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공화국
유장희 지음 | 굿인포메이션
민영공화국
유장희 지음
굿인포메이션 / 2008년 8월 / 264쪽 / 12,000원
제1장 서론최근 5년 동안 정부의 재정운용 실태를 보면, 정부가 비대해짐으로써 재정지출이 방만해지고, 사회간접자본 확충보다는 경상비, 복지비용의 증가로 재정지출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부지출의 비효율성 증대는 경제 활력의 저하로 나타나고 경기회복을 끝없이 늦추고 있다. 따라서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방만한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의 기능을 필요에 따라 과감히 민간에 이양하는 민영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민영화는 정부 비대화 해소책의 하나이며, 민간경제 활성화, 정부 효율성 제고의 일환이다.
한편 민영화의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병폐로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경제행위에 있어 정부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그 업종이 독점산업일 경우가 많아 독점산업이 안고 있는 폐해가 그대로 적용된다. 둘째, 공기업 경영자들의 안이하고 방만한 경영자세가 때때로 문제가 된다. 셋째,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경제행위는 때때로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며, 그 동력은 정부기능 중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부분을 과감히 민간에게 이양하는 데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집필되었다.
제2장 왜 민영공화국인가?민영화의 뜻 / 민영화는 대세인가? / 한국인의 속성과 민영화 / 민영공화국 건설의 기초여건민영화란 관행적으로, 혹은 그 나라의 특수한 사정에 의해, 정부가 담당해 왔던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민간에게 이양하거나 또는 생산 활동의 중요부분에 민간이 참여케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을 말하는데, 단순히 정부의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정부기능에 민간이 핵심적으로 참여하는 모든 형태를 다 포함하는 것이다.
점점 비대해져 가는 정부의 경제 분야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고 민간의 창의와 도전, 개혁과 경쟁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취지 하에 과감한 민영화 계획을 추진한 것은 영국의 마가렛 대처(1979~1990년) 수상이 효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 대통령도 연방정부 공공정책의 일환으로 민영화(privatization)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그러면 민영화가 각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을까? 민영화 프로젝트를 분석한 여러 연구의 결과를 보면, 대개의 국가에서 민영화를 원칙대로 시행한 경우 공공서비스를 현저히 낮은 가격에, 더 낫거나 동일한 질적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조달청(NIGP)이 최근 발간한 『공공부문 서비스의 계약 운영』이라는 책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한편 민영화는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하던 일을 민간에게 이양하는 것이므로 정부와 민간 간에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숨김이나 불신 혹은 불필요한 자존심 등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때때로 정부와 민간 간에 취지와 목적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을 경우(주로 개도국의 경우이지만), 민영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지만, 국가마다 관행, 선례 및 공직사회의 정서가 다르므로 관민의 신뢰형성을 위한 정답은 찾기 어렵다. 다만 정부 측이 가져야 할 확신이 선행조건이다. 즉 고전경제학자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민간의 판단을 믿으라는 것이다. 민심이 천심(民心卽天心)이라고 했듯이 정부가 하던 일을 민간에 이양할 때 일단 엄선된 인수자를 신뢰해야 한다. 그리고 이양 절차와 이양에 따른 민간의 자금 조성, 지불방법, 지분비율의 결정(완전 이양이 아닌 경우) 등을 확실히 정해두라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는 분명히 관(官)과 민(民)의 관심사항이 맞아떨어져 진행되고 있는 하나의 큰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관은 인력부족과 재정적자 때문에 반드시 관이 담당할 분야가 아니라면 가급적 민에게 이를 이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으며, 민은 자기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업무 분야라면 스스로 운영해 나가려고 한다. 아울러 1990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민주화 현상이 배경이 되어 민영화는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굳혀졌다고 봐야 한다.
