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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거짓말

김영기, 김영필 지음 | 홍익출판사


은행의 거짓말

김영기, 김영필 지음

홍익출판사 / 2011년 8월 / 288쪽 / 15,000원



약탈금리




금리,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금융회사의 가장 기본은 대출과 예금이다. 금융회사들은 대출과 예금에 복잡한 함수를 담은 수학 방정식을 뒤섞어 가면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라는 것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다양한 색채로 분칠을 하면서 금융상품들을 만들어 고객을 유혹한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들은 도대체 대출과 예금금리를 어떻게 정할까. 금융회사들이 만든 ‘비밀의 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은행들이 말하는 설명을 단순화하면 이렇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구성하는 방식은 가장 쉬운 표현으로 ‘원가+-알파’라는 개념을 대입하면 알 수 있다. 대출금리는 원가에 마진(은행이익)을 더해 정하면 된다. 예금은 원가에서 은행의 이윤을 빼고 금리를 적용한다. 원가가 4%라면 대출금리는 4.5%(은행수익은 0.5%p), 예금금리는 3.7%(은행 수익 0.3%p)가 되는 식이다. 단순히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산정공식만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해서야 금융회사들이 돈을 벌 수 있겠는가. 고객들이 뻔히 알 수 있는 답을 갖고 돈을 벌려 할리 없다.

결국 문제는 다음이다. 일종의 2차 방정식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은행의 금리적용 방법을 찬찬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시시때때로 언론을 통해 등장하는 것이다. 은행이 만들어내는 ‘금리 따먹기’라는 비밀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예대금리차(은행의 수익을 결정하는 것으로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을 말한다. 예대마진이라고도 한다)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예금은행의 대출과 예금금리차(잔액기준)는 2.68%p였다. 그러던 것이 2010년 말에는 2.85%p로 뛰더니 2011년 4월 말에는 3.01%p로 3%p를 넘어섰다. 금융회사들이 버는 천문학적 이익은 바로 여기에서 생기는 것이다.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익 대부분이 예대마진, 즉 이자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있다. 바로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NIM(Net Interest Margin, 순이자마진)이라는 것이다. NIM은 금융회사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에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NIM이 높다는 것은 나쁘게 말하면 예대금리를 그만큼 많이 책정해 이자 따먹기 장사를 했다는 뜻이다. 2011년 상반기의 경우 리딩뱅크(우량은행)라 자부하는 KB금융의 NIM은 3.04%에 달했는데, 전년 같은 기간보다 0.39%p나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이자 장사를 심하게 했다는 뜻이다. 신한금융은 3.65%로 대형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많이 예대마진을 책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이 하나 발견된다. 2010년의 경우 전년 대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는 모두 낮아졌지만 두 금리의 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시장금리 수준에 따라 대출과 예금금리가 합리적으로 조정된 것 같지만 은행의 수익은 더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와 관계없이 은행들은 자신들이 정하는 예금과 대출금리를 통해 끊임없이 이익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은행이 2010년 10조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합리성이라는 가면을 쓴 대출, 예금금리 산정의 비밀 때문이다.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이자는 더 내게 하고 이자는 조금 받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여기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CD(양도성 예금증서)금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CD는 우리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준 좌표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금융의 복잡한 기술적 요인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금융회사들이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CD에 얹어 대출할 때 적용하는 가산금리라는 것을 정교하게 조정해 수익을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지수)를 기준으로 하는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CD금리보다 더 낮다는 점도 주목한다. 코픽스라는 단어를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픽스라는 단어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단어가 아니다. 집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으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 봤을 용어다. 코픽스는 수십 년 동안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준으로 하던 CD라는 물건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자 금리의 변동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겠다면서 새롭게 도입한 기준금리 지표다. 은행들이 실제로 자금을 조달한 원가를 대출금리에 제대로 반영하도록 금융당국이 반강제적으로 도입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2011년 기준 코픽스는 CD연동금리보다 약 1%p금리가 낮다. 대신 변동성은 더 적다. 최근에는 코픽스로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다. 이것을 보면 당장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바로 은행이 지금까지 과도하게 높은 수익을 취해 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코픽스는 은행의 자금 조달 원가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뜻에서 만들었다. 예금은 물론 은행채 등의 조달 금리를 감안한 것이다. 반면 CD연동대출은 CD금리를 기준으로 가산금리를 얹어서 만드는데 은행들이 CD를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은 극히 미미했다. 코픽스로 했더니 대출금리가 더 낮아졌다는 것은 결국 그동안 은행들이 실제 원가보다 금리를 더 받아 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예나 지금이나 자금 조달 구조나 방식은 같은데 원가를 감안한 상품을 만들었더니 금리가 더 싸졌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추가 이익을 거둬 왔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대출금리는 원가가 얼마인지 모른다. 금융회사에게 대출금리는 철저하게 ‘영업 기밀’이다. 어떤 업종에서도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로 금융회사들은 대출과 예금금리 산정 기준을 밝히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스스로 정한 룰은 있다. 하지만 워낙 금리 산정 방식이 복잡하고 과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예금자에게는 의미가 없다.

