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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송원근, 강성원 지음 | 북오션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송원근, 강성원 지음

북오션 / 2014년 1월 / 296쪽 / 15,000원





자유시장은 존재한다

장하준은 모든 시장에는 정부 개입이 존재하며 정부는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 자유시장의 범위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근대경제학은 이러한 정부의 개입을 부정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무시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근대경제학에 입각한 경제정책은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경기를 안정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개입은 항상 존재하므로 자유시장이란 정부 개입이 없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위배되지 않는 불가피한 국가 개입으로 정부의 개입이 제한되는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하였다.

장하준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근대 자본주의는 정부의 개입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정부의 개입이 자유시장과 모순되지는 않는다. 경제 주체가 시장에서 교역의 이익을 실현하도록 촉진하는 시장친화적(market-friendly) 정부 개입이 존재하는가 하면, 교역의 이익실현을 제한하는 반시장적(market-unfriendly) 정부 개입도 존재한다. 자유시장이란 장하준이 말하는 정부의 개입이 전혀 없는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시장친화적 개입을 통해서 교역의 이익 달성을 촉진하되, 반시장적 개입은 최대한 억제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근대경제학에서는 시장친화적 정부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반시장적 정부 개입의 부작용을 경계한다. 근대경제학에 입각한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1980년대부터 서구 선진국에 의해 적극 추진되었다. 장하준의 주장과는 달리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의 고물가, 저성장 현상을 극복하고 1980년대 중반 이후 성장과 물가 안정이 병행되는 안정화(Great moderation) 시기를 이룩하였다.

장하준이 암시하듯이 자유시장이 정부의 개입이 전혀 없는 시장이라면, 자유시장은 무정부 상태에서 가장 흔히 관찰될 것이다. 하지만 자유시장은 정부의 운영이 가장 고도로 발달된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된다. 구 공산권 국가의 예처럼 정부 개입이 과도할 경우에도 자유시장은 유지되기 어렵다. 결국 자유시장은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여기서 적절한 개입은 시장친화적 개입을 의미한다. 이것은 교역을 확대하여 교역의 이익(gains of trade)을 실현하는 형태이다. 대표적인 시장친화적 개입으로는 개인 소유권의 확립, 물가의 안정적 유지, 상품 관련 정보의 유통을 들 수 있다. 모든 시장친화적 개입은 경제 주체들이 교역에 참여할 이유를 주며 고도로 발달한 관료제와 3권 분립의 원칙이 갖추어진 민주국가에서만 기능할 수 있다. 정부가 가격 및 수량 결정에 개입하면 가격을 통한 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시장 참여를 제한하여 경쟁이 억제된다. 정부가 이 같은 형태로 자원 배분에 장기적으로 개입하면 원래 자원 배분을 담당해야 할 금융시장의 성장이 지체된다. 그렇게 되면 원천기술 창조가 필요한 혁신기반형 성장 단계에서 성장을 도와줄 위험자본(risk capital)의 성장이 지체되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 자유시장에서 지속적 경제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가장 생산성이 높은 경제 주체만이 생존할 수 있도록 경쟁을 강제하므로 자원의 낭비가 억제되기 때문이다. 가격을 통해 자유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고, 자유로운 시장 진입에 의해 시장 경쟁이 이루어진다. 가격결정의 자유와 시장진입의 자유는 자유시장의 핵심이다. 정부가 이 두 가지 시장 기능을 왜곡하면 안 된다.



선진국 근로자가 후진국 근로자보다 생산성이 높다

장하준은 선진국 근로자는 이민 제한 덕분에 후진국의 동일 직종 근로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웨덴의 버스 운전사가 인도의 버스 운전사보다 50배 높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운전 실력은 수많은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인도의 버스 운전사가 더 좋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장하준에 의하면 이러한 현상은 스웨덴이 이민을 제한하여 자국의 버스 운전사를 후진국 버스 운전사와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는 이러한 임금 격차는 일부 고임금 직종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이라고 주장한다. 가난한 나라 근로자들의 소득이 낮은 것은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보호가 부족해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후진국 근로자가 선진국 근로자보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이다.

