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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세계의 축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 베가북스
흔들리는 세계의 축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베가북스 / 2008년 10월 / 398쪽 / 20,000원



제1장 나머지의 부상




지난 500년 동안 이 세상에는 세 번에 걸친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힘의 지형을 바꾼 대이동으로, 첫 번째 대이동은 15세기에 시작하여 18세기 말까지 드라마틱하게 가속도가 붙었던 과정이었다. 이 시기는 과학과 기술, 상업과 자본주의,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더니티(근대성)를 낳았고, 서방 국가들의 오랜 정치적 지배를 가능하게 했다. 두 번째 대이동은 19세기를 마감하면서 일어났던 변혁으로서, 미국의 부상(浮上)이었다. 미국은 산업화와 더불어 곧 가장 강력한 대국으로 자리 잡았고, 전 세계의 경제 · 정치 · 과학 그리고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지배해왔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 대항할 라이벌은 없었으며, 그것은 근현대사에서 유례가 없던 현상이었다. 세 번째의 힘의 대이동은 현재 경험하고 있는 변화로, 우리는 이것을 '나머지의 부상(the rise of the rest)'이라고 부른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성장 추세는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걸 아시아에만 한정지을 수 없다. 2006년과 2007년의 경우, 모두 124개국이 연간 4%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이 국가군에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30개국이 포함되어 있다. 주변을 둘러보라. 한때 미국 고유의 것으로 통하던 아이콘들은 이제 다른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타이베이에 있고, 세계 최대의 상장기업은 중국에 있고, 세상에서 제일 큰 광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있고, 가장 큰 정유소는 인도에 건설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영화산업도 미국 할리우드가 아니라, 봄베이를 중심으로 한 인도의 볼리우드(Bollywood)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글로벌 성장 체제 속에서 주목할 점은 힘과 권력이 국가에서 다른 주역(actor)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집단과 개인들이 힘을 얻고 있는 반면, 위계질서 · 중앙집중화 그리고 통제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때 각국 정부가 했던 기능들을 이제는 세계무역기구(WTO)나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기구들이 공유하고 있다. 기업도 자본도 비즈니스에 최적인 장소를 찾아 움직이면서 국가적 힘이라는 전통적인 장치들은 점점 그 효율성을 잃어가고 있다. 정치적 · 군사적 수준에서 보면 우리는 아직도 미국의 슈퍼 파워 속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산업이나 금융 등 다른 모든 차원에서는 세계가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Post-American World)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자, 이러한 변화들은 과연 어떤 종류의 기회와 도전을 가져올 것인가? 다시 말해서,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제2장 넘쳐흐르는 잔



