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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영상 교수의 가상현실과 미래도시 수업

권영상 지음 | 메이트북스


서울대 권영상 교수의 가상현실과 미래도시 수업

권영상 지음

메이트북스 / 2023년 4월 / 356쪽 / 19,800원





CHAPTER 1 가상현실과 미래의 도시



우리는 어떤 현실에서 살고 있는가?


가상세계로 떠나기 전 우리는 어떤 현실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먼저 정확하게 짚어보자.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
가깝게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도시가 팽창하며 인간의 영역이 자연으로 확장되면서 자연에 있던 병이 인간에게 감염된 방식이었다. 앞으로도 인간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영역이 자연의 영역으로 확장될수록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를 접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소통 방식과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예전의 도시에서는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지식·문화·기술이 발전했으며, 이러한 소통이 편리한 도시일수록 경쟁력이 강한 도시로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은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주장했던, ‘지금까지 성공해왔던 도시가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인식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점점 따뜻해지는 지구: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기후 변화 속에서 등장하는 자연재해로부터 위협받고 있으며, 몇몇 도시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 발행한 2018년 기후 변화에 관한 요약 보고서인 「Global Warming of 1.5℃, Summary for Policy Makers」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은 근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의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약 1.5°C까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도시의 쇠퇴: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공간이 기능을 상실하고 쇠퇴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도시의 물리적인 공간이 쇠퇴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사는 인구가 감소하거나 노령화되는 문제, 도시의 경제력을 지탱해왔던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경쟁력을 잃는 문제, 도시의 여러 건축물이나 시설물들이 기능을 상실하고 노후화되는 문제 모두가 도시에 닥친 문제들이다. 도시도 생명체처럼 태어나서 성장하고 번영하다가 어느 순간 쇠퇴하는 것이다. 국내의 도시 쇠퇴율은 인구수, 사업체 수, 노후건축물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국토연구원에서 2019년 발행한 자료에 의하면, 2013년에는 읍면동 기준 전국 쇠퇴율이 64.5%였던 것이 2017년에는 69%로 증가했으며, 4년간 연평균 약 1.5%p씩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상현실이 현실세계에서 가지는 의미


이처럼 우리의 현실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상현실은 이러한 복잡한 현실세계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세컨드 라이프의 도구:
첫째로 가상현실은 현실세계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가상현실을 다루는 많은 영화들의 경우 이 대척점에 있는 현실세계는 매우 비참한 상황임을 고려하며, 가상현실은 현실세계가 가지고 있는 비참한 모습에 대한 대안으로 제안될 수 있다. 누구나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가상현실은 이번 생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이번 생에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도구:
둘째로 가상현실은 현실세계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나타나는 여러 재난·재해들을 미리 시뮬레이션해서 대안을 도출해 현실세계의 재난·재해를 막거나 복구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도시 디지털트윈 기술’은 이처럼 현실세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상세계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예측의 도구:
셋째로 가상현실은 현실세계에 등장하게 될 변화를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앞으로 구매할 집이나 차를 미리 가상으로 경험해보거나 앞으로 어디에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를 미리 예측해보거나 하는 장기적인 것부터, 내가 집에 갈 때 어떤 길로 어떻게 가면 빨리 갈 수 있을지를 예측해보는 단기적인 것까지 예측해볼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새로운 도시계획에 따라서 내가 사는 도시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미리 예측해볼 수도 있다.



CHAPTER 2 기술발전과 도시의 진화



자동차는 도시를 어떻게 바꿨나?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기차였다면, 2차 산업혁명은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였다. 기차가 1차원 형태의 선을 따라서 움직였다면, 자동차는 2차원 형태의 면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 결과 만들어진 도시는 격자형태의 도시구조가 무한히 확장되는 도시였다. 자동차는 기차와는 달리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가 가능한 교통수단이었고, 기차보다 이동이 편리했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도시공간에서 자동차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로 건설산업과 자동차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미국 포드 자동차였다. 공공에 의해 만들어진 도로 인프라를 따라서 포드 자동차가 개발한 모델 T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2차 산업혁명의 결과로 이어진 교통 분야에서의 새로운 변화는 도시를 현재와 같이 자동차로 가득한 도시로 변화시켰다.

