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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차이나

김도인 지음 | 미래의창



로컬 차이나



김도인 지음

미래의창 / 2017년 1월 / 271쪽 / 15,000원





Prologue - 나는 알고 있다, 당신이 모르는 것을



이 책은 어떻게 다른가 : 중국 로컬 기업에 주목하다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적인 관계 등으로 인해 서로 간에 정치ㆍ군사적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중국 소비시장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공략을 위해서는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국 로컬 기업들의 케이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소비시장 내에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변화무쌍한 시장을 선입견 없이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중국 로컬 기업들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외국 기업들에 비해 태생적으로 월등히 앞서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현재 한국 경제를 ‘느린 자전거를 탄 상황’에 비유하며 “입맛에 맞는 먹거리만 찾다가는 쓰러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그룹, 텐센트)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이러한 논지에서 출발하여 중국 소비시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어떻게 하면 중국 소비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입하고 비교 우위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를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Way 0 - 백가쟁명(百家爭鳴), 모든 세력이 다투어 울다



마셜과 뉴딜



먼저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다음은 두 개의 국가가 각각 주도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외 계획이다.

[A 계획] 전쟁이 끝난 지 2년 후, 전쟁의 중심지였던 지역에 대해 당시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이자 최대 채권국이었던 나라가 중심이 되어 시행한 대외 계획이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지역 국가들의 전후 재건과 경제 회복 및 경제적 자립을 위해 16개 나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기간 동안 약 130억 달러가 투입되었다. 이 계획은 전쟁 후 엄청난 수요가 발생된 사회 간접 자본의 개발 비용 및 필수적인 수입 비용을 조달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특정한 나라에 국한된 형태가 아니었던 이 계획은 해당 지역의 경제적 통합까지 촉진시켰다.

[B 계획] 이 계획을 주도한 나라는 세계 제2의 채권국이며 최고의 제조업 강국이다. 이 계획에 포함된 지역 내 관련 국가의 수는 60여 개에 달하며, 이 계획은 해당 지역 내 도로ㆍ철도ㆍ항구 등의 교통 및 에너지와 관련된 사회 간접 자본의 건설, 그리고 무역 및 투자 장벽의 제거와 역내 자유 무역 지구의 확산 등을 통한 해당 지역의 공동 경제 발전 및 네트워크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짐작했겠지만, A 계획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7년부터 1951년까지 미국에 의해 시행된 ‘유럽 부흥 계획’, 이른바 ‘마셜 플랜’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유럽 지역의 경제적 자립이라는 목적대로 마셜 플랜은 당시 피폐해진 유럽 지역의 경제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B 계획은 무엇일까? 이 계획을 주도하는 국가는 현재의 중국이다. 과거의 실크로드상에 위치한 국가들 간의 정책 교류 및 도로 연결, 무역 소통, 화폐 유통 등을 강화하고자 2013년 9월 중국 정부가 제안한 ‘실크로드 경제벨트’ 계획과 중국 및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 간의 상호 협력 관계 및 해양 합작 파트너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같은 해 10월, 역시 중국 측으로부터 제안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하나로 묶은 구상으로,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다.

사실 일대일로 계획은 35년간 이어지는 장기 계획이기에, 현재 진행 단계는 매우 초기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계획의 성공 여부를 두고 100%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일대일로 계획의 주무대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지역 내 사회 간접 자본의 투자 수요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맥킨지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 내 사회 간접 자본 건설을 위해서 필요한 금액 수준이 약 8조 1,000억 달러 규모라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에 반해 현재 아시아개발은행 및 세계은행 등의 국제 금융 기구가 매년 아시아 지역 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약 2,000억 달러 규모에 불과한 정도로, 지역 내 수요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니, 일대일로 계획은 분명 매우 거대한 기회 요인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뿐만이 아니다. 아시아 지역의 개발 이외에 더욱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 일대일로 계획 역시 과거 마셜 플랜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경기 침체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수출 구조를 강화하고, 미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을 보장하며 세계 경제에 있어서의 미국의 지배력을 확고히 한 것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 있다. 조금 더 들여다보자.

과거 10% 가까이 되는 연평균 경제 성장률을 자랑하던 중국 경제는 2012년 들어 8% 이하로 떨어지더니 2015년에는 6.9%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투자와 수출로 대표되던 성장 축의 약화를 꼽을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일대일로 계획이 중국 경제 성장의 후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산업 구조 조정의 역할을 수행해나갈 구원 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의 삼두마차라 할 수 있는 투자ㆍ수출ㆍ소비의 측면에서 짚어보자. 먼저 투자의 경우 일대일로의 계획 내 핵심 사업이 사회 간접 자본의 건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계획 지역 내 전개되는 대규모 사회 간접 자본의 건설을 통해 새로운 성장점을 개척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수출 역시 계획을 통해 새로이 창출될 (중앙아시아 및 중동과 유럽으로 이어지는) 물류망의 연결을 통해 확대를 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의 측면이다.

