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그린(CODE GREEN)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 21세기북스
코드 그린(Code Green)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21세기북스 / 2008년 12월 / 590쪽 / 29,800원
1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새가 날 수 없는 곳세계는 점점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고 있다. 지구 온난화, 전 세계 중산층의 폭발적 부상, 급속한 인구 증가가 한데 결합하여 지구를 위험할 정도로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뜨거움과 평평함과 붐빔이 결합함으로써 에너지 공급이 감소하고, 멸종하는 동식물이 증가하고, 에너지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석유 독재가 강화되었으며 기후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인류가 이렇게 뒤섞인 세계적 추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21세기 지구상에 사는 생명체의 삶의 질이 결정될 것이다.
나는 미국이 자국의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에서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도구와 시스템, 에너지원과 윤리를 창출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이다. 내가 제안하는 새 프로젝트의 명칭은 코드 그린(code green)이다. 1950~60년대 미국에서는 적색이 큰 힘을 발휘했다. 적색은 공산주의 위협의 상징으로, 미국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과 산업 기반 마련에 국력을 결집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에서는 녹색(green)이 부각되어야 한다.
코드 그린으로의 전환은 청정에너지와 그 효율체계를 혁신하고, 점차 위태로워지는 자연계에 대한 보존 윤리를 고취하는 데 있어 리더 역할을 맡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시대에서 진정 번영하고자 한다면 청정에너지를 위한 대규모 타개책을 개발함과 동시에 세계의 삼림과 바다, 생물 다양성이 위협받는 지역들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벽을 쌓는 사람도 있고 풍차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미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처럼 경제를 가로막는 무역장벽과 적들을 자극하는 군사상의 장벽을 계속 쌓을 것인가? 아니면 모양, 색상, 종류가 다른 갖가지 풍차를 만들어 우리 스스로도 사용하고 다른 이들에게 수출할 것인가?
이제 바람이 바뀌었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동력을 제공할 더 깨끗한 수단과 자연계를 보호할 더 좋은 방법을 찾지 않으면 우리의 삶과 생태계, 우리의 경제와 정치적 선택은 심각한 제한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벽을 쌓기보다는 풍차를 건설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그런 미국이라면 새들이 분명 다시 날아올 것이다. 공기는 더 깨끗해질 것이고 환경은 더 건강해질 것이며, 젊은이들은 그들의 이상이 반영된 정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에너지 기후시대(ECE)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다새로운 시대는 어떤 시대이기에 코드 그린 전략 채택이 시의 적절하단 말인가? 간단히 말해 우리가 들어서고 있는 시대는 에너지 기후 시대(ECE, Energy-Climate Era)이다. 에너지 기후 시대의 스토리는 단지 뜨거움, 평평함, 붐빔이 결합된 한 차례의 거대한 폭풍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 문제가 한 점에 모이면서 5가지 심각한 문제(에너지 수급, 석유 독재, 기후 변화, 에너지 빈곤, 생물 다양성 감소)를 야기하고 있다. 점점 부족해지는 에너지 공급 및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 증가, 석유 강국들과 석유 독재자들에게 부가 막대하게 이동하는 현상, 파괴적인 기후변화, 세계를 '전기를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로 양분하는 에너지 빈곤, 동식물들이 기록적인 속도로 멸종해 가는 생물 다양성의 감소가 바로 핵심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에너지 기후 시대를 정의할 것이다. 다섯 가지 모두 사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라도 적절히 다루지 못하며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도구와 인프라, 새로운 사고방식, 획기적인 신산업이나 과학적 돌파구가 필요하다. 우리가 이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 평화와 안보, 경제성장과 인권을 보장받을 것인지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2부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미국인들이 너무 많다1955년 약 30억 명 이었던 세계 인구는 2050년 약 90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훨씬 중요한 것은 미국식 생활방식을 추구하던 사람들이 약 10억 명에 불과한 수준에서 20~30억 명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평평하면서도 붐비는 세계에서 미국식 중산층 생활 방식을 재정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행성은 식민지를 세 개쯤 더 개척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는 더욱 뜨거워지고 자원은 점점 고갈되어 그 누구도 미국식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미국식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도하에서 다롄, 캘커타에서 카이로까지, 그들은 미국식으로 집을 꾸며놓고, 미국식 자동차를 사고, 미국식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미국인과 똑같은 수준의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이들 국가들이 미국과 다른 방법을 채택할 시간은 있다. 