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술술 읽히는 경제 교양 수업
박병률 지음 | 메이트북스
재밌어서 술술 읽히는 경제 교양 수업
박병률 지음
메이트북스 / 2020년 4월 / 328쪽 / 16,000원
1장 문학에서 경제를 캐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손실이다 - 자중손실 『크리스마스 선물』 가진 돈은 1달러 87센트뿐: 『크리스마스 선물』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가난한 부부, 델라와 짐의 이야기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아내 델라가 가진 돈은 1달러 87센트뿐이다. 짐이 버는 주당 20달러가 이 가정의 수입 전부다. 주당 8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나면 12달러밖에 남지 않는다. 남편에게 사줄 게 없어 울던 델라는 우연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머리칼을 본다.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이다.
델라는 과감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았다. 20달러다. 델라가 남편에게 사주고 싶은 것은 시곗줄이다. 남편 짐은 시계를 소중히 여기지만, 돈이 없어 낡은 가죽을 시곗줄로 쓰고 있다. 머리를 팔아서 얻은 20달러로 시곗줄을 사서 ‘깜짝선물’을 한다면 남편을 얼마나 행복해할까.
크리스마스 선물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오 헨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은 동방박사들로부터 시작되었다”며 “아주 오래전 말구유에 있는 아기 예수에게 선물을 가지고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이 항상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선물사기는 골치 아픈 일이다. 내 마음보다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선물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가 크리스마스다. 상대는 기대가 크다. 웬만한 선물을 주어서는 만족시키기 어렵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크리스마스의 자중손실’이라고 부른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기대치가 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조엘 월드포겔 교수는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선물의 가치를 평가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은 선물의 가치를 구입가의 적게는 67%, 많게는 90%로 보았다. 쉽게 말해 1만 원짜리 선물을 받고도 6,700~9,000원짜리 선물 정도 밖에 안될 것이라고 평가했다는 말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쓴 돈보다 실제 체감은 10~33% 낮았다. 이렇게 저평가된 가치가 자중손실이다. 개개인에게 발생한 효용손실을 모두 더하면 사회 전체의 효용손실이 된다.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주고받는 서양의 전통은 크리스마스가 낀 연말을 최고의 마케팅 시즌으로 만들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영국의 박싱데이 기간에는 연중 최고 규모의 빅세일이 진행된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11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이다. 박싱데이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이다.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개선되어 그 이전까지 기록된 장부상의 적자가 흑자로 전환된다고 해서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하지만 이런 크리스마스 마케팅이 오히려 거시경제에는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전문가들은 ‘다수 미국인들이 연말에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자중손실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며 “차라리 크리스마스 소비를 줄이는 것이 경제 전체적으로 이득”이라고 밝혔다.연말에는 선물을 받는 사람의 기대가 커서 효용(만족감)을 충족시키기 힘들다. 문제는 이때 돈을 쓴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때문에 다른 때는 소비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에서도 12월까지 급증했던 소비가 이듬해 1월이 되면 급감한다. 자신이 꼭 필요할 때 소비를 해야 효용이 극대화된다. 효용이 낮은 크리스마스 선물 사기에 집중하느니 아껴두었다 꼭 소비를 해야 할 시점에 선물을 사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효용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주장이다.
자중손실을 줄이는 가장 안전한 선택: 비단 크리스마스 선물뿐 아니다. 통상 선물은 그 자체로 효용손실이 발생한다. 정말 받고 싶어 했던 깜짝선물이 아니라면 말이다. 자중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고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사줘야 한다. 하지만 선물을 사주면서 상대방에게 일일이 의사를 묻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중손실을 줄이는 가장 안전한 선택은 ‘현금’이다. 현금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객관적인 효용가치를 줄 수 있다. 그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면 된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선물의 자중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금이 최고의 선물일까? 안전한 선택은 될 수 있어도 최고라고 하기는 어렵다.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선물은 오래 기억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난 지 100일 째 되는 날, 지금의 남편에게서 받은 손편지 한 장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다.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인 팀 하포드는 《파이낸셜타임즈》 주말판의 ‘경제학자에게’란 상담코너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법에 대해 이처럼 조언했다. “자중손실 때문에 선물이 무익하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선물에는 ‘정서적 가치’가 있다. 최고의 전략은 ‘자중손실은 최소화하고, 정서적 가치는 최대화하라’다. 비싸지 않은 걸 사고 거기에 편지나 사진을 함께 줘보라.”
소설에서 델라는 귀가한 남편에게 시곗줄을 내민다. 델라는 남편에게 온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산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기뻐할 줄 알았던 남편이 멍한 모습으로 단발머리가 된 델라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머리핀을 내민다. 아내 델라가 너무나 갖고 싶어 하던 선물이다. “난 이제 시계가 없어.” 짐은 자신이 아끼던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산 것이다. 시계가 없는 남편 짐에게 시곗줄은 효용 가치가 전혀 없다. 단발머리의 아내 델라에게도 머리핀은 효용가치가 없어졌다. 두 사람은 허튼 짓을 한 것일까?
