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속성
레이 피스먼, 티머시 설리번 지음 | 부키
시장의 속성
레이 피스먼, 티머시 설리번 지음
부키 / 2020년 12월 / 352쪽 / 20,000원
우리가 시장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시장의 힘과 원리
포로수용소에서 목격한 세계 경제의 축소판 1939년 리처드 래드퍼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다가 학업을 중단하고 군에 입대했다. 1942년 리비아에서 포로로 붙잡힌 그는 이탈리아에 있는 임시 포로수용소로 실려 갔다가, 독일의 무스부르크라 외곽에 위치한 7A 포로수용소로 이송되었다. 래드퍼드가 도착했을 때는 그곳에는 미국인부터 유고슬라비아인까지 수많은 국적의 병사들로 넘쳐났다. 종전 후 래드퍼드는 다시 케임브리지로 돌아갔다. 한편 그는 7A 포로수용소 경험을 그의 첫 번째이자 우리가 알기로는 마지막인 학술 논문의 재료로 사용했는데, 논문의 제목은「포로수용소의 경제적 조직」이었다.
이 논문은 7A 포로수용소를 하나의 시장으로 묘사한다. 그것은 유별난 특징을 가진 시장이었는데, 노동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와 가치 창출이 아주 활발했기 때문이다. 이 수용소로는 적십자가 보내 주는 생필품 꾸러미들이 들어왔다. 캔에 든 우유, 당근 통조림, 잼, 버터, 비스킷, 소금에 절인 소고기 통조림, 초콜릿, 설탕, 당밀, 담배 같은 품목이었다. 그런데 당연히 모든 포로가 비스킷과 소고기를 똑같은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배급받은 생필품을 서로 교환하는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버터 한 조각과 담배 두 개비를 캔 우유 한 통과 교환하는 식이었다.
처음에 이 교환 시스템은 포로들 간의 호의에서 생겨났다. 그러나 교환 행위의 상당 부분은 수용소의 혹독한 조건에서 단지 조금 더 ‘안락’을 누리며 생존하려는 수용소 거주자들의 냉정하고 합리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안락’은 포로들에게 저마다 서로 다른 것을 뜻했다. 즉 어떤 이에게는 커피 한 잔, 또 어떤 이에게는 차 한 잔을 뜻했다. 한편 독일군은 포로 병사들을 국적별로 분리해 수용했기 때문에 그 경계선이 수용소 내의 무역 장벽이었다. 그래서 특권을 누리는 소수의 포로만이 다른 나라 병사들과 접촉할 수 있었고,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포로들이 전문 트레이더가 되었다.
프랑스인들은 정말 커피를 좋아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과 처음으로 수출입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었던 소수의 영국 병사들은 영국인 동료들과 거래해 커피 배급품을 확보했다(영국인 병사들은 차를 구하려고만 해서 커피를 싸게 팔았다). 이어서 그들은 프랑스인들 쪽으로 가서 프리미엄을 높게 얹어 커피를 팔았다(그 대가로 프랑스인들은 좋아하지 않지만 영국인들은 좋아하는 차를 받았다). 그 결과 영국인 트레이더들이 이문을 남기기는 했어도 두 나라의 병사들 모두 더 안락한 생활을 누렸다.
마찬가지로 인도 부대 소속의 네팔 출신 용병들은 소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운 좋은 병사들은 거의 쓸모가 없는 당근 통조림을 그들에게 넘기는 대가로 유럽인들 사이에 거래가 활발한 소고기를 받았다. 이와 같은 개별적 선호와 유인이 작용하면서 수용소 담장 안에 세계 경제의 축소판이 생겨났다. 한편 포로들은 파운드화나 달러화 같은 경화가 없는 상황이라서, 모든 물품의 가격을 기존의 통화가 아니라 담배로 표시했다. 마가린 1회분 배급량으로 담배 일곱 개비를 살 수 있고, 이 담배 일곱 개비로는 초콜릿 한 토막 반을 살 수 있는 식이었다. 참고로 수용소 안에는 막사가 많았는데, 각 막사가 국지적인 시장으로 기능했다. 다수의 막사에서 통용되는 물품 가격은 잘 알려져 있었고 일관성을 유지했다. 물론 가격이 서로 어긋날 때도 있었다. 가령 한 막사에서 마가린 1회분 배급량의 가격이 담배 여섯 개비인데 다른 막사에서는 여덟 개비인 상황이 발생하면, 기민하고 활발한 차익 거래자들이 낮은 가격의 물품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 신속하게 이익을 취했고, 그 과정에서 가격 차이가 사라졌다.
