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트
데이비드 로즈 지음 | 흐름출판
슈퍼사이트
데이비드 로즈 지음
흐름출판 / 2023년 8월 / 400쪽 / 21,000원
들어가는 말 - 현실을 확장하다
증강된 뉴욕을 걷다가까운 미래, 당신은 스마트안경을 쓰고 뉴욕의 거리를 걷고 있다. 멋진 스타일의 안경을 통해 내다보이는 세상은 초소형 데이터 프로젝터와 광(光)합성기 덕분에 무엇이 진짜 사물이고 무엇이 가상의 이미지인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당신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홀로그램 디지털 이미지는 진짜 세계와 혼합되거나 현실 위에 ‘달라붙는다.’ 그런데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오직 당신만을 위해 맞춤 제작된 것이다.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본인의 취향을 반영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당신이 처음으로 깨닫게 될 것은 증강현실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 수많은 정보로 차고 넘친다는 사실이다. 위를 올려다보면 스카이라인 속에 미래에 세워질 건물들이 반투명한 이미지로 자리 잡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스케치 단계에 불과한 건물이 있는가 하면, 어떤 건물에는 자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완공 날짜까지 붙어있다. 이런 고층 주거지를 오랫동안 올려다보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광고 세례를 받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광고 업체들은 당신이 새 아파트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지금 거주하는 집 창문 너머로 곧 완공될 아파트의 전경을 쉬지 않고 비춰줄 것이다.
이번에는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거리의 실제 모습 위에 훨씬 넓어진 보도와 자전거 도로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몇 개월 뒤 진행될 도로 재설계 작업을 예고한다. 공사가 끝난 뒤에는 자전거 사고가 줄어들 것임을 전망하는 통계 그래프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당신이 설정한 환경’에 따라 고객 평점이 높은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추천하는 특선 요리가 앞길을 막아선다. 왼쪽은 초밥이다. 코앞에 보이는 라면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잠깐 들러 한 그릇 먹고 가는 편이 좋을 듯하다. 여기서 잠깐, 당신이 알아야 할 게 있다. 당신 눈에 보이는 이 증강현실들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다시 말해 제공되는 모든 정보는 우리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도록 최적화되어 있거나, 오로지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한다.
예를 들면, 당신이 사용 중인 인공지능AI의 ‘현실 편집기’는 오늘 아침 길거리에 늘어선 쓰레기통들을 주인이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이를 가상의 덤불이나 나무의 이미지로 바꿔놓는다. 그래서 실제 모습이 어떠하든 뉴욕 시는 그 어느 때보다 멋진 모습으로 변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형태로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 비해서 훨씬 사회적인 성격을 띤다. 길거리에 늘어선 옥외 광고판들과는 달리 스마트안경의 광고에서는 당신의 친구들이 동영상에 등장하고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할리우드의 ‘명예의 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반짝이는 보도 위에는 스타들의 이름 대신 친척들이나 존경하는 교수님과 멘토들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져 있다. 추억을 더듬으며 걷기에는 얼마나 좋은 길인가.
스마트안경은 새로 나온 재킷에 늘 관심이 많은 당신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 중에서 요즘 유행하는 제품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눈썹을 치켜올리는’ 작은 동작만으로 그 제품들을 즐겨찾기에 저장할 수 있다. 그리고 증강현실 전용 데이트 앱인 틴다 덕분에 지난주 당신을 바람맞힌 사람을 포함해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겨준 데이트 후보자들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다. 심지어 당신이 그들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스마트안경은 즉시 분부대로 그들을 가려버릴 것이다. 이제 밖으로 나가 달리기를 할 시간이다. 당신 눈에만 보이는 노란 벽돌 길을 따라 달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방향을 찾기는 쉽다. 어제는 영화 〈불의 전차〉에 등장하는 스코틀랜드 사내와 영화 〈록키〉의 주인공과 함께 달리다가 100미터를 남겨두고는 우사인 볼트와 나란히 전력 질주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바라던 만큼 동기가 부여되지는 않았다. 오늘은 한 무리의 좀비들이 당신을 쫓아오는 장면이 펼쳐진다. 어제의 속도 이상만 낼 수 있다면 좀비들에게 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달리자! 그리고 스마트안경은 현실을 수정하고 편집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느 상점의 진열장에 비친 당신의 얼굴은 지금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 머리카락은 회색으로 변했지만 2032년 올림픽 티셔츠를 입고 있다. 지금처럼만 운동한다면 여전히 날씬하고, 날렵하고, 건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쯤 되면 내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허풍을 떠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기술적으로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하다. 나는 공간 컴퓨팅, 인공지능, 컴퓨터비전 등이 결합해 탄생한 이런 새로운 형태의 시각적 현실을 슈퍼사이트(SuperSight)라고 부른다.
