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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

정희선 지음

원앤원북스 / 2024년 10월 / 336쪽 / 20,000원





1장 [저성장] 새로운 시장을 만들다



고객 확장,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에게 여행책을 파는 법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3년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우리는 여태까지 경험한 적 없는 세상을 맞이했다. 많은 산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이동이 제한되었다. 세계 각국이 국경을 닫자 수요가 전멸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항공 산업, 호텔 산업의 매출이 0에 수렴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항공사와 호텔뿐만이 아니다. 여행이 멈추자 여행 가이드북 또한 팔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 사고 싶은 여행책을 만들어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출판사가 있다. 이처럼 고객을 새롭게 정의해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고객층을 확대해 성장하는 사례를 만나보자.

코로나19 시대에 대박 난 여행책의 비밀: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대체로 가고자 하는 국가의 여행 가이드북을 구입한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책 한 권에 여행 관련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가이드북은 여행을 준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은 『지구를 걷는 법』이다. 1979년 창간되었으며 160여 개의 국가와 지역을 다룬다. 해외에서 만난 일본인 여행객 대부분 해외여행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책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해외로의 이동이 제한되자 『지구를 걷는 법』의 매출은 90% 하락, 회사의 존속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그로부터 거의 4년이 지난 지금, 『지구를 걷는 법』은 어떻게 되었을까? 코로나19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했을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만, 이러한 예상을 깨고 『지구를 걷는 법』 시리즈는 코로나19 기간 중 무려 85종의 신간을 발간하며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관점과 타깃 고객을 바꾸자 코로나19 시대에도 여행책이 팔리는 일이 일어났다.

“해외 취재를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지구를 걷는 법』의 편집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내로 눈을 돌리는 것이었다. 마침 2021년에는 도쿄 올림픽(2020년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2021년 여름으로 연기)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2020년 9월 『지구를 걷는 법』 시리즈 최초로 일본 국내 도시의 가이드북인 ‘도쿄 편’을 출간했다. 물론 적자를 각오하면서 만들었다. 개최 연도에 맞춰 가격을 2,020엔(약 2만 원)으로 책정해서 다른 가이드북에 비해 비쌌으며, 올림픽 또한 무관중으로 개최되었기에 적자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단지 올림픽에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고 책을 만들었다.

편집팀은 어떻게 하면 국내 다른 도시의 가이드북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이들을 위해 도쿄로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읽고 싶어지는 책을 만드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약 1년 반 정도 걸렸는데, 도쿄를 대표할 만한 장소들을 깊이 있게 취재해 도쿄의 문화, 역사적인 배경 등 일반적인 여행책에서는 얻기 힘든 정보를 상세하게 실었다.

그러자 도쿄 편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출간 후 1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해외여행이 막히자 국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구입하기도 했지만, 도쿄라는 도시를 알고자 하는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도쿄를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구입했다. 도쿄 편의 인기에 힘입어 편집팀은 본격적으로 국내 도시 가이드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오키나와, 교토, 홋카이도 등 일본 내 다른 지역의 여행책을 출간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사실보다 더 큰 성과는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들도 여행책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에 『지구를 걷는 법』 팀은 국내 편에 이어 새로운 시리즈를 기획한다.

미래의 여행을 탐색하기 위한, 여행을 가지 않을 사람을 위한:
새로운 타깃은 언젠가는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들, 즉 미래의 여행객을 위해 만든 ‘도감 시리즈’다. 도감 시리즈는 『지구를 걷는 법』 팀이 세계 각지를 다니며 여태까지 취재한 내용을 ‘국가’가 아니라 ‘테마’로 콘텐츠의 축을 바꾸어 발행하는 책이다. 2021년 3월부터 『세계의 영화 무대 및 촬영지』, 『세계의 맛집 도감』, 『세계의 특산물도감』 등 다양한 테마로 약 30종의 책을 발간했다. 일반적인 가이드북에서는 볼 수 없는 세세한 정보까지 소개하는 도감 시리즈는 약 26만 부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도감 시리즈가 사랑받은 이유는 여행길이 막힌 시대에 현재 여행을 가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의 여행지를 모색하고 있는 사람들이 찾는 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초등학생 독자들도 많은데, 편집팀의 미야타 편집장에 따르면 초등학생으로부터 손 편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이곳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초등학생들이 책에 소개된 국가들을 방문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며 미래의 여행을 꿈꾸는 것이다.



