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들
하마구치 나오타 지음 | 북스넛
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들
하마구치 나오타 지음
북스넛 / 2012년 11월 / 228쪽 / 11,200원
머니 게임을 멈춰라
'머니 게임money game'이라는 말을 아는가? 머니 게임이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대신, 돈을 굴려 차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머니 게임의 발상지는 미국이다. 나는 미국에서 20년 생활하면서, 머니 게임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예외 없이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아마도 '인과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쉽게 번 돈은 쉽게 흘러 나간다는 인과의 법칙 말이다. 그런데 그때는 돈만 흘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 '신뢰'도 함께 흘러 나간다. 본래 머니 게임은 돈을 우습게 여기는 행위다. 쉽게 들어온 돈은 별로 고맙게 느껴지지 않으므로 우습게 여겨 이내 쉽게 써버리게 된다. 그러니 운 좋게 큰돈을 벌었다면, 운이 쉽게 떠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 돈을 세상을 위해, 남을 위해 쓰는 쪽이 돈과 신뢰를 흘러 나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그러면 좋은 운은 다시 이쪽으로 유턴을 한다. 그러나 그 반대로 행동을 하면 결과는 상상 외로 참담할 수 있다.
일본에도 이에 관한 유명한 사례가 있다. 인터넷 신흥기업인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 전前 사장과 일본 펀드업계에서 '신의 손'으로 불렸던 무라카미펀드의 무라카미 요시아키 전前 대표는 머니 게임에 빠져 일시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지만 결국 부정행위로 체포되었다. 일전에 호리에 다카후미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호언장담한 바가 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인과의 법칙에 따라 그에게 좋지 않은 일이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무라카미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주주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 관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고통스럽게 했다. 때로는 직원들을 희생시켜 돈벌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니 엄청난 반대급부가 따른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인지도 모른다. 결국 내부거래라는 불법행위가 발각되어 그는 업계에서 추방당했다. 호리에 사장도 분식회계를 자행하고, 주주를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을 기만했다. 그 결과 그는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머니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 종국에 불행해지는 것은 돈을 가벼이 여기고 함부로 대하기 때문이다. 돈은 사람과 같아서 소중히 여길수록 가까이 다가온다. 반대로 가벼이 여기고 함부로 대하면 돈은 점점 멀어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돈을 잃게끔 일이 돌아간다. 그러니 돈을 모으고 싶다면 먼저 돈에 경의를 표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다. 돈을 이리저리 굴려 한순간에 큰돈을 얻는 것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뭐든지 쉬우면, 가치를 느끼기 어려운 법이다. 고생하며 돈을 벌면 돈의 고마움이 절절히 와 닿는다. 돈의 가치를 깨닫게 되면 쉽게 돈을 벌더라도 머니 게임 따위에 낭비할 가능성은 훨씬 줄어든다. 돈을 여기는 태도에 모순을 느끼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머니 게임으로 얻은 돈은 결국 머니 게임으로 잃게 된다는 이치를 알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지금도 "돈 벌기가 왜 이리 힘드냐?"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며,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부터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머니 게임 외에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 결국 땀 흘려 일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 가지 일에 철저하게 몰두해야 한다. 사업에 성공하여 대부호가 된 사람들을 떠올려보라.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를 제조하고 판매했다. 스티브 잡스와 마이클 델은 컴퓨터 제조와 판매를 했다. 워렌 버핏은 대기업에 장기 투자를 했다. 그들은 모두 30년 이상 한 우물만 팠다. 초창기부터 초지일관 말이다.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공한 인물을 예로 들면 '나와는 차원이 달라 참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시작은 오늘날의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보잘것없었다. 그 보잘것없는 일에서 그들은 성공을 맛보고 꿈을 키웠다. 그 작은 성공들을 차곡차곡 쌓아 결과적으로 거대한 부를 거머쥐게 된 것이다. 이는 법칙일 뿐 아니라 보편적인 진리다. 당신이 회사 직원이든 투자가든 또는 경영자든, 이 법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처음부터 수완 좋게 한 방을 노리지 말고, 작은 성공을 차곡차곡 쌓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라. 그 작은 성공들이 어쩌면 당신을 다음 세대의 빌 게이츠로 만들지도 모른다.
돈을 낳지 않는 곳에는 돈을 쓰지 마라
경영 컨설턴트라는 직업상 신규 사업이나 여태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상담하는 일이 많다. 그럴 때마다 '이건 아닌데……' 싶은 것이 있다. 아직 수익도 나지 않았는데 회계나 총무, 관리 같은 업무에 고액 연봉자를 고용하는 경우, 또는 조금이라도 이미지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건물을 임대해 사무실을 내고 매달 비싼 월세를 지불하는 경우 등이 그런 예다. 즉 아직 수입도 없는데, 그리고 정말로 수익이 날지 어떨지도 불확실한데 수익이 날 것이라고 상정하고 미리 돈부터 쓰고 보는 것이다. 먼저 돈을 쓰는 거야 그 사람의 자유겠지만, 만일 매출이 나지 않거나 혹은 매출이 나도 수익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셈일까?