수용소 내 시장은 자유지상주의로 치닫는 무질서한 난장판이 아니었다. 포로들 중 상급 장교들은 시장을 제약 없이 내버려 두기보다 약간의 감독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담배가 화폐로 등장한 뒤 영국의 최고위 장교가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가격을 수용소 곳곳의 나무 게시판에 표시해 놓고, 그 가격을 기준으로 이익을 덧붙이지 않는 선에서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공간을 설치했다. 이 장치 덕분에 물품을 사거나 팔 때 이리저리 계산해서 따져 봐야 하는 불편함이나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애연가들이 담배를 피우려고 식료품과 위생 물품을 팔아 버리면 굶주림과 감염병의 위험이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적십자에서 공급되는 화장실 위생용품은 거래에서 배제되었다.
생명을 구하는 시장의 힘 포로수용소에서 시장은 삶을 더 안락하게 만들어 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으며, 시장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독일군 포로수용소에서 시장을 운영할 자유를 누렸던 래드퍼드와 동료 포로들의 경험과 수용소 소장이 거래를 금지했던 태평양 일본군 포로수용소의 경험은 아주 대조적이었다.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는 상급 장교 포로들이 식품과 물자를 나누어 주었고 배급 물품의 거래는 금지되었다. 이 규칙을 위반한 포로들은 사실상 사형 선고인 독방 감금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사망률을 보면 남태평양의 고압적인 포로수용소가 (경제학적으로 말해) 자유방임적인 독일군 포로수용소보다 12배나 높았다.
원리는 같지만 갈수록 커지고 빨라지고 섬세해지는 시장 아주 포괄적으로 말해, 시장이란 참여자들이 자신의 선호를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자원 배분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기회를 누리는 단지 하나의 기술이고 메커니즘이다. 즉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원하며 또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가를 바탕으로 물건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선호를 표현하는 행위’, 즉 무엇을 얼마만큼이나 원하는가는 보통 우리가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을 뜻한다. 우리는 식료품점에서 돈을 건네고 땅콩버터를 산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은 거래장에서 약속어음을 주고받으며 돈육 선물계약을 매매한다. 당신이 은퇴 자금을 운용하려고 주식을 매수해 보유하면 금융 미디어를 살펴보면서 보유 종목들의 가치를 점검한다. 이러한 모든 트레이딩의 결과로 시장 현장에서 출현하는 가격들은 모든 물건과 서비스의 공급량이 우리의 욕구와 욕망에 비해 얼마나 충분한지를 포착하는 놀라운 일을 수행한다. 이것이 시장의 전부라면 탐구해 봤자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시장은 그냥 시장인 것이다. 시장이 변해 봐야 얼마나 변했겠는가?
