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6월 / 392쪽 / 20,000원
도시의 모순
새로운 도시 위기의 도래나는 도시와 도시 주변에서 살면서 그곳을 관찰했고 30년 이상 도시학자로 살아왔다. 나는 도시가 쇠퇴하고 소멸하는 것을 봤고 도시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봤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내가 오늘날 직면한 문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지 못했다. 우리의 도시가 실제로 고비를 넘기고 있는 것 같을 때, 사람들과 일자리가 도시로 돌아오고 있을 때, 오히려 불평등이 증가하고 주택가격의 지나친 상승과 같은 수많은 새로운 도시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 하루아침에 닥친 일 같지만, 사실 도시 재생을 향한 열망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도시 위기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런 위기를 파악하고 씨름했지만 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구조적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선도적인 도시 전문가들은 확연히 다른 두 진영, 곧 도시 낙관론자와 도시 비관론자로 나뉜다. 각 진영은 오늘날 도시의 중요한 현실을 묘사하지만, 그들의 편향된 관점은 우리가 도시 위기의 전체적인 모습을 포착하는 것을 가로막고 위기에서 벗어날 길을 찾지 못하게 한다.
도시 낙관론자들은 도시재생과 인간의 생활조건을 개선하는 도시화의 힘에 초점을 맞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는데, 도시 낙관론자들은 도시가 그 어느 시기보다도 더 풍요롭고, 안전하고, 깨끗하고, 건강하며, 도시화는 개선의 진정한 원천이라고 본다. 그들은 국가나 주 정부가 권력을 줄이고, 도시와 시장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도시 비관론자들은 현대 도시는 화려하지만, 사실상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에 살며 과시적 소비를 일삼는 엄청난 부자들과, 그 주변에서 엄청난 가난과 열악한 환경 속에 사는 대중들로 나눠져 있다고 본다. 비관론자가 보기에 도시재생은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이 일부 지역은 재건하고 일부 지역은 제거하여 이익을 얻는 사업일 뿐이다.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과 불평등은 부유하고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도시를 재식민지화하면서 발생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진실일까? 사실은, 이 두 가지 모두 맞다. 도시화(Urbanism)는 낙관론자들이 말하듯이 어느 모로 보나 막강한 경제적 힘이며, 동시에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듯이 고통스럽고 분열적이다.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도시화는 역설적이며 모순적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도시 위기를 이해하려면 도시 비관론자의 관점과 도시 낙관론자의 관점을 진지하게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도시 위기는 정확히 무엇일까? 나는 새로운 도시 위기를 다음과 같이 5가지 핵심 내용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뉴욕, 런던, 홍콩, 로스앤젤레스, 파리,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만 지역, 워싱턴 D.C., 보스턴, 시애틀을 포함한 선도적 기술 및 지식 중심지와 같은 소수의 슈퍼스타 도시들과 그 이외 세계의 다른 도시 간에 경제적 격차가 점점 확대 및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슈퍼스타 도시들은 세계를 선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첨단기술 혁신과 스타트업, 정상급 인재 보유 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데, 이런 승자독식 도시화(Winner-Take-All Urbanism)의 등장은 도시 간에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발생시킨다. 아울러 세계화와 탈산업화와 그 이외의 다른 요인들로 인해 경제적 기반을 상실한 더 많은 다른 도시와 승자 도시 간에 경제적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두 번째 위기는 슈퍼스타 도시의 성공에 따른 위기다. 이 도시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싼 주택가격과 깜짝 놀랄 정도의 불평등에 직면해 있다. 이런 지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른바 “금권도시화(Plutocratization)”로 발전한다. 도시의 가장 활기차고 혁신적인 지역 중 일부는 조용한 승자 구역으로 바뀌는데, 이곳은 글로벌 슈퍼 부자들이 직접 거주하는 장소가 아니라 최첨단 주택에 돈을 묻어두는 곳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은 음악가, 미술가, 창의적인 사람들만이 아니다.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더 많은 지식 노동자가 자신의 돈이 높은 주택가격에 잠식당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피해에 직접 직면하는 사람들은 생산직과 서비스직 노동자,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슈퍼 도시에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은 슈퍼 도시가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 서비스와 쾌적한 환경, 계층 상승 가능성을 박탈당하고 있는데, 교사, 간호사, 병원 노동자, 경찰관, 소방관, 레스토랑과 서비스 노동자가 적절한 통근 거리 내에서 살 수 없게 되면 도시 경제 기능은 유지되기 어렵다.
