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거대한 재균형
마이클 페티스 지음 | 에코리브르
세계 경제의 거대한 재균형
마이클 페티스 지음
에코리브르 / 2013년 10월 / 344쪽 / 17,000원
무역 불균형과 세계 금융 위기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적 위기는 지난 10~20년 사이에 나타난 무역 및 자본 이동의 심각한 불균형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불행하게도 국제수지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이 위기에 관한 논의는 대부분 혼란스러운 분석에 머물고 있다.
2007~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위기(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급증에서 비롯된 금융 위기)는 대체로 걷잡을 수 없는 부동산 경기 붐과 과소비가 그 원인이다. 이 두 가지 모두 과잉 자본과 저금리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그런데 금융 및 경제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볼 때, 지난 몇 해 동안 벌어진 일로 전 세계가 심각한 불균형 문제에 부딪혀 큰 조정을 겪고 있는 현상은 전례가 아주 없던 것도 아니고 전혀 예기치 못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글로벌 위기는 주로 세계 무역과 자본의 불균형에서 빚어진 금융 위기로서 교과서에 나오는 설명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특히 유럽 대륙의 정책 결정자와 서구의 비전문 언론 매체는 이번 위기를 금융 서비스 산업의 체계적인 규제 완화나 파생 상품의 허용 또는 남용에서 초래된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지만 이번 위기를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의 어떤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역사상 여러 차례의 금융 위기에 관한 자세한 기록(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후 33년에 있었던 로마의 부동산 위기)을 찾을 수 있고, 이것들은 2007년의 위기와 비교하면 대부분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화폐(통화) 충격은 금광의 발견부터 금융 혁신이나 자본의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해 불안정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서 발생하는 위기의 원인에 대해, 수많은 비(非)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는 말할 것도 없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지지했던 고전적 견해에 따르면, 통화 불안정을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요 국가들의 경제에서 나타나는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다.
저소비
이런 견해에 따르면, 수입 불평등과 부의 집중화가 심화될 경우 가계 소비자들은 해당 경제 체제가 생산해내는 모든 것을 수용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중 하나는 과잉 저축(여기서 저축은 단순히 생산 총량과 소비 총량의 차이를 말한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나고, 소비의 감퇴가 생산 설비 확충을 위한 투자를 약화시켜 남아도는 저축이 점점 투기성 투자로 변질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생산과 소비의 이러한 불균형을 개별 국가 안에서 발생하고 해소되는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한 나라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면 다른 나라의 무역 계정에도 다른 측면의 불균형을 강요할 수 있다. 오늘날 경제학자들이 한결같이 저평가해 마지않는 영국의 존 홉슨과 미국의 찰스 아서 코넌트 같은 19세기 말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한 바 있다. 홉슨과 코넌트는 선도적인 자본주의 경제가 국내외 저축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 수단으로 과잉 저축을 수출하고, 외국에서의 수요를 키우기 위해 제국주의 정책을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수많은 경제사가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현대 자본주의도 어쩌면 같은 원리로 작동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와 관련해 1900년 찰스 아서 코넌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여러 해 동안 선진 문명국가의 부지런한 국민들은 누구나 저축을 통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사업의 가치나 그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만한 경륜이 없어 끔찍한 계산 착오를 하고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지만, 그 어떤 손실도 보지 않고 기업으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본의 충분한 공급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자본이 남아돌았다. 저축의 이점에 대한 관념이 몇십 년 사이에 바뀌었다. 저축은 합리적인 자본의 새로운 수요를 뛰어넘어 누적되었고, 따라서 거대 산업 국가들의 경제적 미래에 오히려 위협이 되었다.’
코넌트는 나아가 상품 소비율이 점점 줄어듦에 따라 ― 부유층의 소득 점유율은 점점 커지지만 이들의 부에 비례해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 국내 저축은 국내 투자가 국내 소비에 부응해 국내의 생산 능력과 하부 구조를 확장하는 것과 같은 “정당한” 투자 수요를 채우고도 남는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과잉 저축 자체가 국내 소비를 축소시킴으로써 국내 생산 설비 확장의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자 주요 산업 국가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고, 자국의 과잉 저축을 해외로 내보내 국내 생산의 수요를 해외에서 끌어들였다.
