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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역전의 경제학

오영수 지음 | 이담북스



30일 역전의 경제학

오영수 지음

이담북스 / 2016년 9월 / 320쪽 / 15,800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수요와 소비자잉여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뉴올리언스 기차역에 내린 한 여자가 메모지를 내밀며 역무원에게 “욕망이라는 전차는 어디서 타죠? 그 전차를 탄 다음,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고 여섯 정거장 지나 엘리시안 필즈에서 내리라던데요.”라고 묻습니다. 역무원이 손으로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운전석 위에 ‘욕망’이라고 쓴 전차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인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랜도가 열연하여 1952년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을 받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영화의 시작 장면입니다. 이 영화 속 여주인공인 블랑쉬의 최종 하차 역은 ‘엘리시안 필즈(신들이 노니는 천국)’가 아니라 결국 정신병원이지만, 욕망이라는 전차에 실려 가다 묘지행 전차로 갈아타는 이 장면은 바로 우리 인생의 자화상이 아닐까 합니다.

수요: 욕망의 진화 -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끝없이 솟아오르는 욕망을 다 채울 수 없기에 그중 일부만을 충족시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대부분 재화나 서비스를 통해 충족되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무언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머릿속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구매 의사나 계획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수요’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 지나가는 멋진 스포츠카를 보고, ‘아, 나도 저런 차를 타 봤으면??.’ 하는 생각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망입니다. 하지만 막상 차를 구입하려고 나서는 순간부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길거리에서 보았던 그 멋진 스포츠카는 머릿속에서 온데간데없습니다. 내가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의 차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매 의사가 형성되는 차들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 범위 내의 차들로 국한됩니다.

이처럼 수요는 단순하고 때로는 무모하기까지 한 욕망이 차가운 이성을 만나면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형태로 바뀌어 나타나는 구매 의사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탈 수 있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공용 전차’가 이성의 강을 지나면서 ‘수요라는 나만의 승용차’로 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주머니 사정이 다르고, 또 생활 방식이 다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사과는 좋아하지만 복숭아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사람도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재화에 대한 수요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개인들의 수요가 다 더해져 시장 전체의 수요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 사과에 대한 선호가 똑같은 두 사람이 있다면, 사과에 대한 이들의 수요도 같을까요? 아마도 아니겠죠? 두 사람의 소득이 다르면 사과 구매 의사에도 차이가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폐지를 팔아 연명하는 사람이 사과를 좋아한다고 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처럼 사과를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겠죠. 만일 사과에 대한 선호도는 물론 소득까지도 같은 두 사람이 있다면, 이들의 사과에 대한 수요는 같을까요? 이 또한 그렇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과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일이라고는 사과밖에 못 먹는 사람은 사과 가격이 오르더라도 구매량을 줄이기 어렵지만, 과일은 다 잘 먹는 사람이라면 사과 가격이 오를 때 사과 구입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선호, 소득, 대체재 등등은 사과에 대한 구매 의사, 즉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요인들에 의해 사람마다 다르게 형성되어 있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그것은 바로 가격에 대한 반응을 통해서입니다. 예컨대 사과에 대한 수요가 큰 사람은 같은 가격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과를 구입하려 할 것이고, 수요가 적은 사람은 더 적게 구입하려 할 것입니다. 사과에 대한 수요의 차이가 시장에서는 현재 가격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양(이를 ‘수요량’이라고 합니다)의 차이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수요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선호, 소득, 대체재 등)과 수요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가격)을 구분해서 말합니다. 그리고 후자인 가격과 수요량 간의 관계로부터 우리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도출해 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수요의 법칙이고 이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수요곡선입니다.

