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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재벌님

박상인 지음 | 창해
벌거벗은 재벌님

박상인 지음

창해 / 2012년 12월 / 256쪽 / 14,000원





1. 재벌 문제와 ‘신하’들의 요설



경제민주화와 재벌 문제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 재벌 중심의 경제개발 전략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상태에서 탈출해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재벌 위주 경제 성장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문제를 낳았으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과 1987년 헌법 개정 때 경제민주화 조항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2012년 현재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여전히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심화되고, 재벌에 대한 규제는 더욱 완화되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권 세습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재벌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경제적 지위의 계급화가 초래되고 있다. 법조계, 정치계, 관계, 언론계, 학계의 유력 인사들은 재벌과 검은 거래를 할 유혹에 빠지기 쉽다. 취업도 알선받고, 사외이사도 하며, 연구비 지원도 받는 등 많은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과 사회 지도층의 거래는 우리 사회의 이익보다 재벌 총수 일가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실현되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벌의 지배권 세습과 경제력 집중 심화는 재벌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이비’시장경제를 낳고, 사회경제적 지위의 계급화를 동반한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정치민주주의의 형해화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정치민주주의 기반의 공고화를 위해 필요하다.

재벌개혁은 시장경제체제 정립의 선결 요건이자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경제민주화 요건을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다. 재벌개혁은 또한 공정한 경쟁과 기회를 보장하고 기득권자의 진입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을 위한 기본적인 산업 및 사회 구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기업 집단 해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재벌개혁은 총수 일가의 역할이 건전한 주식회사제도에서의 대주주의 역할로 전환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재벌 총수의 황제경영과 세습이 불가능하도록 법과 제도가 구비된 경우에는, 기업이 가장 능력 있는 경영자에 의해 운영되어 가장 많은 이윤을 내는 것이 대주주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누가 경영자가 되는가라는 결정의 결과는 사회적으로 수긍될 수 있을 것이다.

재벌 문제를 ‘재벌 문제가 아닌 것’으로 만드는 요설들

재벌 문제의 핵심을 흐리는 첫째 요설이 바로 재벌 문제를 대기업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재벌 문제는 대기업 문제로 둔갑되었다. 예를 들어 재벌의 순기능으로 규모의 경제, 국제 경쟁력, 국위 선양, 중장기적 경영 전략 등을 들면서 그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재벌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 기여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재벌의 순기능이라는 예시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대기업의 장점에 관한 것이지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같은 대규모 기업 집단에 관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재벌개혁이 대기업의 장점을 없애는 역기능을 할 것인가? 재벌개혁의 핵심은 계열사 간의 거래나 총수 일가 간의 거래에 대한 규제와 계열사 간 출자구조 개선에 있는 것이지, 개별 대기업의 규모나 사업을 제한하거나 하나의 대기업을 중소기업으로 분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재벌개혁은 오히려 개별 대기업에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재벌 총수의 범법 행위를 막고 건전한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개별 기업의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되고, 공정한 경쟁환경에서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중장기 경영전략을 고민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요설은 재벌 문제를 가족 기업 문제로 단순화시키려는 주장에서 발견된다. 총수 일가에 의한 재벌 경영이 더 좋은 성과를 낳을 수 있으며 따라서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단일 기업에서 가족 경영의 효율성 여부에 대한 연구를 재벌 평가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재벌 문제와 재벌개혁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재벌 문제의 핵심은 재벌 총수 일가의 불법, 편법적 경영권 승계 및 강화와 이를 사회적으로 용인되도록 만드는 경제력 집중,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경제체제의 근간 붕괴 문제이기 때문이다.

셋째 요설은 재벌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집단의 존재는 보편적이므로 한국의 고유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재벌은 대규모 기업집단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즉 총수 일가의 존재 여부가 재벌 문제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총수 일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배권의 불법·편법적 승계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밖에도 재벌개혁 주장은 반기업 정서를 유발하여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를 조장하는 요설도 있고, 재벌개혁이 사유재산권을 부정하고 시장경제체제에 반하는 좌파적 아이디어라는 요설도 있다.



2. 벌거벗은 재벌님



삼성식 상식, 삼성그룹의 3세 승계 사례

삼성그룹의 3세 승계는 1994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사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으로의 지분 승계와 종자기업인 삼성에버랜드 중심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으로 구성된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4개 사업 부문에 걸친 70개의 계열사를 1% 미만의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다. 적은 지분으로 거대한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총수 일가가 약 46%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덕분이다.