나는 마쓰시타전기(파나소닉)를 설립해 부를 쌓고 '경영의 신'으로 불린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말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장사라는 것은 팔려야 장사라고 할 수 있네. 팔리지 않는 동안에는 파는 것 외에 다른 일에는 가능한 한 돈을 쓰면 안 되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장사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도하게 되면 아무래도 형식이나 주위의 시선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위치 좋은 곳에 사무실을 내면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고급 레스토랑에서 접대를 하면 계약이 성사될지도 몰라.'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좋은 방향을 기대한다. 하지만 고객과 거래처는 당신의 사무실이 '으리으리'하다고 해서, 값비싼 접대를 받았다고 해서, 당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지원하지는 않는다. 상품의 질과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또는 성실한 자세로 대응했기에 구매욕을 자극받아 거래를 터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먼저 고객이 상품에 만족하도록 거래를 시작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 밖의 일로는 판단을 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형식과 체면에 돈을 들이는 것은 매출이 발생해서 수익이 난 다음에, 즉 손에 현금을 쥐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미국에는 높은 이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영업 이외의 인력은 거의 고용하지 않고 초라한 사무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업을 하는 사람과 회사가 많다. 그래서 겉모양은 다소 후줄근한 사람과 회사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어마어마한 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은 사업과 거래를 할 때 그 한 건을 성사시키는 데만 집중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모든 건에서 수익을 내게 된다. 만에 하나 일정 기간 노력했는데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주저 없이 방향을 돌려 영업 방식을 바꾸거나, 책임자를 바꾸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데 착수한다. 수익을 내고 싶다면 우선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일에 착수해야 한다. 돈을 들이고서 실패하면 이미 투자한 돈을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이 투자 고수라면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자본수익률)란 용어를 알고 있을 것이다. ROI는 기업의 순이익을 투자액으로 나눈 수치로, 얼마나 돈을 써서 얼마나 돈이 생산되었는지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다. ROI는 돈을 버는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다. 가능한 한 돈을 들이지 않고 큰 이익을 내는 것은 최상이다. 어떤 사업이나 일을 새로 시작할 때 ROI를 염두에 두고 비용 대비 효과와 시간 대비 효과를 높이려면 일단 매출을 올려야 한다. 다시 말해, 팔리지 않으면 경비를 삭감하거나 이익을 증대시키는 노력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니 일단 매출을 올리는 일에 모든 것을 집중하라. 매출 발생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리스트로 작성하고, 그 일들을 단숨에 해치워라. 그래야 일에 가속도가 붙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다.
돈과 애인은 구속하지 마라
돈은, 벌고 또 벌어서 쥐고만 있으려는 사람으로부터 자꾸 달아나려는 속성이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돈은 한곳에서 머물지 않고 천하를 돌고 도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돈이란 세상을 순환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이것이야말로 돈의 변하지 않는 본질이다. 결국 여윳돈이 생기면 그 돈을 세상을 위해, 사람들을 위해 쓰는 쪽이 돈의 본성을 살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돈은 돌고 도는' 존재가 되어 세상에서 순환한다.
이런 돈의 본질을 무시하고 억지로 붙잡아 두려 하면 오히려 돈은 점점 멀어진다. 그러니 당신에게 생긴 돈에 순수한 마음으로 감사하고 그 돈을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 써라. 대표적인 예가 기부다.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 분발하고 있는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돈을 지불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돈이 기뻐하며 다시 당신 곁으로 찾아와 결과적으로 다시 돈을 버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준다. 이것은 연애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다. 상대를 지나치게 좋아한 나머지 그 사람을 항상 당신 눈앞에 두고 감시하고 감독하려 해보라. 애인은 숨이 막혀 당신 곁에서 멀어져 갈 것이다. 그 사람이 정말로 좋다면 자유롭게 놓아주어야 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놓아주면 당신의 넓은 마음에 감사를 느껴 더 좋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한 사람의 인권과 가치관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절대로 자기 생각만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돈은 애인과 똑같다. 돈은 끊임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존재이니 의미도 없이 돈을 움켜쥐고 있지 않아도 된다. 정말로 필요한 때에 돈은 반드시 당신에게 돌아온다. 그 힘을 나는 '돈을 끌어당기는 힘(돈에게 사랑받는 힘)'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말로 하면 '신용'이다. 그래서 '돈을 끌어당기는 힘'이 없는 경영자나 비즈니스맨은 반드시 망한다. 비즈니스는 성장할 때도 있지만 부진할 때도 있다. 잘 안 될 때에, 즉 정말로 돈이 필요할 때에 돈을 끌어당기는 힘이 없으면 돈이 돌지 않아 망하게 된다. 돈은, 그렇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사람이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 살다가 정말로 돈이 필요해졌을 때 찾아오는 신비로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원리에서 볼 때 회사를 설립해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그러한 돈의 생명력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 같으면 자금 부족으로 회사가 무너질 상황에서도 기적적으로 돈을 조달해온다.