역설적이게도 짐의 시곗줄과 델라의 머리핀은 세계인이 기억하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은 마음이 준 감동은 경제적 효용가치를 뛰어넘었다. 오 헨리는 『크리스마스 선물』 말미에 두 사람의 선물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두 사람은 어리석게도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이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고 이것이 바로 선물을 주는 이유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도 현명했다.”
어린 왕자만 볼 수 있는 것 - 보아뱀 전략 『어린 왕자』 사하라 사막에서 만난 그 아이: ‘나’는 6년 전 사하라 사막에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에 불시착했다. 단 일주일 분의 물만 갖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그곳에서 어린 왕자를 만났고 그와 친구가 되었다. 알고 보니 어린 왕자는 B-612라는 소혹성에서 왔단다. 지구는 어린 왕자의 일곱 번째 방문지였다.
소혹성을 찾아 떠난 어린 왕자의 첫 번째 행선지는 임금 홀로 다스리는 소혹성. 백성이 없는 공허한 곳이었다. 두 번째 별에는 허영쟁이가 살았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찬양한다고 생각하는 착각 속에 사는 인물이다. 세 번째 별에는 술주정꾼이 살았다. 술을 마시는 자신이 부끄럽다는 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자제력 없는 어른이었다. 네 번째 별에는 기업가가 있었다. 자신이 헤아린 5억 개의 별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남자다. 다섯 번째 별에는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분에 한 번씩 점등하는 일을 하면서 항상 불행하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 여섯 번째 별에는 어린 왕자는 지리학자를 만났다. 하지만 현장에는 나가지 않는 탁상공론자다.
어디에서도 배울 것을 발견하지 못해 실망하는 어린 왕자에게 지리학자가 한 곳을 추천했다. 그게 지구였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어린 왕자는 지구에 왔다. 어린 완자는 아프리카 사막에서 뱀을 만나고, 3장의 꽃잎을 가진 볼품없는 꽃을 만났다. 그러다 5천 송이가 핀 정원에 들렀다. 지천이 장미다. 자신이 소중히 여겼던 장미 한 송이가 그저 평범한 꽃 한 송이에 불과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어린 왕자는 실망감에 울음을 터트렸다. 이때 여우를 만났다. 여우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아.”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대하게 된 어린 왕자는 대번에 ‘내’가 6세에 그린 보아뱀 그림을 알아챘다. 다른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모자라고 생각했지만 어린 왕자는 속을 들여다봐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보아뱀 그림은 ‘진정한 사물의 가치는 겉이 아니라 내면에 있다’는 가르침을 일깨워주는 『어린 왕자』의 상징물이다. 실제로 유로화가 도입되기 전 프랑스가 썼던 50프랑 지폐 앞면에는 생텍쥐페리 초상과 어린 왕자와 함께 코끼리를 집어삼킨 보아뱀 그림이 인쇄되어 있다.
보아뱀을 경제학이 빌려가다: 여기서 경제학 용어도 파생되었다. 이른바 ‘보아뱀 전략’이다. 보아뱀 전략이란 자신보다 규모가 큰 기업을 인수합병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보아뱀이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코끼리를 삼킨 것을 빗댔다. 자신보다 규모가 큰 기업을 삼키다보니 기업의 형태가 달라진다. 주력산업이나 조직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길고 가는 보아뱀이 모자형태로 바뀌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보아뱀 전략의 성공적인 사례로 인도의 타타그룹을 들었다. 2009년 보고서 ‘글로벌 M&A시장의 보아뱀, 타타그룹’을 보면 타타스틸은 연간 500만 톤의 생산규모를 가진 세계 56위의 철강회사였다. 2007년 이들은 연간 1900만 톤(세계 9위)의 조강생산 능력을 가진 영국의 코러스를 121억 달러에 인수해 세계 5위의 철강 회사로 도약했다. 또한 타타모터스는 2008년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23억 달러에 인수했다. 타타모터스는 나노 등저가 소형차를 생산하는 소규모 자동차 회사였지만 인수합병으로 일약 글로벌 브랜드를 소유하게 되었다. 이 같은 타타그룹의 성장사는 세계 주요 경영자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하려는 시도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 사례가 2009년 효성그룹의 하이닉스 인수추진이다. 효성그룹은 자산 6조 원, 하이닉스는 13조 원이었다. 하나은행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사들인 것도 일종의 보아뱀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인수 당시 하나은행 총자산은 150조 원으로 외환은행을 외형에서는 앞섰지만 오랫동안 외환업무를 전담해왔던 외환은행의 국내외 평판이나 해외 네트워크를 비롯해 그들이 가진 노하우는 따라가지 못했다.