세 번째, 더 넓은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되는 도시 위기는 모든 도시와 대도시 지역, 승자와 패자 도시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불평등과 분리, 등급화이다. 도심공동화가 1960년대와 1970년대 도시의 위기를 상징한다면, 새로운 도시 위기의 특징은 중산층의 소멸이다. 중산층이 사라지면서 미국 전역이 불우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넓은 지역과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훨씬 더 좁은 지역으로 나뉘고 있다. 그리고 가난한 도시와 부유한 교외지역으로 나뉘던 예전의 계층 구분 대신 새로운 패턴이 등장했다. 즉 모자이크 대도시(Patchwork Metropolis)에는 특권층이 사는 작은 지역과 가난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사는 넓은 지역이 도시와 교외지역에 똑같이 나타난다.
네 번째 새로운 도시 위기는 교외지역에 나타나는 새로운 위기다. 교외지역은 가난, 치안 불안, 범죄가 증가하고 경제적, 인종적 분리가 더 깊어지고 있다. 교외지역에 사는 중산층의 삶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브래디 번치(Brady Bunch) 이미지는 잊어라. 오늘날 교외지역의 빈곤층이 도시의 빈곤층보다 훨씬 더 빨리 증가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3년 사이에 교외는 무려 66%, 도시는 29% 늘었다. 교외 빈곤층의 일부는 도시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는 가족들이 더 저렴한 주거지를 찾아서 유입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 중 다수는 교외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다. 교외지역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계층의 거주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도시지역 못지않게 불평등이 늘고 있다.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도시 위기는 개발도상국의 도시화 위기다. 도시 낙관론자들은 도시화가 궁극적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 생활수준 향상, 중산층 증가를 유발할 것이라 믿는다.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최근의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도시는 역사적으로 국가경제 발전을 주도했다. 그러나 도시화와 생활수준 향상 간의 연결고리는 가장 빠르게 도시화하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단절되었다. 우리는 성장 없는 도시화라는 심란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사람들은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도시화 지역으로 쇄도하지만 그들의 생활수준은 거의 또는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참고로 미국 전체 인구의 2.5배인 8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슬럼(Slum), 바리오스(Barrios, 스페인어 사용권 도시 빈민 지역), 페빌라(Favela, 포르투갈어 사용권 도시 빈민 지역)에서 극빈 상태의 열악한 조건에서 산다. 그리고 세계 도시 인구수가 폭증하면서 그들의 숫자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도시 위기가 괴롭고 걱정스럽지만 나는 늦지 않은 시기에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의 도시 낙관주의가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비록 완화되긴 했지만, 나는 도시화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위기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위기는 온갖 위협이 우리 앞에 다가올 때 우리가 느끼는 극단적인 스트레스와 위험을 일컫는다. 하지만 위기는 결정적인 변곡점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변곡점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시기다.