삼성그룹 3세로의 지배권 승계 과정에서, 이재용은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여 상장 후 시세 차익으로 종잣돈을 마련하였으며, 이 종잣돈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마련하였다. 1994~1996년 이재용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1.4억 원을 증여받았다. 일반 국민에게는 아주 큰 돈이나, 자산 총액 192.8조 원인 삼성그룹 규모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이재용은 이 돈을 이용하여 비상장회사였던 에스원·삼성엔지니어링·제일기획의 주식, 신주인수권, 전환사채 등을 인수하고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그리고 이들 계열사가 상장한 후에는 주식을 매각하여 종잣돈을 늘리게 되는데, 3개 회사 주식 매각 차액으로 약 800억 원을 확보하였다.

이렇게 종잣돈을 키운 이재용은 이 돈으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하게 된다. 1996년 10월 삼성에버랜드 이사회는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하였으나, 당시 삼성에버랜드 법인 주주들은 실권하였다. 이후 이사회는 실권된 전환사채를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3세들에게 배정하였고, 이들은 전환권을 행사하여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은 전환가격과 이사회 결의에 하자가 있는 행위였으나, 법원이 불법적 행위를 용인하게 만든 삼성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이재용 등 3세에 의한 지배가 확정된 이후인 1998년부터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의 출자구조 재편이 이루어진다. 총수인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삼성전자의 최대주주)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이 아닌, 삼성에버랜드라는 종자기업을 이용해 삼성생명을 간접 증여하는 것이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내용이다. 이를 통해 이재용 등 3세들은 2조 823억 원의 이득을 챙김과 동시에 삼성그룹 계열사 전체의 경영권을 장악할 기반을 마련하였다.

2000년 6월 법학 교수 43명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재용에게 발행한 것은 편법증여라며, 이건희 회장 등 삼성에버랜드 주주 및 주주계열사 임원들을 고발하였다. 이후 삼성 특검은 이건희 회장 등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등 혐의로 고소하였다. 1심 법원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에 대해 무죄를 선언하였으며, 2009년 대법원은 전환사채 발행이 주주배정 방식이었으므로, 이재용 등이 취한 부당 이득은 ‘합리적 주주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판단을 내려 전환사채 발행이 적법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주주 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저가에 배정받고 이를 실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증여세를 회피하여 재산을 물려줄 수 있도록 허용한 판례라는 점에서, 사법부가 재벌의 편법적 증여를 인정하는 꼴이 된 것이다.

재벌세습의 새로운 모형, SK그룹 총수의 지배권 강화 사례

SK그룹은 자산총액 기준 국내 3위의 기업 집단이다. 최종현 선대 회장이 암으로 갑자기 사망하여 충분히 그룹 승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태원 회장이 승계 받았다는 점에서 최태원 회장으로의 지배권 승계는 삼성그룹의 3세 승계 과정과 대비된다. 그러나 SK그룹의 지배권 승계 과정도 최 회장이 SK C&C라는 종자기업을 지배하고, 이 종자기업의 덩치를 키우면서 종자기업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도록 출자구조를 변경하였다는 면에서, ‘종자기업 만들기와 종자기업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이라는 재벌 총수 일가의 전형적인 불법·편법적 지배권 승계 과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SK C&C라는 종자기업 중심의 지배권 유지를 위해 배임과 같은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점도 공통된 것이다. 종자기업을 키우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라는 부당내부거래가 사용되었다는 점과 취약했던 SK C&C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지배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지주회사 제도로의 전환을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종자기업 만들기와 종자기업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 모형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991년 설립된 SK C&C는 (주)SK와 SK건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최태원 회장은 1994년 (주)SK로부터 SK C&C 지분 70%를 주당 400원에 매입하였다. 이후 최 회장은 1994년~2010년 SK C&C 주식투자로 연평균 약 221%의 수익률을 올렸으며 2010년 말 보유한 SK C&C 주식 평가액은 1.9조 원에 이른다. 이런 경이로운 수익률은 SK계열사들로부터 SK C&C에 대한 부당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SK C&C는 1994년 최 회장의 지분 매입 직전까지는 매출액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나, 1994년 이후 매출액과 당기 순이익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동사가 1996년 SK그룹 전산실을 흡수하고, SK그룹 12개 계열사의 IT 자산을 인수하여 계열사들에게 전산 용역을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기존 (주)SK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SK그룹의 지배구조는 SK C&C를 중심으로 하는 순환출자구조로 새롭게 재편되었다.

