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흑자경영
정석주 지음 | 티비
1 맨손으로 일궈낸 창업; 젊은 날의 쓴 경험을 재기의 밑걸음으로
창업은 이렇게 했다창업을 위해서 필요한 법정 자본금은 3,000만 원이었지만 불과 1,000만원이라는 소자본으로 1977년에 출범한 양지실업주식회사는 축하 화분 하나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공장이라고는 건평 140평 정도에 불과했지만 처음부터 시스템화된 조직을 만들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통해 만전을 기함으로써 로스(loss) 없는 제로디펙츠(Zero Defects)라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특별히 내가 봉제완구에 집중하는 데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내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근무했던 직장이 제조용 털 원단(pile fabrics) 수출회사였는데, 여기에서 봉제완구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또한 수출에 대한 실무를 익힌 것이다. 둘째는 봉제는 대표적인 자본 집약적인 업종이 아니라 노동 집약적인 업종이었기 때문에 자본이 부족한 나의 사정에 적합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창업 당시 정부는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수출산업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주었기 때문에 그만큼 사업하기 좋은 입지적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넷째는 섬유업계에서 완구에 필요한 고품질의 원·부자재 생산과 공급을 위한 기반이 충분히 조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근로자의 수급이 원활했고,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창업초기의 임가공 하청 - 마케팅의 기회로 삼았다정부가 수출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수출 기업들에 대해서 많은 금융 혜택을 주며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하기는 했지만, 변변한 담보물 하나 없고, 무역업으로 등록되지도 못한 입장에 놓여 있었으며, 무명업체로서 아직 제품에 대한 품질이 대외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상태에 있었던 어려운 현실이었기 때문에 나는 모든 사업 활동을 마케팅 기회로 삼는 데 주력했다.
첫째, 일정 기간까지는 임가공 하청 및 '주문자 상표부탁 생산'인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방식의 주문을 받는 것도 불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둘째, 우리에게 임가공 하청을 의뢰하는 회사들에게 품질 수준과 납기를 정확하게 엄수함으로써 신용도를 최고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투어 생산을 의뢰함으로써 공장 가동에 어려움이 없었다. 셋째, 하청을 받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원청회사라는 의식을 가지고 최고의 품질을 생산했으며, 이는 외국 바이어들에게 우리 회사를 PR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넷째, 근로자들에게 6개월에서 1년 안에 자체 회사 제품을 직접 수출할 것이라는 꿈과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방안을 가지고 전 근로자와 임원들과 내가 하나가 되어 역주한 결과 양지실업주식회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함으로써 드디어 정식 무역업체로서 자격을 획득하고 탄탄한 기반 위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3 기업경영의 기본 원칙; 조직화를 잘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기업경영의 기본원칙기업을 제대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영조직이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조직이 잘되고 있다는 것은 경영조직(Business Organization)이 잘 정립되어 경영의 필수적인 요소가 효과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다는 말인데, 조직이 살아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목표수행 과정에서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대내외적 모든 변수에도 적절히 대처하며 소기의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물적, 인적자원의 조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회사는 자체적으로 디자인을 개발하여 생산하는 제조업체로서 생산된 제품 전량을 수출했다. 따라서 이에 적합한 조직체계를 확립하여 잘 훈련된 각 부서의 주체가 효율적으로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했다.
이와 같이 경영조직이 구성되면 기업 경영의 기본 원칙이 마련되어야 경영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가 있을 것이다. 각 나라에는 헌법이 있고 모든 법률은 헌법에 기초하여 입법화되어 시행되는 것과 같이 기업도 기업경영에 대한 기본 원칙이 있어야 한다. 기본 원칙이란 변함이 없는 일관성을 의미하는데, 기업에서 일관성이 강조되는 경우가 마케팅과 경영이다. 이 일관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는데, 1985년 코카콜라사는 100여 년간 지켜온 원칙 즉, '최초의 Coke를 망치지 말라'를 무시하고 맛과 향을 완전히 바꾼 'New Coke'를 론칭(論稱)했다. 이 일은 결국 코카콜라사의 매출 급감과 함께 기업 이미지의 손상을 가져와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게 되었다. 코카콜라사는 미국의 문화적인 전통이라는 기업의 영속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줌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그 결과는 기업의 위기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므로 일관성을 가지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변화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본 원칙이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는 다섯 가지 기본원칙을 일관성 있게 지켜오고 있다.
