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미래
홍춘욱 지음 | 에이지21
환율의 미래
홍춘옥 지음
에이지21 / 2016년 2월 / 256쪽 / 15,000원
환율을 알면 경제를 보는 눈이 뜨인다
환율이 움직이면 어떤 영향을 받는가?
환율은 한 나라 화폐의 상대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한국은 원, 일본은 엔, 미국은 달러 등 세계에는 각 나라의 화폐가 무수히 존재하며, 이 다양한 화폐의 교환비율을 환율이라고 부른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어제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미화 1달러가 원화 1,100원으로 교환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환율이 움직일 때 우리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어제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이었지만 오늘 1,300원까지 상승한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500달러에 팔리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을 어제 우리 돈 55만 원에 구입했지만, 오늘은 65만 원으로 가격이 상승해, 어제보다 10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같은 기간 한국 갤럭시 노트의 가격이 55만 원에 머물러 있다면, 예전보다 많은 사람이 갤럭시 노트를 구매하려 들 것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등 손실이 발생한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갤럭시 노트 같은 대체재가 없는 제품, 이를 테면 휘발유나 경유 같은 경우에는 환율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반대로 어제 1,100원이었단 달러/원 환율이 오늘 900원으로 떨어진 경우를 생각해보자. 환율 상승의 경우와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에서 500달러에 팔리는 아이폰의 원화 환산 가격은 어제 55만 원에서 오늘 45만 원으로 10만 원 떨어질 것이며, 갤럭시 노트를 비롯한 한국의 경쟁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보일 것이다. 대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해외에서 수입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환율 하락으로 구매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둔다.
환율이 오를 때마다 가격표를 바꿔달 수는 없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환율변동을 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시키는 경우를 전제로 했지만, 환율 변동이 가격 인상으로 즉각 연결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전문가용 고급 카메라처럼 거의 100퍼센트 수입되는 시장을 가정해보자. 캐논이나 소니 같은 해외의 유명 카메라 제조업체는 한국 시장에 물건을 출시할 때 환율 변동을 어느 정도 감안해 제품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율이 변동한다고 제품 가격을 매번 바꾸면 판촉물 제작의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도매 및 소매상도 가격 변화에 맞춰 마진을 새롭게 조정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바로 ‘메뉴 효과’라고 한다. 이런 메뉴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우리가 쓰는 키보드다. 키보드 한글 자판의 배열이 자음은 왼손으로 모음은 오른손으로 타이핑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이상하게 느낀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상황에서 오른손이 모음을 두드리기보다는, 오른손으로 사용량이 많은 자음 자판을 두드리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키보드는 자음을 왼쪽, 모음을 오른쪽에 배치해 놓았을까?
그것은 예전부터 사용되던 수동식 타자기의 자판 배열(미국은 QWERTY 자판, 한국은 2벌식 자판)에 따라, 컴퓨터의 키보드도 따라 갔기 때문이다. 키보드의 자판 배열처럼 이미 수십만 아니 수백만의 사용자가 ‘불편한’ 혹은 ‘불합리한’ 방식에 이미 익숙해졌다면, 이를 수정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수반된다. 상당수 사람이 불편한 자판 배열에 이미 익숙해졌는데, 예전과 다른 자판을 채택한 ‘편리한’ 키보드를 출시해 봐야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 가격을 환율 변화에 맞춰 자주 바꾸는 것은 키보드 자판 배열의 변경처럼, 많은 비용과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한다. 이런 까닭으로 니콘이나 소니 등의 카메라 제조업체는 2008년 환율 급등 시에는 소비자 가격을 조정하지 않다가, 2009년 봄에야 가격을 인상했던 것이다.
