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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속지마

황인환 지음 | 모아북스



숫자에 속지마

황인환 지음

모아북스 / 2016년 11월 / 352쪽 / 15,000원





chapter 1. 흔하게 쓰는 숫자가 그런 뜻이었군!



0과 1 : 거짓과 진실 그리고 퍼지

형광등은 켜지거나 꺼지거나 두 상태 중 하나다. 컴퓨터 디지털의 2진법도 0과 1의 둘 중 하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이루는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은 이 0과 1에서 시작한다. 꺼지든지 켜지든지 ‘이면 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 디지털의 사고체계라 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은 융통성이 없다. 우리에게는 지지직거리는 LP의 노이즈가 보다 아날로그적이고 인간적인 감동을 준다. 한때 퍼지 세탁기, 퍼지 전기밥솥 등이 인공지능을 표방하며 떠들썩하게 유행했다. 1965년 미국 버클리대학교의 자데 교수에 의해 도입된 퍼지 집합의 사고방식은 기계의 한계인 이진법의 논리에서 자연 언어 등의 애매함을 정량적으로 표현한다. 즉 옳음/틀림의 논리만을 사용하는 기계의 사고방식을 ‘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이론인 것이다.

사람은 퍼지 상태의 추론을 사용한다. 이제는 기계가 추론하는 방법을 퍼지화해서 기계를 더 영리한 도구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좋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인공지능을 쓰더라도, 그 ‘좋은 상태’에 대한 인간의 판단이 변덕스럽게 또 변한다는 것이 과제가 된다. 누구나 황희 정승의 일화를 잘 알 것이다. 시비를 다투는 두 계집종의 말을 듣고 각자에게 “네 말이 옳다.” “네 말도 옳다.”고 하고, 옆에서 듣고 있던 벗의 “어찌 둘 다 옳을 수가 있느냐?”는 물음에 “자네 말도 옳으이.”라고 했다는 그 일화 말이다. 자기가 옳다는 주장만이 난무하는 세상, 그리고 0과 1이 명확한 디지털의 세상에서 상대의 입장과 처지를 인정하는 역지사지의 느린 삶이 도리어 멋있어 보인다.

N-1=0 아내의 빈자리

퇴근해서 지친 몸을 이끌고 현관을 들어서는 가장이 맞이하는 풍경은 비슷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빠!”하며 안기지만, 조금 크면 게임에 열중한 채 건성건성 목소리 마중만 나온다. 하지만 아이들이 마중을 나와도 가장은 “다들 어디 갔어?”라고 물을 것이다. 그의 눈에 아직 아내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있던 자리에서 보이지 않게 되면 대번에 표가 난다. 곁에 있던 이가 없어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다. 평생 병수발을 했던 남편이 사망하고 나서 그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내 푸념을 들어 줄 사람이 없네.”

현재의 일상은 무수한 톱니의 맞물림이다. 얼마나 많은 잔잔한 톱니들이 맞물려서 돌아야 현 상황이 무리 없이 돌아갈지는 계산이 불가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시계를 보며 몇 시 몇 분이라고 얘기하지만 시침과 분침이 시간을 가리키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톱니들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아무리 작은 톱니라 하더라도 그것이 자기 역할을 못하면 시계 전체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기에 아내, 남편,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은 그 존재가 없어졌을 때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0이 된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어갈 때까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감사의 단어를 던질 필요가 있다. 당연하게 보는 가족, 부모님, 동료, 지인들, 당장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상황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지금이 감사하게 느껴지고 그것들 덕분에 내가 이렇게 편하게 하루를 보내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일상의 평범함에 정말로 많은 점수를 주었으면 싶다. 혹독한 세파에도 불구하고 어제와 같이 오늘을 성실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자신에게도 ‘너 대견하다’하며 칭찬 한마디 던져줄 만하다. 모두가 무심히 당신을 대하고 있다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당신의 꾸준한 일상에 많은 사람이 의지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4:4:2법칙 : ‘상환:소비:저축’의 적정 비율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서 사부 우그웨이는 주인공 포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이런 말이 있지.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지만, 오늘은 선물이다. 그것이 바로 ‘Present’라 불리는 이유다. 영어에서 ‘선물’과 ‘현재’는 같은 단어다. ‘당신의 현재의 상태는 과거의 선택들의 결과다’라고 말한 로빈 샤르마의 말처럼 오늘의 상태가 미래의 결과를 낳는다. 1929년 10월 24일 ‘검은 목요일’의 주식 시장 붕괴를 시발점으로 미국은 대공황을 맞이했다. 공황이 가장 극심했던 1929년부터 1933년까지 4년 사이에 2만 5천 개의 은행 가운데 9천 개가 쓰러졌고 1933년의 실업률은 23.7%에 이르렀다. 이 공황을 막지 못한 후버 대통령의 공약은 아이러니하게도 “냄비마다 닭고기, 집집마다 자가용”이었다. 파산하는 은행, 공장, 기업이 속출했고 실업자는 급증했지만 미국 정부에서는 ‘이 불경기는 2개월이면 끝날 것이다’라며 단순무식하게 낙관했다.

