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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

이경혜 외 지음 | 뜨인돌
흑설공주

왕비가 창가에 앉아 하얀 털실로 태어날 아기가 입을 망토를 짜고 있었는데, 이 왕비가 바로 그 유명한 '백설공주'였다. 왕비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창밖으로 검은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아, 아름다운 검은 눈처럼 아름다운 아기를 낳았으면!"이란 말을 뱉고 말았다. 몇달 후, 왕비는 공주를 낳았는데, 놀랍게도 온몸이 새까맸다. 모두들 놀랐지만 왕비만은 기뻐했다. "오, 정말로 검은 눈처럼 아름다운 아기구나. 이 아기를 흑설공주라고 부르도록 하여라." 그 뒤 왕비는 곧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흑설공주는 무럭무럭 자라났지만, 까만 피부 때문에 아무도 - 아버지인 왕마저도 - 공주를 사랑해주지 않았다. 흑설공주는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녔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궁궐의 작은 도서관이나 다락방 같은 곳만을 찾다 보니,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왕은 새 왕비를 맞아들였다. 새 왕비는 매우 아름다웠고, 흑설공주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언제나 흑설공주를 데리고 다녔다. 왜냐하면 흑설공주가 옆에 있으면 자신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흑설공주는 새 왕비에게 끌려 다니는 것이 몹시 괴로웠다. 그날도 왕비는 흑설공주를 무도회에 데려가려고 찾다가, 마침내 다락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공주를 찾아내었다. 왕비는 흑설공주에게 무도회에 가자고 했으나 공주는 싫다고 하였다. 그러다 왕비는 다락방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던 '진실의 거울'을 보게 되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진실의 거울'이구나.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지?" 그러자 거울이 대답했다. "흑설공주님이십니다." 그 말을 듣자 왕비는 화가 나서, 흑설공주를 보고 소리쳤다. "정 나가기 싫으면, 이 다락방에서 나오지 말거라!" 그날부터 흑설공주는 다락방에 갇혀 살게 되었다.



그 뒤 어느 날 왕비는 왕에게 사람들이 괴롭힐지 모르니 흑설공주를 깊은 숲 속에 따로 살게 하자고 말해 왕의 허락을 받았다. 왕비는 그길로 악명 높은 사냥꾼을 불러 흑설공주를 숲 속 깊이 데려가 죽이고 오라고 명령했다. 사냥꾼은 흑설공주를 데리고 숲 속으로 가서 죽이려 했는데, 공주가 울며 살려 달라고 하자, 가엾게 느껴져서 공주를 살려 주었다. 공주는 숲 속을 헤매다가 일곱 난쟁이의 집을 발견했는데, 그 집은 백설공주의 일곱 난쟁이들이 각각 낳은 일곱 명의 아들 난쟁이들의 집이었다. 흑설공주는 그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한편 왕비는 다시 거울에게 물어보았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지?" 거울은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저기 일곱 개의 산 너머 일곱 난쟁이 집에 있는 흑설공주님이십니다." 왕비는 질투와 분노로 이를 갈았다. 마법도 쓸 줄 아는 왕비는 할아버지처럼 변장하고, 일곱 난쟁이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헌 책 사세요! 헌 책 사세요! "난쟁이들이 일하러 나가고 혼자 있던 흑설공주는 책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공주는 창 밖을 내다보니, 마녀가 아니라 남자인 것을 보고 마음놓고 문을 열었다. 왕비는 책 한 권을 펼쳐 보이며 "물 한 잔만 주면 이 책을 선물로 주고 가리다."하고 말했다. 백설공주가 기뻐하며 물을 가지러 간 사이에, 왕비는 공주가 펼쳐 둔 페이지에 재빨리 독을 바르고, 다음 페이지에는 그 독을 풀 수 있는 해독제도 발랐다. 책에 독을 바를 때는 반드시 다음 장에 해독제도 발라야 하는 것이 마녀 세계의 법칙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독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숨이 끊어지니 다음 장에 해독제가 발라져 있어도 별달리 소용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물을 가져다 준 공주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다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기뻐하며 궁궐에 돌아온 왕비는 얼른 거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거울은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왕비님 입니다." 질투심으로 미칠 것 같았던 왕비는 이제야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한편 일곱 난쟁이들은 공주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흘 밤낮을 울었고, 예전에 백설공주를 담았던 투명한 유리관에 흑설공주를 눕혔다. 공주가 읽다 만 책도 펼친 페이지 그대로 관속에 넣어서 숲 속에 관을 갖다 놓았다. 신기하게도 공주의 몸은 전혀 썩지 않았다. 며칠 뒤, 오래 전부터 공주를 사모하는 젊은 나무꾼 한 사람이, 나무를 하러 왔다가 그 유리관을 보게 되었고, 공주의 죽음을 슬퍼하며 흘린 눈물이 공주 옆에 펼쳐져 있던 책장 위를 지나 아래로 뚝뚝 떨어져 공주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책장에 묻어 있던 해독제가 공주의 입안으로 녹아 들어가서 공주가 눈을 떴다. 눈을 뜬 공주는 나무꾼의 눈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흑설공주가 왕궁으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여전히 새까만 공주가 어째서 아름답게만 여겨지는지 당황했고, 왕비의 음모도 드러나 왕은 왕비를 감옥에 가두었다. 또 나무꾼과 공주는 결혼식을 올렸다.