예금금리의 불투명성은 더 크다. 은행은 시장금리 상황을 감안해 예금 기준금리를 정한다. 그러나 자세한 선정 기준은 공개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고객들은 시장금리가 오르면 막연히 수신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자세하게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음을 금세 알 수 있다. 물론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자신들이 돈을 조달하는 이른바 ‘금융채’, 즉 자신들이 발행한 채권의 금리가 변하지 않아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겉만 보면 은행들의 논리가 일면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금융권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이는 전적으로 은행권의 논리라고 얘기한다.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맞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고 연 8%대의 특판 예금을 팔았지만 수신 잔액이 많아지자 시장금리와 상관없이 예금금리는 올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배부른 은행들이 금리를 갖고 부리는 얄팍한 주술 행위라 할 수 있다.

요지경 캐피탈, 카드… 이상한 자동차 할부금리

회사원 K씨는 현금 500만원을 주고 중고차 한 대를 샀다. 할부로 사려 했던 K씨는 금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대출이자가 무려 연 25%에 달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내 마음을 접었다. ‘서민들은 중고차 하나도 제대로 살 수 없나’ 싶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고리업자’라며 혼쭐이 나고도 대형 캐피탈 업체들의 높은 금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이중에서도 해묵은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동차 할부금리다. 특히 중고차 할부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연 20%대 후반에 달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36개월 할부 및 신용등급 1등급인 사람이 중고차를 사면 최대 연 20%대의 금리를 물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20%대 중후반까지 금리가 뛴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날까. 문제는 바로 딜러들에게 주는 리베이트 때문이다. 딜러들은 차 구매 고객이 할부를 원하면 캐피탈사 등을 소개해 주는데 그 대가로 금융사에서는 소개비용을 제공한다. 물론 캐피탈사들은 이 비용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차는 약 4%p, 중고차는 무려 10%p에 달한다. 서민들에 대한 높은 금리 부담이 딜러들의 배만 불려 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신차는 대부분 할부로 사는 경우가 많다. 4%p의 금리만 내릴 수 있어도 보통 직장인들의 부담은 확 줄어들게 된다. 여신금융사의 자동차 할부 잔액은 2010년 9월 말 기준 8조 3,834억 원에 달한다. 대출금리를 1%p만 낮춰도 연간 839억 원의 이자비용이 줄어든다. 딜러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지나친 수수료만 없애도 부담 없이 자동차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새 차는 그만두고 중고차 하나 힘겹게 사려 하는 서민들에게도 금융회사들은 기술을 부리고 있다.

금융회사의 교묘한 덫



돈에 속고 돈에 울고

보통 사람들은 금리가 높은 수준에 있을 때 돈이 춤을 출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자가 낮을 때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돈을 쥔 사람들의 속성이다. 불나방처럼 움직인다는 표현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금융회사가 주는 금리가 워낙 박할 때,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가 붙은 곳을 보면 속된 말로 ‘필’이 확 꽂힌다. 바야흐로 고금리가 고객을 유혹하는 세상이다. 이럴 때 금융회사에 몸담은 사람들을 보면 금융공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가 연상된다. 그들은 사람들의 불나방 심리를 이용하듯 곳곳에 ‘최고금리’라고 분칠한 상품을 내건다. 미끼 상품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래도 은행인데……’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이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이내 금융회사의 문을 열고 총총히 들어간다.

하지만 착각은 금물이다. 돈이 간교한 것처럼, 이를 다루는 금융회사 사람들의 머리는 정말로 비상하다. 고금리로 잔뜩 분칠했지만, 무조건 높은 금리를 주는 은행은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당연하다. 금융의 가장 기본 공식 중 하나는 ‘위험=이자’다.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곳은 위험이 크다는 말이다. 따라서 고금리를 주는 곳은 그만큼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다는 뜻이고, 고금리를 전면에 내세워서라도 돈이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저축은행 아닐까. 저축은행의 고금리에 홀렸던 고객들은 갑작스러운 영업정지에 수년간 모아 왔던 돈을 떼이게 됐다. 이자 한 푼이라도 더 받아 보자던 서민들은 많았지만 한 푼의 이자 뒷면에 도사린 위험은 보지 못한 셈이다.