한편 민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 민간의 요구 등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성이 높은 서비스를 과연 민간이 제대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느냐의 여부도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그 나라의 민간 분야에 창의성, 독립성, 자발성, 개척정신 등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1990년대 초에서부터 약 20년간 개발시대를 거쳐오면서 정부주도형 성장정책을 주시해 온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자영능력(自營能力)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속성, 즉 인간중시사상, 질서의 존중, 평화애호의 정신, 자조자립의 의지 등을 감안하면 한국인의 속성은 민영화의 과감한 추진에 결코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적 속성과 민간의 민영능력에도 불구하고, 이에 추가해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두 가지 분야가 있다. 하나는 교육 분야이고, 또 하나는 관ㆍ민(官民) 간 신뢰형성이다. 즉 민영공화국(民營共和國)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먼저 그동안의 정부주도적, 획일적 교육제도에서 과감히 벗어나, 민간이 국정을 주도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교육의 내용(세계화 시대에 맞는 공중도덕, 바른 예절, 합리적 생활태도, 준법정신, 자율정신, 공사 구별의식, 정직과 성실, 책임과 신뢰성, 개방성, 적극성 등)을 교육과정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방식도 재래식 지식전달에서 탈피하여, 개인의 창의력 제고, 정보생산 능력의 향상, 새로운 문화 창조, 신 사고의 추구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재조정되어 민주화, 민권화, 분권화, 자유화 등 새로운 보편적 가치에 걸맞은 정부 운영방식이 새로 나와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관ㆍ민 간의 신뢰형성인데, 이는 주체들 간의 끊임없는 대화와 의견교환이 있어야만 가능하고, 또 대화의 결과로 얻어진 결론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것도 중요하다.
제3장 민영화의 형식과 선례
국유화 해제(자산매각)국유화 해제는 공기업 자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다. 경영권이 민간으로 옮겨감에 따라 새로운 민간 경영자에게는 비용의 삭감과 능률향상이라는 민간기업 본연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효율화를 촉진할 수 있다. 참고로 이러한 자산매각은 매각에 따른 정부 측의 수입증가와 공기업의 적자보전을 위한 정부 측의 지출을 감소시키게 된다. 아울러 장래 공공부문의 수익감소라는 희생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민간자산에 대한 과세로 세수의 증대가 기대되기도 한다. 한편 국유화 해제를 통한 영국의 민영화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제당(British Sugar Corporation)은 1981년 7월 정부가 보유한 지분 24%를 기관투자가에게 4,400만 파운드의 금액으로 매각했다. 이밖에도 1987년 5월 롤스로이스 엔진제조회사를 매각하고, 1988년 12월 영국철강을 매각하는 등 일련의 민영화가 추진되었는데, 특히 매각에 있어 주주 구성은 종업원과 주식 소량 신청자를 우대했다. 한편 이를 통해 1990년부터 1992년 사이 국영기업 종사자가 14.3%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21.2%로 증가하는 실적을 올렸다. 일례를 들면 1987년 5월 민영화된 롤스로이스의 경우, 세전 순이익이 1985년 8,100만 파운드에서 1987년 1억5,600만 파운드로, 1988년 1억6,800만 파운드로 크게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주식인구도 1979년 640만 명에서 1,850만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 업무의 공사화-KT&G완전 민영화의 중간단계로서 정부가 시행하던 생산 업무를 공사로 이관하여,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조성해 영업을 도모하고 이윤을 창출해 세금을 지불하는 형태이다. 참고로 정부업무가 공사화된 대표적인 예로는 한국의 전매청이 담배인삼공사가 된 것을 들 수 있다. 담배인삼공사는 추후 KT&G로 변모되면서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한편 담배인삼공사가 KT&G로 완전 민영화된 이후의 성과는 기업경영 측면, 사회공헌 측면, 조직관리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 우선 기업경영 측면에서는 매출액과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었고, 재무구조가 건실해졌으며 영업실적이 증대되었다. 그리고 사회공헌 관련 성과로는 공익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 국가재정에 기여, '한마음'이라는 남북 공동담배 브랜드를 개발하여 대북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한 것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관리 측면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구조의 정예화와 그에 따라 업무능력이 향상되었으며, 기업문화의 변화와 연봉제 시행, 사업다각화 등 제도개선이 이루어진 것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98년 공기업 민영화 대상에 담배인삼공사를 포함시키면서 특정인이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동일한 소유지분한도(총 주식의 7%)를 설정했는데, 이로 인해 KT&G의 우호지분에 해당하는 우리사주조합과 기업은행 등의 보유주식은 각각 5%대에 불과했다. 결국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어 2006년 2월 칼 아이칸이 주도한 외국계 펀드사들은 KT&G의 경영에 참여할 것을 선언한 데 이어 KT&G에 대해 회사주식을 공개 매수하겠다는 적대적 기업 인수의 입장을 표명하여 2006년 한 해 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 뒤 KT&G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칼 아이칸은 2006년 12월 지분 대부분을 팔고 사실상 철수하였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여러 전문가들은 향후 경영권 분쟁 방지를 위해 '경영권방어장치의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장치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독소조항,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으로 구성되어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부분의 경영권방어장치를 폐지하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허용했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여전히 경영권방어제도를 재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왜냐하면 재계가 요구하고 있는 경영권방어제도를 도입하면 재벌의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견 때문이다. 