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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보이스

마이클 루이스 지음 | 비즈니스북스
플래시 보이스

마이클 루이스 지음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0월 / 360쪽 / 16,000원





금융시장이 낳은 어둠의 자식, 초단타매매



브래드에게 일어난 문제

브래드 카츄야마가 24살일 때, 그의 상사는 월가에서 RBC(캐나다 왕립은행)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대대적 진출’의 일환으로 토론토에서 일하던 브래드를 뉴욕으로 보냈다. 월가에서 지낸 처음 몇 해 동안 브래드는 미국의 기술주와 에너지주를 거래했다. 그런데 브래드는 자신이 신뢰하는 시장에 대해 남다른 심오한 시각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런 시각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에 그는 20여 명의 트레이더를 이끄는 주식 트레이딩 팀장으로 승진했다.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주식

브래드의 어려움이 시작된 때는 RBC가 칼린 파이낸셜(창업자이자 CEO는 제레미 프롬머)이라는 미국의 전자 주식 트레이딩 회사를 1억 달러에 사들인 후인 2006년 말이었다. RBC가 최첨단이라고 생각한 그 전자 트레이딩 회사를 사들이기 전에는, 브래드의 컴퓨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갑자기 먹통이 되어버렸다. 예로 브래드의 트레이딩 화면에 주당 22달러의 인텔 주식 매도물량 1만 주가 보이면, 이는 곧 브래드가 주당 22달러에 인텔 주식 1만 주를 매수할 수 있음을 의미했고, 키를 누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2007년 봄 컴퓨터 화면에서 주당 22달러의 인텔 주식 매도물량 1만 주를 확인하고 브래드가 키를 누른 순간, 매도물량은 사라졌다. 그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2007년 6월 그 문제가 너무 심각해져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브래드는 기술지원부는 물론, 프로그램 개발자에게까지 원인 규명을 요구했지만, 개발자들은 ‘아, 네.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라고 말하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문제는 일정한 패턴으로 발생했다. 즉 브래드가 화면에 나타난 시세에 따라 반응하려는 순간, 시세가 변했다. 그리고 그것은 브래드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브래드의 팀에서 일하는 RBC의 주식 트레이더 모두 똑같은 일을 경험하고 있었다. 게다가 브래드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RBC가 증권거래소에 지불하고 있는 수수료 규모가 갑자기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자 토론토의 경영진은 브래드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증가하고 있는 트레이딩 손실을 줄일 방법을 알아내라고 지시했다.

그때까지 브래드는 증권거래소를 당연시해왔다. 브래드가 2002년 뉴욕에 도착했을 때, 모든 주식시장 거래의 85%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이루어졌으며 모든 주문은 사람에 의해 처리되었다. 그리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주식은 나스닥에서 거래되었으며, 두 거래소에서 모두 거래되는 주식은 없었다. 특혜 논란이 일자, 2005년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규정을 바꾸어 회원제 공익사업체 형태이던 거래소를 영리 기업에도 허용했다. 이렇게 일단 경쟁체제가 도입되자, 거래소의 수가 증가했다. 2008년 초 기준으로 13개의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 뉴저지 북부에 위치해 있다. 사실상 이제 모든 주식은 모든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즉 여전히 뉴욕증권거래소에서 IBM 주식을 사고팔 수 있지만, BATS, 다이렉트 엣지, 나스닥, 나스닥 BX 등에서도 사고팔 수 있다.

인간이 투자자와 시장 사이에서 역할을 하던 개념은 이제 사라졌다.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 또는 BATS, 다이렉트 엣지와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의 ‘거래소’는 ‘매칭엔진’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탑재한 컴퓨터 서버를 모아놓은 곳이 되었다. 거래소 안에서는 이제 말이 필요 없어졌다. 컴퓨터에 종목을 입력하여 거래소에 주문을 넣으면 그 주문은 거래소의 매칭엔진으로 보내졌다. 기존에 월가의 대형 은행에서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주식영업을 하던 사람들의 업무도 바뀌었다. 이제 그들은 투자자가 주식시장 주문을 넣기 위해 사용하는 알고리즘, 또는 은행이 고안한 암호화된 트레이딩 기술을 팔았고, 그런 트레이딩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부서들을 ‘전자 트레이딩’ 부서라고 불렀다.

