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읽는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지음 | 황금나침반
제1장 인도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1820년 세계 GDP 점유율을 보면 중국, 인도가 전체의 44.7%를 차지한다. 양국이 세계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4대 고대문명 시대부터 19세기 중엽까지 연속해서 존재했다. 오히려 중국, 인도가 몰락했던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가 세계사에서 예외적인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기원전 2100년을 전후로 한 인더스문명 이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인도의 특색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다양성이다. 기후만 보더라도 북부 히말라야는 1년 내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서부 타르 사막은 여름에 섭씨 50도에 달한다. 언어도 다양하다. 세계 제 3위의 언어인 힌디어 사용인구는 4억 명을 넘는다. 영어는 준공용어이며 대부분의 지식인이 영어에 능통하다. 민족적으로는 아리아계가 72%, 드라비다계가 25%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많은 소수민족을 포함한 다민족 국가이며, 17개 지방 공용어 외에 수백 가지 방언이 존재한다.
종교면에서도 힌두교가 총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슬람교도 1억 명에 달하며 불교의 발상지가 바로 인도이다. 이외에도 기독교, 유태교, 시크교, 자이나교, 조로아스터교 등 다수 종교가 존재하여 마치 종교의 용광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현재 인도 총리인 만모한 싱은 시크교도로 항상 터번을 착용하고 있다. 이처럼 인도는 민족, 언어, 종교, 경제적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다양한 커뮤니티, 계층, 지방문화 등이 존재하며, 각각 상호대립 또는 융화하여 복잡한 다민족, 복합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인도가 오랫동안 담당한 역할은 아시아와 서구를 교역을 통해 연결하는 일이었다. 15세기 말 유럽인이 희망봉을 도는 항로를 발견하기 전까지 삼각무역의 중계는 이슬람교 상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들은 후추, 향신료와 교환한 은을 인도로 운반했다. 은은 인도에서 목화와 교환되었으며, 목화는 인도네시아의 향료제도(Spice Islands)로 운반되어 후추, 향신료와 교환되었다. 삼각무역 구조는 17세기 영국이 네덜란드와의 다툼에서 향료제도에 대한 지배권을 잃고 인도로 패퇴함에 따라 크게 변화한다. 영국이 인도 목화를 갖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에 따라 후추와 향료 중심이던 인도양 무역이 목화중심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인도목화의 수입은 피혁과 모직물 중심이었던 유럽의 의복체계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고 유럽의 직물산업은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거친 19세기 초, 흐름은 완전히 역전되어 이번에는 인도의 직물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인도문명의 쇠퇴와 서구문명의 대두로 이어졌다. 영국의 식민지배 정착과 함께 인도의 무굴 제국은 1858년 멸망하였는데, 그 후 2차 세계대전 후까지 인도경제의 쇠망은 이어졌다.
이처럼 인도는 처음에는 삼각무역의 출발점으로, 17세기부터는 목화 수출국으로서, 인도양 무역의 중심적 존재로서 번영을 지속하였다. 이처럼 직접 교역을 했기 때문에 이슬람에 의한 정복, 영국에 의한 식민지화라는 심한 충격을 서쪽으로부터 받았던 것이다. 인도는 그러한 역사를 발판으로 삼아 21세기 다시 세계사의 무대로 도약하고 있다.
영국에 의해 100년 가까이 식민지화되었던 점은 인도에게 부정적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 시대가 21세기 인도의 재생과 도약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유산을 남긴 것도 확실하다. 인도의 준공용어가 영어인 것이나 견실한 행정구조, 민주적인 의회제도가 그 예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도는 경직되고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잘 정비된 관료기구와 견실하게 확립된 법제도를 갖고 있다. 법치가 아니고 인치여서 부패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중국에 비하면 인도의 행정기구와 법제도는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식민시대의 또 하나의 유산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1,600만 명에 달하는 인도 이민자의 존재이다. 이들은 인교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정보혁명하의 세계화 시대를 맞아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는 매우 귀중하다. IT기술에 관한 인도계 미국인과 인도인의 시너지 효과가 최근 자주 지적되는 것도 이러한 네트워크가 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80~90%가 동남아에 집중되어 있는 화교에 비해 인도계 이민은 과거 대영제국의 판도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어 있다.