우리는 매일 아침 하나의 패러독스를 경험한다. 신문의 1면에는 폭격, 테러, 불량 국가, 내분 등, 그야말로 세계정치가 심각한 문제투성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분쟁의 일반적 규모는 1980년대 중반 이후로 60퍼센트 이상 감소해왔다. 그런데도 현실을 느끼는 우리의 지각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정보 기술혁명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는 영상 이미지들의 즉시성(immediacy)은 과대 선전을 양산한다. 예컨대 모든 기상재해는 "세기의 폭풍" 따위의 수식어를 달고, 폭탄 테러는 '속보(Breaking News)'가 된다. 만약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올바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먼저 그것을 정확히 기술해야만 한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열은 이슬람 세계 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를 하나의 범세계적인 이슬람주의 운동으로 한데 묶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 발짝만 물러서서 본다면,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좌절감, 모더니티에 대한 열망, 그리고 실용적 해결책을 추구하는 노력을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불량 국가들로부터의 도전도 여러 가지 앞뒤 정황을 따져서 고려해야 한다.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1/68이며, 이란의 군사비는 펜터콘의 1/110일뿐이다. 또한 북한은 이란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제가 파탄난 상태고 제 기능을 못하는 국가다. 북한의 주된 위협은 내부적 붕괴와 더불어 주변국으로 난민들이 홍수처럼 밀려드는 것이다. 이게 무슨 힘이란 말인가? 라틴아메리카 역시 마찬가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사고뭉치이지만 브라질, 멕시코, 칠레와 같은 국가들의 정책에 의해 대변되는 그 지역의 전반적인 트렌드는 열린 시장경제 · 무역 · 민주적 통치, 그리고 대외 지향성이다. 역사의 진정한 방향은 우고 차베스의 정신 나간 고함이 아니라 바로 이런 트렌드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진정으로 염려해야 할 것은 보다 큰 세계이고 이러한 위협은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성장은 우리 시대의 큰 이야기이다. 유동성의 증가는-전 세계를 돌면서 끊임없이 늘어나는 돈다발은- 저렴한 신용대출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방지해주었다. 인도와 중국은 지극히 낮은 비용으로 재화(중국)와 용역(인도)을 계속 공급해대는 두 개의 거대한 디플레이션 장치로 기능한다. 하지만 낮은 이자율과 값싼 크레딧은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행동을 야기하기도 하며 그런 버블은 결국 터지고 만다. 글로벌 세계에서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흘러넘친다. 테러리즘이든, 핵 확산이든, 환경파괴든, 경제위기든, 그 어떤 이슈도 다른 국가와의 의미 있는 조정과 협력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식적인 정치력은 국민국가 혹은 민족국가의 사슬에 단단히 묶여있다. 세계화의 여러 가지 동력들-경제적 성공, 국민적 자긍심, 높은 교육수준, 정보 공개와 투명성, 그리고 과거사에 대한 기억들-에 의해 촉발된 대중의 감정이 부상하면서 기존의 글로벌 위계질서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것이 나머지 세계의 부상에 따른 핵심적인 도전이다. 다시 말해서 다른 나라들의 힘과 영향력의 증가를 받아들이는 포용과 억제 사이의 균형은 미국 대외정책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제3장 비서구적 세계라고?



'나머지의 부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먼저 이 '나머지'가 얼마나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었는지 이해해야 한다. 서구의 번영이 해양탐험으로 인해 시작되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1492년 인류 역사상 가장 야심적인 탐험에 올랐던 콜럼버스보다도 더 먼저 항해를 시작한 것은 중국 선박이었다. 콜럼버스보다 정확히 87년 전인 1405년부터 중국의 정허(鄭和, 1371~1433)는 일곱 차례의 탐험에 나섰으며, 인도양과 동남아시아 일대를 광범위하게 항해하면서 조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1430년대 새로운 황제가 권좌에 오르면서 갑자기 탐험이 금지되었다. 명 황실의 관료들은 대외정책을 두고 분열되었고, 새로운 통치자들은 탐험을 실패한 정책으로 간주했다. 실제로 무역을 통한 대부분의 이익이 오로지 무역상들과 해적들에게만 돌아갔다. 게다가 15세기 중엽 몽골족 등의 외부 침략자들이 국경을 위협하자 조정은 그 쪽으로 자원을 집중했다. 이후 중국의 배가 항해에 오른 것은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 방문이 최초였다.

중국이 해양 탐험을 중단시켰던 결정의 배후에는, 어째서 비서구 세계가 서구에 비해 수 세기 동안이나 그렇게 지체되었는가 하는 총체적인 이유들이 버티고 있다. 중국이 국내로 눈길을 돌릴 때, 유럽은 해외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르네상스라고 이름 붙여진 사고의 혁명과 더불어 근대 과학이 탄생되었다. 서구의 과학적 진보는 단순히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 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닌, 서구 사회의 정신적 외형을 다시 만들었다. 예컨대 유럽에서 발명된 기계식 시계는 '기계들의 어머니' 역할을 했다. 시계는 온갖 종류의 지식과 독창성과 기능 사이에 가로놓인 장벽을 허물었다. 그리고 시간을 계획하고 작업의 틀을 짜는 것을 가능하게 했고, 노동의 비용을 측정하게 만들었다. 생산성에 있어서도 중국인들은 단지 땅에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는 '발전 없는 산출'을 거듭할 뿐이었다. 반면 영국 사람들은 더 많은 수확을 할 수 있게끔 노동의 생산성을 더 높이는 방법들을 계속 추구했다. 해상 탐험 역시 동방과 서구의 접근방법의 차이를 보여준다. 유럽의 탐험대는 규모가 작았지만 그들의 미션은 완전히 사적인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항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이 개발되었고, 이러한 탐험프로젝트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업가 정신과, 과학, 금융시스템 등의 발전을 촉발시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에서는 모든 것이 군주의 이해관계와 파워에 달려있었다. 군주가 물러나면 항해도 중단되었고 배를 건조할 능력도 소실되어 버렸다.