2장 [Z세대] 소비하지 않는 20대를 설득하는 법



정보 과잉의 시대, 선택하지 않는 20대


우리의 일상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누구를 만날지 등등. 이런 수많은 의사결정이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는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동시에 지금은 모든 물건이 좋은 시대다. 웬만한 제품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며 종류 또한 너무 많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을 누가 대신해주면 좋겠다는 니즈가 늘고 있다.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시대이자 정보 과잉의 시대인 지금, 큐레이션 및 추천 서비스가 성행하는 이유다. 최근 일본에서는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다’ 점을 역으로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전환해 Z세대에게 어필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누가 대신 정해주세요, 뽑기 기계의 인기:
“스스로 결정했다고 생각하기 싫어서 운에 책임을 넘기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이는 도쿄의 20대 초반의 한 여성이다. 그녀는 룰렛 앱을 자주 사용한다. 점심때 먹을 음식, 친구와 갈 식당, 때로는 동영상 서비스에서 볼 영화까지 자신의 선택을 룰렛에 맡긴다. 이렇게 일상의 작은 결정을 룰렛에 맡기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에서 음식 배달 앱을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부터다. 앱마다 배송비와 프로모션이 조금씩 달라서 이 앱, 저 앱을 비교하면서 고민하다 보니 피곤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 우유부단한 성격이어서 의사결정에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쓰는 그녀는 정말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쓰기 위해 일상의 사소한 의사결정은 줄이고 싶었다. 그래서 일상에서 룰렛이 자기 대신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가성비와 시성비를 중시하는 세대다. 상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 자신이 가치를 느끼는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행동은 쇼핑에 실패하고 싶지 않은 심리와도 연결된다. 룰렛에 자신의 의사결정을 맡기면 자신의 선택이 실패했을 때도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친구와 함께 볼 영화를 선택할 때 자신이 결정한 영화가 재미가 없으면 친구의 시간을 자신이 낭비한 것 같지만 룰렛으로 결정하면 영화가 재미없더라도 “룰렛 운이 나빴네!”라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시간을 절약하고, 편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싶고, 동시에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이러한 젊은이들의 심리를 포착해 최근 전문가나 인공지능(AI)이 최적의 선택안을 제시해주는 서비스가 늘기 시작했다. 톳판(TOPPAN) 홀딩스는 2022년 AI가 구매자의 얼굴을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제안해주는 ‘AI 추천 벤더’라는 화장품 자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화장품 제조사인 가네보(KANEBO)의 브랜드인 케이트(KATE)가 만드는 26가지 색상의 아이섀도 중 얼굴에 맞는 최적의 4가지 색을 제안하고 그 색을 팔레트에 담아주는 자판기다. 이 자판기는 1시간 넘게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30대 여성이 주요 고객이었으며 2025년까지 자판기 100대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제품이 랜덤으로 선택되는 가챠를 기업들이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한다. 일본에서는 소위 ‘뽑기’라고 불리는 ‘캡슐 토이’인 가챠(Gacha; 레버를 돌릴 때 나는 소리를 ‘가챠가챠’라고 표현하는 일본어에서 유래)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돈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기계 안의 캡슐이 무작위로 나오는데 캡슐 안에는 캐릭터 인형, 피규어 등 다양한 상품이 들어있다.

지역 먹거리를 냉동 자판기로 판매하는 고토구루는 2022년부터 가챠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월 2천 개 정도를 판매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식재료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아울렛(OUTLET) 고토 가챠’는 1회 2천 엔(약 2만 원)을 지불하면 브랜드와규 등이 랜덤으로 나오는 자판기다. 저녁 식단을 정하지 못한 가족이 가챠로 저녁 메뉴를 결정하기도 한다.

Z세대에게 인기인 향수 편집숍인 노즈숍(nose shop)에서도 향수 가챠가 인기다. 노즈숍은 백화점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니치 향수를 주로 취급하는 향수 편집숍이다. 전 세계 50개 이상 브랜드 700종 이상의 향수를 판매하고 있는데, 다양한 향수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동시에 700종이 넘는 향수 중에서 한 가지 향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즈숍은 향수를 고르는 것 자체를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바꿀 수 없을까 고민하며 ‘향수 가챠’를 선보였다. 향수를 고르는 과정을 엔터테인먼트로 만든 것이다. 900엔(약 9천 원)을 내면 한 번 가챠를 돌릴 수 있고 1.5ml 혹은 2ml의 작은 사이즈의 향수 하나가 랜덤으로 나온다. 어떤 향수가 나올지 모르는 두근거림, 그리고 작은 사이즈의 향수를 사용해보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3장 [공간] 쓰임이 바뀌다



집,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다


‘하우스 리터러시’란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가 『새로운 상식으로 집을 짓자』라는 간행물에서 제안한 개념이다. 리터러시(literacy)란 문자로 된 기록을 읽고 그곳에 담긴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하우스 리터러시란 나에게 집이란 어떤 곳이며 앞으로 어떠한 집에서 살고 싶은지를 아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 비해 일본에는 집을 ‘자산 축적’의 도구가 아닌 ‘생활 공간’으로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198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주택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목격했기에 일본인들이 갖게 되는 집에 대한 이미지는 한국인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30년간 지속된 장기 불황,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집이 자산증식의 수단이 될 것이라 믿는 사람은 한국에 비해 적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는 자가를 소유하지 않고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1인 가구가 많고 공유 주거를 대표하는 코리빙하우스와 쉐어하우스 문화가 발달했다.