장하준의 주장과는 달리 선진국과 후진국의 임금 격차가 큰 이유는 선진국 기업이 후진국 기업보다 근로자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효과적인 분업체계, 우수하고 풍부한 자본재, 고급 경영 기법을 통해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선진국 근로자들이 하는 일은 단순해 보여도 후진국 근로자보다 훨씬 많은 상품을 생산한다. 정리하면, 노동시장은 생산성이 반영된 소득을 지급한다. 선진국과 후진국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1인당 생산성과 노동규율의 강도를 반영한 결과이다. 왜 선진국 근로자는 후진국 근로자보다 같은 산업, 같은 직종에서 일하면서도 더 많은 소득을 버는가? 이는 근본적으로 선진국 근로자가 후진국 근로자보다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산성이란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해 내는 능력이다. 근대 자본주의에서 생산성은 효과적인 분업 체계의 설계, 자본재 투입 수준, 기업 경영의 효율성에 의해 결정된다. 장하준이 강조하는 개인적 기량은 생산성을 결정하는 지배적인 요인이 아니다. 오히려 근로자 개인에게는 분업 체계 내에서 정해진 직무를 생산계획에 맞게 수행할 수 있는 노동규율이 요구된다. 이민 제한이 완화되더라도 이민 노동자들은 이러한 노동규율을 습득해야 소득을 제고할 수 있다.

선진국이 선진국인 이유는 개별 생산자들의 기량이 뛰어나기보다는 평범한 생산자로부터 높은 생산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가졌기 때문이다. 장하준은 인도의 버스 운전사가 스웨덴의 버스 운전사보다 개인적 기량은 뛰어나지만 소득은 낮다고 주장했다. 인도의 버스 운전사는 운전기술은 뛰어날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의 버스 운전사는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운행시간표에 맞추어 차량을 운행하고,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무엇보다 승객 및 보행자를 보호하는 데 인도의 버스 운전사보다 뛰어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높은 보수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도 버스 운전사가 스웨덴에 이민 온다고 이러한 직무를 단시간에 습득할 수 있을까?

장하준의 지적대로 이민 장벽을 완화하여 후진국 근로자를 선진국에서 고용하면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민 제한이 해소된다 해도 선진국 근로자들의 급여가 급속하게 하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후진국 근로자들은 선진국 근로자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완전대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성이 높아서 임금 수준이 높은 산업이나 직종에 종사하는 선진국 근로자일수록 후진국 근로자로 대체하기 어렵다. 근로 방식이 다르고, 인적 자본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민을 많이 받는 선진국에서 이민 노동자들이 단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단순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라서 분업이 활발하지 않으며, 개인적 기량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은 경제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실질소득의 감소는 투자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을 정체시킨다. 그러나 장하준은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나쁘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정치적인 재난을 초래한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나쁘다는 증거는 전혀 없으며,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이 오히려 성장을 둔화시키는 등 경제에 해롭다고 주장한다. 거시 경제 안정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 경제적 불안정을 촉발시키며 금융자산 보유자의 이익만 보호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선진국, 특히 영미권의 자유주의적 정책의 효과로 물가가 안정된 것을 금융자산 보유자의 이익을 위한 정책의 결과로 해석한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보다 낮은 시기가 투자와 소비, 성장과 고용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는 경험적 증거는 많다. 하지만 장하준은 선진국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성공한 1990년부터 2009년까지의 연평균 1인당 소득 증가율이 이전보다 더 낮아졌다고 주장하면서 인플레이션 억제책이 투자와 성장을 오히려 위축시켰다고 주장한다. 미국 경제는 1990년대 초반의 침체기를 거쳐 이후 금융 위기 이전까지 안정적이고 견고한 성장을 거듭했다. 높은 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에도 물가안정을 달성하고 있는 점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또한 미국 경제는 2008년 침체기에 접어들어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다. 하지만 장하준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이 시기를 의도적으로 포함하여 연평균 소득 증가율을 계산한 후 이를 근거로 낮은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성장을 위축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계를 교묘하게 사용한 것이다. 이런 식의 통계로는 앞서 언급한 1990년대와 금융 위기 이전까지 미국 경제의 성과, 즉 낮은 인플레이션 속의 높은 성장 및 낮은 실업률이라는 성과는 묻혀버린다.

정부 지출의 증대는 기본적으로 조세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나 증세는 조세 저항을 불러오므로 정치권에서는 꺼려한다. 따라서 정부 지출은 화폐 발행을 늘려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화폐 발행의 증대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모두 하이퍼플레이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지속되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투자와 소비는 물론 고용과 성장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으로 발생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용은 조세 체계의 왜곡이다. 세율은 명목소득에 부과되므로 인플레이션은 자본소득, 임금 등에 대한 실질세율을 인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같은 실질세율의 인상은 저축과 투자 그리고 노동 자체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한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지속되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조세 체계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저축 및 투자를 감소시켜 생산과 경제성장의 둔화를 야기한다. 한편 화폐 발행의 증대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정부는 조세 수입 이외에 다른 수입원을 갖게 된다. 이 같이 인플레이션을 통해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장하준의 주장도 이러한 논의에 일부 근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지출을 늘린 효과는 단기에 그치고 오히려 민간이 투자를 꺼려하게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이라는 논의는 근거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자본에만 국적이 있다

