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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김용섭 지음 | 부키
라이프 트렌드 2022 Better Normal Life



김용섭 지음

부키 / 2021년 10월 / 360쪽 / 18,000원



BETTER NORMAL LIFE



베터 노멀 라이프 - 뉴 노멀(New Normal)이 아니라 베터 노멀(Better Normal)이 필요하다우리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상으로 간다. 다시 사람들과 마음껏 어울리고 여행을 가더라도, 그것은 2019년의 방식이 아니라 2020~2021년을 거치면서 새롭게 만들어져 2022년에 좀 더 안정화될 방식이어야 한다. 2020~2021년에는 경황이 없어서 뉴 노멀에 휩쓸리기만 했다면, 이제 베터 노멀에 눈을 뜬다. 뉴 노멀은 새롭다는 의미지만, 새롭다고 더 좋고 이로운 건 아니다. 우리는 변화에 대한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 능동적 대응으로 베터 노멀 라이프를 찾으려 한다.

뉴 노멀과 경제 위기, 그리고 일방통행:
뉴 노멀은 로저 맥너미가 2003년에 출간한 책 『New Normal: 부와 비즈니스가 움직이는 새로운 기준』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닷컴버블, IT 버블로 불리는 거품 경제 시기가 1995~2000년이었는데, 당시 5년간 나스닥 지수는 약 400% 상승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닷컴 기업에 돈이 몰렸고 주가가 폭등했다. 버블이 붕괴된 것은 2001~2002년이다. IT 버블 붕괴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었고 수많은 IT 기업이 사라졌지만, 오히려 IT가 주도할 산업 방향은 더 선명해졌다. 맥너미가 말하는 뉴 노멀에서 세계 경제의 핵심 요소는 테크놀로지, 세계화, 시간 관리, 개인의 힘 등이고, 뉴 노멀을 예측하거나 이에 적응하는 사람이 결국 부와 성공을 이룬다고 했다. 우리는 큰 위기를 겪고 나면 변화를 이야기한다. 특히 경제 위기는 더더욱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뉴 노멀이란 말이 등장한 배경도 바로 경제 위기이자 새로운 산업적 방향성이었다.

당신은 뉴 노멀로 이익을 보는가 손해를 보는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뉴 노멀이 된 저성장, 저금리, 저소비는 여전히 유효하다. 성장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데 저성장 시대에는 더욱 일자리 수가 줄어든다. 특히 IT가 주도하는 비즈니스는 전통적 비즈니스에 비해 규모 대비 일자리 수가 턱없이 적다. 여기에 AI, 로봇, 자동화,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등을 활용해 일자리를 더 줄여 갈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다고 말하겠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고용 측면의 위험이기도 하다. 로봇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은 생산직뿐 아니라, 서비스, 사무직, 전문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분명 뉴 노멀이지만 여기서 이득을 보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는 명확히 갈린다.

어떤 변화든 이득만 주지는 않는다. 저금리 시대는 부동산 폭등과 자산 가치 버블을 초래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초래한 이상 기후와 그에 따른 부작용들도 마찬가지이고, 팬데믹이 초래한 거리 두기와 물리적 단절, 안전 민감증, 자영업과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위기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서민들에게는 손해만 크다. 기업들로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개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로봇이나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구조 조정에 따른 일자리 감소도 점점 가속화되고 있고, 이는 곧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가중이자 가계의 심각한 위기로 이어진다.

이상 기후 때문에 농작물 가격 변동이 심해지면 곧 식탁 물가 변화로 이어지는데, 이 또한 가계의 위기이며 특히 저소득층에게 더 심하다. 이것은 열심히 노력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뉴 노멀 시대에는 정치와 정부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해진다. 2022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보다, 뉴 노멀이 초래하는 변화와 위기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의 어젠다만큼 실행 계획과 의지도 중요하다. 뉴 노멀에서 베터 노멀을 찾아내는 정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뉴 노멀 속에서 위기를 줄이고 기회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 개입이 베터 노멀이다. 정치는 정치의 역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개인은 개인의 역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베터 노멀 라이프를 지향해 가야 한다. 2022년은 대통령 선거의 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집권 1년 차가 되는 시기다. 즉 새로운 정책을 과감하게 가장 많이 시도할 때이자, 팬데믹이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변수가 나와서 더 이어질지 분기점이 될 때이다. 분명한 것은 변화가 지금보다 더 많을 것이고, 뉴 노멀의 힘이 지금보다 더 강력해질 수 있다. 결국 베터 노멀을 지향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커지고, 우리의 일상도 베터 노멀 라이프를 더 원하게 될 것이다. 트렌드는 늘 욕망과의 싸움이다.

베터 노멀 라이프는 하이브리드로부터 시작된다: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요소를 결합하는 것이 하이브리드(Hybrid), 이종(異種) 결합이다.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하이브리드카를 사서 타고 다니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동안 알던 혹은 해 왔던 삶의 방식에 새롭게 변화한 방식을 추가해 둘 다 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출퇴근 근무만 알던 사람은 원격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워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는 라이프의 확장이다. 익숙한 방법 하나만 고집하지 말고 과감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는 진화의 과정이자 방향이다.

