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의 경제학
최남수 지음 | 새빛에듀넷
교실 밖의 경제학
최남수 지음
새빛에듀넷 / 2010년 01월 / 255쪽 / 12,000원
1. 경제의 비밀, 모르면 독이다
'기업가 정신'을 깨워라1983년 2월 8일, 지금은 고인이 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반도체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이른바 '도쿄 선언'을 합니다. 도쿄 선언을 하기 1년 전, 미국 IBM을 둘러본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가 없다면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에 예속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결국 통 큰 승부수를 던진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을 바꾼 성공의 뒷이야기를 살펴보면 언제나 운명의 선택을 해야 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도전이 숨어 있습니다. 반도체라면 미국과 일본이 한참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삼성의 결정에 대해 당시 주위에서는 냉소적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반도체 망국론까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습니까?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으며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라고 밀어붙인 도전 정신, 위험을 무릅쓴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 회장은 어떻습니까?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조선업 진출 당시 500원 권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버클레이 은행의 차관을 따냈고, 황량한 조선소 부지 사진 하나만 달랑 가지고 가 그리스의 거물 해운업자로부터 배 두 척을 수주해냈습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 회장의 신념이 그대로 녹아든 사례입니다.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 경제위기를 지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는 이런 기업가 정신이 아쉽습니다.
기업이 여유 자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안 한다고 말이 많습니다. 우리 경제성장의 약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일자리는 줄고, 경제 전반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는 걸까요? 이론적으로 기업들은 어떤 사업을 해서 얻게 될 수익이 이자보다 클 때 투자를 합니다. 한마디로 남는 장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수지가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이 수익 예상이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사실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이라면 무리해 투자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웬만큼 고수익의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는 기업은 다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승부를 걸 줄 압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반도체나 조선 사업의 성장 역시 이런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요즘 우리 기업들을 보면, 빚 부담에 눌려 재무적 위기를 겪었던 1997년의 외환위기의 여파로 모험보다는 안전 위주의 수세적 경영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30년을 내다보는 과감한 투자보다는 가진 것 지키면서 주주에게나 잘 보이고, 상황이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에 나서는 식의 위험 회피형 경영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주요 그룹의 살림을 들여다보면 말 그대로 일을 벌이는 기획 라인은 퇴조하고 현상 위주의 보수적 재무 라인이 의사 결정 라인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위기관리 형태로 조직이 바뀐 것이지요. 이런 풍토 아래에서는 위험을 돌파해가며 새로운 사업을 일구는 기획형 기업가 정신이 뿌리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꼽은 성공하는 기업들의 여덟 가지 습관 중 하나는 바로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군용 비행기를 주로 제작해온 미국 보잉사가 경험이 없던 상용 비행기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회사를 도산의 길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위험한 결정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보잉은 오히려 도약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위기 속에서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모색했던 기업들. 우리가 지금은 고인이 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바로 이런 개척자 정신이 미래의 꿈을 실현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도 이제 마냥 제자리에 앉아서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기보다 공세적 투자를 통해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업가적 야성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투자도 늘리고 유능한 인재도 채용하고 마케팅도 해야 미래가 열립니다.
잘나가는 소수를 견제하라2008년 9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 미국에서 일어납니다.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인 AIG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로 인한 대규모 손실로 휘청거리다 미 정부로부터 85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제공받습니다. 대신 미 정부가 AIG 지분 80%를 확보해 이 회사는 국유화됩니다. 거함 AIG를 침몰시킨 주역은 누구였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이 회사에 엄청난 수익을 올려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런던에 위치한 금융상품사무소로, 100여 명 남짓한 직원들이 일하고 있던 이곳은 AIG에게는 신데렐라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비롯한 다양한 채권을 한데 묶어 부채담보부증권이라는 새로운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이들은 기세를 이어가 부채담보부증권 안에 편입된 채권이 부도가 날 경우, AIG가 돈을 대신 갚아주는 조건의 신종 보험상품인 신용부도스왑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들은 돈을 대신 갚어주어야 할 가능성이 적다고 본 것입니다.
연달아 빅 히트상품을 내놓은 결과, AIG 런던 금융상품사무소의 매출액은 불과 5년 만에 약 7억 4천만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 30억 달러는 회사 전체 수익의 17.5%를 차지했으니 100여 명의 런던 전사들에게 쏟아졌을 찬사는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그러나 상황은 어이없게 반전됩니다. 부채담보부증권 안에 편입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등이 연이어 부도가 나면서 AIG가 대신 갚아줘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이 때문에 순식간에 25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그동안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많은 손실이 나 회사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치닫게 된 것입니다. 불과 100여 명의 런던 금융상품사무소 직원들이 전 세계적으로 12만 명이 일하는 AIG의 운명을 비극으로 몰고 간 것입니다.
