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발터 비트만 지음 | 비전코리아
국가부도
발터 비트만 지음
비전코리아 / 2011년 8월 / 264쪽 / 15,000원
전 세계를 배회하는 '국가부도'라는 유령빚에 기댄 위태로운 삶: 2007년 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가 점점 고조될수록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은 국제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더욱 대규모로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고, 금융위기가 채무위기로 변질되고 심각한 경기후퇴로 악화되자, 이제는 국가부도라는 유령이 잠자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공공 예산이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예산 적자가 증가하게 될 때 국가의 지급 불능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국가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화폐를 찍어낸 사례는 여러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라고 이런 역할을 무한정 해낼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에는 화폐개혁까지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특히 예민한 나라가 독일이다. 1923년과 1948년 두 번에 걸쳐 화폐개혁을 겪었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시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부도와 화폐개혁에 대한 우려는 공허한 말이 결코 아니다.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7년부터 진행된 일련의 사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국에서는 2007년 봄부터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많이 소유한 은행뿐 아니라, 다수의 은행 및 보험회사가 존립의 압박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금융기관의 파산이 야기할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미국의 발권은행(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이하 연준)이 대대적으로 뛰어들었다. 연준은 즉각 거의 무한대의 금융 지원을 제공했고, 동시에 이후에도 그와 같은 자금 지원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연준은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로 올라서게 되었다.
2007년 8월부터는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유럽 중앙은행, 잉글랜드 은행 등)도 뛰어들었는데, 미국의 연준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도 통화 보유량이 고갈되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바로 이것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전개의 시초였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더 심각해졌다. 이제 많은 나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큰 규모로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들은 예금, 은행 여신, 위기에 빠진 민간 기업에게 포괄적인 보증을 제공했다. 이는 국가로서는 일단 잠재적 신규 부채에 해당한다. 그러나 심각한 사태, 즉 국가의 보증을 받은 업체가 파산하고 이로 인해 국가가 채권을 상실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잠재 부채는 실제 부채로 변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자본 수혈은 특히 은행에게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쓰레기 유가증권'의 손실 때문에 심각하게 잠식된 은행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일이었다. 여기에는 민간 은행뿐 아니라 투기로 인해 결정적인 손실을 입은 공영 은행도 해당된다. 결국 공적 기관은 은행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악성 유가증권'까지 몽땅 사주기 시작했고, 일부 국가는 배드뱅크까지 설립했다. 그런데 이를 위한 자금 역시 빚으로 조달되었다. 그리고 2008년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덮쳐 경기후퇴의 심각성이 뚜렷해지자 각국 정부는 부채 유입을 통제하는 갑문을 더 활짝 열어버렸다. 이로 인해 경기 부양을 위한 거대한 대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특히 중국, 미국, 유럽연합 내의 대형 국가들에게서 두드러졌다. 그 규모는 미국만 해도 8조 달러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부채는 민간 부문에서 공공 부문으로 옮겨갔다. 즉 부채는 사회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공공부채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높이 치솟았다. 그 결과 최초로 '준국가부도'에 이른 나라는 아이슬란드였다. 크로나화의 환율은 투기 세력 때문에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결국 그 투기의 거품이 터져버렸다. 크로나화는 대폭락하고 은행들은 크로나화를 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 은행의 붕괴를 막기 위해 아이슬란드 정부는 2008년 10월 8일, 모든 은행을 국유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는 나라가 감당하기에는 과도한 부담이었고 결국 나라 자체가 지급불능의 언저리에 이르렀다.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뛰어들었다. 헝가리,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등에서도 이러한 사태가 이어졌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준파산 상태에 이르자 세계는 이제 국가부도라는 유령을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초미의 관심사는 다음은 어떤 나라가 국가부도의 위기를 겪느냐 하는 것이었다. 1차적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떠오른 나라는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였다. 참고로 사람들은 국가 경제에 적신호가 들어오면 IMF에 큰 희망을 거는 편이다. 그런데 여기서 쉽게 간과하는 게 있다. 만약 회원국들이 분담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IMF조차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2009년 7월, 미국 어느 곳에서 욥(Job)의 사자(使者)가 암울한 소식을 전해 왔다. 캘리포니아 주가 지급불능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오래전부터 차입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다가 결국 와야 할 일이 오고야 만 것이다. 사실상의 파산이었다. 책임은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직접민주주의에 있다. 주지사와 의회가 재정 건전화 조치를 계획해도 주민들이 투표로 이를 좌초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각 주 및 특히 뉴욕 시 같은 매머드 급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되리라고 여기는 것은 다가올 현실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무튼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신규 부채는 전쟁이 없는 평화 시기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참고로 유로존 국가에 대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3%라는 신규부채 상한선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미 거의 전 회원국이 이 상한선을 넘겼고, 몇몇 국가의 경우 국가 차원의 경기부양계획, 은행에 대한 지원 또는 저축에 대한 지급보증 같은 것도 없다. 참고로 프랑스의 경우 그 사이 신규부채 규모가 GDP의 약 6.5% 수준에 이르렀고, 이탈리아 등 몇몇 나라는 10%를 웃돌기도 했다. 영국은 2009년 중 예산적자 규모가 GDP의 12%에 근접했다. 신규 부채의 규모는 유로존 이외의 지역에서도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특히 발트 해 연안 국가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그랬으며, 스웨덴, 폴란드, 헝가리, 스위스조차 마찬가지였다.