바로 그것이 RBC가 칼린을 인수했던 이유였다. 대량으로 거래되는 블록세일에서 매수자와 매도자를 이어주는 경우처럼, 여전히 브래드와 같은 트레이더의 역할이 필요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동시에 거래소들은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바꾸어갔다. 2002년 거래소들은 주식시장 주문을 넣는 월가의 모든 브로커들에게 1주를 매매할 때마다 동일한 고정수수료를 내도록 했다. 그런데 컴퓨터가 사람을 대체하자, 거래소들은 매우 복잡한 수수료 및 리베이트 체계를 제시했다. 그 체계는 ‘결정자-수용자 모델(maker-taker model)’로 불렸다.

가령 애플 주식을 매수하려고 하는데, 호가가 400~400.05달러에 형성되어 있다고 하자. 만약 당신이 단순히 400.05달러에 주식을 매수했다면, 그것은 ‘스프레드 교차’에 해당된다. 스프레드 교차를 한 트레이더는 ‘수용자(taker)’로 분류된다. 그렇게 하는 대신 만약 당신이 400달러에 애플 주식 매수 주문을 넣었는데, 누군가 그 호가를 따라와 400달러에 당신에게 주식을 매도했다면, 당신은 ‘결정자(maker)’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거래소는 수용자에게서 주당 몇 센트의 수수료를 받는 반면, 결정자에게는 그보다 적은 금액을 리베이트로 지급하여 그 차액을 챙겼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예로 뉴저지 주 위호켄에 위치한 BATS는 수용자에게 리베이트를 주고 결정자에게서 수수료를 받았다.

2008년 초 브래드는 이 모든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왜 어떤 거래소들은 수용자에게 리베이트를 주고 결정자에게서 수수료를 받는 반면, 다른 거래소들은 수용자에게서 수수료를 받고 결정자에게 리베이트를 주는지, 브래드는 그 이유를 알고자 은행 주변에서 자기보다 더 잘 알 것 같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이봐, 지금 시장에는 우리가 모르는 선수들이 더 많이 있다고.” 그래서 브래드가 물었다. “무슨 뜻이야?” 그러자 친구는 어떤 새롭게 나타난 회사(Getco)가 있는데, 그 회사가 지금 미국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시장이 조작되고 있다 / 쌓여만 가는 의문들

2009년 초 브래드는 월가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그 무렵인 2009년 2월 RBC는 제레미 프롬머와 결별하고, 브래드에게 프롬머를 대신할 사람을 찾을 것을 지시했다. 그런 어느 날 브래드는 성공한 헤지펀드인 SAC 캐피탈에서 친구가 주식 거래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친구가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이 구축해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RBC와 똑같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브래드에게는 원인을 규명할 전문적인 기술이 없었다. 마침 그때 최적의 인물로 RBC에서 퇴사한 로버트 박이 생각났고, 결국 로버트는 브래드의 설득에 못 이겨 RBC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침 그때 RBC는 엉망이 되어버린 전자 트레이딩 부문을 맡을 사람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브래드에게 그 부문을 맡아서 운영해보라고 지시했고 브래드는 제안을 수락했다. 그 무렵 시장은 어수선했고, 브로커들이 트레이딩 알고리즘을 판매할 수 있는 대상은 기관 투자자들뿐이었는데,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 크레디트 스위스가 오래전부터 기관 투자자들을 공략하여 선점하고 있었다. 브래드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수익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은 RBC의 첫 번째 ‘다크풀(dark poor, 장 시작 전에 기관 투자자의 대량 주문을 받아 매도매수 주문을 매칭하고 매칭된 주문은 장 종료 후 당일 거래량 평균 가격으로 체결하는 시스템)’을 개설하자고 했다. RBC가 다크풀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연간 4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브래드는 그들에게 두 번째 질문을 했다. ‘어떻게 우리의 다크풀에서 4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것인가?’ 그들은 동일한 주식의 매수자와 매도자가 동시에 RBC로 온다면 그 둘을 연결함으로써 일반 거래소에 지급되는 모든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석을 해보니 RBC의 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해 RBC가 다크풀을 개설하고 모든 고객들의 주문이 우선 다크풀을 거쳐 가도록 한다면, 연간 약 20만 달러 정도의 거래소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래서 브래드가 다시 물었다. “좋아, 그럼 나머지 돈은 어떻게 벌지?” 돌아온 대답을 들어보니, 왜 아무도 먼저 다크풀에 대한 분석 작업을 해보려 애쓰지 않았는지 짐작이 갔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의 설명에 따르면, 외부 트레이더들에게 RBC의 다크풀에 대한 접근권을 팔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브래드는 이렇게 기억했다. “그들은 외부의 트레이더들이 우리의 다크풀에 들어오는 대가로 돈을 낼 것이라고 말했죠. 그래서 저는 ‘우리 다크풀에 들어오는 대가로 돈을 내는 트레이더들이 누군데?’라고 물었어요. 그들은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이하 HFT)이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죠. ‘좋아, 전혀 괜찮은 아이디어처럼 보이지 않는군. 다크풀 계획은 접도록 하지.’”