일대일로 정책은 대규모 사회 간접 자본의 건설을 골자로 삼는다는 점에서 ‘중국판 뉴딜 정책’이라고 불리는데, 과거 미국이 대규모 토목 사업을 통해서 유효 수요 창출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내며 소비시장의 확대를 이끌어낸 것과 같은 결과가 일대일로 계획을 통해서도 기대된다. 이에 더해 고속철도로 이루어진 일대일로 계획의 물류망은 필연적으로 그 기착점이 될 지역들의 개발을 이끌게 된다.

크다, 그러나 매우 어렵다



한국의 주요 경제 성장 동력은 수출이며, 수출 동력 회복을 위해서는 경쟁력을 토대로 한 시장 점유율의 확대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즉, 최종 소비재 위주의 중국 소비시장은 한국 경제에 있어 선택의 여지없는 공략 대상이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GE의 제프리 이멜트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표현한다. “중국은 크다. 그러나 매우 어렵다.” 끊임없이 높아지는 중국 소비시장 내 경쟁 양상의 수위는 중국기업브랜드연구센터의 중국 브랜드파워 지수에 대한 2015년 조사 결과를 보면 보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 내용에 의하면 2014년과 2015년, 2년간 공통적으로 조사된 148개 중국 세분시장 중 전체의 30%에 달하는 45개 시장에서 브랜드파워 1위와 2위의 자리가 바뀌었는데, 2014년 이전의 과거 4년 동안 이 비율이 가장 높았던 수치가 17%였다는 점은 중국 시장 내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음을 분명하게 시사하고 있다. 백가쟁명이란 단어가 현재의 중국 소비시장을 잘 묘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게다가 중국 소비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까지 하다. 경제 발전과 소득 증대에 더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확산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 소비 패턴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성화ㆍ다양화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입하고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까?



Way 1 - 혁신, 판을 바꾸다



패러다임 시프트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머스 쿤은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 핵심적인 내용은 혁명과 같은 변화로 생겨난 새로운 패러다임이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하던 패러다임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물론 영원히 존재하는 패러다임 역시 실재하지 않고 말이다. 현재도 다양한 영역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는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 거시적인 예를 들어보자. 우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지배적이었던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이 있다. 개혁ㆍ개방 초기 5개의 경제특구를 차례대로 개방하며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한 중국은 이후 더욱 적극적인 개방에 나서며 엄청난 규모의 외화를 벌어들였고, 이를 바탕으로 한 막대한 자금력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금융 위기 당시 미국 GDP 규모의 25% 정도에 불과했던 중국은 2015년 기준 미국 GDP의 62% 수준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구매력 평가 기준 GDP 규모에 있어서는 미국을 추월하는 등 세계 경제 패권국으로서 굳건했던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 나아가 2016년 들어 급속히 첨예화된 중국과 미국의 남중국해 갈등은 경제 주도권 싸움에서 시작된 패권 경쟁이 정치ㆍ군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다른 영역, 특히 소비시장 내 상황은 어떨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아마존닷컴은 1995년 51만 달러에서 2015년 1,070억 달러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수직 성장했는데, 이러한 아마존닷컴을 표방하고 중국 시장에 등장한 브랜드가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왕이다. 2014년 9월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개장 첫날 당초 공모가인 68달러보다 36% 높은 90달러 초반에 주식이 거래되며 시가총액 2,314억 달러를 기록, (자신이 벤치마킹했던) 아마존닷컴뿐만 아니라 페이스북마저 넘어 구글에 이은 세계 2위의 거대 IT 기업으로 단숨에 도약한 알리바바그룹을 지금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1999년 창립 당시 그 시작은 17명의 동료와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아파트 방 한 칸이었을 정도로 초라했다. 게다가 창업자인 마윈 역시 특별한 IT 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그렇다고 돈이 많은 인물도 아니었다. 그저 창업에 두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전직 영어 강사일 뿐이었다.