이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말할 때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도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해결책도 도시에서 나온다. 도시가 발생시키는 모든 도전과 긴장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 엔진이다. 따라서 새로운 도시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로 도시화다. 그렇게 하려면 더 온전하고 더 공정한 도시화를 위한 새로운 틀과 전략이 필요하다. 1950년대와 1960년대 미국 경제는 교외지역의 등장을 뒷받침하는 고속도로 체계와 주택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결과 크게 성장했다. 교외지역의 급속한 팽창은 자동차, 텔레비전, 세탁기, 건조기, 그 이외 다른 내구재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고, 공장은 이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수백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확장된 교외지역은 이제 혁신과 경제 성장의 동력인 집중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는 새롭고 개선된, 더 사회통합적인 도시화 모델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모두를 위한 도시화라고 부르며, 이는 다음 7가지 핵심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집중화가 모두의 이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조세 정책뿐만 아니라 도시의 용도지역 제도와 건축법을 개혁해야 한다. 둘째, 인구밀도와 집중화를 유도하는 데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고 값비싸고 비효율적인 도시 확산을 제한해야 한다. 셋째, 도시 중심지에 보다 적절한 가격의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넷째, 저임금 서비스직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직업으로 바꾸어 중산층을 늘려야 한다. 다섯째, 사람과 장소에 투자함으로써 가난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여섯째, 신흥 국가들의 급격한 도시화 지역에 더 강력하고 번영하는 도시를 건설하려는 세계적 차원의 노력에 참여해야 한다. 일곱째, 지역사회에 권한을 이양하여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지역경제를 강화하고 새로운 도시 위기에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승자독식 도시화
슈퍼스타 도시의 탄생2013년 컴퓨터 게임 분야의 기업 일렉트로닉아츠(EA)가 자사의 성공작 심시티(SimCity)의 확장팩 “시티즈 오브 투모로우”를 발표했다. 심시티 플레이어들은 일반적인 게임처럼 점수를 얻기 위해 악당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관리한다. 플레이어들은 도시의 시장으로서 세율, 도시구역 조례, 토지이용 규제와 같은 것을 바꾸거나,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일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고, 시민을 클릭하여 플레이어의 노력이 사람들의 삶에 끼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시티즈 오브 투모로우가 설정하는 암울한 미래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발전된 도시 인프라 시설은 컨트롤넷이라는 최고 엘리트 그룹이 소유한다. 시장은 그들의 힘을 제한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도시의 경제 성장이 위축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경제 성장이 너무 미약하면 도시는 누추한 디스토피아로 전락한다. 반면 경제 성장이 지나치면 불평등이 너무 심해져 시민들이 도시에서 살 수 없다.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어느 쪽이든 만족스럽지 못한 이 두 가지 도시 상태 사이에 있을 위태로운 길을 찾아서 도시를 관리해야 한다. 낯익은 이야기 같은가? 이런 미래 도시는 공상 과학일지 모르지만, 게임에서 처하게 되는 기본적인 곤경은 오늘날의 실제 도시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집중하는 힘들 덕분에 중요하고 혁신적인 산업들과 유능하고, 야심차고, 부유한 사람들이 비교적 소수의 선도적인 슈퍼스타 도시와, 지식과 테크허브(tech Hub) 도시로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소수의 엘리트 집단은 앞으로 나아가는 반면, 다른 많은―대부분은 아니라고 해도―사람들은 힘들게 분투하거나, 정체되거나, 뒤처진다. 나는 이 과정을 승자독식 도시화(Winner-Take-All Urbanism)라고 부른다.
도시는 승자독식 현상에 빠져 있다. 경제 분야의 슈퍼스타 인재가 엄청난 보상을 받듯이, 슈퍼스타 도시들도 나머지 도시들보다 압도적인 보상을 받는다. 슈퍼스타 도시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혁신을 창출하고 가장 많은 글로벌 자본과 투자를 통제하고 끌어들인다. 또한 금융,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첨단산업 분야의 일류 기업들이 슈퍼스타 도시에 훨씬 더 많이 집중되어 있으며 압도적으로 많은 세계의 인재들도 여기에 있다. 슈퍼스타 도시들은 가장 전도유망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이 도시들도 그런 사람을 원한다. 이런 역학은 누적적이고 자기강화적이다.
