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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 머신

마이클 J. 케이시, 폴 비냐 지음 | 미래의창
트루스 머신



마이클 J. 케이시, 폴 비냐 지음

미래의창 / 2018년 4월 / 400쪽 / 18,000원





신의 프로토콜



금융 세계에서 가장 반항적이며 많은 논쟁을 낳고 있는 반(反)권위주의적인 아이디어이자, 너무나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정부들이 규제 속에 두어야 하는지 금지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이것은 - 열렬한 자유주의자들과 어둠의 인터넷 세계 지배자들이 꿈꾸고 있는 이것은 - 분산장부다. 회계장부 같은 것 말이다. 이 반항적인 아이디어의 시작은 당연 비트코인이었다.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은 교환 및 거래의 기록을 디지털화된 장부에 끊임없이 기록하는 기술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장부가 혁신적인 기술로 추앙받고 이슈가 되고 있는 까닭은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거래기록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메커니즘에 있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인물(혹은 그룹)은 지난 수백 년간 은행과 정부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던 금융시스템 체제를 바꿔보겠다는 생각으로 비트코인을 세상에 내놓았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금융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중개기관에 일정부분 수수료를 내야 하는 구조, 그리고 이따금씩 인재(人災)에 해당하는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기존 금융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한편 기나긴 인류발전의 역사는 장부기록 방법이 어떻게 발전했는지와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록, 화폐, 장부, 이 세 가지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인류는 낯선 사람들과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대규모 자금결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장부 기록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했으며, 이 과정에서 장부기록자 신뢰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비트코인은 은행들이 그다지 신뢰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과 은행들이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게 이런저런 수수료를 여러 가지 명목으로 부과하면서 사람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켜 주었고, 역사상 최초로 장부 내용의 최종확인 및 장부유지 기능의 권한을 일반 사용자 집단에게 이양시켰다. 사용자 집단은 직접 서로의 작업 내용을 체크하며 그 내용이 사실(truth)이라는 점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기록한다. 분산된 컴퓨터들이 연결된 네트워크는 어느 특정 집단에 의해 컨트롤 되지 않으며, 사토시 나카모토가 ‘신뢰받는 제3자’라고 표현한 은행과 같은 중앙집권화된 장부 기록 주체가 하던 일을 대신 맡아서 수행한다. 이런 분산된 컴퓨터들이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진 장부의 집합체가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 기술의 네트워크에서는 독립적인 컴퓨터들의 네트워크가 모든 거래를 협업하여 검증하며, 거래는 P2P의 형식으로 개인과 개인 간에 직접 일어난다. 이는 현재의 신용카드 및 선불카드로 구성된 지불 시스템에서 크게 변화된 형태다. 현행 시스템 하에서는 어떤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수많은 중개자들을 거쳐야 한다. 최소한 두 개의 은행과 한 개 또는 두 개의 지불 프로세서 회사(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회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거래가 어디서 일어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다른 기관들이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각 기관들은 각각 별개의 장부를 운영하고 있고, 이 독립된 장부들은 나중에 정합성 검증을 거치게 된다. 이런 검증 과정에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리스크도 내포되어 있다. 여러분은 옷가게에서 옷을 사고 카드를 긁으면 바로 돈이 송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돈이 송금되고 모든 결제가 완료되기까지는 여러 날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 기술이 도입되면 이 모든 거래 및 결제가 10분에서 60분이면 모두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다(이런 와중에도 현재 비트코인 관련 개발자들은 비트코인 결제 시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이런 여러 개의 신뢰받는 제3자 기관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거래 및 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P2P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비트코인 및 여타 암호화폐 시스템의 가장 핵심적인 구조적 특징은 블록체인 장부가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는 첫째, 강력한 암호학적 원리를 사용하는 유니크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둘째, 장부를 기록하는 컴퓨터들이 합의에 도달하게끔 만드는 혁신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맞물려 이런 분산된 구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그 누구도 이미 승인되고 기록된 장부를 다시 바꾸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분산된 구조가 가져오는 결과는 아주 놀랍다. 공동체에 속한 모두가 함께 ‘진실’이 무엇인지 승인하는 구조의 장부기록 시스템은 지금까지 나타났던 어느 시스템보다 신뢰와 믿음이 간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블록체인을 ‘트루스 머신(Truth Machine)’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아무튼 이 진실의 기계가 가져올 수 있는 가치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현대 사회가 이제 4차 산업혁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특정한 제품군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들이 융합하며 모바일 디바이스, 센서, 나노테크 프로세서, 신재생 에너지, 뇌 연구, 가상현실, 그리고 인공지능 등과 같이 전체적으로 새로운 시스템들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를 위해 존재하는 수십억 개의 노드들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방식으로 연결된 컴퓨터 구조는 앞으로 우리들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상호 간에 연결된 컴퓨터와 센서시스템은 현실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들이 얼마나 빠르고, 온도는 얼마며, 얼마나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자원은 어느 정도로 소모되고 있고, 이를 어떻게 해야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이를 조금 더 확장해 생각한다면, 최신의 정확한 정보를 이용해 지구에서 사용되는 자원을 관리하는 방법과 함께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게끔 경제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식량이나 도구를 포함하여 인간의 삶의 질과 관련된 모든 것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첨단 데이터 분석 기능이 결합된 센서 네트워크에 기반해, 다리가 붕괴되기 직전에 상황을 미리 파악해서 대비하는 세상, 그리고 의료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바이러스 전염 상태를 파악하고 차단함으로써 전염병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보자. 아마 이런 혁신적인 세상은 신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산된 아키텍처를 사용하지 않는 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중앙집중적인 사물인터넷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면 거대한 장치에 수많은 정보들이 담기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형태는 해당 정보를 노리고 있는 불건전한 세력들을 막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보안 및 개인정보 침해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공격으로부터 야기되는 위협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할지도 모른다. 작게는 해커들에게 비밀번호가 유출되어 당신의 개인 이메일이 악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 인프라망에 설치된 온도조절 장치, 자동차, 도시 교통관제 시스템 등에 해커들의 침입이 발생했다고 상상해보자. 현행의 사이버보안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디스토피아적 악몽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 지켜내기