대량생산체계와 모더니즘 도시:
2차 산업혁명에서 또 하나 중요했던 것은 철강·석유화학 같은 중화학공업을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체계였다. 그 결과 고층 건축물들이 도시를 뒤덮는 모더니즘 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도시모형을 제안했던 대표적인 건축가는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코르뷔지에(1887~1965)였다. 르코르뷔지에의 도시모델은 당시로서는 너무 파격적이어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1925년 발표한 ‘부아쟁 계획(Plan Voisin)’은 파리의 구시가지의 일부를 재개발해 고층의 건축물과 격자형의 슈퍼블록으로 만들어진 미래의 신도시를 만드는 제안이었다. 과거의 역사적 도시질서를 폭력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비춰진 이 계획안은 당시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다. 그렇지만 르코르뷔지에의 제안은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등장으로 출현하게 될 미래의 도시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당연하게도 르코르뷔지에가 제안했던 도시모델은 파리에는 적용되지 못했고, 브라질의 신행정수도인 브라질리아를 비롯한 신흥 개발국가들의 신도시 개발에 적용되었다. 한국에서 흔히 보는 많은 아파트 단지들, 강남의 슈퍼블록은 이러한 2차 산업혁명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진화한 결과물이다.

자동차의 등장은 이처럼 격자형태라는 도시형태의 확산을 이끌어냈고, 중화학공업을 기반으로 한 산업시스템의 확산을 이끌어 냈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도시형태는 유효하며,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한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격자형태의 도시구조 역시 자율주행이 일상화되기 전에는 당연하게도 지배적인 도시형태가 될 것이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은 이러한 격자형태의 도시구조가 정착된 대표적인 도시다.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도시들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기술들:
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술적 진보로 보았다면,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네트워크(무선), 인공지능을 새로운 기술의 실체로 본다. 미래도시와 관련해서 이 3가지 기술들을 살펴보자.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의 첫 번째 요소인 ‘빅데이터’는 도시에서 취합되는 막대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도시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들이 그냥 폐기되어왔지만 지금은 이 데이터들이 데이터 댐에 취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도시공간에서 사용해왔던 스몰데이터들은 많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건축물의 개수나 상하수도 공급량, 버스 운행 대수 등인데, 이런 것들은 굳이 발전된 기술요소가 없이도 축적할 수 있었고, 인공지능이 없어도 분석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매일 사용하는 교통카드 데이터, 핫플레이스에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들, 특정 공간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사용량, 도시에 날아오는 미세먼지의 양과 방향, 도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CCTV 등은 기존에 저장할 수 있는 혹은 전송 가능한 데이터 양을 압도적으로 초월했다.

이들 데이터들은 잘만 분석하면 뭔가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등장한 것이 도시에 나타나는 데이터들을 축적해 분석하겠다는 시도였다. 단적으로 쇼핑이나 배달만 하더라도 이러한 데이터를 이용해서 충분히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네트워크:
4차 산업혁명의 두 번째 중요 요소는 ‘네트워크’다. 3차 산업혁명 때 등장한 ‘인터넷’과의 차이라면 ‘무선’이라는 점과 ‘실시간 연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예로 들면 시민들은 도시에서 돌아다니면서 찍는 사진들을 언제라도 네트워크에 업로드할 수 있고,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발전된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무선으로 데이터가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기 시작했고, 시민들의 일상은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콘텐츠도 소비되기 시작했다. 무선 네트워크가 등장하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산업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단적으로 온라인 마켓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제 언제 어디서든 구매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대한 평가도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소비되면서 온라인 마켓의 성장을 견인했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자율주행차량이나 UAM(Urban Air Mobility)의 경우에도 무선 인터넷이 없이는 복잡한 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이동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기술과 산업의 결합체로서 이른바 잘나가는 산업이 모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위 요즘 잘나가는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 기업들은 모두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업들이다.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의 마지막 주요 요소인 ‘인공지능’은 특히 빅데이터와 연결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빅데이터를 분석하기에 인간의 지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계지능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인공지능이 창조적인 인간의 역할도 대체할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차적으로 인공지능의 효용은 단순하지만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 내에 분석하는 데 있다. 이미 많은 인공지능 코드들이 개발되어 깃허브(Git Hub) 같은 곳을 통해 공유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오픈소스 형태로 개발되고 공유되고 있다.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도 개발사에 따라서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도 새로운 혁신을 기다리고 있다.