한편 2009년 5월 일반 거래소가 연루된 스캔들로 보이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브래드의 의문은 더 늘어만 갔다. 뉴욕 시 상원의원 찰스 슈머는 SEC에 편지 한 통을 쓴 다음, 그 내용을 알리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편지에서 슈머는 증권거래소의 행위를 비난했다. “증권거래소들은 거래 정보가 트레이더들에게 공개되기 전에 약삭빠른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이 먼저 그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거래소는 매매 주문 정보가 공개되기 전 몇 분의 1초 동안 그 정보를 ‘순간적으로 노출해주는(flash)’ 대가로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그때가 바로 브래드가 ‘플래시 주문(flash orders)’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은 때였다. 늘어만 가는 브래드의 의문들에 하나가 더해졌다. 거래소가 우선적으로 플래시 트레이딩(flash trading)을 허용해주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000분의 1초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

브래드와 로버트는 미국 주식시장을 조사하기 위한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새 팀은 도이치 뱅크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였던 빌리 자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전자 트레이딩 부서 매니저였던 존 슈발, 스탠포드 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갓 졸업한 22살의 댄 아이젠으로 구성되었다. 또 앨런 장이라는 이름의 중국계 프로그래머도 동참했다. 일단 팀이 준비되자, 브래드는 RBC의 경영진을 설득하여 미국 주식시장에서 일종의 과학실험 같은 것을 진행했다. 즉 몇 달 동안 브래드와 그의 팀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왜 트레이딩 화면에 나타난 주식시장과 실제 시장이 달랐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데 필요한 가설 검증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다.

로버트의 첫 번째 가설은 거래소가 동일한 가격의 모든 주문을 한 번에 일괄 처리하지 않고 어떤 순서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증 결과 아니었다. 이번에는 가설 없이, 브래드의 팀은 여러 거래소의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그곳으로 주문을 보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NYSE와 나스닥의 조합으로 주문을 보내고, 그다음 NYSE-나스닥-BATS의 조합, 그다음 NYSE-나스닥 BX-나스닥-BATS의 조합 등으로 계속해서 시도했다. 결과는 더 불가사의했다. 거래소의 수를 늘릴수록, 체결되는 주문의 수는 줄어들었다. 다시 말하면, 주식 매수 주문을 넣는 거래소가 많아질수록 실제로 매수하는 주식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거래소에 주문을 넣든지 상관없이 BATS의 물량은 늘 100% 체결되었다. 그리고 그 후 어느 날 로버트는 또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냈다. 로버트는 앨런이 만들었던 막대그래프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막대그래프는 주문이 세계금융센터에 있는 브래드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여러 거래소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여주는 그래프였다. 시간의 차이는 극히 미미했다. 이론적으로, 가장 짧게 걸리는 시간은 브래드의 책상에서 위호켄에 위치한 BATS 거래소까지 약 2밀리세컨드인 반면, 가장 오래 걸리는 시간은 브래드의 책상에서 카터릿까지 약 4밀리세컨드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두 지점 사이의 네트워크 트래픽, 장비의 작은 결함 등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훨씬 더 차이가 날 수 있었다.

