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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얼의 27일간 경제탐험

차성훈 지음 | 파라주니어
마시얼의 27일간 경제탐험

차성훈 지음

파라주니어 / 2011년 11월 / 313쪽 / 12,000원



01. 요트 위의 축제



지금은 모르셔스 섬으로 향하는 요트의 갑판 위. 따스한 햇살이 몸의 온도를 높였다. 덥다고 느껴질 때는 기분 좋은 바닷바람이 불어 더위를 쫓아냈다. 시얼이는 갑판에 누운 채 일어날 줄 몰랐다. 아빠와 캠핑은 많이 다녔지만 지금처럼 요트를 빌려서 떠나는 캠핑은 처음이다. 처음이기 때문인지 아빠 마인규, 엄마 계인주, 그리고 아들인 마시얼, 세 사람 모두 모르셔스 섬을 향하는 설렘이 있었다.

한참을 누워있자 아빠가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자, 얼굴 다 타겠다." 선실로 들어서자 시얼이가 읽고 있는 책이 아빠의 눈에 들어왔다. 단테의 신곡이었다. "지옥 편 31장까지 읽었어요. 근데 너무 어려워요." "그럼 32장과 33장은 라이브 극장으로 진행해 볼까?" 캠핑에서 시얼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빠의 '라이브 극장'이다. 고고학자답게 다양한 경험에 연극배우 못지않은 연기력까지 갖춘 아빠는 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고고학자인 마인규가 생동감을 전한다면 내레이션은 경제교사인 엄마 계인주의 몫이다. 고고학자와 경제 교사의 이성, 그리고 두 사람의 분석력이 라이브 극장을 통해 시얼이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지금 아빠가 상영하는 라이브 극장의 제목은 '우골리노 백작의 비애'이다. 대주교에게 배신을 당한 우골리노 백작은 두 아들, 손자와 함께 감옥에 갇히고, 두 아들과 손자들은 배고픔에 못 이겨 죽고 만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빠진 백작, 하지만 결국 배고픔을 못 이겨 자식들의 육신을 먹으며 삶을 연장하게 된다. 극단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 그리고 자괴감. 우골리노 백작의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이기적인 동물인지를 보여준다.

라이브 극장이 끝나자 엄마가 식사를 준비했다. 생선 바베큐에 인도식 카레를 소스로 얹으니 그럴듯한 요리가 탄생했다. 에머랄드빛의 투명한 바다. 그 위에 떠 있는 요트에서 풍기는 바비큐 향과 바다 내음이 코와 눈을 마비시키고, 귓가에는 티아라의 <롤리폴리> 선율이 들려왔다. "음악 좋고, 분위기 좋고. 자 건배!" "쿵" 건배하는 소리라고 하기에 너무 크고 묵직했다. 무슨 소리인지 깨닫기도 전에 몸이 하늘로 붕 솟았다. "억! 이게 뭐지?" "아아악!" 다급한 가족의 비명이 메아리가 되어 퍼지는 사이 암초에 걸린 배가 두 동강 나면서 가라앉았다.

02. 혼자 남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해변에 혼자 쓰러져 있던 시얼이는 정신을 차렸다. 엄마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텅 빈 해변에는 낯익은 물건(텐트, 침낭, 낚시 도구)들만 눈에 들어왔다. 시얼이는 머릿 속이 멍해졌다. "나는 혼자다. 엄마 아빠는 없다." 하지만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 피할 방법은 없어. 주어진 환경이 제약이지만, 그 속에서 살아남아 엄마와 아빠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을 선택하면 되는 거야." 시얼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정리해 보았다. "텐트와 침낭, 낚시 가방, 조리도구… 좋아!" 상황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이제 목적을 위해 선택을 할 일만 남았다. "낚싯대를 이용해 생선을 잡고 해가 지기 전에 텐트를 치는 거야, 코펠과 버너를 이용해서 생선을 굽자. 가방 안에 생수가 한 병 있으니 얼마간 버틸 수 있어."