알리바바그룹이 야심차게 중국 C2C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입한 첫해인 2003년의 경우 이베이 이취왕과 타오바오왕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72%와 7%였다. 판은 예상대로 명확해 보였다. 그런데 2004년 그 차이가 64%와 25%로 좁혀지는가 싶더니, 2005년에는 36% 대 58%로 뒤집어지게 된다. 2007년에는 완전히 역전되어 두 업체는 각각 7%와 8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게 됐다. 그리고 결국 이베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결정짓는다. “이베이가 바다의 상어라면, 우리는 양쯔강의 악어입니다. 바다에서 싸우면 당연히 우리가 지겠죠. 하지만 강에서 싸운다면 틀림없이 우리가 이깁니다”라는 마윈의 말마따나 양쯔강 악어가 바다 상어를 잡으며 업계 대부분의 예측이 그야말로 박살이 난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자. 알리바바그룹이 타오바오왕을 시장에 내놓은 2003년, 중국의 C2C 시장은 파이 자체가 크지도 않았고, 성장 잠재력도 높은 편이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간의 신뢰도 문제였다. 즉, 사는 사람은 물건을 받기 전까지 돈을 지불하기가 꺼림칙했고, 파는 사람은 돈을 받기 전에 물건을 넘겨주기를 주저했던 것이다. 게다가 전자상거래 결제에 있어서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카드 역시 당시 중국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개념이 아니었다. 결국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왕이 진출한 중국의 C2C 시장은 ‘낮은 신뢰도’와 ‘대표적 결제 수단의 부재’라는 두 가지 결정적 요소로 인해 그 토양 자체가 성장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환경 탓에 알리바바그룹은 단순히 점유율 경쟁을 위해 이베이를 과도하게 의식하기보다는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즉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표현처럼 2004년 중국 시장에 적합한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개발함으로써 ‘중국 개인 간 전자상거래 결제의 대표 수단 = 제3자 결제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세운다. 나아가 알리바바그룹은 당시 사람들이 선뜻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인 낮은 신뢰도라는 요소 역시 제3자 결제 시스템의 특징을 활용하여 해결하는데, 그 시스템은 이렇다. 구매자는 사고자 하는 물품의 대금을 알리페이에 송금하고, 알리페이는 판매자에게 물품의 배송을 지시한다. 그리고 알리페이는 물품이 구매자에게 전달되는 동안 그 대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구매자의 물품 수령이 확인된 시점에 그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불한다.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왕이 진출한 2003년 중국의 C2C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는 2002년에 비해 약 2억 8,000만 위안 증가한 11억 6,000만 위안 정도였다. 그러나 알리페이가 등장한 2004년 그 규모는 235% 가량 증가한 38억 9,000만 위안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137억 1,000만 위안 규모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물론 시장에 새로이 유입된 파이의 대부분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패러다임을 고쳐 쓴 알리바바그룹의 몫으로 돌아갔다.



Wary 2 - 경영의 중심에 소비자를 놓다



알려진 기지수(旣知數), 알려진 미지수(未知數),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未知數)



『소비자의 숨은 심리를 읽어라』의 저자인 제럴드 잘트먼은 “인간의 의식은 단지 5%만이 외부적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나머지 95%는 무의식적인 형태로 내제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그대로 소비자의 욕구와 연결된다. 즉, 밖으로 표출된 소비자 니즈는 잠재된 욕구에 비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 수준인 것이다. “알려진 기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알려진 미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들도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들이다.” 이는 2002년 미국의 국방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가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에 대해 언론 브리핑에서 한 말인데,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에 대한 럼스펠드의 표현은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에 대한 개념을 놀랍도록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객은 항상 옳다



설립 당시였던 1984년, 매출액 348만 위안의 냉장고 공장에 불과했던 하이얼그룹은 2015년 매출액 1,887억 위안을 기록하며 7년 연속 글로벌 대형 가전제품 시장 1위를 지켜나가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 과정을 관통하며 하이얼그룹이 끊임없이 강조해온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소비자다. “고객은 항상 옳다.” 하이얼그룹의 기업 철학과도 같은 이 표현은 하이얼그룹의 전신인 칭다오냉장고공장이 막 설립된 시점에 벌어진 상징적인 사건 하나로부터 비롯된다.

거슬러 올라가보자. 1984년 12월 하이얼그룹의 장루이민 회장이 칭다오냉장고공장에 부임할 당시 공장은 147만 위안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기업 문화는 ‘공장 내 소변 금지’라는 사규가 걸릴 정도로 엉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듬해인 1985년 장 회장은 고객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냉장고 안에 음식을 넣어도 차가워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담긴 항의 편지였다. 그 즉시 재고 조사를 통해 76대의 제품이 불량인 것을 확인한 장 회장은 책임자들에게 불량으로 판명된 냉장고들을 직접 부수도록 지시한다. 그렇게 당시 공장 직원의 2년 치 연봉에 이르던 고가의 냉장고 76대는 800여 명의 전 직원 눈앞에서 쇠망치로 박살이 나게 된다. 이른바 ‘냉장고 박살 사건’이라고 불린 이 충격적인 일로 말미암아 품질에 대한 직원들의 의식은 크게 변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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