왜 애플, 구글, 삼성은 ‘눈’에 주목하는가사람의 눈은 매우 특별하다. 1억 2000만 개가 넘는 광(光)수용체 세포로 구성된 이 기관은 1000만 가지가 넘는 색깔을 구분하며 인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눈은 인체에서 두뇌 다음으로 복잡한 기관으로 200만 개 이상의 움직이는 부위로 구성된다. 이런 경이로움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눈은 지난 수천 년 동안 거의 진화하지 않았다. 인류가 시력 교정을 위해 안경을 발명하고, 과업들을 수행할 목적으로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개발했지만, 우리가 눈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은 조상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향후 10년 동안 진행될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으로 ‘본다’는 의미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인류는 시각적 능력의 거대한 유사 진화를 앞두고 있다.
슈퍼사이트는 2020년대를 대표하는 융합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지난 30년간 이루어진 기계학습, 컴퓨터비전, 웨어러블, 에지 컴퓨팅, 5G 무선통신, 초개인화, 감성 컴퓨팅, 동작인식, 음성인식 기술을 우리가 하루 내내 착용하게 될 안경 속으로 녹여 넣었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이 무르익고, 소형화되고, 적절히 융합되면서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삶의 모든 분야로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며, 이를 통해 인간이 정보를 접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다. 앞으로 스마트안경은 현재 우리가 사용 중인 스마트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하고 흔한 장비가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의 각 장에 걸쳐 슈퍼사이트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며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음식을 먹고, 물건을 구매하고, 협력하는 방식에서부터 미래에 펼쳐질 학습과 상상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상을 탐구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 탐구는 당신이 앞으로 닥쳐올 변화에 대처하고 제품과 회사를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을 위한 슈퍼사이트
읽다 - 돌멩이 하나에도 이름표가 붙는 세상
보는 법이 바뀌면 생각하는 법도 달라진다: 이른 봄의 숲속을 걸어보자. 당신은 한창 싹을 틔우고 있는 주위의 모든 것을 더 알고 싶은 호기심에서 스마트안경의 자연 앱을 가동한다. 앱을 켠 뒤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근처의 나무들 위에 표시되는 ‘적송, 1918’, ‘흰 떡갈나무, 1775’ 같은 작은 이름표들이다. 나무 둥치 위로 9미터 정도 되는 곳에는 구멍이 뚫려있고 그곳에서 도가머리 딱따구리 한 마리가 먹이를 찾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딱따구리의 형체가 반투명한 걸로 봐서 그것이 디지털로 투사된 이미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신은 암벽이 돌출된 어느 지점을 지나가다 스마트안경의 이미지 센서 덕분에 그 돌이 오랜 시간을 거치며 층층이 형성된 암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숲을 빠져나와 초원의 가장자리로 향한다. 붉은 꼬리 말똥가리 한 마리가 바람을 타고 수백 미터 상공을 날고 있다. 당신의 시야는 불과 몇 초 만에 그 새의 눈높이에 맞춰 하늘로 솟구친다. 그리고 그곳에서 땅 위에 흩어진 갖가지 색깔의 자국을 수없이 발견한다. 빛을 받아 반사되는 동물들의 오줌 자국이다. 자외선 식별이 가능한 맹금류들은 생쥐나 들쥐의 이동 경로를 의미하는 이 자국들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부드러운 흙 위에 찍힌 어느 동물의 발자국도 내려다보인다.