수요의 법칙: 인지상정 - 법칙은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나 케플러의 법칙처럼 주로 자연과학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과학이라는 경제학에서, 그것도 사람들의 심리에 바탕을 둔 수요에서 과연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수요의 법칙’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가격이 상승하면 구입하고자 하는 수량(수요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이 늘어난다.’ 어찌 보면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죠. 하지만 이런 심리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법칙에서 의미하는 가격과 수요량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린 것을 ‘수요곡선’이라고 합니다. 그래프의 가로축을 재화의 구매량(수요량)으로 잡고, 세로축을 가격으로 잡으면, 수요곡선은 우하향하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가격과 수요량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회경제적 현상은 모두 수요와 공급 이 두 곡선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미 본 영화를 또 보게 된다면 -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는데 하필이면 이미 본 영화를 보자고 합니다. 언제 누구와 그 영화를 보았는지 변명하기가 번거로워 할 수 없이 영화를 한 번 더 보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별 재미가 없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점심을 배불리 먹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굳이 맛있는 걸 사 주겠다고 비싼 음식점에 데려갑니다. 당연히 음식이 맛있을 리 없습니다. 이처럼 같은 재화를 계속 구매할 경우, 새로 구매한 재화로부터 느끼는 만족도는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만족도가 줄어드니 지불하고 싶은 금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수요곡선이 우하향한다는 것은 재화를 추가로 구매할수록 그에 대한 지불 의사도 줄어드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수요의 법칙과 수요곡선은 우리가 경제 문제를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수요곡선은 가격이 변할 때 수요량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만, 이와 동시에 각각의 수요량에 대해 구매자가 얼마만큼의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재화를 구매하는 이유: 소비자잉여 - 대학생인 태준이는 매일 아침 학교에 갈 때마다 시내버스를 탑니다. 왜일까요? “걸어가는 것에 비하면 버스비 1,200원을 내고 차를 타는 편이 훨씬 나으니까 그렇죠.” 그런데 만일 버스 요금이 12,000원이라면 어떨까요? “어휴! 차라리 자전거를 사든지 학교 가까운 곳에 숙소를 마련하는 게 낫죠.” 만일 버스 요금이 3,000원이라면 어떨까요? “할 수 없이 타겠지만, 버스를 탈 때마다 기분이 좋지는 않을 거 같네요. 수업이 없는 날에는 아예 학교에 안 가겠어요.”

여기서 태준이가 버스를 타는 만족감은 1,200원보다는 크지만 12,000원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3,000원보다는 약간 크거나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요금이 1,200원일 때는 태준이가 버스를 한 번 탈 때마다 최소한 1,800원(=3,000-1,200)에 상당하는 순만족을 얻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순만족을 가리켜 ‘소비자잉여’라고 하는데, 소비자잉여는 우리가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유입니다. 소비자잉여는 우리가 구입하는 ‘재화나 서비스로부터 얻는 만족(효용)에서 구입에 지불한 금액(가격)을 뺀 것’을 말합니다. 즉, 재화로부터 얻는 효용이 가격으로 지불한 돈의 가치를 능가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구입한 후 거저 주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감이 컸다면, 그것은 소비자잉여가 큰 것입니다. 반대로 물건을 구입한 후 본전 생각이 났다면, 그것은 소비자잉여가 없거나 음(-)인 경우입니다.

이 소비자잉여는 수요곡선상에서 APE라는 삼각형으로 나타납니다. 재화로부터 얻은 만족은 그 재화에 대한 최대 지불 의사(OPEQ)와 다르지 않으므로, 거기서 자신이 실제로 지불한 금액(OAEQ)을 뺀 것이 바로 소비자잉여니까요. 그래프를 보면서 오늘 내가 구입한 재화는 무엇이었고, 그로부터 내가 획득한 소비자잉여는 얼마였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공주의 신랑감은 누구: 자원 배분 방식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돌아온 삼 형제는 각자 진귀한 보물들을 하나씩 가지고 왔습니다. 첫째는 앉아서 천 리를 볼 수 있는 천리경을, 둘째는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는 양탄자를, 그리고 막내는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는 마법의 사과를 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보물을 써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습니다. 공주가 중병에 걸리자 왕은 공주를 치료하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는 포고문을 발표한 것입니다. 천리경으로 세상을 살피던 첫째가 우연히 포고문을 보았습니다. 형제들은 공주의 병을 고치기로 결정하고, 둘째의 양탄자를 타고 궁으로 날아갔습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공주에게 셋째가 가져온 마법의 사과를 입에 넣어 주자 공주의 병은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공주의 병을 낫게 하는 데 기여한 삼형제 가운데 누구를 사위로 삼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유대인들의 고전인 『탈무드』와 아랍인들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삼 형제 중 한 사람이라도 없었다면 공주의 병이 나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한 사람만을 고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에서 두 이야기 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탈무드』에서의 사과는 꼭 먹어야 병이 낫는 일회용이었지만,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사과는 냄새만 맡아도 병이 낫는, 재사용이 가능한 사과였던 것이지요.

먼저 『탈무드』의 답부터 볼까요? 나라의 가장 현명한 원로가 선택한 사람은 바로 셋째였습니다. 셋째는 자신의 보물을 공주를 위해 다 소진했기 때문에 여전히 보물을 가지고 있는 두 형에 비해 더 큰 희생, 더 높은 비용을 치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선택의 바탕에는 어떤 원리가 깔려 있을까요? 어떤 재화에 대해 가장 높은 비용, 즉 가장 높은 지불 의사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재화에 대해 가장 큰 수요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재화가 배분되는 것이 바로 ‘시장 원리’입니다. 유대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희소한 자원은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된다는 시장 원리를 은연중 교육해왔던 것입니다.

