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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에코노믹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지음 | 말글빛냄
레알에코노믹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지음

말글빛냄 / 2012년 5월 / 276쪽 / 13,000원





1. 세계 경제의 위기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로 지칭되는 모든 현상은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 바 있다. 물론 위기의 구조나 결과는 상당히 달랐지만 말이다. 지난 30년 동안 경제의 추이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최근의 어떤 사태들도 과거 30년 동안 관찰된 비슷한 현상의 맥락 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비슷한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2007~2009년 금융 혼란을 자본주의 역사의 전환점이 아니라 금융 자본주의의 종말이 가까워졌음을 나타내는 신호로 보는 것이 맞다.

세계 경제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 침체는 전통적인 경기 순환 요인들이 일으킨 충격과 서구 경제의 금융 분야에서 발생한 몇몇 특정한 현상들이 결합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제한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다음 두 가지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시장 경제에 내재하는 가격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들의 불균형은 수요/공급 상호작용과 원자재 및 자산 가치 평가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의 불안정성 때문에 정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둘째, 금융 부문과 이른바 실물 경제 사이의 차이에서 온갖 편차(deviation)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의 특징 중의 하나는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국가로 이전되었다는 것이다. 현대 국가에서 기업이 떠맡은 리스크를 통제하는 것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정부의 자연스러운 역할이다. 이는 리스크가 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지경까지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서유럽 국가 정부들은 이러한 의무를 공공연히 또는 암암리에 무시했다. 시장은 자정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기업체의 리스크와 관련해서 국가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민간 부문의 리스크는 부실 자산 매입, 금융기관 국유화, 압류된 기업 자산의 준 국유화 등을 통해 국가로 이전되었다.

“현대 경제학과 규제 능력의 눈부신 발달에도 불구하고 순환적 요인에 의한 시장 경제의 면역력을 키우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에서 부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감독 기관의 통제를 충분히 받지 못한 것일까? 수많은 담보 증권들 사이에서 왜 폭탄은 연달아 터졌던 것일까? 왜 이러한 사태들은 리스크의 증가를 알 수 있었고 알아야 했던 사람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왜 대중과 경제계는 정부의 위기 대책이 널리 선전되고 감독 기관들이 거듭해서 안정성을 보장했음에도 그들의 역할을 가차 없이 없애는 방향으로 미래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명했던 것일까?”

경제정책론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가 어렵다. 위기가 단지 부적절한 자료나 잘못된 판단, 정책 결정 직전에 읽은 오류투성이 책의 문제라고 믿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발상이다. 위기는 또한 특정 결정권자의 오판이나 부패 행위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2007~2009년 세계 금융 시장에서 벌어진 일을 진지하게 검토하려면, 공적 감독기관과 통제기구뿐 아니라 세계 주요 경제의 금융 엘리트들이 갖고 있는 행동 동기와 한계에서 기인한 시스템 전반의 실패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사회적 요구와 장기적인 안정적 성장에 헌신하는 결백한 관료들이 잘못된 정책을 결정하는 바람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견해를 거부한다. 문제의 핵심에는 사회적 책임감의 쇠퇴에서 비롯된, 그리고 도덕적 지침에 기반을 둔 자정 메커니즘의 역할 감소에서 비롯된 대중의 무관심(public negligence)이 있다. 우리는 일차적으로 이것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 금융위기조사위원회는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의 요인 중의 하나로 “책임과 윤리의 전면적인 붕괴”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책임과 윤리의 붕괴를 위기의 주요인이 아니라 위기를 악화시킨 부차적인 요인으로 간주한다. 게다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왜 행동에 나서지 않았는지, 왜 위험한 신호를 짐짓 모르는 척했는지는 물음표로 남겨두고 있다. 윤리 문제는 사회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들의 문제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는 단지 개인적인 무능함과 의무 방기, 노골적인 기만 등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이 내가 오늘날의 상황을 보는 방식이다. 나 혼자 이렇게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어떤 한계, 그러니까 과거의 사회관과 경영관으로는 더 이상 발전이 불가능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무척 징후적인 일이다. 만약 현대 사회에서 도덕원칙이 약화된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면, 위기의 직접 원인들 및 경기 침체의 반등 가능성에 관한 이견들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2. 자본주의, 시장, 그리고 도덕성



오늘날 시장 경제의 생존과 효율성이 인간의 생물학적 기질에 잠복해 있거나 사회적으로 규정된 행위 규범 및 가치 규범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련성은 주로 시장 경제 내 행위자 간의 신뢰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긴다. 국가가 경제 행위자 간의 공신력을 높이는 정책을 쓰면, 투자를 자극하고 저축률을 바람직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신뢰는 또한 감독기관이 경제 행위자들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여지를 높인다. 이로써 경제 성장을 자극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에 금이 간다면, 아무리 경제 규칙을 잘 알고 통제 시스템과 최첨단 감독 장비를 구비한다고 해도, 경제 시스템의 오작동을 지적해야 하는 정책 담당자나 정부 기관의 능력이 심각한 훼손을 입게 된다.