실제로 나도 그런 일을 여러 번 경험했다. 미국 경영대학원에 유학하던 시절에는 대학원의 지원을 받았고, 직장을 나와 독립했을 때에는 전 직장에서 자금을 지원받았다. 일본에 진출했을 때는 지인이 원조를 아끼지 않았고, 신규 사업을 일으켰을 때는 통 큰 투자자가 거액을 출자했다. 또 회사가 도산 직전에 처했을 때는 친구가 자금을 빌려주는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했던 나는 안전망이 없는 절벽에 몰리는 상황에 수도 없이 부딪혔다. 그러나 그때마다 절호의 타이밍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 그야말로 '돈은 돌고 도는 것임'을 입증하듯 어디선가 돈이 돌아와 나를 구하고, 내가 곤경에서 탈출하면 마치 "곤란할 때에 또 올게!"라고 말하듯 어딘가로 돌아갔다.
깊고 간절하게 원하라
스스로 돈 버는 데 재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돈을 벌 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나는 30여 명의 대부호를 비롯한 기업가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 몇 명은 사적으로 깊은 친분을 갖기도 했다. 그때 나는 드문 기회다 싶어 그들이 성공한 비결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 특이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 하나는 꿈이나 목표가 생기면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매일 아침저녁 진심으로 기도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참 황당해 보였다. 종교적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목표를 향해 빌면 이루어진다는 건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들은 이미 여러 차례 그렇게 간절한 기도로 목표를 이루고 있었다. 대부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기도는 성과를 내는 매우 강력한 마인드 컨트롤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기도의 대상이 예수든 부처든 자신의 조상이든 상관없다.
성공한 이들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하루의 시작인 아침에 돈을 벌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함으로써 그날 하루 돈을 벌려는 집념을 강화한다. 기도가, 아침에 차갑게 식어 있는 머릿속에 염원을 집어넣는 것이다. 그러면 무의식중에 돈 버는 일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진다.그 기도는 돈을 벌 기회가 오는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발휘한다. 기회를 포착해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조건반사'처럼, 돈 냄새가 나는 순간, 열정이 끓어오르며 돈을 벌 수 있는 집중력이 증대된다.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다시 한 번 기도한다. 이때는 올바른 기도를 해야 한다. 여기서 올바른 기도란 탐욕으로 기도하지 않고, 고요한 마음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것, 달성하고 싶은 것을 비는 것이다. 그저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면서 말이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올바른 자세로 기도하면 '보은감사報恩感謝'의 마음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보은감사'는 과거에 신세를 졌던 사람, 지금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기도를 통해 마음 깊숙한 곳에서 고맙다는 생각이 솟아나 그 은혜에 보답하려고 노력할 에너지가 생기는 것이다. 올바르게 기도를 하면 자연히 주위 사람과 신세를 진 사람의 행복을 비는 순수한 마음이 몽실몽실 피어나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기도하는 사람은 인성과 인격이 성숙해지고 많은 사람에게 호감과 존경을 받게 되는 모양이다. 그러면 주위에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져 여러 가지 면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연히 일도 더 잘 풀리기 시작한다.
의심스럽다면 직접 시도해보라. 다만 잠깐 하다가 포기하지 말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꿈과 목표를 실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는 규칙적으로 진심을 다해 기도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기 때문인데, 순수한 마음으로 빌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긍정적인 경계심을 유지하라
미국에서 경영 컨설팅을 하던 시절, 투자자들로부터 5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모아 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내가 회장이 되어 경영과 재무전략을 맡고, 현지에 있는 애니메이션을 잘 아는 젊은 일본인을 사장으로 앉혀 현장 경영을 맡겼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무척 단순했다.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도 급속히 인기를 얻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관련 상품을 소매점과 도매점,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당시 유행이었던 '클릭앤모르타르(Click and Mortar, 온라인[Click]과 오프라인[Brick and Mortar]이 결합하여 상승효과를 노린 비즈니스)'를 도입한 사업으로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본의 경제학자인 오마에 겐이치가 일본에서 최초로 대대적으로 개최한 '제1회 비즈니스 플랜 콘테스트'에서도 당당히 입상했다. 이렇게 공신력 있는 곳의 인정을 받은 데에 자신감을 얻어 체인점을 내는 오프라인 판매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판매에 한층 속도가 붙었고, 맹렬한 기세로 미국 증권시장 상장을 향해 나아갔다. 그런데 혈기왕성한 젊은 사장이 내 반대를 꺾고 맹렬한 기세로 미국 전역에 사업 확장을 추진하다가 인력과 자금 부족을 일으키고 말았다. 나는 최대한 사업 확장의 속도를 늦추고 차근차근 진행하는 체제로 되돌려 놓았지만, 비극을 막을 수는 없었다.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 사건으로 미국 경제가 일제히 악화되어 일반인의 소비가 격감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없어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우리 상품은 전혀 팔리지 않게 되었다. 나는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사장을 저지한 시점에서 이미 경영방침이 다르다는 것을 절감하고 이사직에서 물러나 그 회사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였다. 그 뒤 9·11 테러 사건이 방아쇠가 되어 회사를 접었다는 보고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