그 후 80여 년이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다. 이 위기의 주범처럼 회자되는 상품이 ‘모기지 론’이다. 모기지 론은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사는 것이다. 제대로 빚을 갚아나갈 수 있는 경우는 프라임 모기지, 그 아래 수준의 신용은 Alt-A, 의심스럽긴 하나 열심히 벌어 갚아 나갈 수 있는 수준의 모기지를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했다. 모기지로 빌려준 이 자산은 증권화되었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그의 저서 『부자들의 음모』에서 우리가 돈에 쪼들리고 벌어야 하는 이유를 ‘세금을 내야하고, 빚을 이자와 함께 갚아야 하고, 오르는 물가로 더 지불해야 하고, 퇴직연금이 부족해서’라고 하였다. 오늘 나의 소득은 과거에 소비한 것을 상환하기 위해서 쓰인다. 그리고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과 여가생활을 위해 소비된다. 소득이 줄거나 없어질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하기도 한다. 좀 더 욕심이 나면 투자를 하고, 마음이 급하면 투기를 한다. [과거 빚의 상환 : 오늘 삶을 위한 소비 : 미래를 대비한 저축]의 비율은 [4:4:2]가 적당하다고 일컬어진다. 빚 갚느라 허덕이는 오늘이 몸과 마음을 윤택하게 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잔칫상 받겠다고 삼일 굶는 것도 안쓰럽긴 매한가지다. 이때 이자 부담이 소득의 25% 이상을 넘어서면 가계 붕괴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부채가 없다면 과거를 위해 지출되는 40%도 투자의 일환이 된다. 요약하자면 현재 소득의 40%만 소비에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진정한 재산은 지식과 건강, 신용과 인맥의 축적이다.



chapter 2. 무슨 기준에서 시작됐을까?



1÷3=95% : 사자의 몫

사자와 당나귀와 여우가 힘을 합쳐 잡은 먹이를 나눌 때 사자의 몫은 얼마일까? 그냥 사자가 결정한 만큼이다. 왜 야구선수는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려고 하는가? 배우에 따라 출연료가 천 배, 만 배 차이 나는 것은 왜일까? 5% 뛰어난 자가 95%의 시장, 수천억의 재산을 가진 소송인은 수백억의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수임료로 수십 배를 더 지불하더라도 5% 더 뛰어난 변호사를 기꺼이 선임한다. 그 5%의 뛰어난 역량의 분야는 다양할 것이다. 전관이 갖는 역량 역시 그중 하나에 포함될 것이다. 암암리에 혹은 공공연하게 생기는 부조리와 비리는 그렇게 끈질기게 사회에서 작동한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취조실의 죄수 두 사람이 다 침묵하면 벌은 가볍다. 둘 중 하나가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즉시 풀어주고 나머지 한 명은 10년을 복역하게 된다. 결국 모두가 서로를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여 최선이 아닌 둘 모두 5년을 복역하게 된다는 것이 요점이다. 상대방의 결과는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한다는 가정이 핵심이다. 협력보다 배신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 오므로 우리는 배신을 택하게 된다. 둘이 아닌 다수의 결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배분이라는 말은 금융시장에서 자주 만나는 단어이다. 자산, 투자, 기간뿐만 아니라 손실이나 이익이 발생할 때도 배분이 발생한다. 분담금이나 배당금이 그렇다. 그렇다면 내 몫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 첫 번째는 주인으로서 가지는 몫이니 대개 지분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한다. 두 번째는 채권자 또는 채무자로서 가지는 몫이다. 순위에 대한 부분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법ㆍ규정에 의해 정해질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로 다시 돌아가 보자. 증언을 앞둔 두 공범은 자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한다.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 말을 맞추는 합의이다. 여기엔 담합 또는 야합이라는 또 하나의 불법이 추가될 수 있다. 둘째, 각자의 힘의 균형을 깨면 된다. 둘은 여러 면에서 결코 같은 입장이 아니다. 죄를 짓는 단계, 증언, 구속, 수형 등의 단계에서 역할과 힘의 크기가 다른데도 딜레마 속의 죄수들은 너무 많은 ‘같다’는 가정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과거, 현재, 미래의 내 몫에 따라 지금의 의사결정이 바뀌는 경우는 숱하게 많다. 판단의 결정에서 자유롭고 싶을 때 쓰는 방어 기재가 부작위편향이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 정신이다. 자신의 판단으로 인해 나중에 벌어질 귀찮음과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회장님의 방침’이라며 전달되는 미확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맹종하는 팔로워가 의외로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어떤 경우이건 스스로 사자가 되어야 한다. 시장에 참가자가 둘이 있건 백이 있건 당나귀나 여우가 된 상태에서는 ‘알아서 기어야’ 한다. 균등을 생각하면 안 된다. 시장에서 우리는 타인의 손해에는 냉정하지만 자신의 손해에는 냉철하지 않기 때문이다. 5%의 차별화를 이루면 100%가 내 몫이 될 수 있다.

