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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릴 3년, 한국경제의 해법을 말한다

김경훈 지음 | 원앤원북스
잃어버릴 3년 한국경제의 해법을 말한다

김경훈 지음

원앤원북스 / 2009년 2월 / 224쪽 / 12,000원



다가올 경제공황,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한국경제의 바닥은 언제일까?"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촉발된 우리나라의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과연 언제까지,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냐가 최대 관심사다. 경기 회복에 대한 관건은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과연 회복세가 'U자형'으로 올 것이냐와 'L자형'으로 올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전자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 계량화할 수 없는 저력을 믿을 때 가능할 것이며, 후자는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 한국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 2009년 초 현재 한국 정부와 상당수의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상반기 중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해결의 관건은 무엇인가? 위기를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서 서민들의 경기를 최대한 부양하고, 자금의 선순환을 일으켜야 한다. 특히 유동성의 쏠림 현상을 관리해줘야 한다. 일례로 2008년 말 통화 당국이 시중의 자금 부족을 덜어주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그 자금은 고스란히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왔다. 한국은행이 2008년 12월 18일 정례 환매조건부채권 매각에 나섰을 때 응찰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41조원에 달했다. 즉 자금을 운용할 데가 없다는 의미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재정정책을 100%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금융 정책과 재정 정책, 조세 정책을 골고루 섞어 잘 써야 한다는 게 모범답안이긴 하다. 하지만 재정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 이미 간파된 사실이다. 미국 오바마 새정부는 통화정책이나 감세 정책에 의존하기보다 대규모 국토개발을 통해 재정 정책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중국 역시 팽창적 재정 정책의 도구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해결의 전환점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 몰라도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연구해야 하는 게 궁극적인 정답이다. 역사적으로도 서구 자본주의 시스템은 문제가 있으면 규제 시스템을 개선해왔다. 이 책에서 강조할 경기위기 해법 가운데 하나는 바로 '규제 시스템의 강화'라는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사고로부터의 탈피다. 이제는 '보이는 손'을 보라는 것이다. 국가 주도의 경제위기 극복과 전략적 투자, 기술 혁신과 생산?분배의 조정이 나쁜 시스템이라는 습관적인 비난은 이제 하지 말아야 한다.

금리 인하에 대한 회의론을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들을 살리고 돈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사실상 기준금리를 제로 상태로 낮추고 있으며, 한국은행도 2009년 1월 기준금리를 2.5%로 인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3개월만에 총 2.75%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의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정책만으로 경기를 다시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 확대 정책 등 강력한 조치를 함께 취해야 한다. 디플레이션 하에서는 금리 인하와 통화량 증가로 경기를 진작시키려 해도 자금들이 은밀한 곳으로 숨어버려 활발하게 돌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려야 할까?"라고 반문한다면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극도로 나빠진다면 그렇다"고 답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는 기업의 체질을 개선시키거나 유동성을 원활하게 할 수 없으며, 주가도 상승시킬 수 없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회생을 도모할 것이 아니라 금리의 적극적인 인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건전한 기업들을 살려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세계의 경기 회복 여부는 미국, 특히 미국의 재정 정책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미국경제는 구조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졌으며, 이로 인해 대외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다. 미국인들이 과다 수요를 멈추면서 소비지출이 붕괴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문제를 일으킨다. 지금으로서는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통해 수요를 늘림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7천650억 달러의 재정지출은 충분치 않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세계경제, 제2의 대공황으로 돌입하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3개월 만에 보수적인 시각의 IMF조차 "제2의 대공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학계와 재계도 미국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 상태임을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은 2009년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위축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GDP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 세계 금융위기의 타격이 중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GDP는 전 세계 GDP의 6%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2008년 11월 수출액은 세계 경기 침체로 외부 수요가 감소하면서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미국발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Dr. Doom)'이라는 명성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008년 12월 언론을 통해 "앞으로 걱정할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다"라며 "지금 전 세계는 심각한 스태크-디플레이션 위협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 불황으로 인한 시장 수요 감소 물가 하락 기업 경영 위축으로 인한 투자 감소 및 실업률 상승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걱정하던 선진국들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물가 상승률이 1%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유동성의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세계 증시는 과연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의 대출 손실 및 자산상각이 1조 달러에 달하고,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침체에 빠졌다. 범유럽 다우존스 스톡스600지수는 2008년 한해 46%, 영국 FTSE300지수는 45%나 하락했다. 또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대비 60%이상 하락했다. 중국, 인도 등이 포함된 MSCI 신흥시장지수는 2008년 56%나 떨어졌다. 2008년 12월 들어 11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자 "이제 바닥을 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고개를 들었지만, 길고 심각한 경기 침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 11월을 기준으로 신용위기와 관련해 발생된 손실이 전 세계적으로 1조 4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이 중 8천억 달러만이 손실처리되었다고 추정했다. 같은 시기 《파이낸셜타임스》도 2008년 동안 전 세계 금융기관이 기록한 손실액은 약 9천18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2차례 구제금융을 받은 AIG가 보험업계에서는 최대, 전체에서는 세 번째인 609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밖에 메릴린치 559억 달러, HSBC 331억 달러의 손실액이 집계되었다. 손실을 고의로 숨기든지 추정이 불가능하든지 간에 월가 금융기관들이 맞닥뜨린 신용위기와 손실 규모는 지금도 계속 불어나는 중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서 뉴욕대 루비니 교수는 "우리는 위기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많은 거품이 터지기 시작했을 뿐 불행하게도 앞으로가 훨씬 좋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깊은 불황이 앞으로 약 2년간 지속되는 'U자형'의 회복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의 주택가격이 2010년까지도 계속 하락할 것이며, 미국 주택시장은 수년간 침체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침체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까?