익숙하던 과거의 일상에 좀 더 나아진 새로운 일상이 결합될 수밖에 없다. 원격/재택근무에 기존 출퇴근 방식의 근무를 더한 하이브리드 워크를 선택하는 것이 기업의 베터 노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네이버의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했다. 즉 재택과 출퇴근을 병행한다는 이야기다.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팬데믹 이후에 하이브리드 워크를 하겠다고 했다. 결국 이 방향이 대세가 된다. 이것은 전염병 감염을 걱정해서 하는 선택이 아니라 효율성과 생산성 때문이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도 오프라인 대면 수업과 온라인 원격 수업의 병행이 대세다. 하이브리드 교육인 셈이다.

하이브리드는 트렌드 코드로 다양하게 적용되는데, 급변한 뉴 노멀이 만들어 낸 효과다. 우리는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을 결합해 공존시키며 결국 더 나은 것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을 신경 안 쓰고 살았던 사람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하이브리드는 필요하다. 가령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때 2가지의 장점을 섞은 하이브리드카가 선택되는 것처럼 말이다. 전기차를 주저하는 이들에게는 충전 문제와 충전 거리 제약 때문에 장거리 이동이 불편한 것도 개인이 감수하기 어렵다. 이렇듯 내연 기관을 단절하고 전기차로 넘어가는 일이 바로 되는 것은 아니다. 둘을 합친 하이브리드가 당장의 베터 노멀인 셈이다. 뉴 노멀은 익숙한 것과 결별해 우리를 낯설고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하이브리드가 만드는 베터 노멀은 낯선 것에 익숙함을 결합시켜 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어 준다.



CULTURE CODE



유희가 된 가드닝(Gardening)과 반려 식물


홈 가드닝은 집 안에서 이뤄지는 정원 가꾸기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홈 가드닝, 식물 인테리어를 뜻하는 플랜테리어(Planterier) 시장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기름을 부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와 단절의 시간 동안 집의 의미는 달라졌다. 더 이상 잠자고 쉬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공간이 되고 있고, 가드닝은 모두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단독 주택이라면 더더욱 가드닝에 유리하지만, 아파트에 살아도 베란다 공간이나 거실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심지어 오피스텔, 원룸, 기숙사에서도 가드닝을 한다. 집을 중심으로 홈 가드닝을 하기도 하고, 아예 주말농장 같은 별도의 넓은 공간에서 적극적인 가드닝을 하기도 한다.

가드닝이 취미이자 유희가 되고 있고, 홈 가드닝과 플랜테리어 관련 시장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방송에서도 가드닝 주제의 예능이 만들어지고, 유튜브에서도 가드닝 콘텐츠는 계속 증가한다. 가드닝 클래스도 성장세이고, 심지어 가정용 채소 재배기 판매량도 급증하며 가전업계도 가드닝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백화점 공간을 마치 가든처럼 꾸미고, 백화점에 가드닝 카페도 속속 만들어진다. 백화점과 정반대에 있는 다이소마저 가드닝 기획전을 연다. 저렴한 가드닝 제품이 얼마든지 많고 이런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확실히 가드닝이 보편적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간다는 증거다. 팬데믹 이후에도 가드닝 트렌드는 계속된다. 사실 가드닝 시장의 성장은 아직 멀었다. 이제 초반이다. 훨씬 더 큰 시장이 될 것이고, 가드닝이 의식주에 미칠 영향과 가드닝이 만들 비즈니스 기회에 주목해야 한다.

올라운드 비거니즘


비건은 식습관 문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먹는 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기본인 만큼, 식습관에서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의식주 전반에서 삶의 태도로서의 비거니즘을 드러내게 된다. 동물 착취 반대와 채식에서부터 기후 위기와 탄소 배출, 일회용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 등을 비롯한 환경 문제, 생태계 파괴, 인권과 차별 문제 등으로도 이어진다. 한마디로 올라운드 비거니즘이다. 비거니즘은 가치관이자 철학이다. 비거니즘은 비건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비건들도 가진다. 비거니즘에 동조하는 20~30대는 이미 많아졌다. 이들의 소비에서 미닝아웃은 가성비를 선택하는 것만큼 보편화되었다. 비거니즘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좀 더 빨리 과감하게 받아들이느냐, 눈치를 보며 조금씩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중요 소비 코드로서 비거니즘 마케팅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제 정부와 정치도 비거니즘을 주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관련 정책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럭셔리의 새로운 조건, 리페어


‘고급스러운, 호화로운, 사치스러운, 명품’ 등의 의미로 쓰이는 럭셔리와 ‘수리, 보수, 수선’의 의미로 쓰는 리페어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하는가? 비싼 명품 백을 수선해서 쓰기도 하지만, 돈이 충분하다면 그냥 새것을 사서 쓰는 게 더 멋지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리페어가 선택 가능한 옵션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럭셔리의 조건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좀 달라졌다. 더 이상 낡고 고장 났다고 버리는 것보다, 리페어가 가능하다면 되살려서 쓰는 것이 멋지다고 여긴다.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 리페어는 절약의 이미지가 아니라 친환경의 이미지이자 소비자가 가진 세련된 소비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 변화에 럭셔리 브랜드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멀티버스(Multiverse, 다중 우주) - 세계관 놀이와 메타버스, 그리고 디지털 휴먼