그러나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밀레니엄(1000년대)의 초기 몇 백 년 동안에는 동방이 서구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앞서있었다. 중동과 아시아는 학술 · 발명 · 무역으로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고, 수학 · 물리학 · 의학 · 천문학 등에서 선구적 성과들을 생산해냈다. 군사적으로도 오스만 투르크족은 유럽까지 제국을 확장시켰으며, 전성기의 인도는 과학과 예술, 건축 등에서 우월성을 과시했다. 중국은 화약, 동(動)활자, 승마용 등자쇠 같은 다양한 기술을 이미 사용했는데, 서양에서는 몇 세기기 후에나 알게 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물결은 15세기에 그 방향을 바꾸었고, 서구는 대외정책을 통한 부와 더불어 사유재산권, 훌륭한 통치 제도, 그리고 강력한 시민사회 등을 갖추게 되었다. 이에 비해서 비서구 세계의 시민 사회는 너무나 허약했다. 인도의 지방 상인들은 언제나 왕궁의 변덕에 묶여 있었고, 중국의 부유한 상인들은 유교 경전을 공부하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포기했다. 상업을 무시하는 이러한 편견은 그들의 신분제도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문화적 특성으로만 보아서는 곤란하다. 어떤 식으로든 문화를 가지고 논리를 편다면, 그것은 성공의 시기와 실패의 시기, 양쪽 모두를 다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중국과 인도의 눈부신 성장은 이제 문화에 대한 경탄으로써 설명된다. 지금 이 순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축을 흔드는 대변화도 문화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파워에 관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제4장 도전하는 자



중국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세차게 두들기는 이유는 바로 그 규모에 있다. 중국은 미국의 4배에 달하는 인구와 석탄과 철강 및 시멘트의 세계1위 생산국,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휴대전화 시장, 세계의 작업장 등 여러 타이틀로 미국을 왜소하게 만든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조5천억 달러로, 유럽연합 전체 보유고의 3배에 달한다. 이는 현명할 수도 있고 현명치 못할 수도 있으나, 분명 어떤 위기가 닥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엄청난 탄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부상하는 강대국의 도전을 받을 경우 두 나라 관계는 어려워진다. 현재 경제면에서 미-중 관계는 상호의존적이다. 중국은 자국 상품을 내다 팔 미국시장을 필요로 한다. 한편 미국은 자국 부채를 뒷감당해줄 중국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중국이 비대칭적 전략을 고수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만약 중국이 조용하고 온건하게 자국 영향권을 서서히 팽창한다면, 미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에 맞닥뜨린 경험이 없는 도전이며, 따라서 전반적으로 미처 준비 태세를 갖추지 못한 채 맞이하는 도전이 될 것이다.

