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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착각

최운화 지음 | 이콘
거대한 착각

최운화 지음

이콘출판 / 2009년 2월 / 304쪽 / 12,800원



1장 당겨진 방아쇠 - 글로벌 금융 위기와 서브프라임 사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시작


세계를 대공황의 불안으로 이끈 주역인 '서브프라임'이라는 용어는 대출 산업에서 우량 대출자에게 대출해주는 프라임 대출(prime lending)과 구분하여, 단순하게 비우량 대출자에게 해준 대출이라는 의미로 이름 지어진 '서브프라임 대출(subprime lending)'에서 출발했는데, 서브프라임 대출은 그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악덕 상품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미국 사회에 처음 진출한 경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신용 기록이 나빠지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주택을 구입하는 수단으로 서브프라임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우 서브프라임 대출을 이용한 사람은 이자율이 비싸다 보니 대출을 받아 집을 산 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신용기록이 쌓이고 집값도 올라 우량 대출 자격을 획득하면, 우량대출로 재융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서브프라임 대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양적 팽창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참고로 2000년대 들어설 때만 해도 신규 주택 융자 건수 중 서브프라임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대출 건수의 약 6% 정도였으나, 2006년에는 그 비율이 무려 25%로 올라갔다.

한편 서브프라임 대출이 크게 증가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당연히 연체와 부도다.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은 사람들 대다수는 주택 가격이 앞으로도 많이 오를 것을 예상해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집을 구입했는데, 2005년부터 주택 가격 상승의 속도와 폭이 현저히 줄어드니 집을 팔아서도 해결이 안 되고, 그렇다고 상환능력도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연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부실은 은행권의 부담으로 그대로 연결되어 서브프라임 대출을 집중적으로 해준 금융기관의 문제로 터지고, 더 나아가 금융권 전체의 위기로 번진 것이다.

원래 서브프라임 대출은 그 속성상 연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대출의 높은 연체율이 금융권 전체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개연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대출이 대형 금융 위기로 연결된 직접적 이유는 앞서 지적한 대로 그 규모의 비정상적 팽창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 연결 고리는 모기지 시장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모기지 흐름은 일단 은행이 개별 대출자에게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면서 시작되는데, 은행은 그 모기지 채권을 그냥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금융기관에 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은행이 10만 달러의 모기지 대출을 했다고 하면, 그 은행의 장부에는 10만 달러의 대출이 기록되고 현금 10만 달러를 집을 판 사람에게 지급한다. 그런데 A 은행은 그 10만 달러짜리 모기지 채권을 다시 B라는 금융기관에 팔 수도 있다. 즉 B 금융기관은 10만 달러를 A 은행에 지급하고 모기지 채권의 권리를 사들임으로써, 담보와 함께 대출자에게서 월 상환금도 받게 된다. 그러면 A 은행은 다시 10만 달러의 현금이 생기고 그 현금으로 또 모기지 대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모기지 채권을 만들어 제2의 금융기관에 파는 과정이 되풀이되면 A 은행은 첫 10만 달러의 현금으로 몇 개, 몇 십 개의 모기지 채권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모기지 채권을 파는 구조를 살펴보면, 대개 이를 사들이는 제2의 금융기관은 대형 기관이어서 모기지 채권을 하나씩 사지 않고, 몇 십 개, 혹은 몇 백 개의 모기지 채권을 모아서 사들인다. 이렇게 몇 백 개의 모기지 채권을 하나로 모아서 사고파는 거래를 '증권화(securitization)'라 하고, 이렇게 모아진 모기지 채권을 '모기지유동화채권(mortgage backed security, MBS)'이라고 부른다.

한편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기관은 자체적으로 갖고 있기 위해 사기도 하지만, 그 채권을 일반 투자자에게 되팔기 위해 사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10만 달러짜리 모기지 채권을 100개 모으면 1,000만 달러짜리 채권이 되는데, 이 채권을 만든 금융기관은 다시 열 개의 100만 달러짜리 모기지유동화채권으로 만들어 일반 투자자에게 판다. 그리고 이렇게 대량으로 판매되는 모기지유동화채권은 매 기간마다 들어오는 수익을 목적으로 판매되기도 했지만, 금융기관 사이에 대출을 할 때 담보로도 사용되었다.

유동화 과정을 통해 많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들이 모기지유동화채권을 양산하다 보니, 전 세계 대형 은행은 어떤 형태로든 상당량의 모기지유동화채권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모기지유동화채권 중 2005년 이후 서브프라임 대출에 기초해 양산된 채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유동화채권 역시 부실해지면서 이 채권의 신용등급이 급격히 하락하게 되었다. 한편 이러한 서브프라임 MBS를 담보로 이루어진 은행 간 대출은 본 채권의 신용등급이 우량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가능했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으로 떨어지면서 서브프라임 MBS는 담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담보 기능을 상실한 채권에 대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돈을 빌려간 금융기관에 당장 빚을 갚거나 아니면 다른 담보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게 되면서, 금융기관 간 신용이 급속하게 냉각된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채권에 대한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대형 은행끼리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신용 경색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신용 경색에 의한 금융 위기의 실체이다.

