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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푸어

임진국 외 지음 | 북오션
에듀푸어

임진국 외 지음

북오션 / 2013년 12월 / 264쪽 / 14,000원





1장 빈곤의 악순환 - 끊임없이 양산되는 푸어 세대의 눈물



먹고살기도 빠듯한데 ‘대전동 아빠’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 : 에듀푸어

고3, 중3, 중1에 재학 중인 3남매를 둔 박순례 씨(45ㆍ가명): 순례 씨는 자녀들 사교육비로만 한 달에 160만 원을 지출한다. 고3 딸의 영어 과외비 40만 원, 수학 과외비 30만 원, 언어 과외비 20만 원만 합쳐도 90만 원이다. 또 집에서는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해서 매달 10만 원씩 하는 독서실까지 끊어 주니 고3 딸에게만 딱 100만 원이 들어간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3 아들과 중1 딸을 월 30만 원씩 하는 종합학원에 보내고 나면 생활비조차 빠듯하다. 남편이 집에 가져오는 월수입은 350만 원 정도지만, 생활비에 마이너스 대출 빚 갚고 부모님 생활비, 주택 대출 이자까지 내고 나면 더 숨통이 조여진다. 그런데도 박씨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3 아들에게 영어 과외를 못 시켜 줘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한다. 최근 박씨는 대형 마트의 캐셔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서울 대치동 D증권사에 다니는 김준호 과장(43ㆍ가명): 김 과장은 요즘 점심시간만 되면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직원들이 식사하자는 것도 마다하고 그가 달려가는 곳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 부동산중개소다. 매일 시세를 따져 보고 제일 작은 평수가 얼마인지 알아보지만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주택보다 훨씬 비싸지만, 이달 말에는 꼭 대치동으로 이사 오리라 다짐한다.

그는 지금 소위 말하는 ‘대전동 아빠(자식 교육을 위해 서울 대치동에 전세를 사는 아빠)’를 계획하고 있다. 같은 회사 지점장 아들이 대치동 중학교에서 과학고로 입학하는 것을 보고 김 과장은 마음을 굳혔다. 무조건 대치동 입성이다. 다른 과장들과 지점장이 추천해 준 좋은 학원과 공부방 이름을 적은 리스트를 휴대전화 메모함에 저장했다. 부동산중개소에서 점심시간을 모두 보낸 김 과장은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먹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에게 대치동 입성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학력 중시 풍조 속에 나날이 늘어나는 에듀푸어 세대: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얼핏 보면 시조처럼 보이는 이 단어들이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흔히 말하는 SKY 대학부터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학들의 앞 글자를 따 ‘서열’을 매긴 것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치른 사람들은 결코 웃을 수 없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중시 풍조’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를 앞둔 자녀들의 부모는 자식을 조금이라도 서열 ‘높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에듀푸어가 되기를 자청한다. 에듀푸어란 자신의 수입에 비해 과다한 비용을 교육비로 지출해 경제적 곤란을 겪더라도, 자녀만은 조금 더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학원에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에듀푸어’ 가정이 82만 가구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며 계속 증가 추세라 한다. 에듀푸어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중시 풍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입사 원서를 받을 때 대학 서열대로 등급을 매기고,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부터 물어보는 사회적 관습 등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학력 중시 풍조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되지 않으면 ‘에듀푸어’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부모들은 좋은 학벌이 자녀들의 미래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서열이 높은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 교육비를 투자한다.

공교육 혁신과 사회적 인식 전환이 급선무: 에듀푸어가 양산되는 또 다른 이유는 취약한 공교육 시스템에 있다. 사회적으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사교육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는 얘기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공교육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혁신 학교 등 공교육의 새로운 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사교육에 대한 막강한 의존도에서 쉽사리 탈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가하는 에듀푸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취직할 때 어느 출신 대학인지부터 점검하는 자기소개서보다는, 그 회사에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블라인드 채용 제도(면접관에게 지원자의 학력을 공개하지 않는 것)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

고졸 취업 늘리고 공교육 질을 높이는 시스템 강화: 고졸 채용을 늘려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 풍토를 완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 등 고졸 취업자가 바로 일자리를 얻어 취직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확보해 주면, 대학 진학으로만 몰리는 병리 현상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필요한 것은 취약해진 공교육의 내실화를 꾀하는 것이다. 주요 교과목의 수업 수준을 높이면 사교육 의존도를 지금보다 많이 완화시킬 수 있다.

