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권력 지도
송길호(이데일리) 외 지음 | 어바웃어북
세계 경제권력 지도
송길호(이데일리) 외 지음
어바웃어북 / 2012년 2월 / 391쪽 / 22,000원
1장. Crisis_ 태양이 저물다
구심점이 사라진 세계
90년대 초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독주 체제가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은 상당 기간 동안 경제, 군사, 정치적으로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는 슈퍼 파워를 누려왔다. 하지만 2008년 9월 전 세계는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에 대변혁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 국가가 독주하는 체제가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선진그룹에 속했던 국가들이 무력해진 가운데,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이 세계 경제 질서의 새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8년 9월 전 세계가 미국 발 금융위기에 휩싸이면서 팍스아메리카나의 종언이 현실화되었다. 미국 경제의 골칫거리는 쌍둥이 적자이다. 2010년 현재 미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적자는 3.4%, 재정수지 적자는 10.5%에 달한다. 경제성장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가는 소비 때문에 무역수지는 늘 적자이며, 감세 정책과 국방비 지출 증가로 재정상태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제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달러화의 힘마저 약화되면서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눈에 띄게 훼손되었다. 세계 금융위기는 이같은 미국 경제의 부실이 한계점에 이르면서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 G7(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G20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G20에는 기존 G7국가에 한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터키, 호주, EU 의장국, 남아공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위기 이후 선진경제권이 흔들리고 변방의 신흥경제권이 부상하면서 G20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실제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 G20은 효과를 발휘했다. G20의 국제 공조를 통해 세계 경제는 비교적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궤도에 올라선 듯했다.
그러나 G20 또한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돈을 풀고 경기를 부양하는 국제공조는 신속하게 이루어졌지만 각종 규제나 무역, 경제개발 등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11월 서울 G20 정상회담을 뜨겁게 달구었던 환율전쟁이다. G20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G20을 통한 국제공조에 대한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거버넌스의 출현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문제는 미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 질서를 이끌어갈 특정 그룹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경제 질서를 다극체제(multipolar system)가 아닌 무극체제(nonpolar system)인 'G제로' 시대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리더십이 없고 협력체제가 없는 세계를 말한다. 결국 현재 세계 경제 질서는 춘추전국 시대인 셈이다.
추락하는 유로화, 저물어가는 유럽
1999년 유로화는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대체할 꿈을 안고 화려하게 출범하였다. 하지만 출범 후 기세등등하게 통화강세를 구현했던 유로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체면을 구겨가고 있다. 유로화가 가치통화로서 각광받는 것은 분명하지만 위기가 터지자 모든 자금은 소위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로 몸을 숨긴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유로 존이 가진 고질적인 한계에서 비롯되었다. 통화는 하나이지만 재정은 제각각 운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터지자 단일 감독이 이루어지지 못한 유로존의 금융기관들은 도미노처럼 쓰러졌고,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해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각국 재정은 손쓸 수 없이 더 악화되었다. 특히 그리스 같이 국가부채가 많은 국가는 단일통화로 인해 평가절하와 같은 금융정책을 구사할 수 없게 되었다. 호황기에 자금을 조달할 때는 단일 통화의 덕을 봤지만, 위기 때는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뿐 아니라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유로존의 뇌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유로존 안에서 구심점 역할을 했던 선진국들도 똑같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에 상당한 자금을 댔고, 이는 고스란히 정치권과 국민들의 반감으로 작용했다. 유로존 경제가 저성장에 빠진 것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경제대국들의 경제성장률도 크게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둔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며, 2012년에는 경기 후퇴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유럽합중국 형태의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국 간 연맹을 만들고 재무장관을 두거나 유럽 국가들의 재정을 감독하는 관리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독일과 같은 선진국들은 희생을 감수하기를 꺼리고, 재정이 취약한 국가들은 선진국들에 휘둘릴 것을 우려해 통합된 재정을 수용하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등 상당한 난제가 산적해 있다.
