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최성환 지음 | W미디어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최성환 지음

W미디어 / 2010년 1월 / 320쪽 / 13,000원



제1부 한국 경제 vs 세계 경제



위기 속에 빛나는 한국 대표기업들


"위기는 기회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요즘 잘 나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이 실적과 시장 점유율로 보여주고 있는 말이다. 2008년 하반기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GM, GE, 도요타, 노키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표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거나 주춤거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은 매출과 이익, 시장 점유율 등에서 군계일학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글로벌 선두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성적을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나라의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61%를 기록해 1년 전보다 무려 13.1%나 점유율이 뛰어올랐다. LCD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개 분기 연속 55%를 유지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점유율이 10% 이상 급등한 것이다. 휴대폰의 경우도 사상 처음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섰다. 자동차 시장에서의 선전도 괄목할 만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이 미국 시장에서 7%대로 올라섰고,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각각 10%와 4%를 넘어설 기세이다. 이외에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조선업과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철강과 화학업종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놓고 있다.

1977년 말 외환위기 당시만 하더라도 존폐의 위기에 놓였던 이들 기업들이 불과 10여년 만에 당당히 글로벌 기업 대열에 올라선 배경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물론 1년 전에 비해 30% 이상 급등한 환율이 크게 도움이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환율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이들 한국의 대표기업들의 도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도대체 어떤 배경과 동력이 위기를 기회로 돌려놓을 수 있었을까? 기업들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1. 외환위기 이후 상시 위기 대응체제 구축

첫 번째 공통점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은 물론 경영 및 매출전략 수정 등을 통해 항상 위기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체제를 갖춰왔다는 점이다. 위기극복과정과 그 경험을 통해 체력과 덩치를 키우는 것은 물론 체질도 바꿈으로써 '상시 위기 대응체제'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30대 그룹 중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와중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기업들이 이후 같은 어려움과 실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한 결과가 다시 큰 위기를 맞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2. 철저한 품질경영 - 품생품사, 불량제품 화형식

두 번째는 품질경영을 들 수 있다. 아무리 값이 싼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품질이 일정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없다. 현대차의 구호는 '품질경영, 무한경쟁, 이기는 길'이다. 구호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은 품질에 살고 품질에 죽는다고 해서 '품생품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품질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10년 무상보증 프로그램은 물론 2005년 이후 현대차가 미국 최고의 소비자만족도 조사기관 JD파워의 품질평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 같은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1995년 3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15만대의 휴대폰과 무선전화기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 회장이 그해 2000여 명의 임직원들에게 설날 선물로 돌린 휴대폰이 화근이었다.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통화가 잘 안 되는' 잘 안 팔리는 불량품을 처리했다는 비아냥이 돌아왔다. 평소 품질경영을 주장하던 이 회장이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두 거두어 직접 만든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태워버려라"라고 지시했다. '불량제품 화형식'을 통해 애니콜이 세계 최고의 휴대폰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3. 과감한 R&D 투자

세 번째로는 과감하면서도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를 빼놓을 수 없다. 품질제고를 위해서는 회장 등 고위직 임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더해 대부분의 업종에서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회사들이 생존경쟁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것을 넘어 시장 점유율 1, 2위권의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R&D 투자가 필수적인 요소다. 경기상황이나 회사 실적이 나쁠 때도 R&D 투자만은 최우선으로 챙기는 회사가 결국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8년 한 해 동안에만 R&D 투자에 7조 원을 투입했다.

4. 정확한 수요 예측과 과감한 글로벌 마케팅

네 번째 공통점으로는 정확한 수요 예측과 과감한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들 수 있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는 동시에 미래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품질 이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가의 고기능 휴대폰에 주력한 역발상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유가등급이 화두가 되자 '휘발유값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실업률이 급등하자 '실직자 보장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여기다 현대차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가장 광고 단가가 비싸다는 미국의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에 5편의 광고를 내보냈다. 형편없는 품질의 '마차'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안전하면서도 편안한 그래서 타고 싶고 갖고 싶은 차를 파는 현대차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5. '오너 회장 + 전문 CEO' 체제로 위기 극복