누구의 잘못입니까? 표면상으로는 금융상품사무소의 실책으로 볼 일이지요. 하지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회사 측의 책임이 큽니다. 우수한 성과를 낸 금융상품 개발 직원들을 과신한 나머지 신상품인 신용부도스왑이 가져올 수 있는 치명적 위험에 대해 회사 경영진이 무지했고, 결국은 재앙을 가져온 것입니다. 한때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잘나가던 일부 매출 관련 부서나 직원이 견제 받지 않은 권한 때문에 회사 전체를 커다란 곤경에 빠뜨린 사례는 이밖에도 많을 것입니다. 이 같은 일들이 말해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기업이든 정부든 모든 조직에는 적절한 견제와 균형 장치가 있어야만 그 조직의 건강성은 물론 생존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성과를 올렸다고 견제의 제동장치마저 풀어버린다면 도덕적 해이가 생겨 그 개인이나 단위 부서는 물론 조직 전체가 헤어날 수 없는 파멸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음을 역사적 사례들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2. 경제위기를 부르는 인간의 본성
경제학자가 돈을 못 버는 이유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경제학의 예측 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오래 전부터 많이 풀린 돈 때문에 경제에 큰 버블이 만들어지고, 그게 터져 세계 경제를 불황의 골로 빠뜨렸는데도 버블 붕괴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예측한 경제학자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2009년 8월 초, 한 세미나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왜 어떤 경제학자도 위기 발생을 경고하지 못했는가?"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세계 경제가 파국에 치달았는데도 어느 경제학자도 경고음을 울리지 못한 데 대한 영국 여왕의 실망이 담긴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의 경제학자들은 여왕에게 보낸 사과 편지에서 "저희 하나 하나는 대단히 똑똑하지만 집단적 상상력이 부족하여 세계의 금융시스템 전체가 직면한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른바 경제학자들의 수난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경제학자 자신들의 자산 운용 성적표는 어떨까요?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해 깊이 있게 학문적 훈련을 한 사람들이어서 돈도 잘 굴릴 것 같은데, 실제도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많이 아는 것과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사람마다 들쭉날쭉하지만 대개 투자 성과는 평균 이하입니다. 그래도 그중에는 투자로 성공을 거둔 경제학자들도 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는 채권투자에 관한 한 귀재였습니다. 그는 국채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는 재정거래를 통해 큰돈을 벌었습니다. 영국군이 전투에서 나폴레옹에게 졌을 때 폭락한 영국 국채를 사들인 다음, 워털루 해전에서 나폴레옹이 패전했을 때 이를 비싼 값에 팔아 1백만 파운드를 벌었습니다.
20세기 경제학의 한 획을 그은 케인즈는 어땠을까요?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성적표입니다. 그는 1920년대에 주식투자로 대박을 터뜨렸다가 이후 세계 경제가 더블딥에 빠졌을 때 이를 다 날립니다. 하지만 이후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백만장자가 됩니다.
앞에서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데 대한 영국 여왕의 질책을 소개했습니다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합니다. 하지만 그 예측은 미리 세워놓은 많은 가정을 전제로 복잡한 수학적, 통계적 모델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예측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이 가정과 다르게 움직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예측이 틀릴 개연성이 더 큰 것입니다.
나심 탈레브가 『블랙 스완』에서 말한 0.1% 확률의 충격적인 사건, 즉 검은 백조가 나타나면 예측 자체가 무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의 세계도 시장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야성적 충동에 의해 변동하기 때문에 치밀한 분석이 성공투자를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경제학이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경제학도 변화무쌍한 현실의 세계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의 투자 실패 사례를 통해 말씀드린 것입니다.
자녀교육보다 노후 준비하라우리나라는 노령화 속도에 관한 한 올림픽 금메달감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구 10명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현재 1명인데, 앞으로 40년 뒤인 2050년에는 4명이 된다고 합니다. 80세가 넘는 노인도 10명 중 1명을 넘게 됩니다. 말 그대로 노인 국가가 되는 셈입니다. 이같이 빠른 노령화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후 준비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노후에 대한 고민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의 투자전문 정보 사이트인 인베스토피디아에 미국인들의 걱정거리를 엿볼 수 있는 글이 실렸습니다. '자식들에게 가르쳐야 할 은퇴에 대한 교훈'이라는 제목의 글인데요. 우리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소개합니다.
