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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돈의 시대, 스테이블코인

김신영 지음 | 원앤원북스


새로운 돈의 시대, 스테이블코인

김신영 지음

원앤원북스 / 2026년 1월 / 308쪽 / 22,000원





Part 1 돈의 본질을 묻다



돈, 그리고 법정화폐에 관하여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분리하면 ‘안정적인(stable)’+‘가상화폐(coin)’란 뜻이 된다(세계 첫 가상화폐를 만든 사람들이 그 이름을 ‘비트코인’이라고 지으면서 ‘코인’은 가상화폐를 뜻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가격이 안정적으로 고정된 코인을 통칭하는 말로, 미국 정부나 국제결제은행(BIS) 등에서는 ‘stablecoin(스테이블코인)’이라고 붙여서 한 단어로 쓴다. 가격이 안정됐다는 것은 ‘1코인=1달러’ 혹은 ‘1코인=1유로’처럼 법정화폐에 코인 가격이 연동되도록 고정했다는 의미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가격이 널뛰기를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가격은 법정화폐에 고정되도록 설계되었다.

스테이블코인, 혹은 비트코인 모두 돈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돈은 우리 사회에 마치 공기처럼 존재한다. 우리가 요즘 ‘돈’이라고 부르는 것은 보통 ‘법정화폐’를 가리킨다. 미국 달러, 대한민국 원, 일본 엔처럼 중앙은행 혹은 정부가 발행하고 국가가 가치와 유통을 보증하는 돈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한국은행이 원화로 표시된 지폐를, 기획재정부가 동전을 발행한다. 법정화폐의 특징은 법적으로 강제력을 지닌다는 점이다. 「한국은행법」 48조를 보면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法貨)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라고 되어 있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로 누군가 빚을 갚거나 물건을 구매하고자 할 때 이를 거부하면 불법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실 요즘 거래에서는 실물(實物) 돈을 거의 볼 수 없기는 하다. 대부분 신용카드나 여러 ‘○○페이’, 혹은 간단한 계좌 이체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을지언정, 이런 거래들이 이루어지는 기반에는 모두 법정화폐가 있다.

경제학적으로 세 가지 기능을 충족하면 ‘돈’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본다. ① 가치의 저장, ② 교환의 매개, ③ 가치의 척도로 쓰일 수 있다면 돈이다. 일단 법정화폐의 경우 1만 원짜리 지폐는 사실 그냥 종이 쪼가리이지만 거기에는 국가의 보증을 통해 ‘1만 원’이라는 가치가 저장되어 있다. 이 돈에 가치가 저장되어 있기에, 어제 번 돈을 내일 혹은 내년에 쓸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1만 원짜리를 들고 가서 1만 원어치의 쌀이나 커피를 살 수 있으니 ‘교환의 매개’ 기능도 작동을 한다. ‘카페 아메리카노 4천 원’, ‘카페 라테 5천 원’이란 식으로 물건의 가치를 ‘원’이라는 단위로 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돈의 마지막 요건인 ‘가치의 척도’다.

중앙은행 혹은 정부가 자국 화폐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지 못할 때, 법정화폐의 개념은 흔들린다. 그런 믿음을 중요한 자양분 삼아 성장한 것이 잠시 후 본격적으로 살펴볼 스테이블코인이다. 돈이 돈 노릇을 하게 해주는 바탕은 ‘믿음’이다. 믿음이 없다면 돈이 가치 저장, 교환의 매개, 가치의 척도 역할을 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돈은 그 믿음이 유지되는 사회 안에서만 돈 노릇을 한다.



