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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조원경 지음 | 책밭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조원경 지음

책밭 / 2015년 7월 / 429쪽 / 18,000원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을 거두어라



오후의 강의실. 장범 교수의 강좌는 개강 때마다 학생들의 수강경쟁이 치열하다. 그런 그가 이번 강좌에서는 ‘오만과 편견’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각 시간마다 여전히 논란을 일으키는, 오만과 편견 속 경제학자를 정해 가상의 죄명을 붙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입장 차이를 연극으로 발표하는 방식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직접 그 경제학자가 되어 연기하고, 신문하고, 제3의 등장인물이 되어 추궁하고 지지하는 등 찬반의 논쟁을 벌인다.

장범 교수가 입을 열었다. “오만과 편견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경제학은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오만함이 느껴지는 학문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사실 경제학 이론이 자연과학처럼 무 자르듯이, 혹은 모든 상황에 다 적용될 수는 없기에 각 경제학파가 오만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이론을 펼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학자 개인의 고민과 열정이 담겨 있는 책을 읽을 때마다 ‘겸손’이라는 미덕을 가슴 깊이 느끼기도 합니다.” 그가 잠시 호흡을 다듬고, 시 한 구절을 읊기 시작했다. 윤경숙 시인의 〈오만은 만병의 근원이다〉였다. ‘살아온 날 그 숫자로 인생을 논하지 마라. 인생은 깊이도 다르고 넓이도 다르다. 단 한 번이라도 자신에게 진실하고 진정 성실했다면 그것은 뜻있는 삶이고 용기였으리라. 결코 오만하지 마라. 오만은 만병의 원인이다.’

“그렇다면 학문을 배우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편견은 어떨까요? 불통과 불협화음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카알 맑스의 ‘자본론’은 어떤 의미인가요? 혹시 여전히 그들을 맹목적으로 자본주의를 옹호한 인물, 절대 부정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여러분은 맑스가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필수재의 엄청난 증가와 경제성장을 일으킨 측면에서 자본주의를 대단히 칭찬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또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가 공장 노동자에게 끼치고 있는 해악에 대해 대단히 우려했었습니다. 어떠세요? 평소 어떤 편견을 가졌던 학생이라면 이 말을 듣고 조금 당혹스러울 수도 있는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 수업은 여러분들이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편견을 없애는 데 그 의미를 두고자 합니다.”

경제학자들을 법정에 세우다



장범 교수가 말했다. “10개의 소송 사건으로 10명의 경제학자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 수업은 여러분들의 참여로 유명 경제학자들을 해부하고, 저와 함께 현대 경제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들을 되짚어 보는 시간으로 채워질 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 앞에서 장범 교수는 수업에 대한 포부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여기서 여러분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알프레드 마샬의 경구입니다. 그는 자신의 책 『경제학원리』첫 페이지에서 ‘경제학은 부(富)의 축적에 관한 연구인 동시에 인간에 관한 연구의 일부’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경제학은 인간 중심의 학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인구, 식량 그리고 에너지 - 토마스 맬서스, 우울한 예언가의 진실



인구론의 경고를 되새기며: 첫 시간의 주인공은 토마스 맬서스였다. 장범 교수가 말했다. “여러분 중에 혹시 『인구론』을 읽은 친구가 있나요? 누군가는 그 책의 저자인 토마스 맬서스를 두고 사이코패스의 정신병자라고 했습니다. 자유주의 혁명의 파고 속에서, 인구 증가를 예찬하고 이성의 무한 신뢰에 따른 경제 번영을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한 경제학자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인류의 미래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그가 바로 토마스 맬서스죠. 그의 예상과 달리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았고, 인간은 상당한 식량 증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난한 나라들은 식량부족의 상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국가들은 인구 억제의 어려움 속에서, 기아라는 더 큰 비극을 겪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렇다면 장범 교수는 빗나간 예측을 내놓은 맬서스를 옹호하고 있는 걸까? 그가 말을 이었다. “1850년, 『프랑스 혁명사』의 저자 토머스 칼라일은 토머스 맬서스와 ‘비교우위론’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리카도를 우울한 사고의 경제학자라면서, 그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밝힙니다. 하지만 금융 위기가 발생하고 지구촌에 많은 문제가 생기면 그 ‘우울한 경제학자’들은 어김없이 나타나 위력을 발휘합니다.” 일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하나뿐인 지구에선 대량소비를 위해 많은 자원이 무분별하게 소모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저출산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지만, 지구 전체적으로 인구는 여전히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구론의 내용 모두가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짓 선동으로 몰아붙이기에는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불편합니다. 그리고 환경론자들은 ‘인구론’의 자동 폐기에 동의하지 않고 지금이야말로 맬서스의 주장을 되새겨야 할 상황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맬서스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그제서야 장범 교수의 맬서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경제에서는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지나친 낙관론도 비관론도 경계해야 합니다. 어찌 되었던 맬서스의 인구 이론은 1801년 영국 최초의 근대적 인구조사가 실행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맬서스의 우울한 경제관이 어떻게 나왔고, 그의 사고가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 시간을 통해서 제대로 알아보았으면 합니다.”

