고 또 걸어야 했어. 많은 텃밭도 보았지.
어떻게 아빠를 찾지?한나절이 지난 뒤 더 이상 한 발짝도 옮겨 놓을 힘이 없을 무렵, '아빠를 바꿔 주세요.' 말씨앗 텃밭이 나타났어. 커다란 꽃이 무수히 많이 심어져 있는데, 바로 아빠들이 변한 꽃들이었던 게야. "아빠를 바꿔 달라고 말한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아요?" "네 눈으로 보니 이제 실감나지? 네가 아빠 이름만 기억해도 좀 찾기 쉬웠을 텐데. 아니면 나이라도 말이야. 그럼 행운을 빈다."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해요? 아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네?" 마두는 말씨앗 꽃감관의 옷자락을 붙잡고 매달렸어. "아빠와 함께했던 추억을 잘 돌이켜 보렴.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둘만의 특별한 기억들이 있지 않겠니? 그럼 이따 다시 오마." 말씨앗 꽃감관은 사라져 버렸어. 마두는 막막하여 엉엉 울다가, 열심히 생각해 보았어. 어두웠던 얼굴이 조금씩 환해지기 시작했어. "맞아, 그러면 되겠다."
그 때 말씨앗 꽃감관이 마두 곁에 다가왔어. "이제 방법을 찾았니?" "네." 마두는 아빠와 함께했던 일들을 추억하면서 드디어 네 가지 질문을 뽑아 낼 수 있었어. '① 아파서 아빠가 밤새 간호해 주었어요. 제가 무슨 병에 걸렸죠? ② 저한테는 큰 점이 있어요. 어디에 있을까요? ③ 절 괴롭히는 알레르기는 어떤 걸까요? ④ 저와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야채는 무엇일까요?' 잠시 후 정답을 맞힌 아빠가 발표되었어. 그런데 어떻게 답을 다 알았는지 세 사람이나 나온 거야. 마두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지. "어떻게 세 사람이나 나왔죠?" "폐렴은 아이들이 잘 걸리는 병이잖아? 또 엉덩이에 점이 있는 애도 흔한 편이고, 당근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알레르기도 마찬가지지." "이젠 어떻게 해요?" "직접 만나 보면 뭔가 끌리는 게 있을 거야."
붕어빵 우리 아빠 / 다시 집으로마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세 아빠 꽃들을 찬찬히 쳐다보았지. 첫 번째, 두 번째 마지막으로 세 번째 아빠 꽃을 똑바로 쳐다보자, 마두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어.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던 마두가 환해진 얼굴로 소리쳤지. "우리 아빠예요."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콧등이 시큰해졌어. "봐요. 저랑 똑같이 생겼잖아요. 아빠랑 붕어빵이란 말 자주 들었거든요. 틀림없는 우리 아빠예요. 아빠!" 마두는 바로 세 번째 아빠한테로 달려갔어. 마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마두의 따뜻한 기운이 담긴 몸이 아빠 꽃에 닿았지. 그러자 세 번째 아빠 꽃은 사람인 아빠 모습으로 변했어. 마두와 아빠는 서로 얼싸안았어. "니가 내를 끝까지 못 알아볼까 봐 얼매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데이." "아빠가 싫어서가 아니고……. 잘 안 놀아 줘서, 그래서……." "괜찮데이." "아빠도 다른 아이 고를 거예요?" "아빠가 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런 말을 하노?" "아빠!" 마두는 아빠 품에 안겼어.
"집으로 가면 제일 먼저 뭐 하꼬?" "같이 목욕하러 가요. 목욕탕에 항상 엄마랑 갔잖아요. 여탕에서 유치원 애들 만나면 얼마나 창피했다구요……." "아빠가 억수로 미웠겠데이.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꺼다. 약속하꾸마." "이제 빨리 집에 가요." 말씨앗 꽃감관이 웃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 "다시 집으로." 집에 이르자 아빠는 약속대로 마두를 데리고 목욕탕으로 곧장 갔어. 아빠와 마두는 서로의 등을 밀어 주었어. 집에 돌아온 마두와 아빠는 신나게 놀았어. 딱 십 분이 아닌 아주 오랫동안 말이야. 다음날 집에 돌아온 엄마는 아빠와 마두의 달라진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어. 아빠는 전과 달리 시키지 않아도 집안일을 잘하고, 마두를 잘 돌봐 주었거든. 아빠는 엄마가 남편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할까 봐 무척 겁났거든. 거기다 마두도 잔소리하기 전에 제 할 일을 알아서 하는 거야. 그리고 "아빠를 바꿔 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은 이젠 장난으로라도 안 하지. 마두도 이제 말에는 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