Part 2 변동성을 잠재운 혁신: 스테이블코인의 탄생



비트코인, 그리고 가상화폐의 탄생


스테이블코인을 이해하려면 먼저 비트코인의 ‘정신’을 먼저 이해하고 갈 필요가 있다. 백서(white paper)는 원래 기술 업계와 정부 정책 분야에서 쓰던 말로 특정 프로젝트의 구상과 운영 방식을 설명하는 공식 문서를 뜻한다. 코인 업계에서는 특정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기술적, 경제적 구상을 설명하는 문서를 통상 ‘백서’라 부른다. ‘백서’는 나카모토 사토시라고 스스로 칭한 익명의 인물(혹은 인물들)에 의해 작성되어 2008년 10월 공개됐다. 여기에 담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관한 구상은 이후 금융 결제와 화폐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정도로 혁명적이라고 평가된다.

백서에 담긴 비트코인의 기본 설계는 이렇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더욱 대부분의 금융 거래가 금융회사의 시스템을 거쳐야 했다. 그러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 복잡한 절차 탓에 시간도 오래 걸리는 문제가 고착화됐다. 그 과정에서 금융사들은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금융 거래는 이렇게 비싸고 불편해야 할까?’라는 생각은 은행이나 카드사 등을 거치지 않고, 개인 간 직접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문제는 송금, 결제 같은 금융 거래의 ‘증거’를 금융회사 없이 어떻게 남길까 하는 것이었다. A가 B에게 돈을 보내면 은행에 ‘공식 기록’이 남는다. 이렇게 거래를 기록하는 시스템을 원장(元帳, ledger)이라고 한다. 비트코인 백서는 이 원장을 은행같이 중앙 집중화된 기관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분산해 기록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른바 ‘분산 원장’이라고 불리는 개념으로,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한 세계 곳곳의 수많은 컴퓨터가 이 거래의 기록을 저장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 금융 거래 정보’를 해시(문자·숫자 조합의 암호)로 바꾼 후 이를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에 저장하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금융 거래를 하나씩 모두 해시로 만들면 너무 많으니, 1메가바이트(MB) 단위로 정보를 모아서 하나의 ‘블록’(덩어리)으로 뭉쳐서 해시로 만들도록 했다. 블록+체인, 즉 블록체인인 셈이다.

제도권 금융회사들은 이런 거래의 기록(원장)을 함으로써 돈을 번다. 그렇다면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안한 블록체인도 이를 기록하는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 보유자들에게 모종의 수수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들이 받을 수 있게 한 인센티브(수수료)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즉 비트코인을 위해 블록체인을 만든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돌아가게 하기 위해 컴퓨터 보유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트코인이 탄생한 셈이다.

법정화폐가 아닌 시스템 자체에서 만들어내는 ‘코인’을 비용으로 지급한다면 금융 거래의 비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이 코인(이 경우 비트코인)이 가치가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이지만, 적어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블록체인 생성에 자신의 컴퓨터와 전기료를 쓸 것이다. 독특한 비트코인의 태생적 특징은 이후 비트코인이 과연 화폐인지, 혹은 그냥 디지털 자산이나 하나의 프로그램에 불과한지에 대한 뜨거운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 논란의 소용돌이 가운데 가상화폐를 ‘진짜 화폐’처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다.

스테이블코인이 만들어진 건 2014년 7월이다. 많은 발명품이 그랬듯이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는 비트코인의 ‘불편함’에서 비롯됐다. 당시 유통되는 코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비트코인에 대해 가장 핵심적인 논란은 비트코인이 ‘코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과연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중에 비트코인이 제대로 된 화폐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가상화폐’라고 불리면서도 사실은 화폐처럼 쓰이지 못하는 비트코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태동하게 된 것이다.