사물인터넷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사이버보안 전문가들도 통제력이 거의 없는 이 기술의 위험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해커가 당신의 집이나 차, 휴대폰, 텔레비전, 투표 습관, 의료기록, 범죄기록 등에 접근하는 상황일 것이다. 더 나아가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격자들은 비행기, 유료 도로, 투표소, 전기 공급체계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도 있을 것이며, 테러리스트들이 심장박동 조율기의 전원을 꺼버려 수천 명의 환자 목숨을 앗아가게 할 수도 있다.

보안전문가인 브루스 슈나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내 집 현관문을 내가 모르는 타인에게 열어주거나 내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청을 당해 내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를 노출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즉, 자동차 운전의 통제권을 빼앗기는 것이 자동차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 추적을 당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말이다.”

슈나이어는 현실세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물인터넷 혹은 가상물리시스템을 통해 우리가 인터넷으로 만든 손과 발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데이터와 정보에만 한정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철근, 콘크리트, 나아가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까지 그 공격 대상이 확대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디바이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때 발생한다.

우리는 상당 시간을 마이크로소프트 및 앱 개발자들이 제공하는 보안패치를 우리의 디바이스에 설치하는 데 할애하고 있으며, 그 디바이스의 관리 영역이 이제는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고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제 사물인터넷 세상이 인류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면, 해커들의 공격으로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보안기술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다시금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애널리틱스, 클라우드 컴퓨팅, 기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업체들 중에서 IBM은 현재 사물인터넷 기반기술 분야에서 선두 주자이며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의 선봉에 서 있다. IBM의 과학자 두 명이 작성한〈디바이스 민주주의: 사물인터넷의 미래 구하기〉라는 유명한 보고서는 풀기 힘든 윤리적 난제, 즉 신뢰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연 누가 우리들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수십억 개의 장치가 연결된 네트워크를 운영할 수 있으며, 우리는 누구를 신뢰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이는 컴캐스트 같은 케이블 TV 업체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비교적 단순한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우리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들을 관장하고 있는 게이트키퍼들을 신뢰하는 문제는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이미 사용은 하고 있지만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그리고 애플이 제공하고 있는 중앙집중식 사물인터넷 환경을 생각해보자. 소수의 거대 기업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게 될 때 비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는 일이 발생되거나, 관련 규제에 따른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을뿐더러, 해당 거래는 빅브라더 식의 관점에서 통제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정말 아마존 웹서비스 혹은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우리의 중요한 데이터와 정보를 관리해주기 원하는가? 이런 업체들은 전 세계 사람들의 활동과 현상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전례 없는 특권을 부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토큰 혹은 디지털 화폐로 이루어지게 되는 기계 대 기계 간의 거래를 중앙의 통제 하에 놓았다. 이는 곧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추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 가지 대안은 정부가 게이트키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 국가보안국의 내부고발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내부 문건을 빼낸 것이 나쁘다고 생각한다면, 연방준비은행이 당신 소유의 디바이스가 송출하는 개인정보를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달갑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IBM 백서에서 저자들인 비나 퓨어스워런과 폴 브로디는 “인터넷은 애초에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스노든의 폭로 이후, 인터넷에 대한 신뢰가 끝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중앙집권적 시스템에 기초한 사물인터넷의 개념은 허상에 불과하다”라고 첨언한다. 