흔들리는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2011년 8월 2일 미국이 70년 만에 국가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거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등의 신용등급 또한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맹주 미국과 영국이 이 같은 굴욕을 당한 것은 영미식 자본주의의 근간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체제를 바탕으로 한 영미식 금융시스템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모델로서 많은 국가들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한순간의 달콤함에 취해 적절한 제어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특히 실물과 무관하게 과도하게 팽창한 금융부문은 자산 가격 버블과 주기적으로 위기를 초래하면서 '판도라의 상자'처럼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시한폭탄이 되고 말았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앵글로색슨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 위기를 촉발했다."며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는 유럽식 경제모델이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위기는 일부 분별없는 파란 눈을 가진 백인들에 의해 촉발되었다."며 "위기 전 그들은 경제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했지만 결국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금융위기를 예언한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앵글로색슨 모델은 실패했다."고 말했고,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영미식 자본주의를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상."이라고 규정했다. 그가 그토록 충실히 실천해 온 주주이익 극대화는 영미식 자본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금융위기는 오랜 기업인의 이 같은 신념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제 맹목적인 시장편향에 기초한 앵글로색슨 자본주의를 반성하고, 사익과 공익의 추구가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자본주의로 전환하기 위한 모색은 시작되었다.
2장. Opportunity_ 누가 '왕좌'를 차지할 것인가
'아랍의 봄'과 흔들리는 석유패권
2010년 12월 중순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한 도시에서 26세의 모하메드 부아지지라는 청년이 분신자살했다. 직장을 잃은 후 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했지만 불법 노점상이란 이유로 물건을 빼앗기고 폭행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이 일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확산되면서 23년간 이어져 온 튀니지 독재정권은 막을 내리게 된다. 부아지지의 분신에서 비롯된 튀니지의 시민혁명은 튀니지를 대표하는 꽃인 재스민의 이름을 따서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으로 불린다. 한 실직 청년의 날갯짓은 튀니지는 물론 중동과 북아프리카(MENA: 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전체를 뒤흔드는 초대형 태풍으로 확산되었다. 이집트와 예멘, 이란과 바레인, 오만과 시리아는 물론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에서 장기독재와 경제난, 정파차별에 항거하는 수많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그 결과 이집트와 예멘의 대통령이 하야했고, 요르단은 내각이 총 사퇴했다. 리비아에서는 카다피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다. MENA 민주화 운동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가장 큰 배경은 역시 경제적인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은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인플레이션이 경제난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서 생활고가 가중되자 집권층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여기에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폐쇄적인 MENA 국가 내에서 국민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면서 반정부 시위 확산에 한몫했다.
MENA의 정정불안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절대적인 영향력을 잃어가는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 한 번 시험하고 있다. MENA의 민주화 도미노는 그동안 중동의 친미정권과 군사적 헤게모니를 앞세워 원유의 공급, 가격 체계를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해 온 미국 석유패권의 균열과 새로운 재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MENA의 정세 변화가 미국이 그동안 우선순위로 추구해 온 민주주의 가치와 석유패권이라는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어서 더욱 곤혹스럽다.
