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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얀 놈 혼내 주기

김기정 지음 | 시공사
터무니없고 얼토당토아니하지만 아주 웃기고 자꾸자꾸 궁금하여지는 이야기



뭐 재미난 일 없나?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하고 있을 때, 초등학교 뒷담 풀숲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답니다. 까치랑, 참새랑, 도둑고양이랑, 매미랑 여럿이서 한창 얘기 중인데 가만 들으니, 초등학교 2학년 어느 아이를 "요놈 조놈" 하며 욕하는 소리였어요. 그러다가 아이들 말소리가 나자, 녀석들은 눈 깜짝할 새 줄행랑을 놓았어요. 그때 나는 옆에 다가온 한 아이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한눈에 보아도 얘가 바로 "요놈 조놈" 소리를 듣던 그 아이였던 거예요. 반가운 마음에, 얼씨구 하면서 사탕으로 꼬였답니다. "사탕 사 줄게. 오늘 학교에서 벌어진 얘기 좀 해 줄래?" 되돌아오는 말이 만만치 않아요. "저어-기 떡집이 하나 생겼는데, 아직 안 가 보셨어요?" 그 바람에 나는 떡 한 보따리를 사야 했지만, 그 녀석의 얘길 들어보니 어찌나 웃기던지 내 맘대로 엮어 보기로 하였답니다.



주먹똥



까치랑, 참새랑, 도둑고양이랑, 매미가 욕하던 그놈, 우연히 마주쳐서 떡값으로 얘기 한 자락 들려주고 간 그 아이의 본디 이름은 '김주먹'이에요. 하지만 다들 '주먹똥'이라고 한답니다. '똥' 자가 이름 뒤에 붙었으니……, 짓궂은 게 아주 별나고 고약하리란 것쯤은 눈치 챘을 거예요. 주먹똥은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벌써 원숭이 뺨칠 만큼 집 안을 잘 돌아다녔고, 언젠가는 빠끔히 열린 현관문을 기어 나가 장난감 가게까지 간 적도 있어요. 드디어 걷기 시작하고 여러 놀이방과 이런저런 유치원을 거치는 동안(장난이 지나쳐서, 여러 차례 놀이방과 유치원에서 쫓겨났으니까요), 녀석이 벌인 수많은 일들을 낱낱이 얘기하려면 몇 날 며칠을 다해도 모자라요.



엄마는 이웃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어요. "얘가 망친 물건들을 팔아도, 벌써 집 장만하고도 남았죠. "주먹똥은 부모와 함께 외출을 하고 올 때면, 늘 뭘 먹든가 아니면 뭘 하나씩 사고야 말아요. 엄마가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 반드시 약속 날짜를 잡는 것도 잊지 않아요. 그래서 부모님은 길을 걸을 때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았고, 쉼 없이 녀석에게 말을 붙여야 했어요. 안 그랬다가는 또 뭘 사려고 머리를 쓸지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먹똥네 아파트 근처에 사는 동물들 중에는 밟혀 죽은 이들이 4,359마리, 다치거나 화병 난 이들이 28,799마리나 되었어요. 이제 하려는 이야기는 매미 한 마리가 서럽게 우는 데서 비롯한답니다.



매미 우는 사연



주먹똥이 사는 아파트 놀이터에 매미가 울고 있었어요. 반짝반짝 은빛이어야 할 날개에 알록달록 물이 들어 있었어요. "아니, 또 그 똥 같은 자식이 한 짓이냐?" 참새가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어요. "가만있는데, 날 잡더니 날개에다 물감 칠을 하데요. 미우웅." 매미가 날개를 파르르 떨어 댔어요. 까치는 분을 삭이지 못했어요. "깍깍, 저번엔 돌팔매질하더니, 그냥 두면 안 돼!" 도둑고양이는 앞발로 자꾸 주둥이를 문질러 댔어요. "고르릉, 고얀 놈이 가위로 내 수염을 몽땅 잘라 냈어! 우리 그 녀석 혼내 주자!" 그 녀석을 혼내 주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해 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좀처럼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도둑고양이가 말했어요. "종로 거리에 종묘라는 숲이 있는데, 거기 나이 많고, 가끔 요술도 부리는 할머니 너구리가 한 분 있다는데, 그분한테 여쭈어 봐야겠다." 이리하여 한밤중에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큰길을 건너고 몰래 버스도 타고 하여, 서울에서도 가장 복잡한 종로에 간 것이랍니다.