최근 인도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국내에서의 창업, 세계화한 IT 기업에의 취업 등 다방면에 걸쳐 이민자들의 귀국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해외에서 인도 기업과 연계하여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이민자들이 세계시민화 되어 비즈니스나 첨단기술 분야를 맡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유대인, 화교, 인도계 이민자에게 공통적인 것은 교육에 열심이고, 전문가로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육성된다는 점이다. IT 산업 뿐 아니라 금융업, 회계 및 법률 업무에 강한 인도인 이민자들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독립이후 인도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등교육 기관의 설립 및 정비를 꾀했다는 것이다. 1950년대 설립된 인도공과대학(IIT)은 미국 MIT를 모델로, 1960년대 설립된 인도경영대학(IIM)은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모델로 한 것이다. 현재 인도과학연구원(IISc), IIT, IIM을 정점으로 전국에 소재한 기술대학에서 매년 12만 명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자가 배출되고 있다. 21세기 대국 인도는 이과계열 교육에 주력하고 있으며, 지식과 기술로 무한경쟁시대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제2장 IT만이 아닌 인도기업의 실력지금은 상식이 된 인도의 IT산업인도의 IT 산업이라 하면 지금은 인구에 회자될 정도이다. 여기서는 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는 ITES-BPO(IT enabled service-business process outsourcing)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겠다. 2003년도 인도 IT 산업규모는 196억불, GDP 대비 3.82%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1997년의 50억불, 1.22%에 비해 크게 성장한 것이다. 2008년에는 현재의 4배인 700~800억불 정도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빠르게 성장한 IT산업은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IT 산업성장에 따라 중산층이 확대되었고, 내구소비재와 주택 구입이 증가하는 점은 경제성장과 경기 동향 파악에 중요하다. IT 산업 확대에 따른 고용증가, 고임금 업종으로의 취업 등 파급효과가 인도의 빈곤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도 개발경제학자들의 관심사다.
인도 IT 산업이 강한 요인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저비용으로 고품질 제품을 개발한다. 임금이 낮은 것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비용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품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 풍부한 이공계 인재와 뛰어난 영어실력이다. 고품질을 낳는 요소이기도 한 인재가 충실하다는 점은 IT경쟁력의 원천이다. ITT(인도공과대학)와 IISc(인도과학연구원)를 필두로 인도 전역에서 매년 12만 명이 넘는 엔지니어가 배출되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다 보니 미국과 영국으로의 IT 수출이 82%를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과 정부가 IT산업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IT 산업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 IT산업 중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이 ITES-BPO, 즉 IT를 이용한 특정업무의 아웃소싱 서비스다. 구체적인 서비스로는 콜 센터, 문서관리, 총무업무, 법무 및 환자정보 데이터베이스 같은 것이 있다. ITES-BPO가 IT 서비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24.6%로 소프트웨어관련서비스의 58%에 미치지 못하나, 전년대비 신장률은 소프트웨어관련서비스가 11.7%에 그친 데 비해 ITES-BPO는 57%를 기록했다. 인도에서 ITES-BPO가 증가하는 이유 역시 낮은 비용과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시티그룹, JP 모건 등 인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을 하는 미국기업이 많은데 일반적으로 인도 아웃소싱으로 얻는 비용 삭감 효과는 30~50%정도이다. 기업간 경쟁이 심해지는 오늘날 가격경쟁력은 커다란 무기지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인도 아웃소싱은 비용절감이라는 단기적 이익도 가져오지만 기업의 고객대상 서비스의 확대란 점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IT와 함께 성장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제약업계IT와 함께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제약 산업이다. 맥킨지는 인도 제약업계가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 IT 활용, 저비용 생산체제를 배경으로 2010년 매출액 250억불(세계 13위)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03년 IT 산업생산액 196억불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이며, 수량기준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인도제약업계가 급성장한 요인은 제네릭을 중심으로 한 생산, 판매 전략을 들 수 있다. 제네릭이란 단적으로 말해 복제된 제품인데, 복제를 할 경우 개발비용, 시장동향 조사, 제품 인지도 같은 면에서 압도적 저비용으로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하다. 미국의 제네릭 시장은 현재 160억불로 추산되는데 그 중 인도기업이 5억불을 점유하고 있다. 제네릭도 연구개발이 필요하며 거기에는 인도 인재의 능력이 발휘되고 있다. 결국 저비용 생산체제와 우수한 인적자본이 제약업계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인도 기업은 제네릭 제품으로 번 이익을 신약개발에 투입하고 있으며, 브랜드 약품으로 세계시장 공략을 시작하고 있다. 이제 "인도라고 하면 IT"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인도라고 하면 IT와 제약"이라고 할 시대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세계의 환자들이 모여드는 인도 의료인도의 의료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인도방문 목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이 메디컬 투어리즘(수술이나 검사 등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다. 90년대 후반 연간 1만 명을 넘지 않았으나 현재는 연간 10만 명 이상이 의료목적으로 인도를 방문하고 있다. 