공공 예산에서는 일반적으로 부채 및 그 증가율에만 주로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는 복잡한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당연히 고려해야 할 다른 영역도 있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지급이 약속된 공무원 연금과 일반 연금보험, 개인 부채, 온갖 종류의 부동산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 금융 부문(은행과 보험회사)을 비롯한 민간 기업의 부채 등이 그런 예이다. 이들은 모두 금융위기 및 그로 인해 야기된 경제위기로 힘겨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문제이며 당연히 그에 따른 영향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부채 의존적 경제, 즉 '빚에 기댄 삶'이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인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가부도라는 유령에 정면으로 대처하는 것, 경제적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하는 일은 모두에게 필요하고도 유용하다.
국가부도 약사(略史)1990년대의 부채 위기: 부도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는 거의 인류만큼이나 오래된 일이다. 1990년대 부채위기를 살펴보자. 1995년에 두 번째 멕시코 위기가 터졌다. 멕시코는 대규모의 달러화 부채를 안고 있었지만 외환위기에 대한 별다른 대비책이 없었고 페소화는 늘 압박에 시달렸다. 이러한 전개 과정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났고 이자는 늘어났으며 외환 보유고는 고갈되어 갔다.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미국, IMF, 국제 결제은행이 공동으로 500억 달러를 들고 멕시코에 뛰어들었다. 이로 인해 국가가 파멸 상태에 근접하면 IMF가 개입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는 국제적 투기 세력으로 하여금 위기에 처한 국가들을 향해 '한 건 건질 게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살피게 만들었다.
1998년에는 아시아 위기가 발생했다. 출발점은 방콕 상업은행의 파산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투기자본이 태국 바트화의 무릎을 꿇린 것이다. 곧 이어 아시아의 위기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한국을 덮쳤다. 곧 IMF가 자금을 공급하며 지원에 나서고, 피지원국이 IMF의 재정 건전화 지침을 진지하게 수용하면서 사태는 일단 진정되었다. 그리고 1998년에 러시아에서도 위기가 발발했다.
1990년대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몰아내기 위해 러시아는 루블화를 일정 변동 폭 내에서 달러화에 묶어놓았는데, 나라가 해외에 빚을 지고 있었고 은행이 그 부채를 달러로 갚아야 했으므로 모든 것이 환율 안정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 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투자자들은 러시아에서 투자 자본을 빼내 버렸다. 러시아로서는 국채 구매자를 찾기 위해서 금리를 급격히 올려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가 도래했다. 1998년 8월이 되자 환율 자유화가 불가피해졌다. 자유화 직전에 월가의 거물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루블화의 평가절하를 요구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결국 이를 용인했고 루블화의 대외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져 엄청난 결과가 뒤를 이었다.
브라질 역시 위기에 처한 다른 나라들과 똑같은 모형에 따라 진행되었다. 모든 사태는 1990년대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정부는 과거의 화폐를 버리고 새로운 헤알(Real)화를 도입하여 환율을 달러화에 1: 1(1달러=1헤알)로 고정시키는 화폐개혁을 시작했다. 그런데 브라질은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부채에 의지했고, 1995년까지 부채는 다섯 배로 늘어났다. 마침내 1998년 11월에 IMF는 4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들고 뛰어들었다. 동시에 IMF는 급격한 건전화조치를 요구했는데, 이는 경제위기를 더 심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가부채는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예산 적자는 단박에 위로 치솟았다.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브라질은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과거 단골 파산국인 아르헨티나가 또 이 대열에 섰다. 2001년 말, 아르헨티나는 지급불능을 선언했고, 이후 경제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지난 몇 해 동안 다시 과거와 같은 사태가 재발했다. 이미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시피 2007년부터 그 다음 차례의 금융위기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 위기는 개별 국가에 국한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국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부채 위기는 이 위기에서 발생했다.