자본주의 경제 활동에서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각 개인이 기꺼이 시장 관계에 들어가서 거래 상대방의 행위에 의존하기로 했다는 것, 그럼으로써 자신의 가용 자원을 리스크에 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이다. 이때 자신과 타인의 경험만이 유일한 현실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신뢰는 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렇게 볼 때,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장기적인 미래는 경제 정책 담당자 및 행정 기관의 공신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강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이 불가능하면, 경제계의 단골 불만 사항(예: 조세 부담, 부실한 기반 시설, 지나친 관료주의)을 시정하려는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매일 수백만 건 이루어지는 경제 거래에서 개인들이 상대방의 계약 파기나 사기 가능성을 염려할 필요 없이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이러한 신뢰를 제공하는 것이 도덕성이다. 공공도덕이 없다면, 오늘날의 경제 행위는 대부분 불가능해질 것이다. 계약 이행을 보장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덕성과 경제적 유효성(economic effectiveness)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성실한 노동과 타인에 대한 배려, 검소함, 정직한 거래 등을 권장하는 프로테스탄티즘의 노동 윤리가 서구 사회에 뿌리내리지 않았다면 산업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의 선진 세계는 수세기에 걸친 경쟁의 산물인데, 공공도덕은 오랜 세월 국가 및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의지한 비장의 카드였다. 반면 건전한 도덕 원칙이 취약하거나 부재한 경우에는 세계의 주변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도덕적 결함, 사회의 원자화, 소통의 붕괴 등에서 연유하는 부작용은 당연히 경제적, 정치적 진보의 장애물이 되었고, 결국 국제 경쟁에서 패배하게 만들었다.

현대 시장 자본주의에서 어떤 사회 내의 도덕 원칙의 유효성은 경제 시스템의 유효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국민 경제든 세계 경제든, 공공도덕과 기업 윤리를 세우려는 집중적인 노력 없이 효과적인 경제를 만들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공공도덕이 무너지고 기업 윤리가 부패하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2007~2009년 벌어진 금융 사태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매 단계가 시작될 때마다 경제보다는 도덕성에 관련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문제의 도덕적 측면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실제로 터지고 심화되는 경우는 여지없이 도덕규범에 대한 무시와 노골적인 규범 위반에 대한 용인이 연관돼 있다. 이러한 용인이 바로 레알에코노믹의 주요 속성이다.



3. 세계 경제의 변화와 도덕적‧심리적 환경의 변화(1980년대 이후)



경제 위기의 배경을 살펴볼 때 우선 고려해야 할 점은 선진국 경제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조만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된 동인은 서비스 부문의 팽창이다. 이러한 변화는 선진국 경제에서 특정 자원, 특히 단순 노동력과 토지 비용이 상승한 데서 연유했다. 이러한 비용을 삭감해야 했기 때문에 자원집약적 산업은 저개발 국가로 이전되어야 했다. 이러한 실용주의는 레알에코노믹의 주요 특성이다. 그렇다면 선진국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이론상으로는 첨단기술에 기반을 둔 산업이나 고유의 지적⋅행정적⋅정치적 자원에 기반을 둔 서비스 산업이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다르다. 서구의 선진 경제 구조에는 소비자의 기본적인 수요나 경제 발전에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는 산업보다 소비자 심리 및 소비자 성향의 조작에 기반을 둔 산업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조작이 가능한 것은 레알에코노믹의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는 힘의 경제(power economics)이다. 국제 경제 및 정치에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이 소비행위와 기업활동의 특정 행태와 기준을 세계 전체에 널리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비도덕성이다. 공공도덕과 윤리적 억제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그에 따라 사회적으로 해로운 산업과 소비자 조작에 의존하는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와 정부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선진국은 산업 경제를 탈산업 경제로 대체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가공 산업을 억제하는 대신 초국적 비즈니스 제국의 중심지로서 관리, 기획, 연구, 혁신 서비스를 성장 산업으로 선택하고 점점 정교해지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선택했다. 금융서비스는 금융거래에 대한 보험, 투자 컨설팅, 펀드 운용, 금융기관과 중개업자를 위한 복잡한 상품 구성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파생시키는데, 이러한 관련 서비스의 팽창은 비용 효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정당화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인접 산업까지 포함해서 고용 인력이 증가하게 된다. 우선 금융 분석에 필요한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이어서 교육 서비스와 비즈니스 훈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다음으로 중개업자와 컨설턴트가 이 대열에 합류한다. 결과적으로 이 분야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은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