34세 : 캥거루 세대

걸그룹 씨스타의 노래 ‘나 혼자’에는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이렇게 나 울고불고~’ 하는 구절이 나온다. 요즘 늘고 있는 ‘혼밥족’, ‘혼술족’이 떠오른다. 이들이 혼자 밥을 먹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같이 밥 먹을 시간을 정하기 어려워서’ 라든가 ‘간단히 때우려고’, ‘혼자가 편하고 익숙해서’ 등등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1895만의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523만으로 27.6%를 차지하고 있고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1인 가구 현상은 ‘혼자만의 시간’, ‘자신을 위한 투자’를 자연스러운 사회 문화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 중에는 미혼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 미혼 중에서 고학력, 고소득의 여성을 골드미스라고 한다. 골드, 즉 황금이라는 말은 결혼 적령 황금기를 놓쳤다는 뜻도 되고, 화려한 독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30대 이상 50대 미만의 미혼 여성 중 학력이 높고 사회적ㆍ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는 계층을 의미하는 마케팅 용어’로 이해되고 있다. 영어의 ‘알파걸’과 일본어 ‘하나코상’, 중국어 ‘잉여’란 말도 같은 맥락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은 14세, 로미오는 16~17세라고 한다. 14세면 중학교 1학년 정도이니 시대를 넘어서 봐도 애송이라는 느낌이 든다. 춘향전의 주인공 성춘향과 이몽룡은 이팔청춘 동갑이었다. 지금으로는 중3에서 고1의 아이들이다. 요즘 결혼 적령기는 설문조사에 의하면 남녀 구분 없이 30대 초반이다. 결혼 적령기 개념도 약화되고,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서른이 넘은 자식이 캥거루 세대가 되면 부모가 힘들어진다. 이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모에 의존한다. 일찍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는 봉양을 받기는커녕 등골이 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골드라는 단어가 붙는 세대이건 복 받은 실버를 꿈꾸는 부모세대이건, 모두 스스로 앞가림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려면 서로에게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이어야 한다. 모든 노처녀가 골드미스가 되고, 모든 실버가 골드에이지가 되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당당한 세대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다.



chapter 3. 경제 전문가도 알쏭달쏭? 이 말이 이런 뜻이었군!