“가상화폐를 진짜 화폐처럼 쓰고 싶다”


2014년 7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산타모니카의 스타트업 리얼코인(Realcoin)이 세계 최초로 달러에 기반한 디지털 화폐를 만들었다. 리얼코인은 ‘리얼코인(realcoins)’이라는 이름의 새 디지털 화폐가 달러 준비금과 1 대 1로 가치가 연동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성공적이라면 이 새로운 화폐는 큰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 없이 비트코인의 저렴한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리얼코인은 비트코인의 변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코인=1달러’처럼 코인 가격을 법정화폐에 고정시키도록 설계되어 탄생했다. 이 코인으로 물품이나 서비스 거래를 하면,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크게 오르내릴지 모른다는 걱정 없이 어느 때건 이 코인을 달러(혹은 다른 법정화폐)로 상환하면 된다. 비트코인이 기반한 블록체인을 활용해 금융 거래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도 가격까지 안정적이라면, 활용도가 훨씬 높아질 잠재력을 갖게 된다. 리얼코인은 프로젝트를 처음 발표한 지 4개월 후인 2014년 11월에 이름을 ‘테더’로 바꾼다. 그리고 이 테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으로 성장한다. 테더(tether)는 영어로 ‘묶다’라는 뜻으로, 코인의 가치를 달러 등에 ‘묶겠다(고정하겠다)’라는 의미로 이루어진 작명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가격을 법정화폐에 고정되게 만드는 방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코인을 만들어낼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법정화폐를 사서 쌓아두면 된다. 예를 들어 1달러=1코인으로 연동되도록 설계한 스테이블코인을 10개 만든다면, 실제 10달러를 사서 적립해두고 코인 값으로 10달러를 받는 식이다. 코인을 사는 사람은 언제든 코인을 달러로 교환할 수 있으니 ‘믿음’이 형성된다. 이 믿음을 기반으로 유통 시장에서도 코인 가격이 유지된다.

이런 스테이블코인은 업비트, 빗썸, 코빗 같은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진짜 달러와 마찬가지로, 한국 거래소에서 원화로 구입하려면 환율이 적용된다. 달러 기준으로는 가치가 ‘안정적’으로 고정됐을지 모르지만 원화 기준으로 보면 환율이 출렁이듯이, 스테이블코인 가격도 오르락내리락한다는 뜻이다. 원화에 가격이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인에게는 스테이블코인의 ‘스테이블함’이 반쪽짜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의 CBDC와 민간의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는 필연적으로 중앙은행과 연결되기 마련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거니와, 이 같은 사실상의 ‘민간 화폐’가 시중에 돌아다닐 경우 통화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지도 관건이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기 전부터,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주요 중앙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가상화폐인 CBDC를 연구해왔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파산하거나 가치가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부가 만들어 가치가 진짜 스테이블한 디지털 화폐다. CBDC가 스테이블코인을 견제할 경쟁자가 될지, 혹은 시중은행과 중앙은행이 협력하듯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중앙은행 및 CBDC를 보완하고 돕는 역할을 할지 여전히 결론은 열려 있다.

실제로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직접 발행하고 이 화폐의 사용이 보편화될 경우 정부가 국민의 금전 거래를 마음만 먹으면 디지털로 추적할 수 있게 되리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런 걱정을 공개 발언으로 가장 자주 한 사람 중 한 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2024년 1월 대선 캠페인 당시 “나는 대통령으로서 CBDC를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통화는 연방 정부가 국민의 돈을 절대적으로 통제하게 만들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 돈을 가져가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실제로 미국 내외에서 달러 CBDC 설립·발행·홍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 취지가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개인의 사생활, 미국의 주권을 위협하는 CBDC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겠다.”

트럼프의 스테이블코인 금지령에도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은 CBDC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과 수행 중인 ‘프로젝트 한강’같이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도 있고, BIS가 관여하는 여러 프로젝트처럼 몇몇 나라가 팀을 결성해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CBDC 구축을 탐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BIS가 세계 중앙은행 93개를 설문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91%인 85개 중앙은행이 CBDC를 연구 중이라고 답했다. CBDC의 잠정적 발행 가능성을 연구·개발하는 목적에 대해서는 약 80%가 ‘중앙은행 화폐의 역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Part 3 국경 없는 돈의 이동: 스테이블코인이 바꿀 미래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나는 일