다행히 이곳은 물이 맑고 물고기가 풍부한 곳이었다. 시얼이는 낚싯대를 잡고 3시간을 씨름한 끝에 물고기 6마리를 잡은 다음 텐트를 쳤다. 텐트 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빠와 같이 하면 30분이면 되었는데 혼자 하니 2시간이 걸렸다. 분업과 특화, 교과서에서 듣던 두 단어가 가슴에 와 닿았다. 서로 잘하는 일에 특화하고 나눠서 분업하면 효율성이 증대된다는 논리 말이다. 텐트를 치고 나서 물고기를 구워 먹었다. 처음에는 배가 몹시 고팠던 터라 첫 번째 물고기를 입에 넣었을 때는 날아갈 것 같이 행복(효용)한 느낌이 밀려왔다. 그런데 계속 먹으면서 점차 배가 불러왔고, 네 마리째를 먹을 때는 배가 어느 정도 차올라 더 먹을 생각이 거의 사라졌다. 경제교사인 엄마가 말한 대로 첫 소비의 한계 효용은 매우 컸지만, 배가 불러서인지 4번째 생선을 먹는 순간 한계 효용이 점차 감소한 결과이다. 여기서 한계효용은 소비를 조금 추가로 늘릴 때의 만족을 말한다.

물고기 6마리 중 2마리는 먹지 않고 식사를 끝낸 시얼이는 자신이 오늘 한 일을 놓고 경제학 놀이를 시작했다. "지금은 내가 물고기를 잡는 회사를 세우고, 동시에 노동자로 일하는 상황이야. 회사 이름은 내 이름을 따서 MS Inc!" 오늘 시얼이는 MS기업에 고용되어 3시간의 노동을 했고, 그 결과 물고기 6마리를 생산했다. 그리고 임금으로 물고기 6마리(시간당 2마리)를 소득으로 분배받았다. 그런데 시얼이의 물고기 수요량은 4개인데 공급량이 6개이니까 물고기 2마리의 초과공급이 발생한 셈이다. 소비의 한계효용 때문에 물고기 2마리를 못 먹게 되었으니 시얼이는 한 시간의 임금을 날려버린 셈이다. 물고기 2마리를 잡는 대신 1시간 동안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 날아간 셈이다.

03. 물이 필요해



표류 3일째, 시얼이는 목이 말라 죽겠는데 생수통에는 한 모금의 물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물이 자유재라는 말이 여기서는 해당하지 않는다. 경제재는 가격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사용이 가능한 재화이고 자유재는 공급이 거의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재화이다. 일반적으로 물이나 공기는 자유재이다. 하지만 물과 공기가 희소한 자원이 되는 경우에는 경제재가 될 수 있다. 지금 시얼이는 물이 희소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물을 구하기 위해서는 해변에서 벗어나서 숲으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시얼이는 혹시 부모님이 자신을 찾으러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편지를 써 놓고 가기로 했다. "엄마, 아빠. 숲에 다녀올게요. 이곳에 도착하시면 조금만 기다리세요. 오늘 중으로 물과 먹을 것을 구해 올게요." 숲길에 들어선 시얼이는 돌아갈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입고 있던 옷을 한 조각씩 찢어 나뭇가지에 묶어 두었다. 도중에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면서 한참 동안 앞만 보고 걸었다. 하지만 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 너무 멀리 왔나? 계속 가면 텐트로 돌아가기 힘들 텐데. 하지만 지금 빈손으로 돌아간다 해도 큰일이야." 시얼이는 텐트에 두고 온 편지도 마음에 걸렸다. "오늘이 아니라 3일 후에 돌아온다고 써둘 걸." 시얼이는 엄마 아빠를 애태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편지 때문에 여기서 발길을 돌리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한 번 투입되면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sunk cost)을 걱정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다면 이제부터라도 현명한 선택을 하면 된다. 시얼이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진이냐 후퇴냐를 선택하는 것이다. 편지 내용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생존의 갈림길! 합리적 선택이 중요한 순간이다. 결론을 못 내리고 안절부절못하던 시얼이는 숲 속에서 보라색 열매를 발견했다. 촉촉하고 하얀 과육을 가진 열매였다. 목이 말랐던 그는 앉은 자리에서 열매 10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낚시 가방에 보라색 열매를 가득 채워 넣은 시얼이는 계속 숲 속으로 들어가다가 사람들이 불을 피워 고기를 구운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까이 가다가 뭔가에 채여 몸이 붕 떠올라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04. 사라진 다리 사건