혼내 주기 작전



어느덧 이튿날 아침이 되었어요. 주먹똥은 여느 때처럼 집을 나섰는데,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리더니 처음 보는 새 한 마리가 잽싸게 하늘을 날아올랐습니다. 새가 있던 자리에 앵두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거기에 빨갛게 익은 앵두가 있어서 주먹똥은 단숨에 입에 털어 넣었어요. 하지만 가만 보면 앵두나무는 좀 이상했어요. 앵두나무에는 앵두가 수백 개는 더 달렸는데, 그 가운데 다섯 알만 빨갛게 익었으니까요. 사정은 이러 했답니다. 지난밤 너굴할미를 찾아갔던 도둑고양이는 새벽에야 돌아오더니 말했어요. "어르신들은 말만 그럴듯해서. 애들은 크느라고 그렇다는 거야. 철이 들면 다 괜찮대! 그래서 내가 버럭 화를 내며 박차고 자릴 뜨려는데…… '이거라도 어찌 가져가 보아라!' 하고는 요걸 주곤 그만이야. 주먹똥 놈에게 이걸 먹이라는군." 도둑고양이는 붉은 열매 다섯 알을 내보였어요.

까치와 참새와 매미가 한마디씩 했어요. "어떻게 이걸 먹인대요? 또 해코지 당하라고요?" "쩝,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일세!" "어유, 고얀 놈 철들길 기다리는 것보단 낫겠지." 해가 막 뜨려고 할 즈음, 놀이터 대추나무 밑은 소란스러워졌답니다. 드디어 주먹똥을 혼내 준다는 소문이 퍼진 거예요. 아파트에 사는 이런저런 애들이 다 모여들었답니다. 모두 다 주먹똥에게 한 번씩 당한 적이 있는 동무들이었지요. 다같이 힘을 합해 앵두나무에 열매 다섯 알을 그럴싸하게 매달았어요. 그러니까 숲도 아닌 아파트에서 난데없이 주먹똥이 들었던 새소리는 주먹똥을 꼬이기 위한 것이었어요.



시궁용



이런 줄은 까마득히 모르는 주먹똥은 아침부터 달콤쌉쌀한 앵두를 먹고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까지 부르며 학교 앞 문구점에 들러 구슬을 세 개 샀어요. 막 문구점을 나서는데 손에서 구슬 하나가 뚝 떨어져 굴러가서는, 시궁창 구멍 속으로 쏙 빠지는 것이 아닌가요! 주먹똥은 문구점 주인에게 다시 가서 구슬 하나를 물러달라고 떼를 쓰다가, 학교 수업 시간이 가까워 오자 할 수 없이 그 자리를 떴어요. 돌아서는 길에 주먹똥은 시궁창 구멍을 다시 살피고 있는데, 같은 반 달랑이를 만났어요. 언젠가 늦잠 자고 서둘러 학교에 오다가 그만 몸만 달랑 온 적이 있어서 달랑이가 된 아이지요. 주먹똥은 뭔가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어요. 주먹똥 얼굴이 자못 굳어졌어요.



"이 시궁창엔 말이다, 용이 산다? 이름도 시궁용이다." "시궁요옹?" 달랑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한 걸음 물러섰어요. "음, 좀 전에 용이 나한테 주문을 걸어서 구슬을 일부러 떨어뜨리게 했지. 용은 내 구슬을 여의주로 삼아 곧 하늘로 올라갈 거다. 그리고 저 문구점 아저씬 사람이 아니고, 시궁용을 감시하는 나쁜 도깨비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척 보면 모르니? 생긴 게 꼭 도깨비 같잖아. 처음에 이 용은 우리나라를 지키는 용이었어. 나쁜 도깨비만 아니었다면, 벌써 하늘로 올라갔을 거야. 이제 비만 오면 돼. 곧 하늘로 올라갈 거야." 그러자 이번엔 달랑이가 주먹똥 입을 막았어요. "쉿, 도깨비 아저씨가 들으면 어쩌려고? 주먹똥! 우리가 여기서 용을 지켜 주면 좋겠다." 그렇지만 주먹똥과 달랑이는 학교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곧 학교 시작종이 울릴 참이었거든요.