23전 23승 : 무승부가 없는 시장

23전 23승 불멸의 성웅 이순신, 76전 64승 12무승부의 오자, 둘의 공통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패(敗)’가 없다는 것이다. 큰 싸움에서 1패는 곧 죽음이다. 금융시장은 전쟁터다. 100% 씩 수익률을 내며 수십 번을 성공해도 단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것이 끝난다. 90% 손실을 만회하려면 900%의 수익을 내야 한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법칙1: 절대 돈을 잃지 말라, 법칙2: 법칙1을 절대 잊지 말라’라고 했다. 실패하지 않는 투자가 곧 성공한 삶을 이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오마하의 현인이라고도 부른다. 성공과 실패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투자이다. 단어 다음에 가치, 금액, 규모, 수익률, 손익, 기간처럼 다양한 단어를 붙이지만 대개 숫자로 시작해서 숫자로 끝난다. 이 숫자가 목적과 의도에 따라 쓰이면 수치가 된다. 이들 수치 안에 많은 투자성공의 비밀이 숨어 있다.

숫자는 비교를 할 수 있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면서 자신의 영향력과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라고 말하면 막연하지만, 수억 원짜리 웨딩드레스를 얘기하면 느낌이 잘 와 닿는다. 투자와 관련한 강의에서 대개 묻는 마지막 질문은 “대박 날 종목이 뭔가요?”다. 얘기를 풀기 시작하면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졸던 이들도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대박이라면서도 얼마에 팔아야 될지는 조심스러워한다. 숫자는 비교되고 계산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1분은 찰나와도 같다. 성인 남자는 약 1분 정도 숨을 참을 수 있다. 심박이 멈춘 사람은 4분에서 6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오기 시작한다. 호흡을 멈추거나 심장이 멈춘 다음의 1분에서 5분은 생사를 가르는 보석 같은 시간이다. 투자는 찰나의 결정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생사와 승패가 갈린다. 1분이 1분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앞 선 결정에 관계없이 새로 시작한 1분에서 판단하면 된다. 늘 이길 수 만 없는 것이 투자다. 잘못 탄 버스라면 과감히 내릴 수 있어야 희생도 작아진다. 원금을 훼손시키지 않음과 단호한 손절매만이 롱런 투자자가 되는 최소한의 기초 소양이다.

10% : CEO리스크

가장이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가정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의 무게감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너가 곧 회사다. 역으로 보면 리스크가 된다. C로 시작하는 임원들로는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관리자(CF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위험관리자(CRO),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최고정보책임자(CIO) 등 많지만 그중에서도 CEO의 몫이 제일 크다. 돈을 만지는 조직은 가끔 담당자를 규정에 의해 휴가를 보낸다.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빈 시간 동안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도 같이 점검하게 된다. ‘CEO리스크’라는 것도 CEO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경우를 말한다.

최고 책임자들이 임직원과 주주의 이익보다 그들의 자리와 몫을 먼저 챙긴다면 회사가 성장할 리가 만무하다. 제왕적 행태나 도덕적 해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터널링(tunneling)은 가장 질이 안 좋은 행태의 사적 편익이다. 기업의 자원 및 이익을 오너 등의 지배집단이 전용, 도용,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횡령, 배임,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대출 보증 등이 이에 해당한다. CEO는 내실 경영과 미래의 먹거리 찾기, 그리고 경쟁력을 갖춘 기술력 쌓기 등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CEO는 종종 독선과 아집에 빠질 수도 있고, 조급한 마음에 속단과 편견에 빠질 수도 있다. 상장 폐지된 많은 기업의 사례에서 CEO리스크가 발견된다. 최고경영자는 시스템 정치, 시스템 경영을 지향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통찰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 ‘감추어진 핵심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한눈에 알아보는 것’ 즉 통찰력은 최고경영자의 최고 덕목이다.

법률적, 도의적 문제가 아닌 경우 CEO리스크는 CEO챌린지의 다른 표현이 된다. 경영자는 소비자의 말을 맹신하지 말고 행동을 보아야 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관찰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그런 관찰을 통해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진 사례도 많다. 금을 만들려던 연금술이 화학으로 발전했고, 붙는 것만큼 떨어지는 것의 중요함을 인식한 3M의 포스트잇 사례,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키우는 혁신적 사고 등이 줄을 잇는다. 업종을 불문하고 ‘경영관리능력평가’는 기업평가의 주요 항목이 되었다. 금융감독원은 경영실태평가에서 “CEO리스크 항목이 생기면서 경영관리능력평가의 비중이 2배로 커졌다. CEO리스크 평가만 전체의 10% 가량을 차지하게 돼 그만큼 강도 높은 점검을 벌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업 경영에 있어 CEO의 비중과 리스크는 단순 퍼센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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