정신을 차린 시얼이의 눈 앞에 아름다운 소녀가 나타났다. "나는 심안조아라고 해. 멧돼지 덫에 걸린 널 내가 발견했어." 그녀는 모르셔스 섬에 사는 스이피족 소녀였다. 그녀는 시얼이를 추장인 마르끼스에게 인사시키고, 장차 추장이 될 실력자인 해원장추에게도 소개해 주었다. 해원장추는 시얼이를 자신의 집에 묵게 해 주었다. 이튿날 마을에 시끄러운 일이 생겼다. 해원장추의 삼촌인 해약고가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사용하는 다리를 부숴버린 것이었다. 원래 이 다리는 해약고가 개울 넘어 자신의 집으로 커다란 수레를 끌고 오기 위해 한 달 동안 혼자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크고 넓은 다리가 생기자 문제가 생겼다. 마을 사람들이 해약고의 다리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외나무 다리에 비해 크고 무거운 짐을 나르기에 편리하고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함께 건널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약고는 자신이 한 달 동안 공들여 만든 다리를 마을 사람들이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 불공평했다. 그래서 다리를 제 손으로 부숴 버린 것이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서 해약고에게 항의하며 다시 다리를 놓을 것을 요구하였다. 해원장추가 앞장을 섰다. "비록 제 삼촌이지만 잘못을 사과하고 다리를 원 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해요!" 사람들이 외쳤다. "당장 다리를 돌려놓아라." 분위기가 험악했다. 시얼이는 이 광경을 보다가 그만 이렇게 외치고 말았다. "아저씨가 사과할 필요 없어요!" 모두 시얼이의 등장에 어리둥절하였다. 해원장추는 시얼이에게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다리는 말이야, 공공재거든.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무임승차한 거잖아." 시얼이는 사람들에게 다리가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갖고 있는 공공재임을 설명했다. 비경합성이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비할 수 있는 것이고, 비경합성이란 한 사람이 더 이용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거나 다른 사람 몫을 빼앗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공공재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마친 시얼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다리를 고치는 일에 참여할 지원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보셨죠? 여러분은 모두 누군가 다리를 고쳐 놓기만을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 여러분은 다리를 이용하기만 하면 그만이니까요. 무임승차하고자 하는 마음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공공재인 다리 건설을 서로 미루게 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이제야 해약고에게 다리를 다시 놓으라고 하는 자신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시얼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공동으로 다리를 건설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추장인 마르끼스는 시얼이의 제안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추장의 명령에 의해 부족민 전체가 참여하여 하루 만에 다리가 완성되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다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공공재 개념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한 시얼이에게 공을 돌렸고, '공공시얼'이라는 별명을 그에게 붙였다.

05. 못난이의 반란



하루는 해원장추가 시얼이와 함께 사냥을 나가게 되었다. 해원장추는 같이 사냥을 나갈 친구로 마을 최고의 사냥꾼인 야고최난을 같이 데리고 갔다. 야고최난에게는 위열대절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야고최난은 위열대절을 친구가 아니라 하인 부리듯 하면서 사냥준비나 정리를 시켰다. 시얼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야고최난, 너희는 친구잖아. 사냥도 같이 하고 화살촉도 같이 만드는데, 사냥 준비나 정리도 같이 해야 하는 거 아냐?" 야고최난이 되물었다. "그래, 친구라면 도와야지, 하지만 난 위열대절보다 사냥도 잘하고 화살촉도 빨리 만들어. 생산에 있어 녀석이 나보다 잘하는 건 없어. 정 돕겠다면 심부름이나 시킬 수밖에. 뭐가 잘못된 거지?" 이 말에 고개를 떨어뜨리는 위열대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얼이는 이 상황을 바로 잡고 싶었다.

"야고최난과 위열대절, 현재 너희 두 사람은 하루 10시간 일한다. 6시간은 함께 사냥하고, 4시간은 함께 화살촉을 만든다. 사냥을 하는 6시간 동안 야고최난은 꿩을 6마리 잡고, 위열대절은 1마리 잡는다. 화살촉을 만드는 4시간 동안 야고최난은 5개를 만들고 위열대절은 4개를 만든다. 그러면 공동 성적표는 꿩 7마리, 화살촉 9개가 된다." 시얼이는 돌멩이를 주워 바닥에 표로 그리면서 말했다. "지금까지는 특화와 분업이 없는 상태였어. 특화란 자신이 상대적으로 잘하는 분야를 집중해서 연마한다는 것이고, 분업은 그런 방식으로 특화된 분야로 나눠서 일하는 것을 말해."