가상현실과 메타버스:
이러한 3가지 기술은 서로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D.N.A.라는 말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 기술은 이미 새로운 산업의 출현까지 이루었다. 아직 실현되지 못한 기술들, 예를 들면 자율주행 5단계 기술들도 시기의 문제만 남았을 뿐 실현이 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 되었다.

1·2·3차 산업혁명 때처럼 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도시공간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산업의 변화가 이미 등장했고, 완성될 것이 예상되는 단계라면, 새로운 도시공간의 변화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히 예상된다. 이는 역사적으로 우리가 배워온 것이며, 필연적으로 나타날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미래에 등장할 도시의 모습, 바로 여기에 가상현실과 메타버스가 있다.



CHAPTER 3 가상현실과 게임 속 도시



가상도시를 만들다, 시티즈 스카이라인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
가상도시를 만드는 데 특화되어 있는 게임으로는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으로 분류되는 게임들을 들 수 있다. 대표적인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는 심시티(Sim City)가 있었다. 맥시스사에서 개발한 심시티는 1989년에 처음 출시한 이후 2014년 심시티빌드잇까지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의 대명사로 불렸다. 간단한 방식으로 도로와 건축물들을 만들어내면 컴퓨터가 시뮬레이션해서 사람이나 차량이 움직이고, 에너지나 폐기물의 양을 추정해 추가로 짓지 않으면 도시에 문제가 일어나도록 하는 방식으로 도시건설을 시뮬레이션했다. 매우 상징적인 게임이었지만, 맥시스사가 일렉트로닉아츠(EA; Electronic Arts)에 매각되면서 EA에서 발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3년 발표한 심시티가 실패하면서 현재는 더 이상 개발이 되지 않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신만의 가상현실 공간을 꾸미다. 시티즈 스카이라인:
이에 비해서 실제 가상도시를 만드는 데 있어서 보다 효과적이고, 만든 가상도시의 효율성까지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콜로설 오더(Colossal Order)가 개발한 시티즈 스카이라인(CitiesSkylines)이다. 심시티에 비해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가상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서 자유도가 상당히 높으며, 전 세계 유저들이 만들어놓은 랜드마크들을 구매해서 자기의 가상현실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토캐드(AutoCAD), 스케치업(Sketch Up), 라이노(Rhino)와 같은 건축·도시설계용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본인이 직접 설계한 공간을 불러오는 방식으로 끼워 넣을 수도 있고, 인공지능에 자동으로 도시공간을 배치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유저들이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것에 따라서 교통이 막히거나 전력이나 상수도가 부족한 것 등을 미리 시뮬레이션해서 알려주기도 하기 때문에 단순한 그림 이상의 도시경영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따라서 거의 현실세계와 유사한 가상현실 공간을 구축하는 게 굉장히 편리하며, 뛰어난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시티즈 스카이라인 게임엔진을 이용해서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도시를 몇 가지 시뮬레이션해보았는데, 현실적인 도시 구상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필자가 2007년 참여했던 새만금신도시 마스터플랜의 경우 서울의 70% 정도의 규모로 조성되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다. 이 새만금 신도시에 건축물을 모두 일일이 배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토지 이용 계획을 지정해주면 자동으로 건축물을 배치하고, 전체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와 자동차의 이동까지 컴퓨터가 시뮬레이션해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만금 신도시 이외에도 강릉·판교 등 다양한 지역의 개발구상안을 이 게임엔진을 이용해서 시뮬레이션해봤는데, 이 도시가 계획대로 조성되었을 때 시민들은 행복해할 것인지, 교통은 막히지 않는지 등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도구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게임은 전문가용이 아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결과를 활용하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라 본다. 그렇지만 앞으로 전문가용으로 개발될 가능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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