『아라비안나이트』의 해법은 어땠을까요? 셋째는 여전히 사과를 보유하고 있어 다른 형제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희생의 정도를 따질 수 없습니다. 결국 왕은 삼 형제에게 활쏘기 시합을 시켜, 여기서 승리한 둘째를 공주와 결혼시킵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황에서 활솜씨로 사위를 정한 걸로 보아 당시 아랍 사회에서는 내기 활쏘기가 유행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게 됩니다. 『아라비안나이트』에서는 주최 측이 정한 규칙에 따라 공개적 경쟁을 하는 ‘콘테스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다양한 자원 배분 기준 - 앞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자원 배분 방식을 살펴보았습니다. 하나는 시장 원리이고, 다른 하나는 활쏘기와 같은 공개적인 경쟁, 곧 경연이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경연은 올림픽 경기를 비롯해 대학 입시 및 입사 시험, 미인 대회, 오디션 등 무수히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회의 종류와 상관없이 구체적인 경쟁의 기준은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쪽에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수요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면 공급자가 주도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반면, 공급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면 수요자가 원하는 바가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전셋집이 부족하면 집주인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고를 수 있으며,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지역에서는 구직자가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고를 수 있습니다.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은 이것이 전부일까요? 물론 더 있습니다. 유교 문화가 지배하던 조선 시대 가정에서 자원을 배분할 때는 효 또는 장유유서 같은 ‘도덕적 규범’이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군대는 어떨까요? 군대는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중요한 조직인데, 이런 사회에서는 ‘명령과 통제’에 의해 자원이 배분됩니다. 비단 군대에서뿐만 아니라 공무원 사회나 기업 등 우리 사회의 여러 조직에서 이 같은 기준이 여전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또 다른 자원 배분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선착순’입니다. 군대에서 주로 얼차려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이 기준이 우리 사회에서 생각보다 꽤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모델 하우스나 극장 매표소 앞의 긴 줄을 비롯해 할인점이나 백화점에 진열된 대부분의 상품은 시장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선착순을 보조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들입니다.

아파트 청약과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배분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추첨’입니다. 다른 배분 방식과는 달리 추첨은 일단 신청해 놓고 나면 신청자는 행운을 바랄 뿐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당첨 확률을 갖게 되므로 배분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의 불운을 탓할 뿐 큰 불만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는 언뜻 보면 매우 평화롭고 공평한 기준처럼 보이지만,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달리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사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기력한 배분 방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모든 대학이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아무도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지 않겠지요.

마지막으로, 살펴볼 자원 배분 방식은 모든 사람에게 일정량의 자원이 나뉘는 ‘배급’ 또는 ‘할당’입니다. 북한의 경우 성인의 1일 평균 식량 배급량은 국제 표준 기준 610g의 3분의 1 수준인 200g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자원 할당에도 규칙은 있게 마련인데, 만일 독재자가 그 규칙을 정한다면 이는 명령과 통제의 한 유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의 법칙, 자원 배분 방식 - 자원 배분 방식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자원 배분 기준에 따라 배분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선착순으로 빵을 나눠 주면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고, 시험 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유리해집니다. 명령과 통제에 의해 자원을 배분하면 복종과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 맨 앞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무작위 추첨 하에서는 운이 좋은 사람에게 자원이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시장 원리가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시장 경쟁력이 강한 사람, 즉 돈이 많고 생산성이 높고 가격 경쟁력이 강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자원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자원 배분 기준은 각기 고유한 유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원 배분 기준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원이 다시 이동한다는 것이죠. 대학 입시에서 필기시험이 중요해지면 입시 학원으로 돈이 몰리게 되고, 기업 입사 시험에서 외모의 비중이 커지면 성형외과로 돈과 사람이 쏠리게 될 겁니다. 또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면(명령과 통제) 뇌물로 사용되는 자원이 늘어날 것이고, 추첨으로 자원을 배분하면 점집이 북적일지도 모릅니다.

자원 배분 기준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배분 기준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거나 학생들이 시험을 잘 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만, 외모를 뜯어고치기 위해 성형외과에 다니는 것이나 당첨을 빌기 위해 점집을 드나드는 것은 국가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재화에 대해 어떤 배분 원리를 채택할 때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나 공평성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자원이 얼마나 건전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자원 배분 기준이 가져올 결과뿐 아니라 유인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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