이상과 같이 정리한 서브프라임 사태는 한마디로 거대한 착각이라고밖에 묘사할 말이 없고, 사회 초년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월가는 바로 이 거대한 착각의 지휘자였다. 아울러 각 은행들은 조연으로 열심히 참여했고, 이 착각의 피해를 이제 국가가 떠안아야 할 때가 되었는데, 국가가 떠안는다는 말은 바로 국민이, 그리고 앞으로 자라날 다음 세대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한 번의 거대한 착각은 우리의 후손에게 엄청난 빚을 안긴 채 마무리되고 있다.

미국의 모기지 시장

미국 주택융자 역사를 돌이켜보면 모기지는 미국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 순환 과정에서 투기와 거품이 발생하는 시점에는 덩달아 거품을 일으키면서 경제의 몰락을 부채질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예로 대공황 때의 주택시장 몰락은 경제학계에 충격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에 기초한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연구와 정책들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가장 본질적인 기초가 튼튼히 유지되고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부동산시장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출은 신용 기준을 완화하면 늘어나고, 신용 기준을 완화해서 늘어난 수요는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환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상환능력에 한계를 안고 키운 자산 가치 상승은 모래성일 뿐이고, 이 모래성이 무너졌을 때 경제는 모래성을 쌓을 때 누렸던 혜택의 몇 배 몇 십 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이 평범한 원리를 우리는 대공황 때 확인했고 그 이후 수없이 그 교훈을 되새겨왔지만,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는 다시 70년 전의 실수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방안들 역시 대공황기에 만들었던 구제안과 개선책을 답습할 뿐이라 허탈하기까지 하다.

2장 연환계에 빠진 세계 - 창조적 금융상품의 사슬



세계를 엮은 사슬 CDO


분산 투자와 부동산 불패론으로 무장했다고 하나 서브프라임 대출시장은 바로 이 대출을 소재로 만든 유동화채권에 최상급의 신용등급을 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 왜냐하면 채권 안에 속해 있는 대출의 수준이 대부분 우량 대출 심사 기준을 못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담보부채권이라고 옮기는 것이 무난할 듯하다.

한편 CDO는 MBS와 몇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MBS는 모기지 대출을 모아 채권으로 구성한 상품으로, 하나의 채권별로 그에 속한 주택담보가 직접적으로 붙어 있다. 그런데 CDO는 MBS처럼 모기지 대출을 기반으로 채권을 만들지 않고, 이미 시중에 만들어진 MBS들을 다시 모아 만든 2차 채권이다. 예를 들어 10개의 MBS에서 각각 1,000만 달러씩 사들여 1억 달러짜리 채권을 만드는 것인데, 이렇게 1억 달러짜리 채권을 만든 후 CDO는 본 채권 안에서 지급 순위를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 다섯 단계로 채권을 쪼개어서 원금 회수의 순서를 1순위에서 5순위까지 배정하는데, 이 쪼개진 단위를 트랜치(Tranche)라고 부른다. 그리고 전체 1억 달러에 속하는 모기지 대출에서 월 상환금이 들어오면 우선 제1순위에 속하는 트랜치의 원금을 갚고, 1순위의 트랜치 원금이 완전히 상환될 때까지 2순위 이후의 트랜치는 이자는 받되 원금은 상환되지 않는다.

한편 CDO가 서브프라임 대출의 대량 생산을 촉발하게 한 이유는 바로 이 트랜치 방식의 원금 상환에 있다. 보충 설명하면 전체적으로 신용등급이 나쁜 채권들을 일정 부분씩 모아 다시 제2의 채권을 만들었으나, 원금 회수 시기의 순서를 정해주고 가장 후순위에 속하는 트랜치를 판매 기관이 흡수함으로써 선순위에 속하는 부분은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량 채권으로 투자시장에서 대량으로 판매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 비우량 채권의 우량화는 전형적으로 금융공학의 잘못된 적용이었고, 그 결과는 서브프라임 CDO에 이렇게 저렇게 얽힌 전 세계 금융기관의 대규모 손실과 전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었다.

정리하면, 서브프라임 대출은 모기지유동화채권으로 전환되면서 분산 투자의 위험 감소 원리와 부동산 불패론의 환상에 빠져 실제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다. 여기에 CDO 방식의 채권으로 한 번 더 탈바꿈하면서 원금 상환 순서 설정이라는 금융공학이 가미돼 신용등급은 한층 더 높아져간다. 그리고 이렇게 신용등급이 급상승한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은 투자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면서 서브프라임 사태를 잉태하게 되는데, 모든 것이 너무나 좋았던 서브프라임 CDO는 전반적인 이자율 상승으로 허구였던 부동산 불패론의 현실이 드러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신용파생상품의 출현 배경

파생상품은 'derivatives'라는 표현을 옮긴 말이고, 곡물, 원자재, 주식, 채권, 환율, 상업용 대출, 모기지 등 금융 상품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존재하며, 파생상품은 이들의 실제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여주는 대가로 얼마간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가치가 형성된다. 따라서 위험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생명이다. 즉 이 예측이 안이해서 위험 부담에 대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파생상품 회사의 손실로 연결되고, 이런 계약이 많을 경우 망하기까지 한다.