다섯 번째로는 그룹의 오너 회장과 유능한 최고경영자의 조합이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를 들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와 현대차 등은 대주주인 그룹 회장이 큰 틀을 잡아주면 각 회사 또는 부문별 CEO들이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거의 모든 일을 전권 처리한다. 평상시에는 그룹 회장의 역할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을 다니면서 던지는 한두 마디가 경영의 핵심이 되거나 그룹 전체의 미래 진로가 결정되기도 한다. 오너 회장의 기업 경영에 대한 열정과 CEO의 결정 노하우가 합쳐지면서 급변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외부충격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때로는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의 CEO가 혼자서 그 같은 결정을 제 때에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도 인재 영입 및 육성 등 인사관리, 새로운 해외시장의 개척, 철저한 유통망 및 A/S 관리, 현장과 시장중시 경영, 상생의 노사관계, 다양한 품종을 동시에 생산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위기극복 요인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월간조선》(2009. 9)

낙관과 비관 사이

최근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이 장밋빛 일색이다. 뉴욕과 유럽, 중국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2008년 하반기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모양새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제조업 지수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심리도 빠른 회복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우려됐던 미국의 대표기업들이 예상밖으로 좋은 성적을 내놓으면서 실적이 뒷받침된 장세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 낙관론에 파묻히고 있는 비관론자들

이런 가운데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일부 비관론자들이 "아직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드센 낙관론 속에 파묻히고 있다. 2007년 10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을 때만 해도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가슴을 치면서 마음 아파한 반면 주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어지는 '횡재'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입장이 뒤바뀌면서 애지중지하던 주식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 애물단지가 다시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변할 수 있을 것인가? 글로벌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코스피지수의 고점을 1600~1700대로 올려 잡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예측기관들은 우리나라 경제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2. 남아있는 불확실성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비관론자는 물론 낙관론을 내놓는 대다수 전문가들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고 있다. 그것은 상반기 중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동력이 경제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살아난 것이라기보다는 인위적이거나 외부적인 여건의 호전에 힘입은 바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정부의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감세와 재정지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유가 급락 등과 같은 요인이다. 2008년에 비해 크게 높아진 환율이 해외 수출에 큰 도움이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따라서 하반기에도 이들 요인들이 계속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또한 하반기에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은 추가 악재는 없는가 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이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제의 회복 속도일 것이다. 그리고 이외에도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 지속과 상업용 모기지 및 신용카드 부실에 따른 금융회사의 추가부실, 달러 가치의 급락, 유가의 재급등, 동유럽 등 신흥시장국의 위기 등과 같은 대외적 악재가 향후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3. 자생력을 회복치 못하고 있는 소비와 투자

대내적으로는 소비와 투자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어 한마디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엔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과감한 재정집행과 한국은행의 유례없는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기업과 가계 모두 그간 과도한 부채가 누적되면서 위기대응 능력은 물론 소비와 투자 여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 이후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과도한 부채 부담은 금리 상승에다 고용약화가 겹칠 경우 언제든지 화약고로 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반기에 재정이 171조원이나 조기집행되면서 하반기에는 재정집행이 100조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하반기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여기다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수출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면서 그나마 남은 동력마저 힘을 잃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악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법이다. 일단 악재가 발생하면 주가, 환율, 금리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는 물론 성장률과 고용 등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각 개인들도 주식과 펀드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잠재적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대응전략이 요구된다. ≪위클리조선≫ (2009. 7. 27)

제2부 경제 다시보기



글로벌화와 선발자 이익


'영국, 네덜란드, 아일랜드'는 공통점이 많은 나라들이다. 무엇보다 잘 사는 유럽 국가라는 점이다. 2007년 기준으로 영국과 네덜란드는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6000달러대로 비슷하고, 아일랜드는 6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세 나라가 지금까지 오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때 잘 나가던 1류 국가들이었지만 1970~80년대에는 국제사회로부터 병자(病者) 취급을 받았다. 영국은 '영국병', 네덜란드는 '네덜란드병', 아일랜드는 '서유럽의 병자'였다. 1류에서 2류로 떨어진 배경도 비슷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재건에 이은 장기호황을 누리면서 정치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자만감에 빠져들었다. 이에 따라 과도한 복지와 과격한 노조 활동 등이 이어지면서 경제 전체가 동맥경화 현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고비용ㆍ저효울이 계속되면서 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자를 양산해냈다.

