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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경제학

강수돌 지음 | 인물과사상사
살림의 경제학

강수돌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09년 2월 / 327쪽 / 13,000원



제1부 자본주의의 끝에서 외치는 '살림의 경제학'



모든 인간이 '노동력'으로 평가되는 사회


이론적으로 모든 인간은 평등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간의 가치는 연간 임금에 활동할 기간을 곱한 것으로 측정된다. 미국 뉴욕 시민의 인간의 가치는 매우 높지만 아프리카 같은 후진국 사람의 가치는 매우 낮게 평가된다. 오늘날 우리의 경제는 경쟁과 이윤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돈벌이 경제이며 죽임의 경제이다. 죽임의 경제에서의 노동력은 사다리 질서 또는 피라미드 질서로 서열화 위계화되어 있으며, 살벌한 경쟁과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경쟁 속에서 사람들은 비인간화되며 참 행복을 잃게 된다.

죽임의 경제 시스템 하에서는 아이의 탄생은 제2세대 노동력의 확충이며, 학교는 '노동력'을 키우고 강화하는 공장에 불과하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잠재력을 지닌 한 인간은 학교교육을 거쳐 '근대적 시스템'이 강요하는 일개 '생산요소'로 전락하게 된다. 이렇게 훈육된 인간은 모든 삶의 토대인 자연을 원료나 부품으로 가공하는데 앞장서며, 결국 인간과 자연은 자본에 의해 이윤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도구화되고 만다.

삶의 주체들이 돈벌이 도구로 객체화, 대상화되는 과정에서 공동체와 개인의 분리, 생산수단과 노동력의 분리, 구상과 실행의 분리, 삶터와 일터의 분리, 자연과 인간의 분리, 생산과 소비의 분리, 내면과 외면의 분리가 발생하게 된다. 이 같은 분리는 '경쟁과 이윤', '출세와 성공'이라는 체제 논리를 기초로 전개되며, 물질적 보상에 길들여진 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 수용'을 하면서 공고해지며 내면화된다. 파괴와 죽임의 경제를 낳는 사회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7가지 분리 현상을 깊이 성찰하고, 달콤한 물질적 중독 체제에서 벗어나, 소통과 연대를 통해 대안적 실천이 사회적 공명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류공멸과 자본주의의 치명적 오류

자본주의 경제가 살림과 공생의 경제가 아니라 죽임과 공멸의 경제로 되는 원인은 경쟁력과 생산성이 가진 자기모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의 생산성은 투입에 대한 산출의 비율관계를 말하며 보다 적은 투입으로 많은 산출을 얻을 때 생산성이 극대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돈벌이' 관점에서의 생산성은 인간의 건강과 여유, 인격 존중과 평등, 공동체, 맑은 공기 등으로 표현되는 '삶의 질' 관점에서는 대부분 파괴적이다. 인간과 자연의 건강성은 침해되며, 사람들 사이에 온갖 차별과 구별을 구조화하며 삶의 터전인 농지와 공동체는 파괴된다.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을 하지만 결국 우리는 돈과 일을 위해 헛되이 삶을 희생한다.

신자유주의가 본격 진행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 외환위기를 넘어 실물위기, 경제공황 등이 예고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내세우는 자유 시장과 그에 기초한 정책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종말, 나아가 역사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가능성에 대비해 신빙성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자연의 파괴는 쓰나미 현상이나 지구온난화와 같이 '자연의 역습'을 초래하며 사회의 파괴는 빈곤, 불평등, 불안의 세계화를 초래함으로써 '저항의 세계화'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위기, 조직화된 범죄, 사회 양극화 등은 현대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암울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제 생존경쟁의 시각에서 벗어나 인류의 생존 그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시장의 경쟁 전략과 맞서는 사회 운동의 실천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지속적인 연대의식이 중요하다.