시장의 경쟁 수준도 가격 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빈번한 가격 조정의 번거로움 이외에 시장에서의 경쟁 수준도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스마트폰 시장을 살펴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와 팬택 등 다양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 달러/원 환율이 200원 올랐다고 아이폰의 한국 판매 가격을 10만 원이나 바로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격 인상으로 한국 스마트폰 시장을 송두리째 경쟁자에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에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 업체는 달러/원 환율이 내릴 때 제품 가격을 동결해 마진을 확대하고, 반대로 환율이 상승할 때 어김없이 제품 가격을 인상해 마진을 유지하며 환율 변동의 위험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들 것이다. 결국 경제가 개방되어 경쟁하는 기업의 숫자가 많다면, 환율 변동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이 변동할 가능성이 낮다. 반대로 경제가 폐쇄적이라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숫자가 적다면 환율 변동의 충격이 즉각 경제 전반에 미치고, 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도 빈번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환율의 방향,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환율이 결정되는 원리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할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환율이 어떤 수준일 때가 가장 적정할까’라는 의문일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되는 것이 바로 ‘1물1가’의 법칙이다. ‘1물1가’의 법칙이란 같은 물건이 어떤 곳에서든 동일한 가격에 팔리는 현상을 말한다. 만일 사과 하나를 천 원에 사서 길 건너편에 2천 원에 팔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격 차이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게 되면서 길 양쪽에서 같은 품질의 사과가 같은 가격에 팔리게 될 때까지 가격이 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길 양쪽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이든 ‘1물1가’의 법칙은 유지된다. 물론 각기 다른 나라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운송비가 들기 때문에, 이 부분으로 인한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운송비 이상 수준으로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면, 활발한 무역시장에서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다시 말해 미국에서 최신형 아이폰이 500달러고 환율이 1달러에 1,100원이라면, 한국에서도 55만 원이 마땅하다. 만일 그렇지 않고 한국이 70만 원으로 훨씬 비싸다면 ‘직구’를 통해 대규모의 수입이 이뤄지는 반면, 국내에서는 아이폰이 팔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둘 중 하나다. 국내에서 제품 가격이 조정되거나 환율이 조정되어야 한다.
‘1물1가’의 법칙을 이용해 각국 통화의 가치 수준을 측정하는 방법이 바로 ‘빅맥 지수’다. ‘빅맥 지수’에서 빅맥이란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에서 파는 가장 대표적인 햄버거의 이름이다. 이 햄버거는 한국의 서울에서 파는 가장 대표적인 햄버거의 이름이다. 이 햄버거는 한국의 서울에서도 베스트셀러며 뉴욕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세계 각국의 물가 수준을 금세 비교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달러에 원화가 1,100원에 교환되며, 미국에서 빅맥이 3달러에 팔리는 반면 한국에서 4천 원에 팔리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환율이 1,100원이니 한국에서 빅맥이 3,300원에 팔려야 정상인데 4천 원에 팔리고 있으니, 한국 사람은 미국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빅맥을 먹고 있는 셈이다. 이는 ‘1물1가’의 법칙에 어긋난다. 만일 제품 가격의 조정이 없다면, 환율이 1,100원이 아니라 1,333원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원화 약세). 한 발 더 나아가 빅맥 햄버거만 비싼 게 아니라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미국보다 비싸다면, 제품이 싼 미국에서 물건을 구입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일종의 ‘차익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다.
여기서 차익 거래란, 한 시장에서 어떤 자산을 매입하고 다른 시장에서 같은 자산을 매도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과정을 의미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직구’가 일종의 차익 거래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서 더 많은 물건이 수입되고, 달러가 미국으로 유출되기 때문에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거나 흑자 규모가 줄어들면, 해외로부터의 외화 공급이 감소하니 외환시장에 달러화 부족 사태가 출현할 것이다. 달러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게 되면, 달러화의 가치는 상승하며 원화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즉 1달러에 대한 원화의 교환 비율은 동일한 제품의 (환율 적용) 가격이 미국과 한국에서 같아질 때까지 상승할 것이다.
이제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팔리는 맥도날드 빅맥의 가격이 미국보다 싸다면?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인데, 미국에서 3달러에 팔리고 있는 빅맥 햄버거가 한국에서 2천 원에 팔리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나아가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 대부분이 미국보다 싸다면? 앞의 사례와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1물1가’의 법칙에 따라 한국에서 물건 가격이 미국의 물건 가격과 같아질 때까지 무역이 발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수출은 크게 증가할 것이며, 경상수지는 대규모의 흑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이게 바로 빅맥 지수를 작성하는 이유다. 미국에서 팔리는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에서 팔리는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어떤 나라의 통화 가치가 적정 수준에서 비싼지 혹은 싼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참고로 2015년 7월, 세계적인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빅맥 햄버거 가격은 미국에서 팔리는 것보다 20% 정도 싸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한국 원화 가치는 빅맥 햄버거로 측정된 ‘적정’ 수준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는 셈이다.
실질실효환율이란?: 빅맥 지수는 매우 간단하고 아이디어도 재미있지만, 이걸 가지고 환율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경제 내에는 빅맥 이외에도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빅맥 지수가 하나만 가지고 어떤 나라의 통화 가치가 적정 수준에서 벗어났는지 단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지표가 바로 실질실효환율이다.