큰 깨달음을 얻은 흑설공주는 자주 거울에게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사람이 누구니?" 라고 물었고, 거울은 그때마다 정직하게 대답했는데, 공주는 그 사람을 불러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 흑설공주의 나라에는 못생긴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이제 거울은 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냐고 공주가 물으면 이렇게 대답했다. "다들 나름대로 아름다우니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모르겠어요. " 흑설공주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맞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거든."



유리 구두를 벗어버린 신데렐라

옛날에, 신데렐라라는 어린 아가씨가 살았는데, 어머니는 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장사를 하는 바람에 자주 집을 비웠다. 외로운 신데렐라가 불쌍해서 아버지는 다시 결혼을 했는데, 새엄마는 신데렐라 또래의 두 딸을 기르는 아주 착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새엄마와 결혼한 뒤, 아버지는 장사 때문에 여섯 달 동안 집을 떠나 있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집을 떠나자마자 새엄마와 새 언니들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새엄마는 집에서 낡은 옷을 신데렐라에게 입히고, 빗자루로 때리며, 부엌에서 잠자게 했다. 새 언니들은 신데렐라가 씻지도 못하여 재를 뒤집어쓴 것처럼 더럽고 시커멓게 되자, 신데렐라를 '재깜둥이'라고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물에 빠져 실종됐다는 슬픈 소식이 날아왔다. 새엄마와 언니들은 오히려 기뻐하며 아버지의 재산을 다 움켜쥐고, 신데렐라를 마음놓고 하녀로 부려먹었다. 그러나 신데렐라는 아버지가 살아 돌아올 거라 믿고 모든 어려움을 참아 냈다.



어느 날이었다. 외양간 근처에서 잡초를 뽑고 있던 신데렐라는, 쇠똥구리가 자기 몸보다 훨씬 큰 쇠똥을 혼자 굴리고 있는 것을 보고, 새끼손가락으로 쇠똥을 살짝 밀어 주려고 했다. 그때였다. "안 된다, 얘야!" 동네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였다. 하얀 양산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천사의 날개처럼 보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 도와주면, 나중에는 쇠똥구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가 없게 된단다. "그 날 밤부터 신데렐라는 힘들 때마다 쇠똥구리를 생각했다. '그래, 나도 밤마다 부모님 생각으로 울지 말자! 누가 도와주기만을 기다리지 말자!' 신데렐라는 이제 책을 보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두 언니는 달랐다. '여자는 예뻐야지 잘살 수 있어. 왕자님도, 용감한 기사도 예쁜 여자를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거울만 보았다.

어느 날, 새엄마와 두 언니들은 왕궁에서 온 무도회 초청장을 받고 뛸 듯이 기뻐했다. 왕자님이 무도회에서 신붓감을 고르신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며, 두 언니들은 날마다 머리를 손질하고, 얼굴을 수없이 닦았다. 들떠 있는 언니들의 시중을 들면서 신데렐라는 '왜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해서 자기 인생을 바꾸려 하는 걸까? 자기의 길은 자기가 개척해 나가야 하는데.'하고 생각했다. 드디어 무도회 날, 신이 나서 무도회장으로 떠나는 언니들을 보니, 신데렐라도 무도회에 가고 싶어졌다. 그때 쇠똥구리 때문에 나타났던 할머니가 눈앞에 서 있었다. "신데렐라야, 너도 무도회에 갈 수 있단다." 할머니는 요술을 부려 금빛 마차와 여섯 마리의 말, 드레스, 그리고 빛나는 유리 구두를 뚝딱 만들어냈다. "신데렐라, 어서 무도회에 다녀오너라. 그런데 밤 열두 시가 지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변해 버린다는 걸 명심해라." "네. 할머니." 신데렐라를 태운 마차는 무도회장으로 떠났다.