대초원의 생태계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한 당신은 스마트안경에 더 많은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눈앞의 광경이 갑자기 바뀌면서 연기가 태양을 가리고 거센 불길이 으르렁대며 당신 곁을 휩쓸고 지나가는 가상의 영상이 펼쳐진다. 조만간 이 초원을 덮치게 될 들불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언뜻 파괴적인 모습처럼 보이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들불은 땅의 기운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며 다가올 여름에 키 작은 야생화들이 번성할 환경을 제공한다. 이 모든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여기에서 다룰 슈퍼사이트의 첫 번째 ‘선물’은 우리의 눈에 비친 사물들을 인식하고 이름을 붙이는 능력이다. 지식을 익히는 첫 번째 단계는 ‘이름 알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님과 선생님은 아이를 위해 늘 사물에 이름표를 붙여왔다. 우리가 처음으로 배우는 단어는 엄마, 아빠 같은 ‘명사’다. 우리는 이 핵심적인 기본 구성요소 위에 더 복잡한 개념, 의견, 주장 등을 쌓아 올린다. 적송, 사암, 들쥐 오줌 같은 명사들은 우리가 주위 세계를 분류하고, 체계화하고, 이해하는 일을 돕는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정보 계층과 홀로그램은 이 배움의 과정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눈앞에 이름표나 자막을 표시하는 프로그램은 우리가 스마트안경에서 처음으로 작동시키게 될 앱이 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어떤 대상의 의미와 역사, 그리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인터넷 링크를 원하는가? 물론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해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슈퍼사이트는 당신이 특정한 대상을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에 관련된 지식에 곧바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 즉 ‘정보의 즉시성’을 제공한다.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방에서, 나는 이곳에 놓여있는 오래된 물건들의 이름뿐 아니라, 그것들의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즉 메타데이터(Metadata), 그리고 이에 얽힌 이야기나 내력을 알고 싶다. 할아버지는 언제 저 골동품 식기 선반을 구했을까? 독일에서 갓 건너온 이민자로서 어떻게 그 물건의 값을 감당했을까? 누가 디자인하고 제작했으며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 만들었을까? 메타데이터의 역할은 단지 우리에게 사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간적으로 배치되는 데이터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힘을 발휘한다. 내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보스턴 시내를 돌아다닐 때면, 아이들이 착용한 스마트안경에서는 위험하다는 경고의 뜻으로 노면의 색깔이 바뀐다. 아이들은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교차로를 지나게 되면 속도를 줄이고 주위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증강현실과 공간 컴퓨팅 기술은 대부분 뭔가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만, 슈퍼사이트는 특정한 정보를 감추거나, 희미하게 표시하거나, 아예 눈앞에서 치워버릴 수도 있다. 슈퍼사이트는 일종의 집단적 공감각(共感覺)을 유발해서 우리가 더 다양한 것(과거, 미래, 의도, 가치, 위험 등)을 인식하거나 판단하게끔 유도하는 시각적 후광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런 능력은 디자이너나 기업가들의 사고 및 개발 과정에서 엄청난 초능력을 발휘해 새로운 기회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이는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안경부터 시티스코프까지, 증강현실의 오늘과 내일: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 50여 개의 업체가 사용자의 눈앞에 증강현실 데이터를 직접 투사하는 광합성기 방식의 스마트안경(그리고 콘택트렌즈)을 개발 중이다. 그들의 목표는 벗을 필요 없이 온종일 착용할 수 있는 혼합현실 속에 사용자들을 거주시키는 데 있다. 그런데 디지털 데이터를 세상에 투사하는 방법은 스마트안경 이외에도 꽤 다양하다. 애플, 구글,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고객이 기존에 소유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제품을 통해 증강현실을 경험하게 해주는 홀드업 기술을 개발하거나 관련 기업을 속속 인수하고 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장비를 손에 들고 사물을 비추면 스크린에는 새로운 현실이 겹쳐서 나타난다. 