부채의 한도는 어디까지인가?국가가 질 수 있는 부채의 한도가 어디까지인가는 언제나 논란거리다. 동시에 그 한도에 도달했다거나 초과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 또한 늘 존재한다. 독일의 경제학자 고트프리트 봄바흐의 촌철 같은 언급은 이런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한도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도에 도달했는지는 누구나 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결국, 있을 수 있는 한도를 일찌감치 보여주는 기준이 수도 없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렇게 되면 동시에 지급불능 사태가 뒤로 미뤄질 수 있다. 사람들은 부도가 발생하면 그때야 비로소 그 한도를 분명하게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너무 늦다. 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뿐이다. 그러므로 부채 한도에 대해 신뢰할 만한 기록을 가능하게 하고, 선행지표로서 적절한 시기에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기준의 개발은 꼭 필요하다. 한편 국가부채가 국내부채인가, 아니면 대외부채인가 하는 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국제적 교환가치가 보장된 달러화 같은 경화(硬貨)'든 '교환가치가 보장되지 않아 가치변동이 심한 연화(軟貨)'든, 그것이 어떤 화폐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총 부채의 구조 또한 잘 살필 필요가 있다. 단기, 중기 또는 장기 부채인지의 여부가 중요하며, 평균 금리도 매우 중요하다.
한편 국내부채의 한도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 독일의 정치학자 오토 도너는 한도가 전혀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독일이 독일에 부채를 지고 있으니 그것 때문에 특별히 더 가난해지거나 부유해질 리 없다는 것이 이 생각의 논리이다. 하지만 이는 크게 잘못된 판단이다. 부채는 소득 계층과 세대 사이의 부담 이전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이전은 노동 투입, 저축, 기술혁신 및 투자 등 경제성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조세수입 및 부채 수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부채의 한도와 관련해서 재정학에서는 수많은 기준들이 사용되며, 이들은 서로 조합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나라 부채의 절대 금액조차도 위험 정도를 표시해 주는 유의미한 진술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나라가 미국인가, 아니면 룩셈부르크인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논리가 한 나라 안의 다양한 규모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무튼 부채 금액이 현실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이 어떤 단위(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와 연관되어 있는지 먼저 밝혀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채는 인구 1인당 금액으로 다뤄진다. 하지만 이 기준은 부채 부담 능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는 국내 및 국제적 비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인당 부채 규모는 미국의 경우 당연히 저개발국가의 그것보다 더 크다. 부채가 문제를 야기하는지, 또 야기한다면 그 정도가 얼마만큼인지는 무엇보다도 한 나라의 발전 정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채무2007년부터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세계의 시선은 전통적 부도국가인 라틴아메리카에서 벗어나 옛 선진공업국으로 옮겨갔다. 집중적인 주목을 받은 국가는 서유럽, 북미, 동아시아, 대양주까지 펼쳐져 있는 경제협력 개발 기구 회원국이다. 이들 나라들은 숨이 막힐 정도의 속도로 부채를 끌어들였는데, 이는 세계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관련된 온갖 신문의 제목들은 저축자들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야기했다.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가재정의 붕괴 속에서 경제적으로 몰락해 자신이 평생 일해 벌어놓은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서 살고 있다.
아무튼 대중의 눈길은 국가부채 문제로 집중된다. 하지만 일련의 다른 영역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민간기업 채무는 문제의 소지가 크다. 신문을 조금만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났다시피, 금융업계를 포함한 수많은 기업들은 적정 수준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 그래서 국가와 중앙은행은 국민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기업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울러 수많은 가계도 위험스러울 정도로 빚을 지고 있다. 이는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신문에서도 자주 "신용카드 위기" 같은 말이 등장한다. 소비자들이 무리하게 소비자 신용을 쓴 까닭에 되갚을 가능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새로 부동산 위기가 발생한 것과 더불어 또 다른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바로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싶은 꿈을 실현하려 했던 이들이 쌓아놓은 빚, 바로 주택담보대출비율이었다. 여기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크게 무리를 했다. 그 결과 그들은 담보대출을 해준 은행이 자기 집을 인수해 청산하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결코 원치 않던 존재, 그러니까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가 되어버렸다.
더 나아가 '감춰진' 국가부채도 존재한다.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이 그것인데, 실업보험, 의료보험, 산재보험, 법적 연금보험 등이다. 그 중에서도 사실상 문제가 되는 것은 연금보험이다. 왜냐하면 이 보험은 장기간, 심지어 평생 동안 급여를 지급하기로 되어 있지만 거기에 소요되는 자금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가 그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므로 국가는 추가로 부채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국가부채에 준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아무튼 연금 보험료 인상이나 보험급여 축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부족분을 국가가 떠맡아야 한다. 이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국가는 부채를 차입하게 되며, 급여 수령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채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