대궐에서는 벌써 화려한 무도회가 열리고 있었다. 왕자는 아름다운 신데렐라에게 마음을 빼앗기고는, 함께 춤을 추자고 정중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새 열두 시가 되어, 신데렐라는 왕자의 손을 뿌리치고 황급히 뛰다가 유리 구두 한 짝이 벗겨졌다. 집에 도착한 신데렐라는, 아직도 자기 발에 신겨져 있는 유리 구두 한 짝을 벗어 부엌 구석에 숨겨 놓았다. 한편, 왕자는 계단 밑에 떨어진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 한 짝을 가슴에 품고, 이름도 모르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아가씨를 찾아야 해'라고 결심한 왕자는 '유리 구두가 발에 꼭 들어맞는 아가씨는 왕자님의 아내가 될 수 있다.'는 명을 내렸고, 왕자의 부하들은 날마다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며 모든 아가씨들에게 유리 구두를 신겨 보았으나, 유리 구두가 발에 맞는 아가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윽고 신데렐라네 집에도 왕자의 부하들이 찾아왔다. 두 언니들의 발에 구두가 맞지 않아 왕자의 부하들은 돌아가려다가, 부엌에서 나오는 신데렐라를 보고 신데렐라에게도 유리 구두를 신겨 보았다. 유리 구두는 신데렐라의 발에 딱 들어맞았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왕자는 재깜둥이 모습의 신데렐라를 보고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나와 함께 춤을 춘 아가씨는 정말 예뻤는데, 이걸 어쩌지.' 새엄마와 두 언니들은 놀라면서도, 이제 왕자의 아내가 될 신데렐라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신데렐라는 부엌에 숨겨 놓은 유리 구두 하나를 마저 가져와, 집어 던졌고, 유리 구두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자 신데렐라는 말했다. "왕자님은 내가 처음부터 재깜둥이였다면 쳐다보지도 않았겠지요. 새엄마와 언니들도 유리 구두가 아니었다면 나를 계속 구박했을테고요. 나는 사랑은 없고 외모만 중요하게 여기는 결혼은 하지 않겠어요. 새엄마와 언니들은 더 이상 나를 하녀처럼 부리지 말아요. 이제 당당한 내 인생을 살 거예요. 자기 생각이 없는 삶은 저 유리 구두처럼 언젠가는 다 부서질 거예요." 말을 마친 신데렐라의 눈동자는 굳은 의지로 빛났다. 멀리서 마차 바퀴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반가운 외침이 들렸다. "신데렐라! 너희 아버지가 지금 너에게 오고 계신단다!"