'실물경제의 위기'란 과연 어떤 것일까? 미국의 2008년 3분기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고성장을 견인하던 이머징마켓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금융위기에서 출발한 실물경제의 위기는 개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2008년 10월 개인파산신청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2008년 캘리포니아의 개인파산신청은 전년 대비 80%나 늘어났고, 네바다주는 70%, 플로리다는 62% 증가했다. 중국은 전자제품과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감원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스란드의 주가는 폭락하고 중앙은행은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아이슬란드는 IMF로부터 21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받았다. 일본의 경우 도쿄증시가 2008년 10월 들어 26년 이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러시아의 경우 원유 및 천연가스의 가격 하락으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금과 백금 등 금속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 영국의 경우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비해 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소매판매는 4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를 지속해온 중국과 인도가 세계 경기 침체를 방어해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이들 두 나라도 경기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중국의 제조업은 서방경제권의 소비자에 의존하고 있고, 인도의 서비스 산업 역시 선진국경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현재 상태는 과연 바닥일까? 경기 침체의 심각함이 어느 정도 될 것이냐 하는 점에서는 실업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11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는 53만 3천 명 줄어들며 34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6.7%로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의 실업률이 2009년 8% 정도에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양상이 함께 악화되면서 일부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자본주의 경제의 상징인 월가의 붕괴, 부동산 경기 침체, 가계의 빚 부담 증가, 소비경제의 위축, 신용을 이용한 주식 거래 만연 등이 대표적인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인 수백만 명이 하루아침에 '절대 빈곤' 상태로 돌변했던 대공항 때와 지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고 있다. 대공황 당시 실업은 시민들에게 절대 빈곤 상황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직장을 잃는다고 해도 실업 연금으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맞벌이 부부의 비중이 크게 높아져 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반감된다고 예측했다.