세계 1위인 싱가포르의 연간 15만 명에 바짝 다가설 기세인 인도의 메디컬 투어리즘 시장규모는 2012년까지 20억불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에서 대부분의 수술은 미국의 8~28% 정도의 비용밖에 들지 않으며, 이는 저비용 외과수술로 유명한 태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인도 의료산업의 강점은 비용경쟁력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에 있다. 인도에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산업이 성장한데는 1991년 이전까지 혼합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자유경쟁을 인정했던 정부의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인도정부는 의료 서비스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융자제공, 세제우대, 메디컬 투어리즘 육성 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인도 의료산업은 IT와의 융합에 따라 경쟁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고객정보나 증세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정확하고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제조업은 약한가인도가 강세를 보이는 산업에는 IT, 의료, 영화산업 등 비제조업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인도 산업구조의 장기 추이를 살펴보면 3차 산업이 발전하는 반면 2차 산업이 정체되고 있다. 이처럼 충분한 공업화를 겪지 않은 채 서비스업이 발전한 것이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는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제조업 비중이 낮은 것만 두고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실제 인도 제조업의 분야는 넓다. 1960년대부터 1991년까지 내수지향 산업진흥책을 추진한 결과 "샌들에서 인공위성까지"라고 할 정도로 광범위한 제품을 제조할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사회주의 산업정책으로 인해 민간산업 육성이나 외자도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고 공업화를 지체시켜 국제경쟁력을 낮춘 것은 사실이나, 오히려 이런 면이 현재 인도 내 산업의 강력함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 케이스 스터디 : 인도의 자동차 산업 2003년도 아시아 지역의 자동차 생산대수 순위는 1위 일본, 2위 중국, 3위 한국, 4위 인도였다. 인도 자동차산업은 세계시장에서 두드러진 존재도, 해외 기업의 수출용 생산거점으로 지위를 확립한 것도 아니지만, 연간 100만대 규모의 국내수요를 감안하면 전망이 높은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인도 자동차 산업은 1947년 독립 전부터 존재했으며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자동차를 생산해 냈다. 또한 내수지향 산업진흥 방침은 자동차 산업의 토대를 형성하는데 공헌하였다. 즉 1960~1970년대에 걸쳐 외국기업을 규제하는 한편 국내 기업을 우대함으로써 다수의 부품 기업군이 형성되었다.
1993년 자동차산업에서 외국기업 출자비율이 완화된 것을 계기로 해외자동차 기업의 인도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그 결과 인도는 현재 이들의 자동차 생산거점이 되었고, 매우 경쟁적인 시장이 되고 있다. 또 이러한 경쟁상황이 각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시장은 현재 100만대 규모이나 2008년에는 234만대 정도 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2001년 중국의 수치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중국에 육박하는 인구증가, 연간 7%의 경제성장 전망, 중간소득 계층의 지속적 확대 등 자동차 시장 확대를 지원해 줄 요소는 많다. 이렇게 보면 인도의 자동차 산업은 성공을 이루기 위한 조건들을 구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산업의 전망도 밝다. 자동차 부품생산은 향후 10년 후 현재의 5배가 되는 350억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 IT산업 전체의 생산액을 넘어서는 것이다. 성장의 배경으로 미국에 비해 부품제조 비용이 10분의 1, 개발비용이 12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저비용 구조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의 현대와 미국의 포드 등은 이미 인도를 중요 부품 조달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인프라 미정비, 노사관계 난점 같은 과제가 지적되지만 다국적 자동차 기업이 인도를 중요 생산거점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산업의 횡축으로서의 재벌산업을 종축이라 한다면 재벌은 횡축이라 할 수 있는데 재벌을 이해해야 인도의 기업 및 산업구조를 깊이 파악할 수 있다. 전통 재벌인 타타와 벌라, 그리고 신흥 재벌인 릴라이언스 등 3대 재벌의 매출액이 국가 GDP의 약 5%에 달할 정도로 재벌의 위력은 매우 강하다. 그러나 1991년 경제개혁에 따라 다수의 외국계 기업이 진출하고 IT관련 신흥 기업이 출현하는 등 경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동족경영의 위태로움이나 경영체질의 느슨함 등으로 인해 그룹에 따라서는 쇠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분석에 의하면 10년 후 인도에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재벌은 50개 그룹 중 14개, 반대로 장래성이 기대되지 않는 재벌은 20개에 달한다. 신흥재벌이 출현한 사례는 릴라이언스 이외에도 다수가 있는데 이것은 기업부문의 신진대사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점이다. 앞으로 그 모습이 바뀔 가능성도 예상되지만 인도재벌은 경제계에서 위력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제3장 인도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인도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테마섹이 장에서는 인도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의 사례로 싱가포르와 태국을 들겠다. 이들 국