그리고 퓨어스워런과 브로디는 어느 누구도 특정 개체를 제어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면서 사물인터넷의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블록체인에 있다고 주장한다. 상당수의 가치교환 활동이 기계 대 기계로 이루어지는 환경에서는 그 기계장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믿고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된 신뢰구조가 자리 잡게 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미래 세상을 한번 상상해보라. 경치 좋은 시골로 드라이브하러 가기 위해 전기자동차인 테슬라를 몰고 가고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전기차에 남아 있는 배터리 전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근처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만약 블록체인이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들어있는 공유경제 사회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운전자는 집 차고에 놀고 있는 전기콘센트를 공유해서 수익을 얻으려는 근처 누군가의 집을 찾아서 갈 수 있다. 이용한 전기대금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지불시스템을 통해 암호화폐로 지불할 수 있으며, 이 암호화폐는 자동차 컴퓨터 속에 있는 전자지갑에서 해당 가정의 전기 계량기 지갑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당신은 이 집이 누구 집인지, 믿을 만한지, 아니면 진짜 이 집이 전기라는 미끼를 통해 내 전자지갑에 악성코드를 심으려고 하는 것인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전기를 제공하는 집의 소유자도 마찬가지로 전기차를 몰고 오는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분산된 신뢰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양 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이용하는 장치와 거래 내역들이 변조되지는 않았는지의 여부를 알려주고 거래를 성사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퓨어스워런과 브로디가 제안한 이런 종류의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디바이스의 단일 네트워크에서 수십억 건의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신뢰성을 부여한다. 그들이 제안한 모델에서 공유되는 데이터는 오직 각 장치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는 데만 사용될 것이다. 즉, 자동차의 전자지갑과 전기계량기 전자지갑이 암호화폐를 통한 거래를 할 때도 여러분의, 혹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네트워크 참여자 그 어느 누구라도 거래를 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개인정보를 보지 않고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것이다.

퓨어스워런과 브로디는 “우리가 생각하는 분산형 사물인터넷의 미래를 블록체인 기술이 거래 프로세스와 디바이스 간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돕는 프레임워크로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분산된 신뢰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사람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를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소유인 디바이스들이 나에게 악의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즉, ‘분산인터넷과 자율사물인터넷’ 하에서 각각의 디바이스들은 자기가 해야 될 역할과 행동들을 관리하게 될 것이고, 기계사회 스스로가 자신들의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가며 디지털 세계의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선의의 기술, 블록체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면 바호 플로레스라는 빈민촌이 있다. 이곳에는 이웃 나라인 볼리비아에서 건너온 이민자들 수십만 명이 모여 살고 있는데, 근처 강이 범람할 때마다 물살에 집이 휩쓸리곤 하는 위험한 지역이다. 금방 허물어질 것 같은 집들이 이어져 있는 이 판자촌과 달리, 바호 플로레스 중심지에는 튼튼하고 안전하게 지어진 집들이 모여 있는 두 블록짜리 주거지역이 하나 있다. 아르헨티나 내, 볼리비아 이민자들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여기에 있고 병원이나 기타 볼리비아 공동체 기관들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차루아라고 불리는 이 지역이 특별히 이웃 마을보다 지리적인 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차루아에 사는 마을 주민들은 도대체 무슨 복이 있길래 거기에 사는 것이며, 아르헨티나에 이주한 볼리비아 이민자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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