주류 경제학이 주장하는 '자원은 유한한데 인간 욕구는 무한하다'라는 명제는 거짓이며, 진실하지 않다. 우주라는 총체적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은 "낳은 자식은 다 먹여 살리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다. 자원이 유한하다는 희소성의 명제는 무한 파괴를 일삼는 이기적 이윤 체제가 낳은 산물일 뿐이다. 인간의 욕구가 무한하다는 것도 피상적 접근일 뿐 심층 차원에서는 기본 생계 충족과 삶의 질이 만족스럽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내면화해온 자본주의의 경제가치 개념을 사회가치와 생명가치로 바꾸어야 한다. 사회가치란 가족, 친지, 이웃, 그리고 사회 전체와 더불어 살고자 하는 태도의 문제다. 또한 우리가 우주 생명체의 일부라는 태도를 갖고 행위 할 때 생명가치가 존중된다. 우리가 진정 행복하게 살려면 돈벌이가 아닌 살림살이 관점으로 경제행위와 구조를 재창조해야 하며, 새로운 사회경제 제도와 구조는 사회가치와 생명가치 위에 구축될 때 발전할 수 있다.

인간을 위한 경제논리와 살림의 경제학

살림의 경제는 삶의 경제이며 돈의 경제나 권력의 경제와 다르다. 살림의 경제는 돈벌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실, 자본주의나 권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현실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견지해왔고 앞으로도 지켜야 할 근본 원칙이 있다. 자신의 내면적 삶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 자손의 삶까지 모두 살릴 수 있는 근본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살림의 경제를 구성하는 5가지 근본 원칙 중에 제1원칙은 '생명 살림의 원칙'이며, 이 살림살이 원칙은 다른 4가지를 포괄하는 기본이 된다. 비록 가난하더라도 예를 잃지 않고 더불어 도와가며 사는 것, 애환이 있더라도 늘 삶의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 것, 부족하고 힘겹지만 활기 넘치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경제의 본래 의미이다. 제2원칙은 지속가능성의 원칙, 즉 '계속 살림의 원칙'이다. 계속 살림이란 모든 삶의 토대인 자연 생태계를 비롯한 인간 공동체와 그물망 속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는 개인들 모두의 삶이 선순환되고 상호 관계하는 과정 속에 지속되는 것이다.

제3원칙은 자율성의 원칙, 즉 '스스로 살림의 원칙'이다. 스스로 살림이란 사람이 단순히 생산요소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 분배 소비 활동의 책임성 있는 주체로 자리매김되는 것이다. 제4원칙은 호혜성의 원칙, 즉 '서로 살림의 원칙'이다. 서로 살림이란 시장화, 상품화라는 이데올로기 위에 타자의 희생을 대가로 자기만의 이익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필요를 채워주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진정한 선물의 경제이다. 제5원칙은 필요의 원칙, 즉 '내면 살림의 원칙'이다. 내면 살림의 경제는 승진이나 타자의 시선, 소득 수준과 같은 외형 비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진정한 내적 필요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건강한 방식으로 실현하려는 경제이다. 살림의 경제에서는 사람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자율성을 발휘하며 상호 신뢰하고 협동한다. 또한 일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자아실현이자 삶의 의미를 드높이는 과정이요, 사람과 자연을 모두 살리는 길이다.제2부 과도한 경쟁과 죽음을 부르는 시장 논리