실질실효환율이란 빅맥 지수처럼 단일 제품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주요 교역 상대국의 환율과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을 반영해 환율을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이 100을 기록하고 있다가 110으로 상승하면, 그만큼 한국 원화의 가치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물가가 더 많이 올랐거나, 아니면 달러/원 환율이 하락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반대로 실질실효환율이 110에서 100으로 하락하면 이는 한국의 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되었거나, 아니면 달러/원 환율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실질실효환율은 국제결제은행(BIS) 등 여러 기관이 작성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BIS가 가장 권위 있으니 이 지표를 사용해서 한국 원화의 가치가 어떤 수준에 있는지 살펴보자. 2010년의 환율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2015년 말 현재 한국의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1포인트를 기록했다. 즉 2010년 수준에 비해 한국 원화의 구매력은 11%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해외에서 수입되는 제품을 구입함에 있어서, 한국의 소비자는 2010년보다 11%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2007년 수준에 비하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20%나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아직 원화는 여전히 저평가 국면에 놓여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인데도 환율이 상승하는 이유
장기적으로 보면 대체로 국가의 경상수지가 흑자일 경우 자국의 통화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만 봐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가운데 국가신용등급의 지속적인 상향 조정을 경험하지 않는가? 그런데 단기 전망의 영역에서는 경상수지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 실제로 2015년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또 원화의 저평가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왜 이런 기현상이 벌어졌을까?
미국 달러 가치의 변화에 주목하라!: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해외 변수를 살펴봐야 한다. 해외 변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수가 미국 달러 가치의 변화다. 달러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에서 매일 발표하는 교역 가중 환율을 의미하는 데 ‘교역 가중 환율’이란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로, 파운드, 엔 등 주요 6개국의 통화를 교역 비중에 따라 가중 평균하여 계산한다. 즉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주요 통화에 비해 달러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표와 달러/원 환율을 비교해보면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원환율도 상승하고, 반대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원 환율도 하락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다. 물론 2006~2007년처럼 미국 달러 가치의 변화가 크지 않았을 때 달러/원 환율이 급락하는 등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 달러 강세가 출현한다!: 일반적으로 달러는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다시 말해 기업의 파산 위험이 높아지고 한국 등 수출 공업국의 경제가 어려워질 때 달러 강세가 출현한다. 이런 현상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투자자는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느껴질 때 달러화, 채권 등 안정적인 자신을 선호한다는 현상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미국의 투기 등급 회사채 가산금리와 달러 가치의 관계에서 보면 투기 등급의 회사채 가산금리가 급등할 때마다 달러 강세가 출현하고, 반대로 투기 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하락할 때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선다.
회사채는 채무 이행능력에 따라 AAA부터 D까지의 신용등급을 부여받는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무디스나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 등의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 그리고 한국에서는 한국신용평가 및 한국신용정보 등의 회사가 결정한다. 투기 등급 회사채’란 BBB 등급 이하의 채권을 의미하는데, 이런 채권에는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에 매우 모험적인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상품이라 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런 종류의 상품을 ‘위험자산’이라고 부르는데, 미국 달러 표시 국채 등의 ‘안전자산’과 엄격하게 구분하곤 한다.
우리가 이런 위험자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들 투기 등급 채권이 경기의 동향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여건 변화를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투기 등급의 회사채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대신 원금 지급 불능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모험적인 투자자는 항상 경제 상황 및 금융시장의 여건을 체크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미국 투기등급 채권의 가산금리는 금융시장에 참가한 투자자의 심리 상태 및 미래 경제에 대한 의견을 보여주는 좋은 잣대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환율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려면 국내 변수로는 경상수지, 해외 변수로는 무엇보다 미국의 투기 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의 실질금리, 달러 가치의 변화 촉발: 미국 달러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을 알아보자. 투기 등급 회사채 가산금리의 변화는 2008년이나 2000년처럼 글로벌 경제 불황의 위험이 부각될 때, 달러의 강세를 잘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시기를 제외하고 보면, 달러 가치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별 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가 2014년부터 시작된 달러의 강세다. 2014년부터 달러는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투기 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에는 큰 변화가 목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4년부터 달러 강세가 시작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미국 실질금리의 상승에 있다. 미국의 실질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안전자산’으로 항상 간주되는 미국 국채가 얼마나 ‘투자자의 구매력을 지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수많은 기관투자자가 달러화 표시 채권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했다가 인플레이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리를 받게 되면 고민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 국채가 플러스의 실질금리를 제공한다면? 이때는 ‘꿩 먹고 알 먹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즉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같은 시기를 대비해 달러화 자산을 일종의 ‘보험’을 들 수 있는 데다, 플러스의 실질금리도 수령하니까 투자자가 몰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