〈인구론〉의 오명 - “세계의 문헌 중 가장 멍청한 책”: 커튼을 사이에 두고 무대와 관객석에는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 막이 오르고 어두운 무대에 유명 TV 앵커, 피터 제닝스의 목소리가 급박하게 들린다. 무대 위로 조명이 켜지고, 검사 잭 그랜트를 비춘다. TV로 피터 제닝스의 방송을 보고 있던 그는 큰 돋보기를 비추며 토마스 맬서스의 후손들이 보내온 증거 자료를 차례로 바라본다. 맬서스의 후손들이 그동안 그의 조상을 욕보인 자료들을 꼼꼼히 챙겨 보내온 것이다. 잭은 앞에 펼쳐진 자료들을 손에 들었다. 무대가 잠시 어두워졌다가 밝아지며 다른 쪽에서 턱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낀 독일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베르너 좀바르트가 등장했다. 좀바르트가 다부진 목소리로 말한다.

“맬서스는 인구가 억제되지 않을 경우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은 가급적 자손을 많이 낳으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를 방치할 경우, 결국엔 식량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해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떻습니까? 그리고 맬서스는 하층민들이 성욕을 참지 못하고 국가의 빈민 보조금에 기대어 아이를 많이 낳으려 하는 것을 보고 인류의 삶을 파괴하는 악덕이라고 했고, 빈민을 구호해 생활 조건을 개선할 경우 이들의 출산율만 높아진다며, 국가가 나서서 극빈자를 구호하거나 개인이 자선을 베풀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그런 후안무치의 반윤리적 언행이 저는 수치스럽기까지 하군요.”

좀바르트에 이어, 일생을 불평등의 타파에 몰두한 경제학자가 무대에 나타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진보와 빈곤』의 저자 헨리 조지였다. 헨리 조지는 당시 인구론과 함께 빈곤을 설명하는 강력한 학설인 임금기금설을 반대하였다. 임금기금설은 노동자의 임금이 노동이 아닌 자본에서 나온다는 것으로 노동자 수가 증가하면 자본이 부족하여 빈곤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제 무대에는 좀바르트와 헨리 조지 외에도 많은 사회주의자와 계몽주의자들이 나와 맬서스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쳐댔다. 그 순간 잭 검사에게 조명이 돌아왔다. 그는 이제 맬서스의 후손들이 그들을 기소한 내용을 읽는다.

우울한 예언은 끝나지 않았다



“죽은 자에 대한 명예도 소중히 여겨져야 합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후손들이 선조의 불명예 때문에 겪는 고통은 너무나도 큽니다…(중략)” 그 순간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천둥소리와 번개가 무대를 채운다. 이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대 한쪽에 있던 관이 열리고, 그 안의 누군가가 일어나 앉는다. 바로 토마스 맬서스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토마스 맬서스 씨. 선생님에 대한 세간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잭 검사가 맬서스에게 물었다.

“내 책 『인구론』이 나와 후손들에게 이런 수모를 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산업혁명 초기, 당시 나는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도시 빈민으로 추락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정부는 빈민에게 부양 자녀 수에 따라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나는 그 정책을 근시안적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인구 증가의 재앙만 초래하리라 보았죠. 게다가 당시에는 인구 연구에 필요한 충분하고 정확한 자료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세상을 분석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잭 검사가 물었다. “떳떳하시다는 건가요?”

“그 당시 내게 인구 증가는 파멸과 동의어였습니다. 빈곤과 인구 증가 중 후자가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기에 작은 해악을 감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 보니 정확하지 않은 과거의 자료를 토대로 논거로 삼은 것은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현대에도 계속해서 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인구 증가속도를 늦추는 방법으로 전쟁, 기아, 질병 같은 ‘적극적 억제’ 정책을 주장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나는 금욕에 따라 임신율을 낮춰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예방적 억제’를 더 강조했습니다. 나를 빈민구제나 복지정책에 대한 반대론자의 대표 격인 사람으로 보는 것은 내 깊은 고민을 생각하지 않은 처사입니다.” 그는 머리를 감싸 안았다.