첫째는 사업경영은 제조업으로 한정하여 봉제완구 전문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양지 실업하면 봉제완구라는 등식이 성립할 만큼 우리는 단일 상품으로 성공했다. 둘째는 생산한 제품 전량을 수출한다는 것인데, 쇄도한 주문은 전량 수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셋째는 품질 고급화로 세계 일류상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넷째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을 선택했는데, 바로 질적 성장 위주의 정책이 30년 흑자경영의 버팀목이었다. 다섯째는 기업의 사회적 윤리와 신용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었다. 즉 기업의 공익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5 인간중심 경영의 인사관리; 인재활용은 기업경영의 알파요, 오메가
인사관리의 개요인사(人事)란 경영자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에 대한 모든 일이다. 양지 실업은 비록 중소기업이기는 하지만, 인적자원 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여기에 치중함으로써 회사가 30년간 유지 발전하는 데 핵심적인 기반이 되었다.
인력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의 가장 기초적인 요인은 바로 임금 문제인데, 임금 문제 해결을 선행하지 않은 채 온정주의에 따라 후생 복리를 강화하거나 인간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시대에 맞는 능력 있고 색깔 있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여 조직을 새롭게 재구성(Restructuring)함으로써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인력 채용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그 운영에 대해서도 과감한 시도를 감행했는데, 권한과 책임을 각 부서별, 팀별, 그리고 공장에 위임하였으며,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교육에 주력했으며, 조직 내의 모든 업무가 유기적으로 순환되도록 하기 위해 부서와의 연관성을 밀접하게 가지도록 했다.
인사의 기본 원칙인사의 기본 원칙이 없다면 인사의 효율적인 운영은 기대하기 어려운데, 그 기본 원칙은 첫째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조직을 최소 단위로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에 주력하여 최소한의 인력의 조직 구조를 유지하되 그 인력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둘째는 팀장 경영체제로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업무의 책임성을 높여 근무실적을 향상시킬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신상필벌(信賞必罰) 제도를 도입하여 근무 자세를 확립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넷째는 출신지 차별을 배척함으로써 지방색을 없애고, 모두 한 식구라는 통일성 의식을 고양시켰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친인척을 배제함으로써 회사 직원들과의 보이지 않는 알력을 사전에 예방했다는 것이다.
7 마케팅; 시장 다변화로 15개 나라에 수출하다
마케팅의 기본 전략 세 가지마케팅을 구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시장 조사라고 생각한다. 시장 조사가 포괄적인 것이라면 마케팅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이다. 시장조사(Marketing Research)는 단순하게 말하면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성향과 시장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수행했던 시장 조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먼저 전체 시장에 대한 조사이다. 우선 봉제완구를 다량 수입하는 국가가 어느 나라이며 몇 개 국가 정도가 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경쟁 회사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장 조사가 끝나면 마케팅 전략이 구체적으로 세워져야 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활동 즉, 가치를 약속함으로써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만족을 제공함으로써 현재 고객을 유지시키는 모든 활동, 즉 제품을 잘 팔리게 하는 총체적인 기능과 활동이다. 우리 회사의 기본 목표는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여 전량 해외에 수출하는 '글로벌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노바이 노 프로덕트(No buy No product)로 해외의 오더가 없다면 회사가 존속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더욱더 마케팅은 우리 회사의 절대적인 사활의 문제였던 것이다. 우리가 수행해왔던 마케팅의 기본 전략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시장 다변화이다. 시장 다변화는 주문을 분산함으로써 한두 명의 대형 고객에 의존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가 있으며, 고객의 변동에 대해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직거래 원칙을 일관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제품을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대형 백화점이나 체인스토어에 직접 수출하고, OEM 방식의 해외 수입상을 배제하는 전략이다. 직거래 방식은 수입상에게 지불하는 중간 마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고, 다양한 바이어들로부터 그 지역에 대한 생생하고 다양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며, 바이어와의 상담 과정에서 동등한 동반자로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소형 다품종 생산체제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소형 다품종은 항상 소량을 판매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소량의 주문이라도 거부하지 않고 선택의 폭을 확대함으로써 결국 대량 주문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9 산타베어(Santa Bear)의 신화; 22년 동안 미국인들에게 사랑 받다