국어ㆍ영어ㆍ수학 등 사교육 수요가 높은 과목들에는 실력 있는 전문 교사들을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방과 후 수업에 사교육계에서 일명 ‘스타 강사’로 불리는 전문 강사들을 초빙해 사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도 수업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력이 요구되는 영어의 경우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 한국어와 영어를 잘 구사하는 교포 1.5세 등을 보조 교사로 활용한다면, 사교육 부럽지 않은 공교육 수준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졸업장과 맞바꾼 학자금 대출 : 캠퍼스푸어

서울 소재 K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아란 씨(22ㆍ가명): 아란 씨는 다음 학기 등록금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지금도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350만 원의 등록금을 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처지도 못 된다. 휴학을 하든지, 정부 학자금 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거기다 아란 씨는 이미 1학년을 다니는 동안 학자금으로 약 1,300만 원을 빌려 썼다. 이제 겨우 대학 2학년으로 혼자 살고 있는데, 자기 이름 아래 큰 빚이 쌓여 가는 현실이 무섭고 두렵다. ‘언젠가 갚을 수는 있는 걸까?’ 불안하기만 하다.

1년 전 전남 C대학 졸업, 아직도 구직 중인 이한진 씨(26ㆍ가명): 최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한진 씨는 학자금 대출에 기대어 학교를 다녔다. 매월 원리금 상환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급해져 아무 데라도 취업하고 싶어진다. 한편으로 빚을 빨리 청산하고 제대로 살려면 연봉이 높은 대기업에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매일 도서관에서 자소서(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인적성 시험을 준비하는 한진 씨는 자신의 이런 불안한 마음 상태의 원인이 4년 내내 빌려 쓴 4000만 원 상당의 학자금 대출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제게 지금 남은 건 대학 졸업장과 맞바꾼 대출금밖에 없습니다. 빚이라도 없으면 이렇게까지 취업 준비가 불안하고 힘들진 않을 거예요. 이자 상환 때문에 아르바이트라도 하려 들면 주변에서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정규직으로 빨리 취업하는 게 백배 낫다’고 핀잔을 줘요. 그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취업 준비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적 상황에 빠져 있다. 우울증이 생겨 잠도 잘 오지 않고 집에 들어가 가족들을 마주하고 싶지도 않다.

학자금 대출 갚느라 졸업 후 더 가난해지는 빈곤층: ‘캠퍼스푸어’는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충당하는 학생들로, 졸업을 해도 취직이 되지 않아 빚만 남게 되고, 그나마 취직해도 대출금을 갚고 나면 쓸 돈이 없어 빈곤해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는 IMF의 여파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계에서 자란 학생들이 많았다. 때문에 자녀들의 대학 교육비가 준비되지 않은 가정이 대부분이었다. 이럴 경우 학생은 온실 속의 주입식 입시 교육만 받다가 아무런 독립적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채 스무 살이 되어 사회에 내던져진다. 스무 살이 된 학생들은 성인이라는 미명 아래 뭔가 제 손으로 자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기엔 등록금의 문턱이 너무 높기만 하다. 대학 입학 때 인생 처음으로 대출을 받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학비 마련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갚지 못해 법적 조치를 당하는 인원과 금액이 늘어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못 갚아 법적 조치를 당한 인원은 2011년 1012명에서 2012년 1807명으로 늘어났다. 2011년 68억 9200만 원에서 2012년 110억 8200만 원으로 액수도 늘어났다. 지난 2009년에 비해서는 3배가량 늘어난 액수다. 저축 은행이나 대부업 대출 잔액까지 합하면 잠재적인 ‘캠퍼스푸어’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이자 완화, 등록금 인하 조치 등 법제화 필요: 학자금 대출의 가장 큰 문제는 금리다. 학자금 대출 사업은 2009년 2학기부터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산하 한국장학재단에서 주관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금리는 당초 5.8%에서 기준 금리 인하를 반영해 3.9%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장학재단 출범 이전 주택금융공사에서 시행한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은 2005년부터 2009년 1학기까지 시행됐는데, 이는 최저 6.58%에서 최고 7.8%까지 적용됐고 한 번 적용된 금리는 최장 20년 동안 변동이 없다는 폐단이 있다. 이때 4년간 대출된 금액은 7조 7727억 원이다. 한국장학재단의 금리는 조금 떨어졌지만 시중 은행 금리가 2~3%대인 것을 감안하면, 학자금 대출의 금리가 낮다고 할 수 없다.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모두 3개월 이하 연체 시 연 15%, 3개월 이상 연체 시 연 17%의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20%에 육박하는 금리는 ‘공공기관’이 책정한 금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점점 빚만 늘어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국회에서 등록금 인상 억제 방안의 입법화를 추진해야 한다. 물가 인상률 이상으로 등록금을 과다 인상하는 대학의 경우 그 사유를 교육부 등에 제출하고 심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교육 예산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사립대학의 합리적 예산 편성을 유도하기 위하여, 일정 규모 이상으로 예산을 뻥튀기 혹은 축소 편성하는 대학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이월ㆍ적립금도 등록금으로는 축적하지 못하도록 하고, 아울러 일정 비율 이상으로는 축적할 수 없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부실 경영을 하는 대학에 대해 워크아웃을 실시해야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2장 우리는 왜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가 - 에듀푸어 82만 가구, 305만 명 시대