죽음을 부르는 경쟁과 이윤의 법칙

자본주의 상품 경쟁, 노동력 경쟁, 시장 경쟁의 원리는 '선착순' 경쟁과 다르지 않다. 경쟁과 지배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누가 됐든 경쟁에 동참하게 되면 일등이든 꼴찌든 관계없이 모두 자본의 지배 아래 복속된다. 수십 년 동안 훈련된 경쟁 원리는 우리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일등만이 살 길이라는 생존 법칙을 내면화하게 한다. 이러한 경쟁의 내면화는 '강자와의 동일시'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가 직접 상대하기 버거운 공포의 가해자 앞에 충성과 복종을 맹세할 때 엄청난 공포심은 모종의 안도감으로 변하는데 그 이유는 피해자 자신이 마치 가해자와 일심동체가 된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강자와의 동일시' 및 '경쟁의 내면화'와 더불어 우리 자신의 참된 내면과 더 멀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사회적 다원주의는 동식물과 같이 개인이나 가족, 인종도 진화과정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강자만을 위한 사회철학을 배경으로 세상 전체가 체계적으로 조직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사다리 질서'이다. 위가 좁고 아래로 갈수록 넓은 사다리 질서에서 사다리 질서의 윗부분이 누리는 기득권은 아래쪽이 희생당한 결과물이다. 사다리 질서 사이에서는 상중하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뿐만 아니라 위상이 비슷한 이웃과도 경쟁이 치열하며, 이러한 수평적, 수직적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는 동인은 생존 투쟁과 기득권 경쟁이다. 일단 사다리의 높은 곳으로 오르게 된 자들은 돈과 권력, 명예 등의 각종 떡고물을 누리게 된다. 사회적 다원주의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우리 자신이 선착순 게임의 수용과 참여를 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찾지 못한 채 자본이 쳐놓은 사다리 질서 안에서 더 많은 떡고물을 위해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위쪽 사람들은 기득권의 달콤함에 중독되며, 아래쪽 사람들은 탈락하거나 기득권 대열에 들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이 문제 제기조차 않고 굳게 믿고 있는 '경쟁 이데올로기'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탈경쟁이 자아내는 모종의 두려움을 정면으로 꿰뚫으면서 넘어가는 것이며, 다음에는 연대의 실천을 통해 그 두려움의 축소와 에너지의 분출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머릿속에서부터 소통과 연대를 하나씩 그려내고 실천해야 하며, 이것이 사다리 질서에 대한 대안인 '원탁형 구조'의 핵심이다. 원탁형 구조 속에서는 모든 개성 있는 이들이 자기 나름의 소질과 재주를 발휘하여 상호 소통과 연대를 통해 자기 행복과 사회 행복을 함께 추구한다. 처음에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그러한 노력을 통해 새로운 조건을 창출하며, 새로운 조건 속에서 또다시 더 넓고 깊은 실천을 이뤄낼 수 있다.

병든 사회를 부르는 부자강박증

IMF사태 이후 한국 사회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을 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아빠들 사이에 나도 얼마든지 부자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열풍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2002년 초 어느 신용카드사의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는 좌절감과 무기력감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 범국민적 인사말이 되는 듯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주식, 채권, 외환, 포트폴리오 투자 등 재테크나 돈 불리는 법을 가르치는 '어린이 경제 교육 캠프' 같은 것이 다양하게 조직되며 돈벌이 교육이 체계화되고 있다. 세상을 온통 돈과 부자 열품의 '집단 광기'로 몰고 가는 이런 경제교육은 우리 사회를 더욱 황폐하게 한다. 우리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이 아니라 더 좋은 삶이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태안사건은 대형 환경 재난의 무서움을 전 국민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태안 사태와 관련하여 진심으로 사죄하는 관련자나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 법률적 책임은 물론 도덕적 책임과 재량적 책임에 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며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기업 홍보용 문구로 오남용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풀뿌리 민중의 정직한 눈과 단결된 힘이 없이는 제대로 수행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자연을 모든 생명과 살림살이의 근원적 토대가 아니라 돈벌이를 위한 자원으로 보는 한, 앞으로도 기업과 개인, 사회 전체가 자연을 부단히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태안 사태는 돈벌이에 눈과 귀가 먼 기업의 행동 논리와 지구 전체를 한갓 돈 되는 자원으로 보는 시각, 값싼 석유 에너지에 의존하는 생산방식 및 소비방식 등이 만들어 낸 합작품인 것이다.

한국의 집단적 일중독증과 성장중독증

대부분 사람들은 '사다리 질서'를 내면화한 뒤 남보다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가 출세하여 더 많이 갖는 것만이 인간답게 사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사다리의 끝은 잘 보이지 않고 어느새 인생의 길을 잃은 채 일중독과 소비중독이라는 이중의 덫에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발견한다. 우리 사회의 과로사는 이제 일부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직장인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하면서 농촌과 농업 중심 사회가 도시와 공업 중심 사회로 바뀌고,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던 사회에서 시장과 돈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로 변한 것이 우리 사회가 '과로 사회'로 변한 변화의 본질이다.