이런 장비들의 화면 해상도가 점점 개선되면서, 기업과 개인 개발자들이 3D 모델, 게임, 역동적인 쇼핑 경험 등을 구축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들도 갈수록 진화하는 추세다. 소비자들 역시 개를 산책시키러 나가는 길에 잠깐 즐기는 포켓몬 게임에서부터 인스타그램의 얼굴 사진 필터까지 슈퍼사이트의 세계를 점점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에는 평범한 세상의 사물 위에 또 다른 정보의 계층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은가? 정보는 모든 종류의 사물 위에 투사되고, 표면 상태에 맞춰 투사 방식이 바뀌고,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그 위치와 형태가 변한다. 컴퓨터 스스로 눈앞의 사물을 바라보고 인식한 뒤에 사용자의 주의를 특정 대상에 집중시키는 슈퍼사이트의 능력은 세상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준다. 덕분에 우리는 기타에 관한 옛날 농담을 늘어놓고, 쇼핑할 때 제품의 평점을 즉시 확인하고, 심지어 벽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증강현실 계층은 개인적 차원에서 제공되고(스마트안경이나 스마트폰),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고(창문이나 자동차 앞 유리 같은 고정된 표면), 또는 주위 환경을 구성하는 사물들 위에 투사됨으로써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다.
우리를 위한 슈퍼사이트
먹다 - 주방을 둘러싼 IT 전쟁
혁명은 주방에서 시작된다: 가정에서 가장 값비싼 도구들과 첨단 기술을 갖춘 가구가 놓여있는 곳은 어디일까? 주방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는 장소도 주방이다. 하지만 주방에서 쏟는 노력은 종종 우리를 좌절시킨다.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식료품을 구매하고, 재료를 손질하고, 익히고, 식탁을 차리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리지만, 막상 음식을 먹어치우는 데는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설거지하는 시간이 먹는 시간보다 더 길 때도 있다. 가끔은 기껏 만든 요리를 오븐 안에서 꺼내는 일을 깜빡 잊어 태워 먹기도 한다. 물론 음식을 만드는 일은 대체로 기쁨을 안겨준다.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행위는 전통, 학습, 향수 같은 가치를 동반하는 다중 감각적이고 사회적인 경험이다.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미래란 요리의 가장 즐거운 부분만 골라서 누리고 설거지는 기계에 맡기는 세상일 것이다. 요리를 간소화 내지 자동화하려는 움직임은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됐다. 당시 새롭게 등장한 ‘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즉석식품과 마법의 기계와 같았던 전자레인지는 주부들이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을 대폭 줄여주었다. 많은 미국 가정에서는 ‘바보상자’라고 불렀던 텔레비전 앞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 디너(데우기만 하면 한 끼 식사가 되도록 포장해서 판매하는 즉석식품) 제품을 즐겼다. 그런데 이는 애초에 기대했던 이상적이고 평등한 미래의 모습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슈퍼사이트는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하는 식사용 알약처럼 극단적인 자동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인류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음식과 관계를 맺도록 도울 것이다. 또 컴퓨터비전과 로봇공학은 사람들이 가정에서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하는 요리라는 작업의 신중한 보조자가 되어줄 것이다. 슈퍼사이트가 우리의 저녁 식사를 어떻게 도울지 미래의 주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식단 계획하기] 인스타그램에서 본 사진이나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을 참고해서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결정한다. 그러면 컴퓨터비전은 이미지를 스캔해, 레시피를 검색하고, 열량을 계산한다. 스포티파이의 기능 중 하나는 친구들이 듣는 음악을 당신도 똑같이 듣고, 당신의 재생 목록도 남들에게 공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오늘 당신이 저녁 식사로 먹고 행복감을 느낄 만한 음식은 수천 가지가 넘는다. 그렇다면 여동생이 어제 열심히 만들었던 요리를 참고해서 오늘의 메뉴를 결정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