“아르헨티나 동료들은 월급이 들어오면 마트로 달려갑니다. 살 수 있는 만큼 생활필수품을 한꺼번에 사려고요. ‘오늘이 제일 싼 날’이라는 게 진짜 사실이거든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파견 나가 근무 중인 한 대기업 직원이 몇 년 전 취재를 위해 통화했을 때 한 말이다. 통화 시점 기준으로, 한 달 전 2천 페소였던 라면 다섯 봉지 한 묶음이 한 달 만에 2,500페소로 올랐다고도 했다. 한 달 사이에 라면값이 25%가 올랐다는 뜻이다.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4년 220%까지 올라갔다. 1년이 지나면 물가가 세 배도 넘는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는 뜻이다.

아르헨티나의 국민들은 당연히 자국 화폐 페소보다 미국 달러를 선호한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페소를 벌면 이를 즉각 미국 달러로 바꿔 보유하고 싶어 하지만 간단치는 않다. 달러 수요가 많다 보니 달러는 인기가 너무 높아 환율이 치솟기 마련이다. 정부는 공식 환전상에서의 환율을 묶어두고 환전 금액도 ‘한 달에 200달러’로 제한했다. 암시장에서 달러를 구할 수는 있지만, 환율이 높은 데다 수수료가 비싸다.

이런 상황에 처한 아르헨티나인들에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단비같이 고마운 존재다. 일단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공급이 넉넉하니 구하기가 쉽다. 게다가 코인 시장은 온라인에서 24시간 운영되며 암시장 환전상을 찾아가 불리한 환율로 돈을 바꿀 필요도 없다. 아르헨티나 소비자들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를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한 다양한 서비스도 속속 출시됐다. 아르헨티나 사용자가 200만 명이 넘는 ‘레몬 캐시’라는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만 있으면 페소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고 그렇게 산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투자와 결제까지 가능하다. 비자(VISA) 카드와 제휴해서 만든 오프라인 선불 ‘레몬 카드’는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결제가 가능한데, 돈을 내기 전에 달러 스테이블코인 같은 가상화폐 또는 페소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만약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를 하면 구입 시점에 코인이 페소로 자동 환전이 되어 판매자에게 입금된다. 앱에서 전기·가스·인터넷·휴대폰·스트리밍 등 4천여 개 서비스의 요금 지불이 가능하다. 연결된 서비스를 통해 코인으로 일종의 이자를 벌 수도 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번번이 150%를 넘는 베네수엘라에서도 아르헨티나와 같은 이유로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자가 늘고 있다.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국민에게 테더와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어렵게 번 돈의 가치를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인 셈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안 그래도 선호도가 떨어져 가치가 하락하는 페소가 스테이블코인 탓에 더 ‘헐값’이 되는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으면서도 국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통용되는 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씁쓸한 입장이 되었다.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일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아보카도 오일 수출 업자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아보카도를 받아서 기름으로 가공해 유럽에 수출한다. 케냐에서 나는 아보카도도 쓰지만 1년 내내 생산되지 않다 보니 탄자니아·콩고·부룬디·모잠비크 같은 다른 아프리카 나라의 아보카도를 수입해 원료로 쓴다. 유럽·아프리카 두 대륙과 모두 거래하는 이 기업이 무역 대금을 주고받을 때 상식적으로는 거리가 가까운 아프리카 국가와 정산이 더 빨라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6,000km 떨어진 유럽 스페인의 수입상이 케냐의 아보카도 오일 대금으로 지급한 돈은 2~3일 정도면 입금된다. 반면 800km 거리인 부룬디의 아보카도 농장에 케냐 수입 업자가 돈을 보내면 한 달이 걸린다. 돈도 안 받고 아보카도를 보낼 수는 없고 그렇다고 돈 들어오길 기다리느라 아보카도를 한 달 묵히다가는 썩기 십상이니 난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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