지난 20년 동안 나타난 이런 저축 수출의 필요성은 무역과 자본 이동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는데, 이는 19세기 말의 수십 년과 20세기 초의 수십 년 동안 나타났던 현상이다. 그렇지만 코넌트가 살던 시대에는 가장 산업화한 나라들이 과잉 저축의 근원이었던 반면, 오늘날에는 과잉 저축을 수출하는 큰손이 독일과 일본 같은 부국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무역 불균형에 대한 서로 다른 설명
이러한 주장은 ‘저소비 중심’의 논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만이 무역 불균형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이론은 결코 아니다. 무역 불균형에 관해서는 적어도 다른 두 개의 이론이 더 있다. 무역 불균형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많이 거론하는 것이 ‘중상주의’ 이론이다. 흔히 중상주의 국가는 거의 예외 없이 수입에 대한 제약과 수출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의 정책을 시행한다. 수입보다 수출을 늘려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중상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정책을 추구하면 흘러 들어오는 자산을 축적해 여러 가지 목적에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여러 가지 목적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분명치는 않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쟁 수행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중상주의를 합리화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였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국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고를 늘리거나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는 게 보통이다. 중앙은행에 쌓인 재화는 군사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라기보다 통화의 안정을 유지하고, 대외 채무에 대한 지불 능력을 확보하고, 더 중요하게는 금융 문제가 발생할 때 수입 상품의 지속적 획득을 보장하기 위해 주로 쓰인다.
여러 해 동안 중국ㆍ일본ㆍ한국ㆍ독일 같은 나라들은 중상주의를 추구한다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사실 그러한 비난은 이런 나라들이 무엇을,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매우 유동적인 개발도상국은 분명 어느 정도의 외환 보유고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이것도 완전한 설명은 될 수 없다. 외환 보유고가 쌓이면 국내의 통화 정책이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부유한 나라가 왜 중상주의 정책을 추구하는지, 또는 중국 같은 가난한 나라가 왜 적정 수준이 훨씬 넘는 외환 보유고를 축적하려고 애쓰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둘 중 어떤 경우에도 중상주의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무역에 대한 개입을 옹호하는 세 번째 이론으로 ‘유치산업(한 나라의 산업 중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금융 면에서 곤란한 점이 있어 발달하지 못한 산업을 가리킴)’을 내세우는 논증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이론을 가장 활발하게 내세운 사람 ― 아마도 이 용어를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 은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1791년 12월 《미 의회에 제출한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에서 해밀턴은 일부 특정 산업을 신속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미국을 위한 최선의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 이유로는 이러한 산업에서 발생하는 파급 효과(물론 해밀턴은 이런 단어를 쓰지 않았다)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밀턴이 보기에 문제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산업계가 생산성과 조직 면에서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외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한 앞으로 여러 해 동안 미국의 제조업이 그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유럽의 수준을 따라잡을 시간을 확보하려면 미국 사업가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유럽의 수준을 따라잡은 후 관세를 폐지하자는 것이었다.
지금도 유치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무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옹호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또한 오늘날의 불균형을 제대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 최대 무역 흑자를 누리는 세 나라 가운데, 독일과 일본의 경우는 기술이 낙후해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기 어렵고, 마지막 한 나라인 중국은 치열한 국내 경쟁 자체를 억제하고 있어 설령 보호 장벽을 치더라도 그 안에서 기술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 무역이 기술 혁신을 통해 급속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는 길이 있다
거대한 무역 불균형을 초래한 정책 및 제도의 틀을 제대로 바로잡기 전에는 정말로 위기를 넘겼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수많은 위기의 해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적ㆍ경제적 논의를 살펴보면, 특히 무역과 자본의 이동을 지배하는 국제수지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결과 무엇을 해야 하고, 장래에 비슷한 위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혼란에 빠질 뿐 아니라 초점까지 놓치게 된다.