보아뱀을 삼킨 뒤 여섯 달은 꼼짝 말아야: M&A시장에서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덩치가 큰 만큼 막대한 인수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수자금을 끌어모으다 보면 현금흐름이 압박을 받게 되고, 유동성이 위축되면 기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자금부담으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10년간 유동성 위기를 겪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력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을 시장에 내와야 했다. 설사 합병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인력풀이 상대적으로 약해 단기적으로 인수기업을 장악하기 힘들고, 피인수 기업의 거대 조직들과 충돌하다가 통합에 진통을 겪을 수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도 한동안 외환은행 노조와 갈등을 겪었다.
인수한 기업의 가치가 인수가격에 미치지 못하거나, 인수에 성공한 기업의 재무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되면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한다. 주식을 팔아 자금을 마련할 요량이었던 기업이라면 곧바로 인수자금 부족사태에 빠지고, 추가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으면서 이자부담에 허덕이게 될 수 있다.
보아뱀 전략의 리스크는 『어린 왕자』에도 나온다. “보아 구렁이는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켜. 그러고는 꼼짝하지 않고 소화시키기 위해 여섯 달 동안 잠을 자.” 큰 먹이를 제대로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룡기업을 인수한 M&A도 목표한 성과를 거두기까지 어려움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금부담과 조직융합에 실패해 인수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승자의 저주’라고 부른다. 미국 석유회사인 애틀랜틱 리치필드사에서 근무한 카펜, 클랩, 캠벨 등 3명의 기술자들이 1971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된 단어다.
1950년대에 미국 석유기업들은 멕시코만의 석유시추권 공개입찰에 참여했다. 과잉경쟁이 이뤄지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마침내 한 기업이 2천만 달러를 써서 낙찰을 받았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석유매장량을 들여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석유매장량 가치는 1천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1992년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탈러는 이 사례를 내세워 『승리의 저주』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고 경제학계에 널리 알려졌다.
2장 경제는 합리적이지 않다
함께하긴 싫고 버리긴 아깝고 - 현상유지편향 『오페라의 유령』 파리 오페라하우스 2층의 5번 박스석을 기억하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지상 25층, 지하 5층의 대형 오페라하우스. 2,3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오페라하우스에는 모두가 쉬쉬하는 비밀이 있다. 2층 5번 박스석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것이다. 새로 극장 지배인이 된 몽샤르맹과 리샤르는 코웃음을 친다. 세상에 유령이 어딨냐고.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두 지배인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 극장의 디바는 마담 카를로타이다. 하지만 유령은 크리스틴 다에를 디바로 내세우라고 요구한다. 크리스틴을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라울 샤니 자작이다. 크리스틴이 주인공으로 데뷔하던 날, 극장에서 그녀를 본 자작은 사랑에 빠지지만 크리스틴은 그의 사랑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크리스틴은 비밀이 있다.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음악의 천사’로부터 오페라 교습을 받고 있다. 라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면 음악의 천사는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알고 보니 ‘음악의 천사’는 ‘오페라의 유령’이었고 그도 크리스틴을 사랑하고 있었다. ‘라울-크리스틴-오페라의 유령’은 삼각관계가 된다.
크리스틴은 누구를 좋아할까?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라울이다.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데다 지체 높은 귀족 집안인 것도 끌렸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오페라의 유령을 떠나지도 못한다. 유령은 자신을 교습시켜준다. 그가 없다면 프리마돈나의 꿈을 이루기 힘들다. 크리스틴은 라울에게 자신의 마음을 실토한다. “나는 유령 목소리를 더는 못 듣게 될까봐 두려운 한편, 당신에게로 자꾸만 향하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 감정이 초래할지도 모를 온갖 부질없는 위험들을 끊임없이 가늠해보는가 하면, 당신은 나를 못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오페라의 유령을 버리지 못하는 크리스틴의 심리는 행동경제학에서 ‘현상유지편향’으로 설명된다. 현장유지편향이란 큰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한 현재의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상황을 바꾸면 좋을 수도 있지만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확실히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없다면 사람들은 현재 상황을 바꾸는 리스크를 굳이 껴안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왜 단골이 되었을까?: 윌리엄 새뮤얼슨과 리처드 제크하우저는 1988년 논문 ‘의사결정에서 현상유지편향’을 통해 현상유지편향을 널리 알렸다. 이는 단골손님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다른 거래처가 확실히 다른 효용을 주지 않는 한 기존 거래선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늘상 가는 미용실에 가고, 항상 가는 식당에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갑자기 미용실을 바꿨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헤어스타일을 만나게 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마케터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해 ‘충성고객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 공장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변신로봇 애니메이션은 ‘카봇’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했다. 어린이 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어릴 때 현대차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커서도 좋은 이미지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로열티 마케팅’도 현상유지편향을 극대화하기 위한 마케팅이다. 로열티 마케팅이란 쿠폰, 할인권, 마일리지 적립 등을 제공해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 번 맺은 고객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판매전략 중 하나다. 고객들은 그동안 쌓은 마일리지가 아까워서라도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