한국 사회가 일중독 사회로 전락한 큰 맥락을 짚어보면 먼저 역사적으로 외세의 지배를 받는 과정에서 '강자와의 동일시'라는 집단 심리가 작용해 왔음을 살펴 볼 수 있다.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 강자 앞에 무릎 꿇고 숭배하는 심리를 온 사회가 공유하게 된 것이다. 제국주의 앞에서는 제국주의를 형님으로 모시며 자본주의 앞에서는 자본주의를 곧 지배체제로 모시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으로 우리는 출세와 성공에 대한 집단적 강박증을 갖게 되었다. 가정, 학교, 직장 등 삶의 세계를 지배하는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이 강박증과 조급증에 시달린다. 이러한 두 가지 큰 맥락을 전제하고 난 뒤 우리는 '재만 남은 삶'이 아니라 '가치로운 삶'을 살기 위해 참된 사회적, 개인적 실천을 해야 한다.

원래 '개발'이란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자연환경이나 자원을 이용, 산업과 경제의 진흥을 도모하는 행위다. 그러나 개발과 저개발, 발전과 낙후라는 말은 이미 개발 또는 발전이 바람직하다는 가치관을 전제로 한 가치 편향적인 말이다. 경제의 원래 의미인 살림살이를 배제하고 돈벌이 중심의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 '위로부터의 프로젝트'라고 할 수밖에 없는 개발주의는 정치가, 건설자본, 부동산업계, 금융기관 등에 의해 추동된 것이다. 그러나 위로부터 추동되는 개발주의는 국민의 대다수인 풀뿌리 민중이 개발에 의해 동의하기를 거부한다면 그 어떠한 개발 구상도 현실화될 수 없다. 국민 대다수에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는 집단적 성장중독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에 물든 시장 사회를 공동체적 사회로 되돌림으로써 가능하다. 이를 위해 권력 구조, 정부 조직, 정부 정책 등에 널리 퍼진 시장주의 요소를 걷고 공동체적 복지와 안녕을 중시하는 요소를 두루 구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녹색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하며, 풀뿌리 민중도 '녹색형 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 생태적 공동체를 만들어 '생명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하면서 궁극적으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제3부 허울 좋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초국적자본이 지배하는 인간성 상실의 세계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나 현실적 힘으로 부상하여 우리에게 '실재'로 다가온 것은 대체로 1980년대 이후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 소련 사회주의의 등장 등을 거치면서 고전적 자본주의는 케인스식 복지국가 자본주의로 변모했다.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 행위자로 개입하여 노동과 자본, 국가 사이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제3세계와 생태계의 희생을 바탕으로 '공존'을 도모한 것이다. 하지만 케인스주의 자체의 한계와 모순으로 파열이 생기고 신자유주의를 내면화한 정치세력이 보수 중산층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장악하면서 마침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현실화되었다. 이제 대학, 기업, 교회, 정당, 언론 등 사회제도를 통해 노조 및 국가를 배제한 자유 시장이 국민 전체에 행복을 준다고 하는 '시장 이데올로기'가 전파된다.

선진 자본주의에서 민중-자본-국가 사이의 상대적 균형을 깨고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세계 자본'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하면서 제3세계나 신흥공업국을 새로운 '제국'의 틀 속으로 재복속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리하여 '세계 자본의 세계 민중에 대한 독재'는 정치 군사적 힘의 우위를 기반으로 범지구적 차원에서 사람과 자연의 공동체에 치명적 상처를 남긴다. 온 세상이 하나의 공장, 하나의 시장, 하나의 돈벌이 공간으로 재편되면서 자본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어 저렴한 노동력과 원료, 에너지원을 찾는다. 제국주의 세계화에 의해 자연스런 삶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은 범지구적으로 파괴되며, 초국적 자본에 의해 독점화 및 표준화, 획일화된다. 또한 만족을 모르고 무한을 추구하는 자본의 축적 본능은 삶의 자립성과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온 생태계의 순환성마저 파괴한다. 지구온난화나 식량위기조차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기술만능주의적 오만은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삶에 필요한 삶의 토대를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훼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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