이런 도시들의 팽창하는 경제는 더 많고 더 좋은 레스토랑, 극장, 갤러리, 다른 편의시설에 대한 수요를 유발한다. 그리고 성공적인 사업가와 기업가들은 박물관, 콘서트홀, 사립학교, 대학에 기부한다. 또 슈퍼스타 도시들의 세수 증가는 더 나은 학교, 더 많은 대중교통, 더 나은 도서관, 더 나은 공원 등에 투자된다. 이것은 또다시 이런 도시의 장점을 강화하고 지속시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더 많은 산업과 인재를 끌어들인다. 이처럼 강력하고 지속적인 피드백 루프를 통해 시간이 흐르면서 슈퍼스타 도시들의 이점들이 결합한다. 그래서 슈퍼스타 도시와 다른 도시들 간의, 예컨대 미국과 유럽의 정체된 산업도시와 지구 남반구의 가난하고 단절된 도시들과의 격차는 엄청나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도시들이 세계적인 슈퍼스타의 반열에 속할까? 나와 나의 팀원들은 슈퍼스타지수를 개발했는데, 이 지수에 따르면 뉴욕과 런던은 슈퍼스타 도시 중 가장 높은 1위 그룹으로 각각 48점과 40점이다. 도쿄, 홍콩, 파리, 싱가포르, 로스앤젤레스는 2위 그룹으로 13점에서 29점 사이다. 나머지 서울, 빈, 스톡홀름, 토론토, 시카고, 취리히, 시드니, 헬싱키, 더블린 등은 3위 그룹이며 핵심적인 글로벌 기능을 가진 중요한 금융 지역 및 경제 중심지 역할을 수행한다. 보스턴,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는 전문지식과 테크허브로서 추가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슈퍼스타 도시들은 그들끼리 연합을 형성하는데, 한 국가 내의 다른 도시들보다는 슈퍼스타 도시 간에 공통점을 더 많이 공유한다.
슈퍼스타 도시로 인한 장점들은 슈퍼스타 인재로 인한 장점보다 훨씬 더 지속적이다. 아무리 명성이 자자하더라도 인재들은 떴다가 진다. 물론 대도시도 쇠퇴할 수 있고 실제로 쇠퇴한다. 예로 디트로이트는 한때 매우 큰 도시였다. 하지만 가장 크고 지배적인 도시들은 흔히 도시의 힘을 배가시킨다. 20년도 안 된 시간 동안 뉴욕시는 2001년의 대대적인 테러 공격, 닷컴 거품 붕괴로 인한 첨단기술 경제의 몰락, 2008년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 2012년의 초강력 태풍 샌디와 같은 몇 가지 재난을 겪었다. 하지만 뉴욕은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도시로 남아 있다.
승자독식 도시화는 산업의 극적인 세계화와 비슷한 방식으로, 어떤 면에서 그 결과물로서 세계의 도시를 재편했다. 역사적으로 선진국들은 각자 자동차, 철강, 전자, 화학 등의 제조업을 보유했다. 그런데 무역 장벽이 낮아지면서 이러한 국가 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고 그중 일부 기업은 다른 기업에 인수되고 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그리고 수많은 중소기업이 각각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대신, 이제 각 산업 분야에는 비교적 소수인 거대 다국적 기업이 존재한다. 그런가 하면, 살아남은 더 작은 기업들은 점점 줄어드는 시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 세계화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세계 도시 순위를 개편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따른 노동의 공간적 분리―경제 활동의 지역별 분포―가 더욱 심화되면서 경제적으로 가장 가치가 높은 공간과 최적지를 유지할 수 있는 도시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인재들과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산업은 한때 많은 중소 도시에 분포했으나 이제 소수의 슈퍼스타 거대 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도시들은 세계 경제의 정점을 차지하고, 정상에 있는 거대 도시들은 번영하지만, 작은 언덕은 침체되고, 커다란 평원과 계곡은 고통을 겪는다.
회의주의자들은 뉴욕, 런던,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슈퍼스타 도시들이 피닉스, 댈러스, 애틀랜타와 같은 선벨트 대도시들이 경험한 수준의 인구 증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인구 증가는 슈퍼스타 도시의 중심에 존재하는 역동성을 포착하지 못한다. 슈퍼스타 도시의 이점은 양이 아니라 질적인 부분에 있다. 슈퍼스타 도시는 가장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들의 요새다. 많은 사람이 이런 도시의 높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선벨트와 같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며, 그 결과 이런 지역의 성장을 자극한다. 어떤 사람들은 슈퍼스타 도시와 테크허브 도시의 높은 물가는 점차 핵심 산업의 일부 기업이 보다 저렴한 다른 장소로 이전하게 만들 것이며, 이른바 “나머지 지역의 부상”을 유발할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이것은 슈퍼스타 도시의 부동산 가격 압력을 일부 완화해줄 것이다. 그러나 첨단기술 산업이 슈퍼스타 도시와 테크허브 도시에서 분산되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이런 산업들은 슈퍼스타 도시에 “더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