2007년 SK그룹은 (주)SK를 존속회사인 (주)SK와 신설회사인 SK에너지로 인적분할을 하였다. 통상 인적분할을 완료한 기업들은 2년 내에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구비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통한 유상증자를 시도한다. SK그룹은 2007년 8월 SK에너지 주식 15.3%에 대한 공개매수 추진을 발표했다. 그리고 각종 호재를 터뜨리면서 주가 상승을 유도하였다. 그 결과 주가가 공개매수 기준가를 훨씬 초과하게 되어 공개매수에 응할 일반 투자자는 없어져 버렸고 대주주만이 공개매수에 응하였다. 문제는 지주회사인 (주)SK 주식이 추가 발행됨으로써 기존의 (주)SK 일반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반 주주의 지분율 희석을 통해 재벌 총수는 지주회사 전환에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늘리고, 이로써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SK그룹은 지주회사 제도 전환을 이용해,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통해 지주회사인 (주)SK를 지배하고, (주)SK를 통해 그룹 전체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배구조의 재편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3. 재벌개혁 왜 필요한가?



재벌개혁은 시장경제체제 정립을 위해 필요하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사유재산권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권 승계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더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으로부터 그보다 더 열등한 지위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받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우리나라 재벌 총수 일가는 지배권 승계와 강화 과정에서 소액 주주에게 귀속되어야 할 소득을 배임, 횡령 등으로 빼돌린 범죄 행위를 자행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부당내부거래에 의한 소액주주의 재산권 침해는 아직 관심도 못 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사유재산권이 실질적으로 잘 보장되지 않는 이유는 단지 재벌에게 경제력이 집중된 폐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 제도와 절차법의 미비함도 주요 요인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가 좋은 예이다. 현재와 같은 손해배상 제도 아래서는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이른바 잘나가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소기업은 소송 제기를 포기할 개연성이 높고, 이를 예상한 대기업은 기술을 탈취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으려면 경제주체들 간에 분쟁에서 경제적 약자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가 준수되고, 또한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제삼자들이 분쟁을 해결하도록 인적자본, 법률, 제도 등도 함께 구비되어야 한다.

사유재산권 제도와 함께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법 제도는 주식회사 제도이다. 이러한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동이 경영자나 최대 주주의 분식 회계, 횡령, 배임 등의 범죄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업 도산 사례였던 엔론 사건에서 분식회계에 책임이 있었던 엔론의 경영진은 모두 실형에 처해졌다. 사장인 스킬링은 24년 4개월의 감옥형을 선고받았고, 회장 레이는 최대 45년 감옥 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으나, 선고 전에 사망하였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범죄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재벌의 분식 회계, 횡령, 배임 등은 일상이 된 듯하고, 처벌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반시장적 범죄 행위에 둔감한 사회에서는 시장경제체제가 사이비경제체제로 전락되기 마련이다.

최근 법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51억 원을 선고했다. 재벌의 경제 범죄를 엄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 판결이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범죄를 엄벌하자는 것은 단지 범죄 응징의 의미만이 아니라 강력한 처벌이 따른다는 인지 자체가 범법 행위를 하지 않도록 유인하는 범죄 억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반시장경제체제적 범죄를 엄격히 처벌하는 미국에서 배임?횡령 및 분식 회계가 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범죄 억제 목적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재벌개혁은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재벌 문제의 핵심은 경제력 집중이다. 경제력 집중을 우려하는 이유는 경제력이 남용됨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 때문이다. 경제력 남용은 거대 기업 집단의 존재가 개별 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을 발생시키거나 거대 기업 집단의 파산이 경제 전반에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경제력 집중 문제가 더 관심을 끄는 이유는 순수하게 경제적 부작용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부작용 때문이다. 특히 재벌 문제라는 맥락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재벌 총수 일가의 불법?편법적 행위를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재벌 또는 재벌 총수 일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의 오남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재벌세습을 사회적으로 용인하게 만든다. 이런 재벌세습은 궁극적으로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재벌세습과 경제력 집중의 악순환은 총수 일가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의 오남용을 통해 건전한 시장경제체제의 실현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를 부정하는 폐해를 낳고,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종양이 되고 있다. 재벌 일가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의 오남용은 법조계, 정치계, 관계, 언론계, 학계에 대한 관리와 영향력 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재벌이 이들 분야들을 관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을 가지고 있고, 또한 재벌을 제외하고는 이런 자원을 충분히 보유한 존재가 없음을 의미한다. 2011년 우리나라 10대 재벌의 매출액은 약 946조 원으로 우리나라 GDP의 76.5%에 해당한다. 10대 재벌의 GDP 대비 자산 총액 비중도 2002년 43%에서 2011년 77.9%로 약 35%p 급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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