화려한 데뷔1985년 9월 중순 데이턴 허드슨 백화점(Dayton Hudson Dept Store)의 바이어가 갑자기 내한했는데, 그는 우리가 봄에 레귤러 아이템으로 수출했던 15인치의 크기의 흰곰과 그 곰에 입힐 모자와 스카프의 디자인 스케치를 꺼내 보였다. 그러면서 모자와 스카프는 스웨터 조직으로 만들고 모자 앞면에는 'SANTA BEAR'라는 이름을 새겨 넣어서 연말 세일즈 프로모션 제품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오더의 배경 설명을 전해 주었다. 거기다가 45일 이내에 40만 개를 만들어서 늦어도 11월 10일 이내에 선적해 달라는 황당하고 무리한 주문을 했는데, 우리는 이 요구를 완벽하게 소화해서 정확한 납기에 선적함으로써 기적을 만들어냈다. 회사의 임원과 근로자가 한마음이 되어 밤잠을 설치면서 만들어낸 소중한 결정체였던 것이다. 미국에 도착한 40만 개의 산타베어는 15일 만에 전량 소진되었고, 백화점에서도 경악할 정도로 그 인기가 폭발적이었는데, 암시장에서는 정상가의 10배의 가격인 300달러를 주고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22년간 사랑 받다산타베어의 신화는 1985년과 1986년, 2년간 이어진 성공적인 세일즈 프로모션에서 주역을 담당함으로써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산타베어는 라이프사이클이 매우 짧은 완구의 특성을 감안할 때 22년간이라는 초장기적 수명을 누린 장수 아이템이었다. 이것은 산타베어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이 장기화되리라고 예측하여 프로모션으로 사용하지 않고 정기 아이템으로 전환하기로 전략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다만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개발하는 연말 기획 상품으로 만들기로 하고, 기본 산타베어의 모습을 바꾸지 않고 새로운 코스튬(Costume)을 개발하여 산타베어에 입힘으로써 고객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감은 물론, 수집이 가능한 시리즈물로 만들었다. 예를 들면 1987년에는 어린이들의 영웅인 소방관 복장을 입혀 '1987 Santa Bear'라고 새겼고, 그 후로도 북극 탐험대원, 요리사, 세계 여행자 모습, 화려한 영국 근위병의 복장을 입혀서 변신을 시도했는데, 이 변신 전략은 매출 신장을 이어가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복장 바꾸기의 전략은 산타베어의 시리즈를 수집하는 매니아들을 탄생하게 만들었고, 산타베어의 매니아들은 다음 해는 어떤 산타베어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산타베어를 열망할 정도로 산타베어에 열중했다. 어떤 중소 지역 신문사에서는 『산타베어 신문』까지 발간하여 회원들에게 매년 4~5회 정도씩 산타베어 소식을 전하는 진풍경까지 낳았으며, 이와 같은 신문사의 회원증대 노력은 산타베어에 대한 흥미를 더욱 높이고 결과적으로 백화점의 완구 판촉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10 140평에서 미화 1천만 달러의 제품을 수출하는 생산관리;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창업 초기 140평에서 미화 1천만 달러를 수출한다공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규모인 140평에서 1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물량의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산관리 체제를 완비해야 했다. 우리 회사는 처음부터 이 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했기 때문에 140평에서 1천만 달러 수출이라는 기적을 창출한 것이다. 그 준비된 체제를 살펴보면, 생산 계획의 수립, 생산 스케줄의 작성, 관련 부서와의 긴밀한 연대, 효율적인 분임조의 구성, 생산지시서를 철저하게 살피는 공장장의 치밀함, 선적 후의 검토 작업 곧 팔로 업(follow up)을 통해서 만전을 기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미화 1천만 달러를 수출할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는데,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되자 주문 물량이 쇄도하게 된 것이다. 부피가 커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완구를 140평이라는 작은 규모의 공장에서 미화 1,400만 달러 어치나 생산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처음부터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생산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입체적 생산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에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 개발할 때부터 생산성 향상을 염두에 두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맞춤형 개발을 했는데, 완구의 크기 면에서 처음부터 12인치 이상으로 대형화하고 디자인할 때 패턴은 아주 간단하게 구성했으며, 소재는 최고급 털 원단 사용을 원칙으로 했고, 봉제 후에 완구의 형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쉽고 간단하게 하면서 고급화를 도모했다. 뿐만 아니라 공장의 규모가 작아서 일어날 수 있는 생산 차질을 극복하기 위해 컨테이너별로 분할 선적을 시도했고, 부족한 창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활용했으며, 모든 원 ·부자재의 입고는 분할로 받아 공장 규모의 난점을 적절하게 해결해 나갔다.
12 무차입 경영과 30년간의 흑자경영; 담보 부족으로 시작한 무차입 경영, 자립의 주춧돌이 되다
무차입 경영을 하게 된 동기 및 배경내가 회사를 창업할 때, 담보 부족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차입 경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무차입 경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봉제완구를 포함한 봉제 산업은 설비 투자에 많은 자금이 소요되지 않고, 생산한 제품 전량을 해외에 수출했기 때문에 수출 완료 후 3일 이내에 수출대금을 회수할 수 있었으며, 예상 외로 해외 주문이 쇄도하면서 매출액과 이익 증가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