미국 신용경색의 다음 단계는 소비자신용 감소에서 올 것이다. 소비자신용 디레버리징, 다시 말해 개인들이 견디다 못해 차입을 축소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유동성 감소는 주택가격을 20% 추가로 떨어뜨리고, 앞으로 18개월에 걸쳐 2조 달러의 신용카드 대출을 증발시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주요 기관들은 소비자신용에 익스포져를 줄이고 있다. 2008년 말 현재 모기지은행가협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 10명 중 한 명이 원리금을 갚지 못해 주택을 압류당했거나 한 달 이상 원리금을 연체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모기지 체납 현상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단단히 닫으면서 2008년 연말 소매판매가 수십 년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금융위기는 경기침체로 직결되었고, 경기 침체는 가계소비의 극단적인 경색을 몰고 왔다. 거시경제 보고서인 <스펜딩펄스>는 2008년 11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고,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집계한 12월 소매판매는 8% 줄었다고 했다. 이러한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파산이 거론되고 있으며, 점포를 폐쇄하거나 감원과 재고 감축 등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소매판매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고용위축을 더 가속화시킨다. '자기실현적' 악몽의 사이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신세계, 경제권력의 지각변동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재편이 예고되었다. 다극화로의 세계 질서 재편에 대해 엄청난 혼란과 무한 경쟁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피할 수 없는 역사의 숙명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재편의 움직임은 정치, 경제, 안보,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 경제 분야의 변화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가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1월 15일 세계금융정상회의는 참여범위가 G7에서 G20(선진 7개국, 신흥시장 12개국, EU의장국)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신흥시장국들의 발언권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경제권력이 분점기로 접어들었다는 해석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각각 12억 명과 11억 명의 인구를 갖고 있어 향후 이들이 선진국과의 기술 수준을 좁히고, 국민소득을 향상시킨다면 10년 이내에 세계 소비시장은 이들 국가가 주축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을 정도다.

2008년 발발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미국은 여태껏 누려온 금융선도국 지위를 잃고 만신창이가 되었다. 금융위기가 발발한 뒤 세계 최대 금융기관의 순위도 바뀌었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위에서 8위로 밀려났고, 2007년 8위였던 시티그룹은 시가총액 3조 6천 100억 엔으로 무려 90% 가량 감소해 19위로 내려앉았다. 한편, 와코비아를 인수한 웰스파고는 13위에서 5위로 올랐고, 중국공상은행이 2008년 12월 18일 기준 12조 6천500억엔으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유럽 국가들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대두로 '제2브레튼우즈 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은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정부의 규제가 아닌 개선을, 유럽은 강한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2008년 말 미국 정부는 '신뉴딜정책'이라고 지칭될 만한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섰고, GM 등 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체에 대규모 공적 지원을 하는 등 추락하고 있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방안들을 내놓았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인 공공건물 건립과 새로운 도로와 교량건설,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확산 등을 통해 250만 개의 일자리를 지켜내거나 창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미국은 확실히 경제 시스템 전체의 중요한 변천을 겪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시장 개입 강도를 가늠해봐야 미국경제의 변화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오마바 정부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확실히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온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작은 정부'와 시장 기능을 신뢰하자던 지금까지의 모든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시점에서 케인즈와 시카고학파의 논쟁을 떠올려야 하는 이유는 '미국경제의 시스템이 어떻게 하면 최적의 효율성을 갖게 하느냐'는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G7 중심의 독주체제가 후퇴하면서 동남아 10개국으로 구성된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남미대륙 12개국의 UNSUR(남미국가연합), AFRO(아프리카지역기구)가 지정학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결속력을 다지며 국제사회의 다극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2007년 기준 ASEAN의 총 인구는 EU와 비슷한 규모인 5억 7천만 명에 달하며, GDP는 모두 합해 1조 달러에 달한다. 남미권 양대 경제 블록인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안데스공동체(CAN)를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남미지역에서 이러한 흐름의 한복판에는 브라질이 자리하고 있다. 브라질은 남미대륙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토면적과 2억 명에 가까운 인구, 세계 10위로 평가되는 경제력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블록화가 전개되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이 두드러지면서 국제 정치·외교·경제는 미국과 유럽 외에 한국·일본, 즉 동아시아라는 3개의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2인자로 자리를 굳힐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는 유럽이 첫손으로 꼽힌다. 게다가 다극화의 조류 속에 EU의 입지는 한층 더 탄탄해질 전망이다. 지난 8년간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 아래 무시되었던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 인권 문제와 같은 핵심 이슈는 EU가 자신 있게 주도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공산권 붕괴와 함께 양극화 체제가 무너진 이후 미국에 내준 세계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국의 목표는 세계 패권을 상징하는 기축통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남미지역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러시아 주도의 새로운 유럽안보 조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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