나무꾼과 선녀

옛날 어느 마을에 칠복이라는 나무꾼 총각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고 있었는데, 장가를 못 간 칠복은 장가든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하루는 칠복이 산 속에서 나무를 하고 있는데, 사슴 한 마리가 달려와서 다급한 목소리로 자기를 좀 숨겨 달라고 하여, 사슴을 나뭇단 속에 숨겨 주었는데, 쫓아온 사냥꾼이 멀리 사라지고 난 뒤, 사슴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오늘밤 산 속 연못에 가면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할 터이니 옷을 훔치라고 일러 주었다. 선녀에게 장가들고 싶은 마음에 칠복은 사슴이 말해 준 연못을 찾아갔지만, 선녀는 볼 수가 없었다. 칠복이 실망한 채 서낭당 앞에 왔을 때, 옷 보퉁이 하나를 가슴에 안은 색시가 서성이고 있었다. 새벽에 서낭당에 나와 있는 색시면, 이혼을 했거나 소박을 맞은 여자다 싶어, 칠복은 색시의 손을 잡아끌었다. 집에 온 색시는 끼니마다 열두 가지 반찬을 만들어 세끼 따뜻한 밥으로 봉양을 하니, 칠복이 신수가 확 펴졌고 어머니도 생기가 돌았다. 칠복이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한테 장가를 들었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졌다. 그런데 칠복의 색시는 말을 못했다. '어쩐지 너무 운이 좋다 했어. 그래도 착하고 부모님 잘 모시니, 말 좀 못하는 게 뭐 큰 허물이라고.'칠복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내는 음식 솜씨와 바느질 솜씨가 좋아 남의 집 잔치 일이나 삯바느질 일이 끊이지 않았고, 틈틈이 남의 집 밭일도 해 주었다. 아내 덕분에 살기가 편해진 칠복은 일도 안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만 했다. 그 사이 아내는 딸과 아들을 낳았다. 아내가 아들을 낳던 날, 칠복은 투전할 밑천을 뜯어내려고 술이 취한 채 집에 들어왔다. 삯바느질 부탁 받은 명주를 들고 나오는데, 아내가 칠복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자, 칠복은 아내를 다짜고짜 두들겼다. 이튿날 일어나 보니 아이들도 없고 아내도 없었다. 입 잰 아낙들은 선녀가 그예 하늘로 올라가 버렸노라고 입방아를 찧어 댔다. 칠복은 술로 세월을 보내는데, 어느 날 꿈에 사슴이 나타났다. 칠복은 사슴에게 소리쳤다. "네 이놈, 네가 지난번에 나를 속였지?" "미안해요. 그래도 선녀를 만나긴 만났잖아요." "선녀는 무슨 선녀? 말 못하는 벙어리더구먼." "그 선녀는 옥황상제 막내 따님이에요. 산 곱고 물 고운 인간 세상에 내려가 살겠다고 옥황상제를 졸라 내려오게 된 거라고요. 인간들 법에 시집간 여자는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봉사 삼 년을 살아 내야 하는 거라면서요? 그런데 벙어리라 싫다고요? 내 지난번 일도 있고,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선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지요. 이번에는 잘 좀 사세요."



칠복은 잠이 깨자마자 사슴이 가르쳐 준 대로 연못을 찾아갔다. 어두워지자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왔다. 칠복은 얼른 두레박을 집어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옥황상제를 만나게 되었다. 옥황상제는 남편 자격시험에 합격해야만 딸을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 두 선녀 중에서 아내를 찾는 시험이었다. 비단 휘장 안에서 비단결 같이 매끄러운 하얀 손과 거칠고 마디 굵은 검은 손이 나왔다. 칠복은 희고 고운 손을 덥석 잡았으나, 아내가 아니었다. "제 마누라 손은 저렇게 거칠고 마디 굵은 손이 아닙니다."라고 칠복이 말하자, 아내가 말했다. "당신은 내 손을 한 번도 따뜻하게 잡아 준 일이 없지요? 그곳에서 저는 쉴 틈 없이 일을 하느라 손이 이 모양이 되었습니다." 칠복은 깜짝 놀랐다. 말을 못하는 줄로만 알았던 아내가 입을 열어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칠복은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떼를 썼다. 두 번째 시험은 자장가 소리를 듣고 아내를 찾는 시험이었다. "모르겠습니다." 칠복은 고개를 떨구었다. 아내가 말했다. "당신은 내가 아이를 재우는 동안 혼자서 쿨쿨 잠만 주무셨지요."



칠복은 이번에도 떼를 써 기회를 한 번 더 얻어냈다. 두 선녀가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은 채 칠복이 앞에 섰다. 칠복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제야 칠복은 자신이 아내와 마주 앉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음을 깨달았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두 선녀의 눈을 번갈아 들여다보니, 한 선녀 눈은 평화로웠고, 또 한 선녀의 눈은 무섭게 독기를 품고 있었다. 아내는 그간 칠복에게 섭섭함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칠복은 분기 품은 눈을 한 선녀 앞에 다가가 말했다. "여보, 미안하오." 그러나 이번에도 아내가 아니었다. 평화로운 눈을 한 선녀가 바로 칠복의 아내였던 것이다.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나는 당신을 한 번 더 용서하려고 했지만, 당신은 끝끝내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군요. 돌아가세요. 저는 하늘에서 살 겁니다." 칠복은 곧 땅으로 내쳐졌다. 땅에 돌아온 칠복은 날마다 아내가 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통곡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만 덜컥 죽어 수탉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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