그러나 미국이 그 방법을 보여주지 않는 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개도국들이 미국식 소비와 건축, 운송 패턴에 계속 집착할 경우, 우리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벌어졌던 에너지와 기후 사이의 상호관계를 앞으로도 계속 떠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 경제는 초대형 픽업트럭에 비유할 수 있다. 트럭의 가속페달은 밟힌 채로 고정되어 있고 우리는 열쇠를 잃었다. 누구도 트럭을 멈출 수 없다. 인도와 중국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약 2억 명이 빈곤을 탈피하면서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 뒤에는 2억 명의 대기자가 있으며, 그들 뒤에는 또 다른 2억 명이, 다시 또 다른 2억 명이 끊임없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정부는 미국식 생활방식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이 평평해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소비하고 더 많은 것을 생산할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 더 이상 우리 미국인들처럼 살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미국식 생활방식의 의미를, 즉 에너지와 자원 소비의 관점에서 미국식 방식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재설계하자는 것이다. 자유와 자유시장의 확산에 새로운 에너지 생산 및 환경보존 방식인 코드 그린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대자연과 지구는 미국식 생활방식에 나름의 속박과 제약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 보내는 미국의 선물상자 안에 권리장전과 미국독립선언문, 그리고 헌법과 함께 코드 그린 전략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구이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성된다. 첫째, 화석연료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지구 온난화가 인간이 유발한 심각한 문제임을 부정하는 사람들. 둘째, 검토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가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주요인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른 과학자들, 마지막으로 정부의 간섭 및 규제 강화라는 해결책을 혐오하기 때문에 기후 변화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보수집단이다.
이들 부정론자들은 인류가 위험한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인류 행동이 기후를 변화시킨다는 주장이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기후변화라는 위협에 대항해 가장 두드러진 목소리를 낸 인물이 정치인 앨 고어였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논쟁은 과학 대 정치가 아닌 정치 대 정치의 문제라고 둘러댈 수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후가 변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확립된 과학이다. 현 시점에서 지구의 기후가 장기적인 자연적 변화의 역사를 거슬러,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다.
온난화로 인해 지구 기온이 섭씨 2~2.5도 상승한다면 정점을 넘어설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일단 정점을 넘어서면 적응을 위해 어떤 실행 가능한 정책을 세우더라도 인류의 안녕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에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 변화를 늦추는 노력과 적응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는다면 어떤 적응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지구의 기후 붕괴와 관련하여 중요한 결론은 그것이 현실이며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 이미 우리에게 상당한 해를 끼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의 책임이 인간의 일상 활동에 있다는 것, 비극적인 파멸로 접어들게 될 정점이 일상적인 비즈니스의 궤도를 따라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서둘러 착수한다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내에서 그 위험을 감소시킬 방법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빈곤내가 에너지 빈곤이란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태양전기 조명기금 사무국장 로버트 프리링을 통해서였다. 이 기금은 개도국 시골이나 오지에 태양열을 이용한 전력과 무선통신을 전파하는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에너지를 사용할 권리는 공기나 물을 사용할 권리만큼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16억 명이 전기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전기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전기를 대체하는 방법은 불의 사용이다. 실내에서 연료를 사용하여 불을 피우고,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로 인한 실내 공기의 오염으로 연간 1,600만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피해자는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이다.
개도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는 결국 에너지 문제이기도 하다.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이 안고 있는 보건의료 문제는 의사와 약품의 부족, 그리고 의료 장비를 작동시키고 의약품을 냉장 보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부족의 문제다. 인도 시골 지역의 실업 문제는 직업 기술과 투자의 부족, 그리고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부족의 문제다. 방글라데시 농업이 직면한 문제는 농사에 필요한 씨앗과 비료, 농사 도구의 사용에 필요한 에너지 부족의 문제다. 에너지 빈곤은 인간의 삶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어 경제적 빈곤으로부터 벗어나 21세기로 진입하고자 하는 희망을 모조리 쓸어버린다.