“맬서스 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당신은 나름대로 자신의 분석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였습니다. 당신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해줄 분들이 여기 계십니다. 나와 주시죠.” 잭 검사의 말과 함께 무대 뒤편에서 세 사람이 걸어 나온다. 한 여성과 두 명의 남성이었다. 여자가 먼저 말을 했다. “저는 경제성장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발한 『성장의 한계』를 출판한 로마클럽의 회원입니다. 수잔이라고 불러주세요. 연못에 수련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수련은 하루에 갑절로 늘어나는데 29일째 되는 날 연못의 반이 수련으로 덮였습니다. 아직 반이 남았다고 태연할 것입니까? 맬서스 씨가 제안한 것보다 더 강력한 예방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100년 이내에 세계에는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경제성장을 중단하고, 인구팽창을 멈추고, 자원을 재활용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두 명의 남성 중에 작은 체구의 남자가 말했다. 그는 자신을 마크라고 하며 환경주의자라고 했다. “맬서스의 사상을 기존의 인구 증가와 식량과의 관계로 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세대가 흐를수록 삶이 더 나아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대들이 반드시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잭 검사가 나머지 한 남자인 필립를 소개했다. 필립은 가져온 자료를 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보고 있는 자료에 의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 상승하려면 석유 수요가 3%씩 증가해야 하고, 미국인 한 명이 매년 소비하는 석유는 174명의 노예노동에 해당하는 23.6배럴입니다. 인류의 발전이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 고갈을 끊임없이 초래하고 있습니다. 맬서스의 우울한 미래에 대한 예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잭 검사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맬서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한번 해 보죠!” 잭 검사는 맬서스와 그 후손들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하여 ‘사자명예훼손죄’로 기소장을 작성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맬서스는 일어나 잭 검사와 악수를 했다. 둘은 서로를 향해 웃음 지었다. 커튼이 내려지고, 관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설국열차의 질문 - 지구상의 적정인구는



장범 교수는 흐뭇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봤다. “맬서스의 시각에 의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근본적인 이유는 결코 부유층의 지나친 폭압 때문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그가 말한 인구론의 법칙에 있었습니다. 그 법칙에 따르면 사회는 일정 범위 안에서 파동곡선을 그립니다. 인구가 식량생산보다 빠르게 증식하면 한정된 식량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거나 혹은 기아상태가 오겠죠. 그러면 영양분 부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전염병과 같은 질병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나옵니다. 그러면 인구가 줄고, 식량은 넉넉해집니다. 하지만 곧 다시 인구는 증가하죠. 이렇게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파동곡선에 갇히고 마는 겁니다. 이것을 ‘맬서스 트랩’이라고 합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는 일단 맬서스 트랩을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 폭력, 무질서, 흉작과 같은 현대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지극히 재앙 같은 일들이 1800년대 이전의 사람들에게는 적정인구를 유지하고 기아를 방지하는 효과를 했다니… 새로운 사실에 학생들도 놀란 표정이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예언은 틀렸다고 했습니다.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맬서스의 악령에서 벗어났다고 믿었죠. 하지만 현재를 직시하면, 맬서스의 악령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UN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 세계 인구는 100억을 웃돌 예정입니다. 주로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지역의 높은 출산율 때문이죠. 세계 인구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야 하는 시점이죠. 저는 맬서스가 당대의 계몽주의적 인식론보다는 경험을 토대로 그만의 견해를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계몽주의적 개혁가가 나타나더라도 자본가 계급과 가난한 노동자 계급이라는 계급 구조는 없어지지 않으리라고 인식했겠지요. 그리고 노동자의 비참한 빈곤과 고통은 당시 모든 사회에서 대다수 사람의 운명이었기 때문에 빈곤과 고통을 완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보았던 겁니다. 우울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설국열차〉가 생각나네요.”

물을 조금 마신 후 장범 교수가 말을 이었다. “영화 〈설국열차〉의 기차제조자 윌포드는 제한된 자원에 맞는 적정 수의 인간을 셈하면서 살아갑니다. 설국열차는 극도로 제한된 공간입니다. 사람들은 101칸에 불과한 기차 안에서 살아가고 있죠. 이 공간 안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집니다. 면적이 제한된 탓에 생산되는 자원도 많지 않죠. 기차 안의 인구수가 일정 선을 넘어서는 순간 물자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철저히 통제받으며 살아가는 꼬리 칸 승객들은 앞차의 총리와 승무원들에게 지배당합니다. 게다가 윌포드는 정기적으로 은밀하게 꼬리칸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유도해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습니다. 영화처럼 74%를 죽이려는 계획은 맬서스의 책 『인구론』의 경고를 되새기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무산층이 타고 있는 설국열차의 뒤 칸과 열차 앞 칸에 타서 온갖 호사를 누리는 모습이 오늘날의 세계 자본주의라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그 현실이 너무 슬퍼지네요.”

잠시 후 장범 교수가 말을 이었다. “ ‘우리는 모자고 너희는 신발이다. 신발을 머리에 쓰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 너희는 그저 꼬리 칸에서만 지내야 한다.’ 열차 안에서의 메이슨 총리가 한 이 말을 기억하시나요? 누군가의 현실이 정말 이렇다 한다면 너무 갑갑하겠죠. 당연히 뒤칸 사람은 자유를 찾아 앞 칸으로 이동하고 싶어 합니다. 남궁민수로 열연한 배우 송강호 씨의 대사가 절절합니다. ‘항상 벽처럼 생각했는데, 사실 이것도 문이네. 나는 저 문을 열고 싶어.’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앞 칸에 탑승할 자격이 있습니다. 열차 탈출이 유일한 희망일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맬서스는 세간의 주장과 반대로 불평등의 심화를 경고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찾아온 빙하기 이후 살아남은 인류가 달리는 기차가 그런 모습이라면 끔찍할 테죠. 여러분들과 내가 무한궤도를 질주하는 열차를 타고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믿음, 소망, 사랑의 원리로 열차가 달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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