사실 그렇기도 하다. 우리는 여전히 돈을 지불하고 물건과 서비스를 산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경험한 도약은 심대했다. 무엇보다 시장의 규모와 범위가 확장되었는데, 이는 많은 거래가 온라인으로 옮겨진 결과다. 아마존이 ‘모든 것을 파는 상점’으로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활성화한 바로 이 컴퓨터 혁명 덕분에 (비록 모든 거래는 아니지만) 많은 거래가 수백만 배 더 빨라지고 저렴해졌다. 이런 변화를 가져온 새로운 거래 형태의 전형적인 사례로는,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의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다음번 휴가에 쓸 항공권, 인쇄물에서 인터넷을 통해 구독하는 디지털 문서로 바뀐 잡지 등 다양하다. 이처럼 많은 것이 바뀌기는 했어도 오늘날의 시장은 1945년 래드퍼드가 묘사한 시장과 똑같은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그때에 비해 시장이 훨씬 더 커지고 빨라졌을 뿐이다. 동시에 그 시장 원리가 적용되는 상황이 갈수록 더 확장되고, 새롭게 바뀌고 있으며, 더 섬세해지고 있다. 한편 가격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시장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령 데이트할 동반자를 찾는 어떤 사용자가 매치닷컴(Match.com)에 접속해 신랑감이 될 만한 독신자 중 몇몇을 접촉하기로 선택한다면, 이는 사랑을 찾는 시장에서 선호를 표현하는 행위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격이 존재하지 않으며, 돈을 주고받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시장 혁명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할 것인가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것의 배분이나 교환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의도적으로 설계한다는 점이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특징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주변에서 목격하는 시장 혁신에 발맞추어 시장을 이해하는 사고방식의 혁명이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의 몇 가지 발상에서 비롯된 새로운 시장 제도들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구글의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애드워즈(AdWords) 광고 경매라든가, 신장을 이식받아야 할 환자에게 신장을 할당하는 시스템, 학교에 신입생을 배정하는 제도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아울러 전통적인 시장의 작동 방식을 더 깊이 이해하는 착상들도 생겨나서 기존의 시장을 더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장을 바라보는 통찰과 시장에 참여하는 행동, 이 쌍둥이 혁명은 서로 겹칠 때가 많았다. 경제학은 (처음에는 언어로, 나중에는 수학적 방정식으로) 세상을 단지 묘사하는 일에 머물렀지만, 통찰력 깊은 착상을 적용해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일로 이동했다. 훈련된 학계 경제학자들이 상거래 영역으로 파고들지 않았다면 이론이 그렇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지 모른다. 더구나 이 같은 경제학의 현장 진출은 ‘빅데이터 시대’가 대단한 바람을 타는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 덕분에 경제학자들이 행동을 추적하고 모형을 조금씩 수정해 정교화할 뿐 아니라,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데이터 적용을 되풀이할 때마다 시장의 작동을 조금씩 더 개선하는 역량이 계속 확장될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시장을 설계해 만들어 낸 것은 비효율을 걷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구매자와 판매자가 아는 정보의 격차를 줄이고, 놀고 있는 자동차와 텅 빈 아파트처럼 활용률이 떨어지는 자산을 사용하고, 가격을 놓고 의미 없이 씨름하는 일을 제거하려는 목적에서 새로운 시장이 창조되었다. 그리고 넓은 의미로 보아 시장의 각 측면에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거래 상대방을 더 효과적으로 발견하도록 지원하려는 취지에서 태어난 시장도 있었다. 이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른 모든 것이 변함없이 그대로라면, 효율에 관한 한은 더 많은 것이 더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옹호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시장이 순전히 이롭기만 할 때는 거의 없다. 세상은 시장이냐, 아니면 포로수용소식 명령과 통제냐 둘 중 하나를 택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시장이 모든 사회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효율의 낙원이 도래하더라도 모두가 평등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시장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효율이라는 미덕이 소리 소문 없이 은연중에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하게 되면, 사회로서의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다른 가치들이 냉대를 받는다.
이 이야기에는 또 다른 측면이 하나 더 있다. 시장이 우리의 삶 속으로 갈수록 더 침투함에 따라 좀 더 넓은 차원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전적으로 불분명하며, 그래서 결국 사회가 어떠한 모습이 될 것인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동안 정책 결정자와 기업은 최근에 나타난 경제적 사고의 혁명에서 배운 통찰과 직관을 길잡이로 삼아 광대한 실험에 버금가는 일을 계속 벌여 왔다. 그 실험에 활용된 것이 새로운 종류의 시장이다. 그런데 그 새로운 시장들로 말미암아 전혀 예측하지 못했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때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실험의 한복판에서 살고 있다. 실험에 피험자로 참여하는 우리는 거의 언제나 이 실험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별 관심이 없고 알아채지도 못한다. 그렇더라도 시장 설계자들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시장근본주의자들도 색깔과 정도 면에서 다양하지만, 우리가 제일 많이 접하는 사람들의 논조는 섬세한 뉘앙스라는 것이 없는 유형일 때가 많다. 그들은 시장의 위력을 역설하는데, 득과 실을 절충하는 고려가 없어 보인다. 이는 득실의 상충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경제적 분석의 핵심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들의 주장은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겠지만, 2가지 점에서 쉽지가 않다.