아무튼 정부는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재벌을 견제하는 '방어'와 신자유주의적인 '방관'의 딜레마에 빠질 것이 아니라, 자본의 원리에 따라 득과 실을 엄밀히 사전에 분석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공사(公社)의 완전 민영화 - 공항 민영화공사 형태의 국영기업에서, 정부보유 주식을 민간에 완전 매각하고, 민간으로 하여금 소유권과 경영권을 보유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완전한 민영화가 가능해진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담배인삼공사가 KT&G로 변모한 것을 들 수 있는데, 국내에는 한국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민영화의 여지가 있는 공사들이 많이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국가에서는 공항 민영화가 이미 진전되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서도 민간부문이 성장하고 있고 공항이용자들의 욕구가 커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이제는 정부가 심각하게 공항의 민영화를 가속화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정부보다는 민간이 운영할 때 자원 활용의 효율성이 증대되며, 증가되고 있는 공항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민영화에 대한 믿음을 받아들여, 정부가 공항의 소유와 운영에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공공 서비스기관의 민간운영공공부문의 완전 민영화 다음으로 민영화 정책의 보편적 형식을 들자면, 민간 기업에게 일정지역 혹은 일정기간 내에서 정부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특수권한을 부여하는 것인데, 이는 프랜차이즈(franchise) 개념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민영화 방식을 적용한 사례로는 식수공급 서비스 민영화와 지하철 민영화를 들 수 있다. 한편 식수공급 서비스의 민영화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상당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낳아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생활 및 공업용수 공급을 관할하고 있고 다목적댐의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및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본받아 민간 기업에게 식수공급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주고 점차 민영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일본의 철도 민영화 과정에서는 강제적 인력 정리로 인한 기업부담 경감이라는 효과와 더불어 노선 간 수익 차와 채무 증가라는 부작용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철도 민영화를 적용시키려면 부채 면에서는 일본의 단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로운 재무계획을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인력조정 측면은 일본의 경우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편 독일의 통신 분야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소유 분산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획득하고 동독 인프라투자를 계기로 활용했다는 점을 참고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대북경협을 민영화와 연계시키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브라질 교도소의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범죄자를 보호하고 교육하여 제2의 인생을 열어준다는 숭고한 목표와 이에 동참하는 종교단체가 합심하여 성공적 교도소 운영을 이루어냈다는 특징을 찾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의 권위주의적이고 경직적인 교도소 운영방식을 감안할 때 이 부문이야말로 민영화의 길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계약제도계약제도란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을 일정기간 사기업으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되, 그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가 부담하는 제도로서, 민영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 간 스웨덴은 물론 미국(복지서비스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영국(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의무적 개입을 축소하기 위해) 및 유럽국가들, 호주, 이스라엘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계약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편 정부서비스를 민영화함에 있어 보편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계약제도는 경쟁을 전제로 낮은 비용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 부문(예: 극빈자 보호, 장애인 보좌, 보육원 운영 등)에는 실질적인 경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동시에 계약 당사자들을 관리하고 감독할 정부의 역량이 부족한 문제도 있다. 또 경쟁이 존재하더라도 계약에 수반되는 추가적인 공공관리 비용과 정부의 관리, 감독능력 저하도 사실상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민영화 프로세스에서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면, 공급자의 성과를 측정, 평가, 관리하고 책임을 묻는 정부의 능력이 약화될 위험 역시 존재한다. 또 경쟁 부재와 함께 정부의 관리능력 부족은 공급자들의 크리밍 행위(creaming activity)를 조장하고 이에 따른 수요자들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민간 사이에 맺은 계약관계는 참여하는 민간공급자들의 자질과 정부 측의 관리ㆍ감리능력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선진국의 여러 사례를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