다른 많은 영역에서도 비슷한 메커니즘이 적용된다. 그럼으로써 탈산업 경제의 외곽을 이루는 상호적 서비스의 다층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 시스템은 시스템 내부의 자체적인 필요에 따라 작동하며 점점 더 많은 신참자들을 자신의 궤도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다른 부문의 경제적 최적화의 필요성에서 발생하는 애초의 요구가 무엇이었는지는 점점 애매해지고 결국에는 완전히 잊히게 된다. ‘탈산업주의’는 점차 경제적 포스트모더니즘의 성격을 띠게 되어 모든 의미는 증발하고 경제구조는 자족적으로 굴러가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며 급기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애초의 목적과는 완전히 유리된 점점 더 새로운 구조만이 연달아 탄생하게 된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선진국 경제가 점점 빠른 속도로 신경제의 가상적 성격을 띠게 되었는데, 이는 노동력이나 자본, 토지와 같은 기본 생산 자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생산품을 눈으로 볼 수 있는 1차⋅2차 산업과 달리, 현대 비즈니스 서비스의 경제 활동은 대부분 물리적 자원의 분배 및 사용과 무관한 수익과 권리의 재분배로 환원되었다.

예를 들어 금융 상품 거래는 본질적으로 도박이다. 참여자들은 스스로 작성한 규칙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주문으로, 혹은 지적 창안물의 형식으로 수(move)를 주고받는다. 증권 관련 시장의 전문 참여자들은 기존의 금융 자산과 파생 상품을 더욱 복잡하게 포장한 상품을 고안함으로써 물리적 현실과 접촉하는 일 없이도 수익과 자산을 배분할 수 있다. 아울러 전자 기술의 발전은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move)을 종이에 기록할 필요가 없게 했고, 이는 경제 활동의 가상적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다. 금융 부문과 금융 관련 서비스의 막강한 영향력은 선진국 경제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의 개념을 무너뜨렸다. 전통적인 의미의 경제 계산이 실질적인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경제의 가상적 측면이 실물 경제에도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만 증가해도 투자 안정성을 해치고, 산업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경제 영역과 별 상관없는 원인으로 발생한 금융자산의 가격 하락은 소비자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소비자 경기는 생산을 축소하거나 또 다른 경제거품을 만들어낼 정도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세계 주요 경제의 구조와 성격이 이렇게 변화한 것은 공공도덕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공공선에 이바지하는 활동, 시민의 합리적인 요구를 만족시키고 지역 공동체와 국가의 번영에 기여하는 활동은 수세기 동안 보존된 도덕 가치들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신경제 내의 대다수 활동은 소비자 복지나 공공 번영과 별 관계가 없다. 금융 위기가 터졌을 때 등장한 탐욕스러운 은행가와 금융 자본주의 운운하는 말이 난데없이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이러한 언급의 바탕에는 고객의 돈을 금융 부문의 투기꾼 수중으로 유인하는 짓과 증권시장의 투기적 거래에는 도덕적 정당성이 전혀 없다는 오랜 인식이 깔려 있다.



4. 국제 관계(1980~2008년) - 사익(私益)이 최선이다



1960부터 1980년까지는 부국과 빈국의 간격이 정상적인 현상이고 선진국은 어느 정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하지만 주로 도덕적 배려에 입각하여 이러한 간격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통상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했다. 비참한 경제 상황에 대한 선진국의 온정적인 태도는 냉혹한 무관심 혹은 노골적인 불만으로 바뀌었다. 서방 세계는 인도주의적인 식량 지원과 같은 기본적인 원조조차 생략하고 서구와 다른 불운한 지역의 간격을 좁히는 과제를 자연적인 메커니즘에 맡기려 한다. 개도국은 값싼 핵심 자원, 특히 노동력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투자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선진국이 구축하고 있는 탈산업 경제는 소비자에 대한 지적, 심리적 압박을 통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사실상 무한하기 때문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구조다. 제조 부문을 집어삼키는 이 엄청난 산업구조는 거의 선진국 경제에만 자리 잡고 있으며, 높은 소비수준에 익숙해진 선진국 시민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나라의 정부들은 국내적, 국제적 정의와 무관하게 시민들의 일자리와 수입원을 보호하고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 수요를 창출하고, 지적재산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 나라의 지도자들은 보호무역주의를 비난하지만, 자국의 금융기관이나 컨설팅 회사, 로펌, 미디어 그룹 등의 위상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방안은 전혀 제시한 바 없다. 이와 동시에 자국의 신경제에서 나오는 지적 생산물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요건과 기준을 개도국에 부과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한다. 예를 들어 상표권이나 지적재산권의 보호 규정과 같은 각종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 등은 탈산업 경제의 핵심인사들이 소요하고 있는 지적 권리와 지적 생산물에 대한 지속적 수요를 확보하는 표준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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