첫째, 그들 중 현실 세계, 특히 정계나 업계에서 놀라운 힘을 휘두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큰 정부에 분개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사이버유토피아를 설파하면서 서로 사이좋게 자리를 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세상의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인 행동 경로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이야기에는 무언가 매력적인 것이 있다. ‘시장이 곧 구원’이라는 논조의 이야기가 바로 그러한 매력을 발휘한다. 둘째, 시장근본주의자들에게는 다른 유리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그들 이야기가 때때로 옳다는 점이다. 예전 독일군과 일본군의 포로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물어보면 그 점이 당장 드러난다. 이것저것 다 고려하더라도, 시장은 뭐가 됐든 결국 사람들이 가장 값지게 여기는 것을 얻도록 해 주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이다.
그러한 세계관의 스펙트럼에서 당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알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새로운 시장들을 이해해야 하고, 그로 인해 무엇을 얻게 되고 무엇을 잃을지 그 득실을 절충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에서 시장이 수행할 역할을 결정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바로 그 점에서 우리가 지금 직면한 선택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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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뉴에서 생긴 일 중세 때 지역 명품인 직물로 유명했던 이탈리아 도시 프라토의 한 상인이 1299년 상파뉴 지방의 당시 ‘감독자’라고 불리던 재판관들에게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참고로 1180년경 이래 상파뉴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무역 박람회를 개최했고 온 유럽의 상인과 금융인이 그리로 몰려들었다. 한 차례의 박람회는 상인들이 도착해 자리를 잡는 8일간의 도입기로 시작되었다. 뒤따라 직물 박람회, 가죽 박람회, 향신료 및 기타 상품 박람회를 위해 할당된 날들이 쭉 이어졌다. 마지막 나흘 동안에는 상인마다 장부에 기록해 둔 거래를 정산해 값을 치르곤 했다.
그 프라토 상인은 피렌체의 어떤 고객이 박람회가 종료될 때까지 지불해야 할 청구서를 결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돈을 떼어먹고 런던으로 도망간 피렌체 고객이 프라토 상인에게 갚아야 할 돈은 1600리브르 투르누아(중세 프랑스의 화폐 단위)에 달했고, 이 금액은 거액이었다. 박람회의 감독자들(샹파뉴를 관장하는 백작으로부터 박람회를 관리하고 사법적 문제를 감독할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은 그 피렌체 상인에게 편지를 여러 차례 보낸 뒤, 그가 회신하지 않자 런던 시장을 접촉했다. 그런데 런던 시장은 사안을 조사한 뒤 피렌체 상인이 갚지 않은 채무는 없다고 판단했는데, 만약 이 조사가 중세 때의 여느 행정 절차처럼 이루어졌다면, 그 피렌체 사람은 시장 휘하의 어떤 공무원을 돈으로 매수한 다음, 이제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여겼을 것이다. 런던 시장은 샹파뉴 감독자들에게 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며, 그 피렌체 상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명백한 사안이니 더 논의할 여지가 없다고 통지했다. 하지만 박람회 감독자들은 해당 피렌체 상인뿐만 아니라, 런던의 모든 상인에 대해 일체의 상거래를 금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결국 피렌체 상인은 이듬해 박람회 때 1600리브르 투르누아 전액을 지불했다. 이것은 런던 시장이 고집해 성사된 일이었는데, 틀림없이 런던의 상인들이 시장을 재촉해 이루어졌을 것이다. 샹파뉴 감독자들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영국 법정에 그러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중세 상거래에서 샹파뉴 박람회의 역할이 얼마나 막강했으며, 그 막강한 역할을 유지하려고 샹파뉴 백작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