노후준비 원칙 1 : 교육비 팍팍 쓰다 노후는 막막!
자식 교육비 쓰느라 노후 자금까지 희생하지 말라! 이런 경고가 나오는 걸 보면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과도한 교육열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있는 돈 없는 돈 써가며 사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휘고, 대학 보내고, 유학 보내고, 그것도 부족해 이젠 취업 사교육까지 시켜야 하는 우리나라. 그러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내 노후는 누가 책임지나' 하며 막막해지는 게 현실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식 교육 때문에 자신의 노후까지 희생시키지는 마십시다!
노후준비 원칙 2 : 젊어서 빚, 늙어서 고생!
젊었을 때 빌린 과도한 빚 때문에 노후에 고생하지 마십시다.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빚을 내면 노후에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가느라 정작 급한 데 쓸 돈이 줄어듭니다. 신용도도 나빠져 내야 할 이자가 더 많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때 부채 규모와 신용도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노후준비 원칙 3 : 당장 노후 투자를 시작하라
보통 사람들은 노후를 먼 훗날의 일로 생각합니다. '살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대책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비하기 위해 당장 일정액 이상을 매달 저축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장은 쓸 돈이 줄겠지만 노후에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지혜로운 결정입니다. 적금이든 연금이든 보험이든 노후에 쓸 돈, 지금부터 모아둡시다.
노후준비 원칙 4 : 몰빵 투자의 유혹을 피하라
노후자금을 준비한다며 여유자금을 주식에만 투자한다거나 또는 한 종목을 집중 매입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주가가 크게 내릴 경우 노후생활 자체가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주식과 채권, 예 적금, 부동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잘 분산시켜 한쪽의 손실을 다른 쪽의 차익으로 메워나갈 수 있는 여지를 가져야 합니다. 투자의 기본 원칙입니다.
노후준비 원칙 5 : 오래 일하라
무엇보다 오래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은퇴시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노후 자금을 더 모을 수 있습니다. 모아놓은 돈을 꺼내 쓰는 시기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맞긴 맞는 말이긴 한데, 직장생활 오래 한다는 게 자기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닌 점이 바로 문제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퇴직 후에도 파트타임 등의 일을 찾아 돈을 버는 기간을 최대한 늘려야 합니다.
사실 따져보면 당연한 말들입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실천하는 것과 실천하지 않는 것은 나중에 노년이 됐을 때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이젠 노후도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3. 경제 게임의 진정한 승자는?
미국 군기 잡는 중국의 야심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의 기세가 날로 등등합니다. 경제위기의 지뢰밭에서 허우적대온 미국의 위상이 떨어지는 만큼 중국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는 2008년 기준으로 7억 8천만 달러로 세계 3위 수준입니다. 특히 2조 달러 수준의 외환보유액은 세계최대 규모로 전 세계 국가들이 가진 외환보유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2009년 3월 말 현재 8천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며 미국의 최대 돈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팍스 차이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국의 질주가 감지됩니다.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달러화의 가치가 추락하자 달러가 불안하다며 국제 상거래나 금융거래에 주로 쓰이는 기축통화를 달러화에서 국제통화기금 IMF가 발행하는 특별인출권 SDR로 바꾸자고 기축통화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와 동시에 국제 무역거래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비중을 높이는 등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했습니다. 중국은 또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상해에 금융센터를 짓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표면적으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달러화를 기축통화에서 밀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중국의 진의는 오히려 미국의 힘이 빠지는 이번 기회에 미국의 군기를 잡고 중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다목적의 전략적 힘겨루기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그 사연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무엇보다 국제 상거래나 금융거래에서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마땅히 없는 게 중국이 좋든 싫든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달러화는 2008년 기준으로 세계 외환보유액의 64.3%, 외환거래의 43.2%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제채의 36.2%가 달러화 표시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새로운 기축통화로 삼고자 한 SDR은 세계 외환보유액의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개인이나 기업이 상거래나 금융거래에서 전혀 쓸 수 없어 기축통화로 언급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게다가 SDR을 발행하는 IMF에서 미국이 16.77%로 최대 지분을 보유하며 거부권까지 가지고 있어, 결국 미국이 길목을 지키고 있는 형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