주먹똥 당하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을 때, 주먹똥은 배 속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달랑아, 너부터 들어가. 난 좀 이따 들어갈게." 주먹똥은 서둘러 뒷간 쪽으로 달려갔는데 뒷간 문이 열리지 않았어요. 사실은 도둑고양이가 수십 마리 학교 쥐들을 협박하여 뒷간 문을 온몸으로 막게 했던 것을 주먹똥이 알 리 없습니다. 뒷간에 들어가지 못한 주먹똥은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나중엔 두 손을 엉덩이에 붙인 채, 종종종 뛰었지요. 주먹똥은 학교 뒤뜰 풀숲으로 가서 바지를 내리려는 순간, 옆에 있던 장미 가시가 엉덩이를 쿡 찔렀습니다. 참새가 장미 넝쿨에 숨었다가, 장미 가지를 흔들어 댔던 것이죠. 겨우겨우 주먹똥이 자리를 잡은 곳은 앞이 훤히 트인 창고 앞 계단이었습니다. 주먹똥은 들킬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고, 배가 아파 땀까지 뻘뻘 났어요.



참새는 주먹똥 머리 위에다 똥을 찍 깔기고 포르르 날아올랐어요. 까치와 매미, 도둑고양이도 보란 듯이 주위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주먹똥은 두 손을 꼭 쥐고 힘을 주고 있는데, 풀숲에서 너굴할미가 나와 주먹똥 앞으로 왔어요. 주먹똥은 어쩌지 못하고 꼼짝없이 너굴할미를 마주 보아야 했지요. 너굴할미는 주먹똥 둘레를 한 바퀴 휙 돌고는 빤히 쳐다보며 말했어요. "어떠냐? 이제 우리 애들을 괴롭히지 않겠느냐?" 그러나 주먹똥은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답니다. "아이고, 아야, 배 아파요. 살려 주세요! 하느님, 한 번만 살려 주세요. 다시는 나쁜 짓 않을게요. 거짓말도 안 할게요."

주먹똥이 정말 너굴할미의 말을 들었는지, 아니면 너굴할미와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속으로 아주 잠깐이었지만, 간절하게 그동안 자신이 한 짓을 반성한 것은 참말이랍니다. "난 바빠서 가 봐야겠다. 이제부턴 사이좋게 잘 놀아야 하느니." 너굴할미는 뒤를 한번 흘낏 보고는 담장 너머로 사라졌어요. 그러더니 아주 큰 소리가 들리고 고약한 냄새가 났답니다. 끄응! 뿌지직! 곧이어 주먹똥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바지를 추스르고, 이마에 맺힌 땀과 눈자위에 맺힌 눈물을 훔쳐 내고, 어기적어기적 살금살금 쪼르르 교실 쪽으로 걸어갔답니다.



고약하고 어이없는 일



첫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창고 앞을 지나던 한 아이가 까무러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누가 계단에 똥을 싸 놓았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헛구역질을 해 대며 담임선생님을 찾았어요. "선생님, 큰일 났어요. 어떤 자식이 똥을 싸 놓았어요. 창고 앞 계단에요." "거긴 우리 반 청소 자리잖니." 똥 소문은 순식간에 반 아이들에게 퍼졌어요. 모두들 코를 막고, 헛구역질을 해 대었어요. 아이들은 오로지 선생님만 올려다보았습니다. '똥 좀 치워 주셔요!' 하고 간절하게 바라는 눈빛으로 말이에요. 하지만 젊고 예쁜 선생님도 똥이 싫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한편 주먹똥은 어찌하고 있었을까요? 주먹똥은 시침 뚝 떼고 있었어요. 그러나 속으로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요. '누가 날 본 건 아닐까?'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벌 받은 거야.' '이번만 잘 넘어가면……?'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얘들아, 우리 반에 아주 큰일이 생겼구나. 누가 좋은 방법을 좀 생각해 보렴." 한참 고요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마침내 주먹똥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선생님! 똥은 말리면 냄새도 안 나고, 버리기도 나을 거예요. 먼저 똥을 말려 봐요." 선생님이 대답했어요. "좋은 방법인데 똥을 어떻게 말리지?" "머리 말리는 기계로 말려요." 댕기머리가 말했어요(엄마가 미장원을 하는데, 가게 이름이 댕기머리였죠). 그런데 이상한 일은, 아이들이 똥 얘기에 조금씩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거예요. 뭔가 아주 신나고, 훌륭한 일을 해내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어요. 누군가 소리쳤어요. "쓰레받기로 밑에서 떠서 버려요! 똥을 떠서 숨을 안 쉬고 막 달리면 냄새도 안 날 거예요." "그런데 그 엄청난 일을 누가 하겠니?" 순간 교실 안은 숨소리도 멎은 듯했어요.