오늘날 에너지 빈곤의 결과는 과거에 비해 더욱 파괴적이다. 기온 상승으로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세상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평평한 세계에 살고 있으면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컴퓨터, 휴대전화, 인터넷 등 현대 글로벌 상거래와 교육, 혁신의 중심에 있는 모든 도구들을 이용할 수 없다. 붐비는 세계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장소에서 번영을 누릴 수 있는 능력에 제한을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뭄바이나 라고스 등 이미 포화 상태에 있는 에너지 빈민촌으로 이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될 사람은 누구인가? 세계를 뜨겁게 만든 원인 제공자들이 받는 고통은 최소한일 것이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전기도 자동차도 발전소도 공장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 하루 2달러 이하의 돈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시골 지역에서 주변의 토양이나 숲, 식물들에게 자신들의 생존을 고스란히 의지하고 있는 24억 명의 인구 말이다.
3부. 그린 코드 실천 전략지구를 구하는 205가지 손쉬운 방법나는 《워킹 마더》라는 잡지에서 <지구를 구하는 205가지 손쉬운 방법>이란 제목의 스토리를 읽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이 주제에 대해 검색한 결과, '지구를 살리고 돈도 버는 21가지 방법', '1분 안에 지구를 구할 방법 10가지' 등 많은 내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것은 보다 친환경적으로 생활하고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습관이 대중화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그린 혁명이란 말을 가장 많이 수식하는 형용사는 '쉬운'이다. 하지만 에너지 기후 문제를 인식하도록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상징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 에너지, 장광설은 시스템적 해법을 고안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 에너지, 노력에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 우리는 환경 콘서트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고, 백화점에서 배포하는 친 환경 카탈로그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동시에 친환경 법률이 제정되도록 로비하는 노력에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다. 환경 콘서트에 투입되는 경비와 노력을 미 의회에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다면 효과는 보다 극대화될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및 친환경 관련 기술을 장기적으로 대량 생산할 경우 세금을 공제하도록 해 주는 로비 따위의 자금으로 말이다.
지금 우리는 그린 혁명이 아니라 그린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 자신과 아이들에게 자원 없는 이상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엄격한 규제, 환경보존 윤리에 의해 지탱되는 체계적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상을 현실로 바꿀 수 없다. 우리는 기후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는 전 세계 생태계를 보존하고자 한다. 이것은 취미로 슬금슬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쉽다'라는 형용사는 절대 이 업무에 수반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 친환경을 위한 205가지 손쉬운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대로 친환경을 하려면 쉬운 방법은 단 하나도 없다!
에너지와 인터넷오늘날 대중은 저렴하고,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전기와 연료를 원한다. 하지만 소비와 오염만 촉진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에너지효율성과 환경보호를 장려하는 시스템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기를 바란다. 미국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는 전기를 생산에서, 배출량의 30%는 교통 부문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 70%를 차지하는 부문에 풍부하고 청정하며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기를 공급한다면 그것은 과히 혁명이라 말할 수 있다.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제대로 된 그린혁명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자. 때는 바야흐로 에너지 기후시대 20년. 모든 집에는 개인 에너지 계기판 SBB(Smart Black Box)가 구비되어 있다. SBB는 에너지용, 통신용, 오락용 등 각종 제어장치를 통합하고, 여러 장치와 서비스의 정보처리 상호 운용성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장비다. 이 장비는 온도조절 등 에너지와 관련하여 원하는 사항을 방마다 조절할 수 있고, 조명ㆍ경보 시스템ㆍ전화ㆍ컴퓨터ㆍ인터넷 연결 그리고 모든 가전제품과 오락 기계,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축전지까지 포괄한다.
에너지 기후 시대 초기 우리는 에너지 인터넷이란 개념을 발전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조명, 에어컨, 보일러, 자동차 배터리, 송전선에 이르기까지 마이크로칩을 짜 넣은 모든 장치에서 SBB를 통해 유틸리티 회사에 에너지 운용수준과 전기의 구매 및 판매 시점을 알려준다. 고객과 유틸리티 회사 사이에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 것이다. 고객이 이런 시스템에 가입하는 것은 자유지만, 가입하지 않는다면 높은 가격 인상을 부담해야 한다.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고객도 에너지를 낭비하고 환경에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때문에 요금이 비싸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