현재 중국의 외교정책은 전적으로 상업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인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그들에게 인권 같은 문제는 전혀 관심사가 아닌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신을 믿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들이 부도덕하다는 것이 아니라, 판단 기준을 추상적인 옳고 그름에 두지 않고 삶과 밀접한 실용의식에 둔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지식을 얻고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법도를 유교를 통해 세웠다. 신성이 아닌 이성에 의존하는 유교를 인생사의 지침으로 삼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인들은 사회적 관계나 신뢰를 법률 또는 계약서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풍토는 중국의 정치적 · 법적 발전이 우회적이고 복잡한 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외교정책의 예를 들면, 2007년 세계은행은 나이지리아 정부와 열차 시스템용 융자 건을 놓고 협상을 한 바 있다. 당시 세계은행은 융자를 승인하기에 앞서 나이지리아 정부에 대해 철도 관료체제의 비리를 먼저 척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때 중국 정부가 나이지리아 철도시스템 전체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90억 달러 차관 제공을 제의했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개혁요구도 없이 말이다. 세계은행은 며칠 사이에 빈손으로 떠나야 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중국 돈의 상당부분은 나이지리아 핵심 관료들의 은행계좌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경제적 유대 구축에 노력한다는 것은 지금껏 영국이나 프랑스 혹은 미국이 점거했던 경제 · 정치 · 군사적 공간을 잠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논객들 중에는, 경제개혁이 정치개혁을 가져온다는 견해를-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로 통한다는 관념을- 중국에 성급히 대입시키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중국은 생활수준이 향상함에 따라 정치 개혁이 갈수록 절박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치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든 중국의 국제무대 부상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은 성공에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백 년간 가난에 쪼들린 끝에 20세기 들어 제국의 멸망과 내전, 그리고 혁명을 겪었다. 그런 후에 덩샤오핑의 개혁이 찾아왔고 번영의 길에 들어섰다. 그들이 30년간의 상대적인 안정과 번영을 무심하게 내던져버릴 리가 있겠는가? 바로 이것이 영속적인 부상의 이유이다.

제5장 동맹



미국 정치가들은 중국에 대한 접근방법을 숙고하면서, 또 하나의 부상하는 강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뒤를 바싹 따라가는 신흥강국, 바로 인도다. 인도의 부상은 아직은 미래의 이야기에 속하는 측면이 더 많다. 실제 인도에 가본 사람이라면 초라한 공항, 망가진 도로, 삭막한 슬럼가들을 보았을 것이다. 인도에는 실리콘밸리가 몇 개나 있을지 모르지만 나이지리아도 3개는 된다.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주민들이 3억 명을 넘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의 빈곤 속에서도 인도는 새로운 경제적 활력이 곳곳에서 자극제로 작용되고 있다. 또한 이 나라는 촉망되는 인구학적 프로필을 갖고 있다. 선진 세계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으나 인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젊은 인구, 다시 말해 노동력을 엄청나게 많이 보유할 것이다. 중국은 성공적인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젊은 층에 단층이 생길 우려가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도는 가족계획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에 인구현실이 미래를 보장한다.인도의 중요한 이점은 순수 민간분야, 재산권과 계약의 확고한 권리, 그리고 (자주 위반되긴 하지만) 법에 의한 통치다. 인도의 정치제도는 200년 전 영국이 도입한 제도에 빚진 바 크다. 영국의 통치 하에서 법원, 대학, 행정기관 등 항구적인 정부 기구들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도가 독립의 매체였던 국민회의당, 그리고 독립 이후 1세대 지도자들을 가진 매우 운 좋은 국가였다는 점이다. 자와할랄 네루 같은 인사들은 경제를 제대로 운용하지는 못했을지 모르나, 정치적 자유와 그것을 보장하는 방법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지도자들 덕에 인도는 민주정부를 유지해올 수 있었고, 사회가 국가를 밀고 가는 상향식 발전을 해왔다. 인도는 끊임없이 늘어나는 방대한 숫자의 소상공인, 경영인, 비즈니스에 밝은 개인들이 성장의 근간의 되고 있다. 이들은 영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으로 인해 컴퓨터, 경영이론, 마케팅 전략,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새로운 혁신 트렌드에 친숙하다. 그래서 중국보다 늦게 개혁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타나, 인포시스, 랜박시, 릴라이언스 등 세계수준의 기업을 더 많이 배출했다. 특히 금융부문은 어떤 아시아 개발도상국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투명하고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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