잠시 뒤에 손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말하는 아이가 있었죠. "내가 할게!" 주먹똥이었어요. 반 아이들과 선생님은 다같이 주먹똥을 우러러보았습니다. "나도 도와주지." 잠자코 있던 달랑이도 나섰어요. "나도 할게. 난 냄새를 잘 못 맡으니까 딱이야." 늘 코에 콧물이 그득한 킁킁이였어요. 갑자기 선생님 얼굴이 환해졌어요. 지금까지 수업 시간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손을 든 적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해서 주먹똥네 반에서는 똥 치우기 대표 선수들이 뽑혔어요.



똥 치울 사람 - 주먹똥, 달랑이, 킁킁이 ; 길 안내할 사람 - 발바리똥통 앞에서 기다릴 사람 - 뚜벅이, 촐싹이, 얌전이 ; 똥 자국을 깨끗이 치울 사람 - 무다리, 물총이 안내지도 만들 사람 - 댕기머리 ; 시간 기록 잴 사람 - 선생님 열심히 응원할 사람 - 나머지 아이들



고얀 놈은 혼이 났을까?



둘째 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먹똥을 비롯한 아이들은 똥을 치우기에 앞서 미리 연습까지 했습니다. 벌써부터 창고 앞 계단에서 뒷간 똥통까지 반 아이들이 죽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주먹똥, 힘내라!" 이 소리를 들은 주먹똥은 어깨를 으쓱하며, 숨을 한번 크게 쉬고, 눈에 힘을 주고, 성큼성큼 창고 앞으로 걸어갔답니다. 숨을 꾹 참은 채, 망설일 틈도 없이 쓰레받기로 똥을 푹 떴어요. 옆에 섰던 달랑이와 킁킁이가 남은 똥을 비로 쓸어 쓰레받기에 담은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주먹똥은 아주 잽싸게 달렸어요. 앞장서서 달리던 발바리가 고래고래 소리쳤습니다. "야, 비켜. 똥 나가신다!" 옆에 선 아이들이 박수를 치면서 발을 동동거렸습니다. "영차, 영차! 힘내라!" "이야, 멋져!"



이때 학교 안에 있던 선생님들과 다른 반 아이들도 뭔 재미난 일인가 하고 기웃거렸어요. 주먹똥네 반 아이들만 빼고는 그게 똥을 치우는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이 날의 모든 일을 꾸민, 도둑고양이와 까치와 참새와 매미도 이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더욱이 하늘에서 이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구름 하나는 배꼽을 잡고 웃어 버렸답니다. 뒷간 문 앞에는 벌써 아이들이 문을 열고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마침내 주먹똥이 똥을 똥통 속에 털어 넣자, 뚜벅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잡이를 있는 힘껏 내리었지요. 뒤따라온 달랑이, 킁킁이가 나머지 똥을 털었고, 촐싹이, 얌전이도 자기 일을 멋지게 해내었어요. 주먹똥과 선생님과 반 아이들은 손을 번쩍 들어 외쳤습니다. "만세!"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우르르 꽝! 하는 소리가 나더니,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배꼽 잡던 구름 하나가 배를 너무 쥐어짜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지요. 그때 주먹똥과 달랑이는 벼락 한 줄기가 학교 앞 문구점 지붕 위에 떨어지는 것을 본 듯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 희부연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기도 했지요. 달랑이가 말했어요. "네 말대로 시궁용이 하늘로 올라간 거지? 문구점 도깨비는 벼락 맞은 거고?" 주먹똥은 흠칫 놀랐다가, 잠시 뒤에 말했어요. "……응." 이때 까치, 참새, 매미, 도둑고양이는 "고얀 놈, 혼 좀 났을까?" 하며 갸웃하다가, 해죽해죽 웃었답니다.



네 멋대로 하여라



그 뒤 다시 주먹똥을 만난 것은 보름쯤 뒤였어요. 저녁 찬거리를 사려고 막 놀이터를 비켜 가고 있는데, "아저씨!"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서 보니, 주먹똥이에요. "오늘 애들이랑 축구 시합했는데요. 우리가 30대 0으로 이겼어요. 근데 어디 가세요?" "가게에 장 보러 간다." "우린 지금 엄청 목마른데." "……." 주먹똥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마지막 한마디를 보태요. "아저씨, 재미난 얘기 또 해 줄까요?" 마침내 나는 음료수 한턱을 내야 했습니다. 휴, 작가 노릇이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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