또 한 가지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점은 이들 세 나라가 1980년을 전후해 대대적인 개혁에 성공하면서 다시 한 번 1류 국가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여 년에 걸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노조문제를 정면돌파하거나 '노사정(勞使政) 대화합(아일랜드와 네덜란드)'으로 해결하는 등 고통스러운 개혁과 구조조정을 거쳤다. 그 결과 병든 사회와 경제를 건강한 글로벌 경제로 돌려놓으면서 세계적인 자국 기업을 키워내는 것은 물론 수많은 해외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국내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이들의 고통스러운 개혁과 구조조정이 글로벌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점이다. 경직된 노사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 활동과 관련한 구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함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들 나라에서는 기업의 국적에 관심이 없다. 자국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우리나라에서 생산과 고용을 창출한다면 고마운 기업일 뿐이다.

이들 세 나라 외에도 유럽의 강소국이라 불리는 벨기에, 스위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나라들은 대부분 글로벌화를 통해 소득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경우 청소년층은 물론 중장년층들도 자유스럽게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고등학교에 다닐 정도면 영어를 구사하는 데 거의 문제가 없다. 여차하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이나 호주까지도 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뒤늦게 '산업화'를 시작해 압축성장에 성공한 데 이어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정보화'에 앞서면서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도 '글로벌화'에 달려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덩치는 세계 12~13위로 올라왔지만 글로벌화 수준은 30위권에 머물고 있다. 동북아 금융 허브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글로벌금융센터지수에서 서울은 51위에 불과하다. 산업화와 IT화는 '후발자 이익'을 누릴 여지가 많아 잘만 하면 우리가 했던 것처럼 압축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글로벌화의 경우 뒤로 처질수록 따라가기가 어려워진다. 글로벌화는 '선발자 이익'이 워낙 크기 때문에 늦으면 늦을수록 따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존 나이스빗과 만나 "한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구동성으로 돌아온 대답은 '열린 마음'이었다. 한국도 이제 값싸고 좋은 물건을 잘 만들어내는 제조업과 IT와 같은 하드웨어를 뛰어넘어 열린 마음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한국의 미래는 열린 마음으로 세계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향해 뛰는 한국인들에게 달려 있다. 《파이낸셜 뉴스》(2008. 8. 7)

명품과 생태계, 부(富)의 트라이앵글

2010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떨까. 결론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필자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명품과 생태계' 이론을 들여다보자. 먼저 명품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지만 그중에서도 잘 나가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를 뜻한다. 아무리 명품이라도 거지가 입거나 메고 다니면 제 가치를 발할 수 없다. 명품 옆에 명품이 있어야 빛을 더 발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명품 아파트들이 즐비한 곳은 일종의 '멤버십 카운티'가 되면서 다른 지역과의 격차를 더 벌려갈 것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에서 생태계는 해당 지역의 갖가지 인프라를 의미한다. 지하철과 도로, 공원과 같은 공공 인프라는 물론 교육과 문화, 병원, 쇼핑센터, 레저시설과 같은 지역적 인프라도 짚어봐야 한다. 아울러 함께 사는 사람들의 '동질성'도 매우 중요하다. 교류가 거의 없는 아파트 시대라지만 예를 들어,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서로 의논하고 도울 비슷한 또래의 학부모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명품과 생태계 이론에 잘 들어맞는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의 강남이라는 데 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명품 아파트들이 가장 먼저 들어섰을 뿐 아니라 생태계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생태계는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자기복제 및 영역을 확대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강남 아줌마들이 분당의 카페 골목을 다니는 이유는 그들끼리 서로 통하면서 이질감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강남의 생태계는 분당과 판교까지 확대되면서 '부(富)의 트라이앵글'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물론 트라이앵글에 속하지 않는 신도시나 지역 중에도 생태계가 좋은 곳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생태계와의 접속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섬이 아무리 생태계가 좋아도 섬일 뿐인 것과 같다. 결론은 현재 생태계가 좋거나 앞으로 좋아질 것이 확실시되는 곳의 명품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생태계의 명품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1990년대 초반 이후의 일본이나 2006년 이후의 미국처럼 시장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 손쓸 방법이 없다. 인구의 고령화와 구조변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보금자리 주택 등이 가져올 파장과 영향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Life Leader≫ (2009.12)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