저축은행이 발행했던 후순위채는 특히 그렇다. 사실 후순위채라는 이름 자체가 무척이나 어려운 용어다. 후순위채는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파산했을 때 변제받을 권리가 가장 나중에 돌아오는 채권’을 말한다. 그만큼 선순위에 비해 위험할 수밖에 없다. 대신 위험한 만큼 수익률은 높다. 지난 2009년 당시 집중적으로 발행된 저축은행 후순위채의 금리는 연 8%대에 이른다. 통상 만기가 5년 이상인데, 중도해지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고금리에 취한 사람들은 저축은행들이 내거는 높은 금리를 뿌리치기가 힘들다. 은행의 정기예금이 기껏해야 3~4%인데 그 두 배의 금리를 준다니 그 위험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달려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연8~9%의 금리를 준다는 말에 한 때 저축은행의 후순위채는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고금리의 대가는 혹독했다. 시장 좌판에서 평생을 모아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받겠다면서 순진한 마음으로 저축은행을 찾아갔다가 돈을 떼인 부산저축은행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토해 내는 울음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그들이 과연 후순위채가 무엇인지나 알고 투자를 했겠는가. 투자는 고객이 스스로 위험을 알고 책임을 지는 것이 금융의 진리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이런 진리를 수십 번 공부했다. 때문에 잃어버린 돈을 내놓으라고 망한 저축은행을 찾아 항의하는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변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후순위채라는 기묘한 상품을 만들어 순진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평생 모은 돈을 잃게 한 금융회사의 사람들은 파렴치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저축은행에서 후순위채를 산 사람의 절반 이상이 예순 살을 넘긴 사람들이라니, 더욱 한숨이 나온다. 부산저축은행의 후순위채를 산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더욱 기가 막히다. 부산 연산동에 사는 한 할아버지는 60년간 공사판에서 막일을 하고 고철과 폐지를 주워 모은 돈 1억 4,000만원을 후순위채에 넣었다가 떼였다. 후순위채를 산 대부분의 노인들이 “이자 많이 주는 예금인 줄 알았다”고 이유를 얘기했고, 저축은행 직원들은 위험을 전혀 얘기하지 않은 채 “튼튼한 은행이니 믿어도 된다”고 자신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금융이라는 단어를 들이대기도 무색할 정도다.

너무 안타깝고 울화가 치미는 사연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런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평범한 진리가 있다. 바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등식이다.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줄 때는, 다른 저축은행보다 더 센 이자를 보장한다고 말할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매사에 공짜는 없다. 금융회사들이 자선 단체도 아니고, 아무런 위험도 없는데 괜히 이자를 더 주겠는가. 위험을 잊고 이자만 탐닉했다면, 정말 냉정하게 얘기해서 금융회사를 욕할 자격도 없다. 그것이 자본의 논리이고, 금융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원칙이다.

우산을 빼앗는 금융회사

올해로 직장 생활 20년을 넘긴 A씨. 그는 지난 3월 3,000만 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의 만기를 연장하려다 달라진 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전까지 연 9%를 적용했는데 이제부터는 연 10.54%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은행에서는 시장 상황이 변했고 애당초 통장계약을 체결할 때 캠페인성으로 유치하던 탓에 금리를 싸게 매긴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연체 없이 은행에 이자를 납부해 온 A씨로서는 돈은 돈대로 내고 이자는 더 올라갔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은행들은 잔뜩 분칠한 얼굴로 예쁘게 꾸민 채 고객을 응대한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는 은행의 호객 행위를 보고 있노라면 ‘돈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대우도 좋다. 최초 거래 고객에게는 예금금리를 더 얹어 주고 대출금리는 깎아 준다. 아예 “다른 은행의 고객을 빼오라”고 주문하는 은행도 있다. 문제는 기존 고객들이다. 은행들은 꼬박꼬박 이자를 내거나 금융거래를 해온 기존 거래 고객들은 당연시한다. 물론 거래 기간이 오래되고 금액이 많아질수록 수수료 감면과 이자 혜택을 주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거래 고객들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는다. 은행은 이렇게 자신들에게 충성을 다하는 고객을 정교하게 배신한다. 금리와 관련된 영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일반 고객은 금융수수료와 대출이자로 은행을 충실하게 돕고(?) 있지만 은행은 오래된 고객도 단순 영업 대상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금융 상품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점을 이용해 고객들을 일단 끌어들이고 보자는 미끼 상품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주요 시중은행이 문을 닫자 정부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동원해 은행 자산을 깨끗하게 해줬다. 당국은 은행들이 다시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다. 2차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지난 2008년 말에는 이른바 자본 확충 펀드(은행의 자본 확보를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만든 펀드)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번에도 국민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정부는 해외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하고 은행들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은행들은 금리 따먹기 장사에만 몰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놓는 논리는 오히려 대담하기까지 하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회사의 고위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은행이 예대마진으로 장사를 한다고 욕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일본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도 대단한 금융기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은행들은 속된 말로 금리 따먹기로 장사를 합니다. 그것도 금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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