장하준은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고 하면서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일 때 기업의 자국 편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위 다국적 기업의 활동, 더 나아가 투자 자유화에 있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하준은 초국적 기업이라도 기업의 핵심 연구개발, 전략 설정 등 중요한 활동은 본국에서 이루어지고, 최고 경영진도 본국 국적 사람들로 채워지는 자국 편향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자국 편향은 경영진의 도덕적 동기와 더불어 자신의 국가에 대한 역사적 의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장하준은 개도국은 최소한 일부 산업에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국내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 다국적 기업의 자국 편향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국 편향은 절대 불변의 특성이 아니라 각국의 기업 환경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근거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선별적으로 유치하려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결과적으로 투자와 고용의 증대, 지식과 기술의 확산과 그에 따른 전반적인 기술 경쟁력 제고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득을 향유하지 못할 것이다.

장하준의 주장대로 다국적 기업의 자국 편향이 기업에 내재된 절대 불변의 특성인지 살펴보자. 다국적 기업들이 연구개발 기능이나 기업의 핵심 기능을 본국에서 행하는 것은 그 나라의 제도와 인적 자본 및 지적 자본의 수준이 그 기능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이 연구개발에 적합한 인적 자원이 갖춰지지 않은 개도국에 R&D 센터나 본부를 두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거의 없는 저개발국에 기업의 핵심 기술을 담당하는 기능을 두지 않는 것 또한 자국 편향과 무관하게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다국적 기업들이 기술개발 기능을 세계 여러 국가로 분산시키는 ‘R&D의 국제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다국적 기업은 다양한 국가에서 투자 및 생산을 진행하고 지식과 기술을 전파하고 확산시키고 있다. 물론 투자를 유치하는 국가의 시장규모, R&D 제도, 인적 자원 등도 그 국가에서 다국적 기업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연구개발 활동을 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R&D 등의 활동을 수행하기에 자국의 여건이 적합하면 자국에서 하는 것이고 해외의 여건이 더 유리하면 해외에서 하는 것이다.

장하준의 외국인 투자를 선별 유치하자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다국적 기업의 자국 편향은 국가별 비교 우위, 인적ㆍ지적 자본의 조건 및 제도에 의해 좌우되며 기업에 내재하는 절대 불변의 특성이 아니다. 하지만 장하준의 주장은 국가 경제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이 있다는 것이고, 정책 입안자는 도움이 되는 산업에서 국내 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외국인 투자 유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국가 경제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산업이 무엇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설사 그러한 산업이 존재하더라도 그 나라의 제도, 부존자원, 인프라, 인적 자본 및 기술 수준이 그 산업에서 비교 우위를 갖기 어려운 조건이라면 외국인 투자는 물론이고 보호정책과 지원을 쏟아부어도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을 육성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그의 주장과는 달리 외국인 투자 유치 증가는 투자 및 고용의 증대 효과 이외에도 제품 및 생산과정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는 지식 및 기술의 확산 효과가 있다. 이는 국가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 지속적인 성장 기반이 된다. 따라서 외국인의 투자 선별 유치는 결코 국가 경제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선택권이 있는 나라다

장하준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며 미국인의 삶의 질이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미국은 소득격차가 크고 근로시간이 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가 많고 직업 안정성과 복지수당 등 사회적 지원이 약하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조건을 견뎌야 한다. 또한 불균형한 소득분배현상과 건강지표가 좋지 않고 범죄율이 높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한 만큼 미국인의 삶의 질은 높지 않다고 본다.

장하준은 미국인의 삶의 질이 높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인들의 삶의 질은 그들이 선택한 결과임을 간과하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이민 노동자들은 자국에서는 얻기 힘든 높은 수준의 소득을 벌고 높은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근로자들은 임금은 높고 세율은 낮아서 근로시간당 소득이 높다. 따라서 장시간 근무할 유인이 강하다. 미국의 이민 노동자와 장시간 근로자들은 모두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높은 생활수준을 선택한 것이다. 현시 선호(Revealed Preference) 이론에 의하면 이들은 주어진 제약 안에서 가장 선호하는 선택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민 생활의 어려움이나 장시간 근로의 부담은 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자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 하고, 또 그만한 능력이 있는 근로자들에게는 삶의 질을 제고할 여건을 마련해 준다. 미국인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한다.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현상은 미국 근로자들의 이러한 선택을 반영하는 것이다. 장하준의 주장대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잘살 수 있는 여건이 좋은’ 나라라고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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