엄마들의 치맛바람, 상상 초월 교육비

부모들은 왜 사교육에 목매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240여 개의 국가 중에서 사교육이 가장 극심하고 이로 인해 고통 또한 가장 심한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대한민국이 1등일 것이다. 공교육보다 오히려 사교육을 더 중시하는 의식을 갖고 있는 나라도 우리나라밖에 없다. 국민들의 의식 속에 이렇게 공교육 학교에 다니듯이 사교육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교육 참여율이 10% 정도를 밑돌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자녀를 낳고 키우는 20~30대 부모들은 이미 자신이 자라면서 사교육의 수혜를 어느 정도 받고 자란 세대인데다, 1990년대 IMF 이후 직장을 얻은 세대로, 자신들이 직장을 얻게 된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 상황을 겪다 보니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이 더욱 강화된 것이라 본다. 지금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대부분 고학력을 소지하고 있지만, 자라나는 과정에서 경제적, 심리적 여유를 갖지 못한 세대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전인적 관점을 제대로 갖지 못한 불행한 세대라 할 수 있다.

너무 이른 사교육의 영향은?: 이들 세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가 모든 것을 해 주었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도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로 영유아 시기에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상 활동인 놀이나 신체 활동, 책 읽어 주기와 같은 것조차도 사교육에 의존한다. 더 전문적으로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이와 어떻게 놀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를 몰라서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영유아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부모와의 정서적 교감과 유대감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만을 해 주려 한다. 더 전문적이고 더 세련되고 더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고가의 교육비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자녀에게 가장 나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뇌 발달의 원리를 상식 수준에서 조금만 이해한다면, 무리하게 앞서서 교육시키는 것이 인지 발달에 있어 얼마나 무모한지를 알 수가 있다.

사람의 뇌는 생명 유지의 뇌, 감정과 본능을 관장하는 뇌, 이성 및 학습을 관장하는 뇌로 구성돼 있는데 이 세 영역은 순차적으로 발달하게 되어 있다. 즉 3~6세에는 감정과 본능의 뇌가 발달하는 시기로, 이때에 충분한 감정과 정서의 발달을 경험하지 못하면 고차원적 사고를 하는 뇌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너무 조기에 인지 발달 학습을 시키거나 언어 발달을 관장하는 뇌가 발달하기도 전에 외국어 학습을 시키면 뇌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결국 유능하고 경쟁력 있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부모의 욕심이 오히려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이 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인생은 장기 레이스와 같은 것이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자녀는 수십 년을 더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 60억 인구가 있지만, 사람마다 유전 형질이 모두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마저 다르기 때문에, 결국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인생에는 성공도 있지만 실패와 좌절의 경험을 더 많이 하면서 사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끝까지 책임질 수도 없고, 매 순간 따라다니며 챙겨 줄 수도 없는 현실이라면, 자녀 스스로 예측할 수도 없는 모든 상황에서 기쁨은 기쁨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대응하고 대처하는 힘을 키워 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힘은 어디서 키워지는 것일까? 사람에게는 저마다 살아갈 수 있는 자생력이 내재돼 있다. 나무가 자라는 원리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온실 속에서 사람의 손에 의지해 키워진 화초는 온실 바깥으로 나온 순간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죽고 만다. 그러나 우리네 인생은 온실이 아니다. 햇빛과 비바람, 기온차가 심한 광야에서 사는 것과 같다. 그러니 수많은 외부의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튼실한 뿌리를 내리려면, 온실 속 화초처럼 모든 것을 부모의 핸들링으로 자라나게 해서는 안 된다. 뼈가 단단해지기도 전에 아이에게 일어나 걸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아이가 자력으로 일어서려 할 때 손을 잡아 도움을 주는 조력자 정도의 역할만 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은 발달의 속도도 모두 다르고, 관심사와 재능도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아이가 공부에서 1등을 할 수도 없고 운동선수로 성공할 수도 없는데, 우리 부모들은 자녀의 특성을 고려하기보다 바깥세상에서 잘나가는 대상들과 비교해 아이들을 막다른 곳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 자녀들이 사회에 나가 제 몫을 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최종 목표라고 한다면, 그들이 가진 잠재된 특성, 관심, 능력들을 잘 살피고 올바른 방향으로 손을 잡아 이끌어 주는 것이 부모의 올바른 역할이자 자녀가 잘되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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