특화와 분화의 개념을 설명한 시얼이가 이어서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야고최난이 10시간 동안 사냥을 하고 위열대절이 10시간 동안 화살촉을 만드는 게 최선인 것 같아. 야고최난은 1시간에 1마리의 꿩을 잡을 수 있고, 위열대절은 1시간에 1개의 화살촉을 만들 수 있으니까, 분업을 하면 10마리의 꿩과 10개의 화살촉이 생긴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같은 시간 같은 노동을 투입했는데 공동생산 양이 늘어난 것이다. "특화의 결과 두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확인해보자. 위열대절은 생산한 10개의 화살촉 중 6개를 야고최난에게 주고 그 대가로 꿩 2마리를 받는다. 그러면 두 사람 모두 전보다 더 많은 꿩과 화살촉이 생긴다." 시열이는 분업을 하면 어떤 이익이 생기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영리한 야고최난이 시얼이의 설명을 즉시 이해하고 위열대절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함께 특화와 교환의 혜택을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데, 어때, 함께 해 볼래?" 야고최난의 제안에 위열대절은 놀랐다. 모든 부분에서 절대 열위에 있던 자신이 야고최난과 동등한 친구로 손을 잡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마르끼스 추장은 시얼이의 도움을 받아 마을 사람들을 저마다 특화된 분야에 생산력을 투입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스이피족은 충분한 잉여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이를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에 생산능력이 증대되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 더 많은 휴식을 즐기게 되었다.

06. 다리 달린 뱀화석을 탐하다



한편 시얼이의 부모님인 마인규와 계인주도 모르셔스 섬에 표류를 하였다. 그들은 며칠 동안 시얼이를 찾아다니다 우연히 움싸족 마을에 들르게 되었다. 계인주는 시장에서 물고기를 파는 상인을 만나 가위와 물고기를 교환하려 했으나 상인은 가위 대신 질껍경을 요구했다. 질껍경은 이곳에서 사용가치는 없지만 교환가치는 높은 보라색 열매이다. 일종의 원시 화폐인 셈이다. 물물교환이 어렵다고 생각한 계인주는 가위를 상인에게 팔고 작은 질껍경 하나를 대신 받았다. 마인규는 자신의 모자를 상인에게 주고 말린 물고기 한 마리와 피탄(움싸족이 주식으로 삼는 열매)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물고기와 피탄으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 물가가 너무 올랐어. 2년 전 이곳을 방문했던 친구 얘기랑 다른 부분이 많더군. 특히 물고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나 봐." "왜요?" "추장이 15년 전 그물을 들여오면서 너도 나도 그물을 사용해서 강에서 물고기를 잡나 봐." "저런 공유지의 비극이 생긴 모양이군요." 공유지는 누구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땅을 말한다. 마인규가 말했다. "공유지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맘대로 사용하지만 그럴수록 소비가 가능한 양은 줄어든다. 그러니 남획하지 말자!" "물고기를 남획하지 말자면 누가 듣겠어요. 비배제성이 있는데?" "그래서 공유자원을 활용할 경우에는 면허제를 두는 건가? 비배제성이 배제성으로 바뀌도록. 아무도 함부로 잡을 수 없도록 말이야." "역시 당신은 경제교사의 남편다워요."

실제로 움싸족 마을의 경제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물고기 가격이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움싸족 사람들 입장에서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적어서 비싸도 계속 사야 했다. 또한 물고기 가격이 오르자 물고기의 대체재인 피탄의 수요가 늘어나 피탄 가격도 오르고 있었다. 또한 젊은 사람들이 인공 수로 건설에 동원되어 물고기 생산을 위한 노동 투입도 감소되었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여 젊은이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초고령사회가 되고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움싸족이 스이피족과 전쟁을 벌일 거라는 소문이 자자해."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마을 가장 안쪽에서 피라미드 형태로 지어진 신전을 발견했다. 제단 끝에는 마인규가 이번 탐사에서 찾으려고 했던 '다리 달린 뱀화석'이 있었다. 원래 이 뱀화석은 아즈텍 제국의 수도인 테노치티틀란의 신물이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모리셔스 섬으로 옮겨 갔다고 한다. 마인규는 지금 그것을 눈앞에서 확인한 것이다. 뱀화석을 보기 위해 신전의 제단으로 다가가던 두 사람은 발끝이 허공을 내딛나 싶더니 온 몸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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