평행 우주(Parallel Universe)는 같은 모습을 가지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여러 우주가 있다는 가설, 즉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니라 평행선상에 위치한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중 우주는 시간과 공간의 갈래가 나뉘어져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무한하게 존재한다는 가설이다. 이 두 가설은 우리가 인지하는 현실의 세계 말고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다. 이 개념은 과학계에서 끈 이론과 M이론, 양자역학이나 급팽창 이론 등을 설명할 때 유용한데, 과학은 물론이고 예술과 철학에서도 사용된다. 영화에도 평행 우주, 다중 우주 같은 설정이 자주 나온다. <라이프 트렌드>에서 왜 멀티 유니버스를 다룰까 싶겠지만, 여기서 우주나 철학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Universe)을 가상공간으로 확장한 초월(Meta)적 세상을 일컫는다. 이제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도 살고, 메타버스에서도 살아가기 시작했다. 현실 세계에서도 다중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더더욱 다중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아주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 사람, 여러 인생을 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현실 공간에서만 돈을 벌고 인간관계를 쌓는 것이 아니다. 가상공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익명도 가능하며, 자신이 그리고 싶은 세계관으로 만들어진 자아도 가능하다. 단지 ‘부캐’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가능하다.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만 가능했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가능해진 시대다. 이것은 그냥 놀이가 아니라 삶의 방향이 바뀌는 일이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트렌드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자산과 NFT, CBDC, 그리고 이미 시작된 현금 없는 사회


진짜와 가짜, 현실과 가상,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가 이미 사라진 시대다. 오리지널에 대한 관성이 깨졌다. 이것은 우리의 자산과 금융에도 연결된다. NFT와 암호 화폐, CBDC 등은 자산의 변화가 아니라 자산을 바라보는 우리 관점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는 금융이나 경제 트렌드이기 전에 라이프 트렌드다. 이로 인해 우리 삶이 바뀌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판화 작품 <멍청이(Morons)>가 불태워졌다. 9만 5000달러에 산 작품을 태운 것인데, 뉴욕 브루클린의 공원에서 마스크를 쓴 남자가 라이터로 불을 붙였고 이 모습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었다. 왜 1억 원이라는 큰돈을 저렇게 허망하게 날려 버릴까 싶겠지만 이것은 절대 돈 낭비의 쇼가 아니었다.

태워지기 전 그 작품은 NFT로 만들어졌고, 며칠 후 이더리움 기반 디지털 경매 시장 오픈시(OpenSea)에서 228.69이더(ETH)에 팔렸다(당시 기준 약 38만 달러, 한화 4억 3000만 원). 1억 원짜리 그림을 태웠더니 4억 원짜리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림을 태운 것이나 NFT로 바꿔 경매로 판 것은 모두 NFT 기반 사업을 벌이는 블록체인 기업 인젝티브 프로토콜이 벌인 일이며, 여기서 얻은 경매 수익은 기부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결국 기부할 것이라면 굳이 왜 이랬을까 싶겠지만, 이들은 사업에 대한 홍보 효과로 충분히 돈값 이상을 거두었다. 그 후 한 달여 동안 10여 개가 넘는 블록체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1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기 때문이다.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왜 하필이면 뱅크시의 <멍청이>라는 판화를 골랐을까?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슈를 만들려면 유명 작가의 작품을 불태워야 한다. 그리고 판화라서 작가의 유명세에 비해 작품가는 상대적으로 싸다. 또 NFT는 판화처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고, 만들어진 NFT마다 고윳값을 부여할 수 있다. 즉 500장의 판화에는 각기 1/500부터 500/500이 존재하듯, NFT는 애초에 판화 형식이 아닌 작품에도 판화처럼 대량으로 복제하되, 각기의 고유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실물 진품은 한 명만 소유할 수 있지만, NFT로 만든 디지털 진품은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소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도 가능하다.

한편 공교롭게도 작품 <멍청이>에는 ‘이런 쓰레기를 사는 멍청이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는 글이 적혀 있는데, 미술 경매에 응찰하는 사람들을 시니컬하게 풍자하는 그림이다. 관성적인 기존 미술계를 풍자하는 그림의 메시지는, NFT라는 디지털 자산 가치가 적용될 미술계의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에도 어울렸다. 사실 <멍청이> 판화 작품은 500개가 제작되었다. 그중 한 개를 불태웠다고 원본이 사라진 것도 아니며 불태운 판화의 NFT는 <멍청이> 전체의 오리지널 디지털 자산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물인 판화보다 NFT가 비싸게 팔린 것은 의도된 전략일 수 있다. 누가 샀는지는 몰라도 인젝티브 프로토콜에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한 것이니까. 아마 다음에는 다량으로 존재하는 판화가 아닌, 오직 하나밖에 없는 진품 그림을 태우는 날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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