최근에는 임대주택과 코리빙하우스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취미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살고 싶다’라는 바람을 충족시켜줄 특정 취미에 특화된 콘셉트 임대주택이나 쉐어하우스가 늘고 있는 것이다. 사는 것 자체가 하나의 체험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공간에 입주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늘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취미뿐만 아니라 거주자의 일과 창업을 지원하는 주거 공간도 등장하고 있다. 집이라는 공간이 단지 잠을 자는 공간에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세분화된 니즈에 맞추어 진화하는 주거 공간을 만나보자.

취미에 푹 빠져 사는 이들을 위한 주거 공간: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일찍 코리빙(Co-living)하우스 혹은 쉐어하우스로 대표되는 공유 주거 공간이 발달했다. 코리빙하우스는 개인별로 독립된 주거 공간을 가지면서 업무, 휴식, 취미생활 등이 가능한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주거 형태를 말한다. 이에 반해 쉐어하우스는 혼자서 사용하는 1인실도 있지만 여러 명이 방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일본과 한국 모두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전세 제도가 없기에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집을 빌려야 하며 월세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 저성장으로 인해 소득이 늘지 않자 젊은이들 중에는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쉐어하우스 혹은 코리빙하우스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일본 내 쉐어하우스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 일본 내 쉐어하우스의 변신이 심상치 않다. 특정 취미나 콘셉트에 특화된 공간이 속속 등장,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단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명확한 타깃 고객을 상정하고 만든 쉐어하우스를 둘러보자.

도쿄 분쿄쿠에 위치한 쉐어하우스의 한 방문에는 ‘수행하는 방’이라는 흥미로운 문패가 걸려 있다. 건축한 지 50년 넘는 민가를 개조해 만든 이 쉐어하우스의 월세는 6만 3천 엔(약 63만 원)이며 주방과 거실은 입주자들끼리 공유한다. 이곳은 오픈하자마자 모든 방이 다 채워졌다. 인기의 이유는 ‘수행하는 방’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은 ‘근육 강화’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쉐어하우스다. 전속 트레이너가 상주하면서 입주자들에게 퍼스널 트레이닝을 진행한다(퍼스널 트레이닝 비용은 따로 지불). 다른 입주자들과 함께 트레이닝을 하고 운동 목표와 과정, 힘든 점 등을 서로 공유하기에 동기부여가 된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설계 시공을 하는 파노마(Panoma)는 2022년 도쿄도 조후시에 자전거를 좋아하는 여성을 위한 쉐어하우스를 만들었다. 훌륭한 자전거 코스가 있는 타마강에서 가까운 이 쉐어하우스의 입주 조건은 여성으로 자전거나 트라이애슬론을 취미로 하고 있거나 앞으로 시작하려는 사람이다. 임대료는 3만 8천~4만 8천 엔(약 38만~48만 원)이며 공용시설 이용비와 관리비로 1만 7천 엔(약 17만 원)을 별도 지불한다. 이곳은 자전거족의 니즈를 세심하게 배려해 공간을 설계했다.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유료 트렁크 룸과 자전거 정비 작업장,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러서 쉴 수 있는 라운지를 만들어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한다.

비단 쉐어하우스뿐만 아니다. 특정 콘셉트를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는 임대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뮤지션(MUSISION)’은 음악 애호가들에 특화된 임대주택이다. 가와사키시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18세대의 모든 방에서 그랜드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등 악기 연주가 가능하다. 1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지하 공간에서는 입주자들이 지역 주민을 초청해 라이브 공연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1.3배 정도이지만 입주 희망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음대생이나 음악 관계자들의 이용을 예상했지만, 입주자의 70%는 취미로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사람, 영화나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감상하고 싶은 사람 등 음악 관계자가 아닌 이들이다.

치바현 카시와시에 위치한 임대주택인 가루간츄아(Gartantua)를 둘러보자. 회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니 ‘취미가 있는 인생을 응원하고 싶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보유한 9개 방이 모두 각기 다른 취미에 특화된 임대주택이다. 골프 시뮬레이터가 있는 방, 볼더링(bouldering) 벽이 있는 방, 도예 공간이 있는 방, 대형 책장이 있는 방 등 다양한 요구에 부응한다. 방마다 인테리어가 다르기 때문에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10만 엔(약 100만 원) 정도 높지만, 2020년 준공 이후 거의 만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쉐어하우스나 임대주택이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도록 설계하고 있는 반면, 가루간츄아는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입주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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