미국이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 당시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시위대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친미 정권 무바라크는 석유패권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독재에 항거하는 시위대는 미국이 중요하게 추구해온 민주주의 가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2011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재스민 혁명은 리비아의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사망으로 일단락됐다. 독재정권이 물러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는 선거를 실시해 이슬람 민주주의 국가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MENA 국가들은 반정부 시위를 차단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MENA 지역에서 재스민 혁명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 지역의 장기독재국가들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 위협적인 존재로만 머물 것인가
미국의 독주체제가 무너지면서 중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경제규모 기준으로 이미 2010년 일본을 제친 데 이어, 곧 미국마저 뛰어넘는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중국이 전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올라서면서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인 베이징 컨센서스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뜻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는 정부가 시장경제를 주도하는 국가발전 모델을 뜻한다. 외국과 개방적으로 무역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정부의 관리, 감독 아래 자국 산업의 육성에 힘쓰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힘은 막강한 자금력에서 나온다. 이념과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큰 무기는 돈이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 1위의 막대한 외환보유고(3조 447억 달러)를 바탕으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숨통을 쥘 수도 있는 최대의 채권국인 셈이다. 차이나 머니는 미국, 일본, EU 등 각국의 국채뿐 아니라 기업, 부동산, 원자재 등 각종 자산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값싼 상품을 생산해 냈던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이제 전 세계 자산을 사들이고 돈까지 빌려주는 세계의 은행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심하고, 수출과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친 데다, 부동산 투자 과열에 따른 버블 붕괴의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은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도 심하다. 소득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는 2000년 0.41에서 2009년 0.48로 높아졌으며, 중국 국민의 3/4은 여전히 절대 빈곤 상태에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이런 한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융딩 중국 세계경제학회장은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이룬 것은 극단적으로 높은 비용을 치렀기 때문"이라며, "중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고갈된 만큼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으면 성장추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 사회적인 면에서도 우려가 많다. 인터넷이나 SNS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공산당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패나 환경, 인권침해 등의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난도 여전하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맞서 차세대 세계 경제 질서를 이끌어나갈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무역흑자가 축소되더라도 중국경제가 내수확대, 경제의 고부가가치화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3장. Crash_ 대립각을 세우는 세계
재정여력이 가른 국가 운명
인류 역사상 최초의 디폴트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 델로스 섬에서 일어났다. 교역의 중심지였던 델로스 섬에서 돈을 빌려간 그리스 도시국가 13개국이 동시에 파산을 선언하면서, 델로스 섬은 원금의 80%를 떼였다고 한다. 역사상 첫 디폴트 기록을 가진 그리스는 19세기 오스만투르크 제국에서 독립한 이후 모두 5번에 걸쳐 채무불이행 선언을 했다. 2011년은 그리스 사태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된 한 해였다. 8월 5일 신용평가사인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같은 달 24일에는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추었다. 국가채무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은 무더기 신용등급하락을 겪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그리스의 신용등급은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런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예외적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피치가 주목한 부분은 재정건전성이었다. 한국의 2010년 기준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33.4%로 G20 평균인 77.8%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재정수지 적자도 GDP 대비 1.1%로 G20 평균 6.1%를 크게 밑돌았다.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고 미국도 국가 부채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면서 재정건전성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만큼 한국의 양호한 재정 상황에 큰 점수를 준 것이다. 이처럼 세계 경제둔화 우려가 깊어지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운명은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재정여력에 따라 쓸 수 있는 카드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은 이제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반면 신흥국들은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다. 2011년 신흥국 경제는 6% 성장이 예상되고, GDP 대비 국가채무는 3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재정여력이 있는 신흥국들을 상대로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해 달라고 떼를 썼다. 어느새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2011년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선진국들은 국제공조를 해야 유럽 재정위기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신흥국들을 어르고 달랬다. 당시 신흥국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갈수록 경기둔화가 뚜렷해지자 하나둘씩 완화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이 2011년 11월 지급준비율을 인하하였고,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와 이스라엘도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하였다. 이제 세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이들은 신흥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IMF는 신흥국에 유로존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신흥국은 실리가 없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 경제의 권력이동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라운드로 돌입한 환율전쟁
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공조에 나서 일제히 돈을 풀고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그 부메랑은 신흥국이 맞았다. 비교적 양호한 성장률에 금리까지 높았던 신흥국으로 유동성이 몰리면서 신흥국 통화가치는 급등했고, 이로 인해 신흥국의 수출기업은 끙끙 앓아야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신흥국들은 각종 규제를 도입하고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가치의 급등을 막았다. 브라질은 외국인 채권거래에 대한 세금을 2%에서 6%로 올렸다. 태국은 국채 등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이자 및 자본 소득에 대해 15% 세금을 부과했다. 한국도 과도한 외화자금 유입을 막기 위해 규제 3종 세트를 도입했다. 선물환 한도 규제와 외국인 채권투자 이자소득 비과세 환원, 외화건전성부담금 부과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