서브프라임 사태도 파생상품이 깊이 연관돼 있는데, 신용디폴트스왑(CDS)은 또 다른 뇌관이라고까지 불리며 서브프라임에 관련돼 주목을 받고 있는 파생상품이다. CDS는 원래 어떤 채권이 부도가 날 경우 채권을 산 투자자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상품인데, 이번 서브프라임 채권의 경우만이 아니라 수많은 회사채, 지방정부채권 등의 채권을 구입하는 투자자들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CDS를 사두는 경우가 많다. 이 CDS의 수수료, 즉 리스크 프리미엄의 크기는 채권의 부도율에 달려 있다. 즉 부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수수료가 높고, 부도율이 낮은 회사일수록 수수료가 낮다.

한편 주요한 CDS 취급 금융기관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서브프라임 CDO에 참여하지 않으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을 놓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CDO에 대한 보험을 파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CDO는 수십, 수백 개의 주택을 기초로 한 상품이다 보니 CDS 판매회사들이 각 채권에 담보로 제공된 주택에 대해 신용조사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따라서 이들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는 신용평가회사들이 책정한 등급을 활용했는데, 문제는 신용평가자들이 서브프라임 채권의 신용등급을 책정함에 있어 부동산 불패론이나 분산 투자의 위험 감소 원리, 그리고 CDO의 원금 상환 순위 조정의 논리에 빠져 정확한 판단을 못한 데 있다.

덧붙이면 올바르지 못한 논리에 의한 부정확한 신용등급을 기초로 했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CDO의 대규모 연체가 발생했고, 그에 따라 CDO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실제로 손실이 발생했고, 그 결과 CDO가 부도가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계약을 판 CDS 발행기관들은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안게 되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글로벌 금융 위기의 실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서브프라임 대출을 모아 만든 서브프라임 MBS와 서브프라임 CDO가 몰락하자, 이를 보증한 CDS를 발행한 금융기관의 손실이 폭증하고, 실물 경기 침체로 파장이 이어지면서 기업들과 지방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들 기업과 지방정부의 채권에 대해 발행한 CDS의 잠재적 위험은 미국뿐만 아니라 달러의 영향권에 속하는 주요 선진국과 신흥 개발국 모두에 파국의 위험을 가져다주고 있다.

3장 시장의 실패인가 정부의 실패인가 - 그린스펀의 착각



그린스펀의 도박


그린스펀은 철저한 시장경제주의자인데, 시장경제주의자들은 경제를 시장의 자유경쟁에 맡겨놓을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 가설을 믿는다. 한편 자유방임적 시장경제관과 함께 미 금융계에 큰 영향을 미친 그린스펀의 경제 운용 원칙으로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그린스펀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1987년 블랙 먼데이 주식 폭락, 1990년대 초의 걸프전쟁, 94년의 멕시코 페소화 폭락 사태, 97년의 아시아 환란 사태, 98년 롱텀캐피털 사태, 99년의 Y2K 위험, 2000년의 나스닥 붕괴, 2001년의 9ㆍ11 테러와 2002년 회계 부정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자율을 급격히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해 주식시장을 구제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투자시장에서는 주식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그린스펀이 구제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났고, 이 믿음은 마치 풋 옵션을 산 사람이 바닥 가격이 정해져 있다는 안심과 똑같다 해서 그린스펀 풋이라고 이름 붙여진 다. 아무튼 이 그린스펀 풋으로 인해 당시에는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았지만, 결국 시장의 위험에 대한 안이함을 낳아 위험 불감증을 키웠고, 그 결과 투기 심리가 팽배해지고 자산가치가 폭등해서 거품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지닌 서브프라임 사태까지 이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린스펀의 유산

금융이 규제를 받는 편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규제를 벗어나 자유 경쟁을 해야 더 도움이 되는지는 계속되는 논란거리인데, 흔히 대공황과 같은 재앙을 만나면 금융의 탈규제가 속죄양으로 지목되면서 규제의 고삐를 당긴다. 그러다 경제가 오랜 안정기를 구가하면 금융계의 규제 때문에 금융 산업이 발전하지 못해 경제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외치곤 한다.

참고로 경제의 원만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금융 당국은 경제 성장 속도와 비슷한 규모의 돈을 시중에 돌게 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게 하면서 동시에 너무 적게 풀려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게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승수효과(금융은 대출이라는 방법으로 정부에서 찍어내는 돈의 양을 몇 배로 키워내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승수효과라 함)를 감안해 경제 성장 속도에 맞는 돈, 즉 유동성을 공급한다.

한편 금융권은 원초적으로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높다. 자기자본비율이 약해서 주인의 감시 기능이 소홀하고, 대형화와 전문화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어 대리인의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도덕적 해이의 유혹으로 금융은 나중에 큰 값을 치를지라도 당장의 이익을 높여 경영자의 인센티브가 올라가도록 무한히 확대 재생산을 하고 싶어하고, 이 확대 재생산은 때때로 금융의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내 승수효과를 증폭시켜 금융 당국이 예상하는 유동성보다 더 많은 유동성을 창출해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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