이 책에서 새롭게 시도하고자 하는 것은 개방형 경제에 대한 우리의 기본 지식을 하나의 폐쇄적인 단일 체제로서 세계 경제에 적용하고, 이를 통해 정책과 상황이 서로 연관되는 다양하면서도 놀라운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의 금리, 에스파냐의 부동산 거품, 미국의 모기지 파생 상품, 칠레의 구리 광산 같은 것들이 단일 경제 체제 안에 공존하는 가운데, 어느 한 부분에서 왜곡이 일어나면 다른 모든 부분에 자동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상파울루의 금융업자들이 런던의 동업자들보다 더 많은 이득을 챙기는 것은 중국 가정의 저축 이자가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블린 변두리에 빈집이 많은 것도 독일 통일 후 동독의 화폐 가치를 과대평가한 데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세계 체제는 자본 및 경상 계정을 통해 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른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는 체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 주변국이 경상 계정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독일이나 중국이 추구하는 정책과 별 상관이 없으며, 다만 적자에 허덕이는 그 나라들의 저축률이 매우 낮은 데서 비롯된 결과라는 얘기를 우리는 흔히 듣는다. 많은 사람을 사로잡는 이러한 생각은 전통적인 도덕률처럼 들리는 매력을 풍기긴 하지만 사실상 별다른 의미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나라의 저축률과 저축 수준은 대체로 그 나라 국민이 얼마나 근검한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내 정책과 무역 상대에 대한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 예로 에스파냐의 위기가 에스파냐 국민이 근검하고 부지런한 독일 국민에 비해 소비적인 습성을 갖고 있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유럽이 겪고 있는 위기의 근원을 아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식의 별다른 의미조차 없는 주장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부유한 금융가들이 그런 것 같다. 만일 우리가 글로벌 위기를 부른 세계적 불균형의 근본 원인을 잘못 이해한다면, 가장 적절한 정책을 채택해 힘들이지 않고 불균형에서 빠져나오기가 한층 어려울 것이다.
혼란은 왜 일어날까
무역과 세계적 불균형에 관해 논의할 때 사고의 혼란을 일으키는 세 가지 큰 영역이 있다. 첫 번째 영역은 심각한 무역 불균형이 일어나는 원인과 관련이 있다. 두 번째 영역은 무역, 저축률, 국제 자본의 흐름 사이에 형성되는 상호 관련성의 문제다. 세 번째 영역은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역할과 관련이 있다.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미 중앙은행이 비축하고 있는 지불준비금의 역할과 관련이 있다. 이 책은 세 영역을 나누어 설명한다.
무역 개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국가가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의 통화를 평가 절하함으로써 무역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러한 조치가 그 나라의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관세와 환율에 대한 개입은 일단의 경제 행위자에게서 또 다른 경제 행위자에게로 자원을 옮겨놓는 것인데, 자원의 이러한 이전은 주로 그 나라의 저축률과 투자율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무역수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무역 개입의 한 가지 중요한 형태는 수입 관세다. 어떤 나라가 외국에서 들여오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관세 부과 조치를 취하면, 외국에서의 수입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며 그로 인해 그 나라의 무역 적자를 줄이거나 무역 흑자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관세는 외국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떨어뜨린다. 특히 다른 물건이 더 저렴한 경우 으레 더 비싼 것을 덜 구입하게 되므로,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줄이고 국내 생산자들이 만들어낸 것을 더 구입하게 된다. 따라서 수입 총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관세가 이런 식으로 그 나라의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역 흑자에 대한 관세의 영향이 실제로 이와 같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이제부터 무역 적자에 허덕이는 프레도니아라는 한 나라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나라는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지만 어쨌든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어떤 상품 ― 가령 어떤 부품 ― 을 수입해야 한다. 더욱이 프레도니아의 가정과 기업은 그 외국산 부품의 가격이 얼마든 간에 일정량을 소비해야 한다. 이 경우 관세를 부과하면 그 관세가 프레도니아의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칠까? 얼핏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 않다. 만일 프레도니아의 소비자와 기업이 그 부품의 수입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일정량을 구매해야 한다면, 그리고 국내에서 그 부품을 생산할 수 없다면, 수입량은 줄지 않을 것이고 무역수지도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잖은가?
그런데 이와 같은 경우가 전혀 없거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예컨대 우리는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업계의 로비스트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즉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그 어떤 상품도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위안화를 강제 절상하더라도 미국의 무역수지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로비스트들은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들을 미국 내에서 만들어낼 수 없는 한, 중국 제품의 수입에 대해 무역 개입을 하더라도 미국의 총생산이나 무역수지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미국의 가계 소비 비용만 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대부분의 상품을 미국에서 이미 생산하고 있고, 또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제쳐놓더라도,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다. 왜냐하면 관세가 대부분 또는 전적으로 미국의 국내 생산품보다 수입품의 매력을 더 떨어뜨려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는 이런 식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프레도니아의 경우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레도니아가 수입하는 부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설령 해외에서 수입하는 그 부품의 총량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 그 관세는 틀림없이 프레도니아의 무역수지에 변화를 가져온다. 달리 말해 수입하는 부품의 수량이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프레도니아에서 만들어낼 수 없는 그 부품의 수요는 비탄력적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프레도니아의 무역 적자는 감소할 것이다. 여기서 관세는 실제로 가계 수입과 국내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때문에 국내외 총저축과 총투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