앨런은 이동 시간이 짧은 거래소의 주문을 늦춰서 이동 시간이 긴 거래소의 주문과 꼭 같은 시간에 주문이 도착하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을 며칠에 걸쳐 만들었고, 시험해보았다. 정상적인 경우, 매수 주문을 넣기 위해 키를 누른 뒤 체결에 실패하면 화면은 붉은 색으로 번쩍였다. 원하는 물량의 일부만 체결된 경우에는 갈색으로 번쩍였고, 모두 체결되면 녹색으로 번쩍였다. 앨런은 시리즈 7 시험(미국의 등록거래대리인 자격시험)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키를 누르고 거래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로버트가 키보드의 키를 눌렀다. 앨런은 화면이 녹색으로 번쩍이는 것을 지켜보았고, 잠시 후 이렇게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너무 간단하네요.” 로버트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키를 누르자마자 저는 브래드의 책상으로 달려갔죠. ‘됐어! 내 말대로 됐다고.’ 제가 기억하기론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 브래드가 이렇게 말했죠. ‘자, 이제 뭘 해야 하지?’” 그 질문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다.

즉 누군가가 주식시장 주문이 도착하는 시간이 거래소에 따라서 다르다는 점을 이용하여 선행매매를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질문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 주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에 뛰어들기 위해 그 정보를 활용할까?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까? 브래드가 그 질문에 답을 하는 데에는 거의 6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브래드는 ‘교육 캠페인을 시작해야겠군.’이라고 말했죠.” 로버트는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가 알아낸 걸 활용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브래드는 그렇게 하지 않는 쪽을 택했죠.”

‘토르’의 탄생

이런 과정을 거쳐 브래드에게는 투자자들에게 팔 수 있는 상품, 즉 증권거래소로 가는 주문을 ‘늦춰주는’ 앨런의 프로그램이 생겼는데, 이 프로그램을 ‘토르’라고 불렀다. 브래드는 몇몇 펀드 매니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팀이 중요한 일을 해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브래드와 로버트가 처음으로 찾아간 사람은 티 로우 프라이스에서 7,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주식시장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마이크 기틀린이었다. 브래드와 로버트의 이야기에 기틀린은 크게 놀라지 않고 말했다. “뭔가 달라졌다는 건 눈치챘습니다. 주식을 매매할 때, 시장이 내 의도를 알아채고 그 반대로 움직이는 거 같더군요.” 브래드는 기틀린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세한 상황, 특히 시장에서는 모두들 리베이트를 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었다. 티 로우 프라이스의 매매 주문을 처리하는 월가의 브로커리지 회사들은, 주문을 넣는 거래소에 따라 리베이트를 받기도 하고 수수료를 내기도 하기 때문에, 그 주문을 어디로 어떻게 보낼지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었다.

한편 브래드는 자신이 조각을 맞춰가고 있는 새로운 시장의 모습이 얼마나 어둡고 복잡해질지 알 수 없었다. 그가 확실히 아는 거라고는 주식시장은 더 이상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뉴저지와 맨해튼 남부 여기저기에 산재한 작은 시장들을 모아놓은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장소들로 보내진 주식 매매 주문들이 정확히 동시에 도착하면 시장은 시장답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 주문들이 도착할 때 밀리세컨드의 차이라도 생긴다면, 시장은 사라지고 거래는 모두 예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브래드는 누군가 자신에 앞서 선행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 즉 어떤 트레이더가 한 거래소에서 브래드의 매수 주문을 본 다음 더 높은 가격에 브래드에게 매도할 의도로 다른 거래소의 물량을 가로채서 매수하는 선행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가 찾아낸 용의자는 바로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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